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창] ‘평양의 은아’가 등장한 이유는?

입력 2020.05.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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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폰을 착용한 한 여성이 마이크 앞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나무야 시냇가의 푸른 버드나무야, 너 어이 그 머리를 들 줄 모르냐~"

북한 노래 '푸른 버드나무'입니다. 지난 2018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평화협력 기원 공연 '봄이 온다'에서 우리 측 가수 서현이 불러 상당히 알려진 노래입니다. 이 여성은 선곡 이유를 직접 영어로 설명했습니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으니 서로 비난하거나 빈정대지 말고 공동의 적인 코로나 19에 함께 맞서자는 겁니다. 북한 노래를 부르며 세계의 안녕을 이야기하는 이 여성. 바로 '평양의 은아'입니다.

이 여성이 등장하는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계정은 'ECHO DPRK', 북한의 메아리라는 뜻입니다. 이 계정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 19에 대한 북한의 대응 방법을 전하면서부터입니다.

'은아'는 이 영상에서 학교와 백화점, 약국 등 평양의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방역 실태를 전달하고 상품과 식료품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비드 19의 위험이 확인되자마자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 정부는 즉시 매우 결정적이고 합리적인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우리는 이 바이러스의 주요 원인인 중국과 인접하고 있지만, 바이러스에 한 사람도 감염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 체제에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행운"이라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당국에 대한 노골적인 충성심도 빼놓지 않고 드러냈습니다.


평양의 은아는 누구일까? 이 계정은 누가 운영하는 것일까? 현재까지 공개된 영상 등을 살펴볼 때 북한 당국과 밀접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개인이나 민간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면서 "북한 당국이 직접 관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달되는 영상의 내용뿐 아니라 전달 방법과 구성 형식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대외 선전물 제작 방식에서 북한 체제와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를 읽을 수 있다는 겁니다. 조한범 연구위원은 상당히 서구적으로 부드럽고 유연하게 접근하고 있어서 언뜻 보면 우리 쪽 영상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정보화라든지 국제화와 같은 세계사적인 환경 변화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 내부의 소식이 외부로 전해지는 경로는 많지 않았습니다.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TV 같은 북한의 관영매체나 '우리민족끼리', '조선의오늘' 같은 대외 선전 매체 정도뿐이었습니다. 이 같은 매체들은 특성상 일방적이고 딱딱한 형식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여러 SNS 계정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역시 기존 영상을 '재활용'하는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평양의 은아'를 앞세워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영상들을 선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평양의 은아'가 선보이는 영상들과,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선전·선동 매체의 또 다른 모습들은 16일 KBS1TV에서 방송된 '남북의창' 다시보기(http://news.kbs.co.kr/vod/program.do?bcd=0031#2020.05)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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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의창] ‘평양의 은아’가 등장한 이유는?
    • 입력 2020-05-16 09:01:30
    취재K
헤드폰을 착용한 한 여성이 마이크 앞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나무야 시냇가의 푸른 버드나무야, 너 어이 그 머리를 들 줄 모르냐~"

북한 노래 '푸른 버드나무'입니다. 지난 2018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평화협력 기원 공연 '봄이 온다'에서 우리 측 가수 서현이 불러 상당히 알려진 노래입니다. 이 여성은 선곡 이유를 직접 영어로 설명했습니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으니 서로 비난하거나 빈정대지 말고 공동의 적인 코로나 19에 함께 맞서자는 겁니다. 북한 노래를 부르며 세계의 안녕을 이야기하는 이 여성. 바로 '평양의 은아'입니다.

이 여성이 등장하는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계정은 'ECHO DPRK', 북한의 메아리라는 뜻입니다. 이 계정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 19에 대한 북한의 대응 방법을 전하면서부터입니다.

'은아'는 이 영상에서 학교와 백화점, 약국 등 평양의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방역 실태를 전달하고 상품과 식료품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비드 19의 위험이 확인되자마자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 정부는 즉시 매우 결정적이고 합리적인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우리는 이 바이러스의 주요 원인인 중국과 인접하고 있지만, 바이러스에 한 사람도 감염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 체제에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행운"이라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당국에 대한 노골적인 충성심도 빼놓지 않고 드러냈습니다.


평양의 은아는 누구일까? 이 계정은 누가 운영하는 것일까? 현재까지 공개된 영상 등을 살펴볼 때 북한 당국과 밀접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개인이나 민간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면서 "북한 당국이 직접 관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달되는 영상의 내용뿐 아니라 전달 방법과 구성 형식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대외 선전물 제작 방식에서 북한 체제와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를 읽을 수 있다는 겁니다. 조한범 연구위원은 상당히 서구적으로 부드럽고 유연하게 접근하고 있어서 언뜻 보면 우리 쪽 영상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정보화라든지 국제화와 같은 세계사적인 환경 변화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 내부의 소식이 외부로 전해지는 경로는 많지 않았습니다.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TV 같은 북한의 관영매체나 '우리민족끼리', '조선의오늘' 같은 대외 선전 매체 정도뿐이었습니다. 이 같은 매체들은 특성상 일방적이고 딱딱한 형식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여러 SNS 계정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역시 기존 영상을 '재활용'하는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평양의 은아'를 앞세워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영상들을 선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평양의 은아'가 선보이는 영상들과,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선전·선동 매체의 또 다른 모습들은 16일 KBS1TV에서 방송된 '남북의창' 다시보기(http://news.kbs.co.kr/vod/program.do?bcd=0031#2020.05)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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