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취재후] 지적장애인 가입시킨 보험 78개 ‘환급’ 결정…“재수사 명령”
입력 2020.05.14 (15:31) 수정 2020.05.14 (15:32) 취재후
[취재후] 지적장애인 가입시킨 보험 78개 ‘환급’ 결정…“재수사 명령”
5년간 가입한 보험이 78개, 납부한 보험료 액수는 1억 5천만 원이 넘습니다.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사회연령' 10세 수준의 경도 지적장애가 있는 49살 이 모 씨입니다.

[연관기사] 지적장애인에 보험 78개 가입시킨 설계사 “불기소?” (2020.04.06. KBS1TV 뉴스9)

KBS는 지난달 보험설계사 김 모 씨의 권유로 보험 수십 개를 가입한 이 씨의 사연을 보도했습니다. 중복되는 것도 부지기수였는데 일부 보험은 보험설계사가 대필로 서명하고, 이 씨와 일면식도 없는 자신의 지인과 딸 친구를 피보험자로 등록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보험설계사 김 씨가 챙긴 수당은 4,900만 원입니다.

보도 이후 많은 시청자가 분노했습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고, 보험 관련 협회와 장애인권익 옹호 기관 등에서는 법률 자문을 해주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이 씨와 직장 동료들은 이런 도움에 힘을 얻어 다시 수사를 요청하고, 환급받을 때까지 보험사를 설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보도 이후 한 달 넘게 지난 지금 이 씨의 사정은 나아졌을까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 검찰 "재수사 결정”

애초 이 씨와 직장 동료들은 보도되기 전 경찰에 고소했고, 경찰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검찰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보험설계사 김 씨를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가짜 아내를 등록시킨 부분에 대해서만 8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을 뿐입니다. 이 씨와 직장 동료들이 억울하다며 언론에 문을 두드린 이유입니다.

보도 이후, 이 씨와 직장 동료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검찰에 다시 수사를 해 달라며 항고했습니다. 그리고 몇 주 뒤 검찰은 재수사를 하라는 '재기수사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는 기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어 다시 조사하라는 지시입니다.

항고사건처분결과증명서. 처분에 '재기수사명령’이라고 적혀있다.항고사건처분결과증명서. 처분에 '재기수사명령’이라고 적혀있다.

경도 지적장애를 가진 이 씨를 대신해 이 모든 과정을 도와준 직장 동료는 "많은 분이 도와줘서 항고를 잘 준비할 수 있었고, 검찰에서도 재수사를 결정해 다행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이제 다시 수사가 진행된 것일 뿐 처벌 결정이 난 것도 아니고, 앞으로 어떻게 판결이 날지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급 거부하던 보험사 "환급해주겠다"...절반은 입금 완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씨가 낸 보험료를 돌려받는 것이겠죠, 이 씨가 5년여간 보험설계사 김 씨를 통해 가입한 보험은 모두 78개로 보험사만 19곳에 달합니다. 보도 전 이미 직장 동료들은 보험사에 일일이 연락해 이런 사정을 설명하고, 보험료를 돌려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환급을 거절했습니다.

이 씨는 재활용품 업체에서 지게차 등을 운전하며, 한 달 250만 원 정도 벌고 있습니다. 이중 월급의 90% 수준인 230만 원 정도를 매달 보험료로 냈으니 가진 돈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전세금마저 일부 빼 보험료로 내면서 집을 옮겨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보도 이후, 이 씨는 직장 동료 등 주변의 도움으로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고, 다행스럽게도 얼마 뒤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습니다.

금융감독원이 민원 신청에 대해 보낸 답변. '납입한 보험료를 반환할 예정'이라고 쓰여있다.금융감독원이 민원 신청에 대해 보낸 답변. '납입한 보험료를 반환할 예정'이라고 쓰여있다.

결국 보험사들은 이 씨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액 환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보험별로 차례로 환급이 진행돼 오늘(14일) 기준으로 절반 정도가 입금됐습니다. 보험을 해지하면서 받은 금액을 제외하고, 이 씨가 낸 보험료를 전부 받게 된 겁니다.

가족도 없이 혼자 살며, 보험료를 감당하느라 생계마저 유지되지 않은 이 씨는 한때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했을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이 씨의 사정을 알고, 이런 일을 다시 겪지 않도록 재정 관리를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또, 환급받은 돈으로 새집으로도 옮길 예정입니다.

이 씨와 직장 동료들은 "돈을 돌려받게 돼 정말 감사하다"면서 "이것과 별개로 검찰 수사는 끝까지 진행하겠다"고 전해왔습니다.
  • [취재후] 지적장애인 가입시킨 보험 78개 ‘환급’ 결정…“재수사 명령”
    • 입력 2020.05.14 (15:31)
    • 수정 2020.05.14 (15:32)
    취재후
[취재후] 지적장애인 가입시킨 보험 78개 ‘환급’ 결정…“재수사 명령”
5년간 가입한 보험이 78개, 납부한 보험료 액수는 1억 5천만 원이 넘습니다.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사회연령' 10세 수준의 경도 지적장애가 있는 49살 이 모 씨입니다.

[연관기사] 지적장애인에 보험 78개 가입시킨 설계사 “불기소?” (2020.04.06. KBS1TV 뉴스9)

KBS는 지난달 보험설계사 김 모 씨의 권유로 보험 수십 개를 가입한 이 씨의 사연을 보도했습니다. 중복되는 것도 부지기수였는데 일부 보험은 보험설계사가 대필로 서명하고, 이 씨와 일면식도 없는 자신의 지인과 딸 친구를 피보험자로 등록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보험설계사 김 씨가 챙긴 수당은 4,900만 원입니다.

보도 이후 많은 시청자가 분노했습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고, 보험 관련 협회와 장애인권익 옹호 기관 등에서는 법률 자문을 해주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이 씨와 직장 동료들은 이런 도움에 힘을 얻어 다시 수사를 요청하고, 환급받을 때까지 보험사를 설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보도 이후 한 달 넘게 지난 지금 이 씨의 사정은 나아졌을까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 검찰 "재수사 결정”

애초 이 씨와 직장 동료들은 보도되기 전 경찰에 고소했고, 경찰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검찰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보험설계사 김 씨를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가짜 아내를 등록시킨 부분에 대해서만 8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을 뿐입니다. 이 씨와 직장 동료들이 억울하다며 언론에 문을 두드린 이유입니다.

보도 이후, 이 씨와 직장 동료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검찰에 다시 수사를 해 달라며 항고했습니다. 그리고 몇 주 뒤 검찰은 재수사를 하라는 '재기수사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는 기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어 다시 조사하라는 지시입니다.

항고사건처분결과증명서. 처분에 '재기수사명령’이라고 적혀있다.항고사건처분결과증명서. 처분에 '재기수사명령’이라고 적혀있다.

경도 지적장애를 가진 이 씨를 대신해 이 모든 과정을 도와준 직장 동료는 "많은 분이 도와줘서 항고를 잘 준비할 수 있었고, 검찰에서도 재수사를 결정해 다행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이제 다시 수사가 진행된 것일 뿐 처벌 결정이 난 것도 아니고, 앞으로 어떻게 판결이 날지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급 거부하던 보험사 "환급해주겠다"...절반은 입금 완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씨가 낸 보험료를 돌려받는 것이겠죠, 이 씨가 5년여간 보험설계사 김 씨를 통해 가입한 보험은 모두 78개로 보험사만 19곳에 달합니다. 보도 전 이미 직장 동료들은 보험사에 일일이 연락해 이런 사정을 설명하고, 보험료를 돌려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환급을 거절했습니다.

이 씨는 재활용품 업체에서 지게차 등을 운전하며, 한 달 250만 원 정도 벌고 있습니다. 이중 월급의 90% 수준인 230만 원 정도를 매달 보험료로 냈으니 가진 돈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전세금마저 일부 빼 보험료로 내면서 집을 옮겨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보도 이후, 이 씨는 직장 동료 등 주변의 도움으로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고, 다행스럽게도 얼마 뒤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습니다.

금융감독원이 민원 신청에 대해 보낸 답변. '납입한 보험료를 반환할 예정'이라고 쓰여있다.금융감독원이 민원 신청에 대해 보낸 답변. '납입한 보험료를 반환할 예정'이라고 쓰여있다.

결국 보험사들은 이 씨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액 환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보험별로 차례로 환급이 진행돼 오늘(14일) 기준으로 절반 정도가 입금됐습니다. 보험을 해지하면서 받은 금액을 제외하고, 이 씨가 낸 보험료를 전부 받게 된 겁니다.

가족도 없이 혼자 살며, 보험료를 감당하느라 생계마저 유지되지 않은 이 씨는 한때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했을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이 씨의 사정을 알고, 이런 일을 다시 겪지 않도록 재정 관리를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또, 환급받은 돈으로 새집으로도 옮길 예정입니다.

이 씨와 직장 동료들은 "돈을 돌려받게 돼 정말 감사하다"면서 "이것과 별개로 검찰 수사는 끝까지 진행하겠다"고 전해왔습니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

    현재 KBS사이트 회원계정의 댓글서비스 로그인 연동기능을 점검중입니다. 불편하시더라도 SNS 계정으로 로그인하신 후 댓글 작성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