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법 동상이몽②] 소년원 처분 충분할까?…이수정·천종호에 묻다

입력 2020.05.1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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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흉악범죄가 언론에 조명될 때마다 나오는 단어가 있습니다. '소년법'입니다. 지난 3월, 배달일에 나선 대학 새내기의 목숨을 앗아간 렌터카 사망 사고를 일으킨 사람들, 모두 미성년자였습니다. 더군다나 렌터카를 운전한 중학생이 소년법상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에 해당해서 형사처벌을 면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논란이 일었는데요.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했습니다. 청와대 답변을 앞두고 국민들이 바라는 소년법은 어떤 건지, 그리고 소년법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모색해 봤습니다.


■소년원 처분은 단 3가지...대안은?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이 비교적 중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면 소년원으로 가게 됩니다. 소년원이어떤 곳인지는 일종의 기숙학교를 연상해 볼 수 있습니다. 수업을 받는 학교처럼 운영되는데 밖으로 나가지는 못하고 교화 프로그램도 받아야 합니다.

촉법소년보다 나이가 많은 만 14세 이상 만 19세 미만 청소년들은 성인처럼 형법이 적용됩니다. 법원에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그러나 초범 여부와 피해자에게 용서를 받았는지 여부, 반성의 기미 등 여러 사유를 고려해 교도소가 아닌 소년원 처분을 받기도 합니다. 소년원 송치 기간은 △1개월 이내 △6개월 △2년 이렇게 세 가지가 전부입니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3년 이내에 소년원에 다시 돌아오는 소년범 비율'이 20%를 넘습니다. 2018년 소년원 6달(9호)이나 2년(10호) 처분을 받은 소년범 1,488명 가운데 소년원 이력이 없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소년원 처분이 소년범의 자유를 박탈하는 사실상 구금형으로 가벼운 처분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년범에 대한 처벌과 교화 두 가지 목적을 함께 달성하려면 소년원 송치 기간을 1년, 2년 이상 등의 선택지를 더 추가하거나 각 개인에 따라 판사가 탄력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재량권을 보장하는 방안이 제기됩니다.



그렇다면 소년보호처분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이유가 소년원과 보호관찰소의 탓일까요?

전문가들은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소년원의 경우 여자아이들이 가는 소년원 2곳을 포함해 전국에 단 10곳 뿐입니다. 일본은 각 지역마다 소년원이 있어 모두 50곳이 넘습니다. 우리나라 보호관찰소의 경우에는 관찰관 1명당 관리하는 소년범의 수가 123명에 달하는데 다른 OECD 국가보다 4배가 넘습니다. 물리적으로 소년범을 세심하게 관리하기가 힘든 실정입니다.

■가정법원 소년부에서 모두 결정..."전담기관 필요"

현재는 가정법원 소년부에서 소년사건을 모두 담당하고 있습니다. 가정법원이 없는 지역은 이마저도 지방법원 소년부가 담당합니다. 소년범의 처분을 결정할 때 가정 환경과 학업 문제 등의 '결핍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보호관찰과 소년원 생활이 끝난 뒤에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다시 범죄의 늪으로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교정, 교육, 복지 등을 총괄할 수 있는 소년전담기관의 필요성을 말합니다.


이수정 교수는 소년범들이 처음 처벌을 받을 때 경각심이 가장 높기 때문에 빠른 개입, 즉시 처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수개월이 지난 뒤 처분을 해 봤자 범죄에 따른 처벌이라는 효과가 희미해진다는 뜻입니다.

실제 미국에서는 전환(Diversion) 정책을 펴서 경찰 수사 단계부터 보호관찰관이 소년범의 객관적 상황을 판단하고 법원이 주도해 외출금지와 사회봉사 등 다양한 처분을 내릴 수 있습니다. 단 이를 어길 때는 실제 처벌을 부과하는 단계로 넘어갑니다.


가정법원에서 소년범죄를 오래 담당했던 천종호 판사는 우리나라에 가정법원이 없는 지역도 있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전문성이 쌓여야 법원이 지역 내에서 제공할 수 있는 교육, 복지 등의 자원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경험에서 나온 천 판사의 조언입니다.

■흉악범죄 피해자 눈물 닦아줄 방안은?

언론에 조명된 흉악범죄는 분명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낼 정도로 심각하고 또,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끼쳤습니다. 이런 경우, 어떤 방법이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까요?


이수정 교수는 연령에 따라 보호처분이냐, 형사처벌이냐 나뉘어지는 현실에 대해 범죄 내용에 따라서 나이가 어려도 형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가정법원에 재량권을 주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습니다.

미성년자들이 법정에 섰을 때, 어떤 처분을 받을지 예상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처벌 효과를 높이자는 겁니다.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과 보호는 국가가 해야 할 책무라고 강조했습니다.


천종호 판사는 국민 여론이 들끓는 것은 연령의 제약으로 흉악범죄와 강력범죄에 대해 약한 처분이 내려지는 데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엄중한 대책으로 형사미성년자 연령 자체를 일괄적으로 내리는 것보다는 흉악범죄와 강력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대해 형벌을 부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때, 특별법에 적용되는 연령과 형량 상한에 대해서는 당연히 국민들의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청원으로 본 여론은 청소년의 흉악범죄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다는 분노, 그리고 피해자의 미래를 걱정하는 안타까움이었습니다. 현재 마련돼 있는 소년보호처분의 종류를 더 다양하게 해서 비교적 죄가 가볍고 초범인 소년범들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고, 이미 만성화된 흉악범죄에 관해서는 소년원 처분을 다양화하거나 다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청원이 생기기 전부터 뜨거웠던 소년법에 관한 논란, 소년법을 그냥 없애자거나 소년범들을 모두 교도소로 보내자는 주장은 이제 접고 국민과 정부, 또 전문가들이 그 개정의 방향을 함께 정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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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년법 동상이몽②] 소년원 처분 충분할까?…이수정·천종호에 묻다
    • 입력 2020-05-16 10:03:02
    취재K
청소년들의 흉악범죄가 언론에 조명될 때마다 나오는 단어가 있습니다. '소년법'입니다. 지난 3월, 배달일에 나선 대학 새내기의 목숨을 앗아간 렌터카 사망 사고를 일으킨 사람들, 모두 미성년자였습니다. 더군다나 렌터카를 운전한 중학생이 소년법상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에 해당해서 형사처벌을 면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논란이 일었는데요.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했습니다. 청와대 답변을 앞두고 국민들이 바라는 소년법은 어떤 건지, 그리고 소년법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모색해 봤습니다.


■소년원 처분은 단 3가지...대안은?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이 비교적 중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면 소년원으로 가게 됩니다. 소년원이어떤 곳인지는 일종의 기숙학교를 연상해 볼 수 있습니다. 수업을 받는 학교처럼 운영되는데 밖으로 나가지는 못하고 교화 프로그램도 받아야 합니다.

촉법소년보다 나이가 많은 만 14세 이상 만 19세 미만 청소년들은 성인처럼 형법이 적용됩니다. 법원에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그러나 초범 여부와 피해자에게 용서를 받았는지 여부, 반성의 기미 등 여러 사유를 고려해 교도소가 아닌 소년원 처분을 받기도 합니다. 소년원 송치 기간은 △1개월 이내 △6개월 △2년 이렇게 세 가지가 전부입니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3년 이내에 소년원에 다시 돌아오는 소년범 비율'이 20%를 넘습니다. 2018년 소년원 6달(9호)이나 2년(10호) 처분을 받은 소년범 1,488명 가운데 소년원 이력이 없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소년원 처분이 소년범의 자유를 박탈하는 사실상 구금형으로 가벼운 처분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년범에 대한 처벌과 교화 두 가지 목적을 함께 달성하려면 소년원 송치 기간을 1년, 2년 이상 등의 선택지를 더 추가하거나 각 개인에 따라 판사가 탄력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재량권을 보장하는 방안이 제기됩니다.



그렇다면 소년보호처분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이유가 소년원과 보호관찰소의 탓일까요?

전문가들은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소년원의 경우 여자아이들이 가는 소년원 2곳을 포함해 전국에 단 10곳 뿐입니다. 일본은 각 지역마다 소년원이 있어 모두 50곳이 넘습니다. 우리나라 보호관찰소의 경우에는 관찰관 1명당 관리하는 소년범의 수가 123명에 달하는데 다른 OECD 국가보다 4배가 넘습니다. 물리적으로 소년범을 세심하게 관리하기가 힘든 실정입니다.

■가정법원 소년부에서 모두 결정..."전담기관 필요"

현재는 가정법원 소년부에서 소년사건을 모두 담당하고 있습니다. 가정법원이 없는 지역은 이마저도 지방법원 소년부가 담당합니다. 소년범의 처분을 결정할 때 가정 환경과 학업 문제 등의 '결핍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보호관찰과 소년원 생활이 끝난 뒤에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다시 범죄의 늪으로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교정, 교육, 복지 등을 총괄할 수 있는 소년전담기관의 필요성을 말합니다.


이수정 교수는 소년범들이 처음 처벌을 받을 때 경각심이 가장 높기 때문에 빠른 개입, 즉시 처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수개월이 지난 뒤 처분을 해 봤자 범죄에 따른 처벌이라는 효과가 희미해진다는 뜻입니다.

실제 미국에서는 전환(Diversion) 정책을 펴서 경찰 수사 단계부터 보호관찰관이 소년범의 객관적 상황을 판단하고 법원이 주도해 외출금지와 사회봉사 등 다양한 처분을 내릴 수 있습니다. 단 이를 어길 때는 실제 처벌을 부과하는 단계로 넘어갑니다.


가정법원에서 소년범죄를 오래 담당했던 천종호 판사는 우리나라에 가정법원이 없는 지역도 있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전문성이 쌓여야 법원이 지역 내에서 제공할 수 있는 교육, 복지 등의 자원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경험에서 나온 천 판사의 조언입니다.

■흉악범죄 피해자 눈물 닦아줄 방안은?

언론에 조명된 흉악범죄는 분명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낼 정도로 심각하고 또,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끼쳤습니다. 이런 경우, 어떤 방법이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까요?


이수정 교수는 연령에 따라 보호처분이냐, 형사처벌이냐 나뉘어지는 현실에 대해 범죄 내용에 따라서 나이가 어려도 형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가정법원에 재량권을 주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습니다.

미성년자들이 법정에 섰을 때, 어떤 처분을 받을지 예상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처벌 효과를 높이자는 겁니다.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과 보호는 국가가 해야 할 책무라고 강조했습니다.


천종호 판사는 국민 여론이 들끓는 것은 연령의 제약으로 흉악범죄와 강력범죄에 대해 약한 처분이 내려지는 데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엄중한 대책으로 형사미성년자 연령 자체를 일괄적으로 내리는 것보다는 흉악범죄와 강력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대해 형벌을 부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때, 특별법에 적용되는 연령과 형량 상한에 대해서는 당연히 국민들의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청원으로 본 여론은 청소년의 흉악범죄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다는 분노, 그리고 피해자의 미래를 걱정하는 안타까움이었습니다. 현재 마련돼 있는 소년보호처분의 종류를 더 다양하게 해서 비교적 죄가 가볍고 초범인 소년범들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고, 이미 만성화된 흉악범죄에 관해서는 소년원 처분을 다양화하거나 다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청원이 생기기 전부터 뜨거웠던 소년법에 관한 논란, 소년법을 그냥 없애자거나 소년범들을 모두 교도소로 보내자는 주장은 이제 접고 국민과 정부, 또 전문가들이 그 개정의 방향을 함께 정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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