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톡] 언론에 받은 상처…“그럼에도 언론이 희망”-언론개혁②

입력 2020.05.1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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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저널리즘토크쇼 J'는 언론이 용산 참사와 세월호 참사, 故 백남기 농민 사건 등을 다루며 불신을 자초했던 결정적 장면을 살펴봤습니다. 알 권리를 핑계로 무리한 취재경쟁을 벌이고, 권력자 눈치를 보며 프레임을 교묘하게 바꾸는 보도 행태는 사건 당시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사건 당사자들은 언론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J' 취재진이 용산 참사와 세월호 참사 유가족, 쌍용차 해고 노동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등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이들 사건이 터졌을 당시, 언론은 하루가 멀다고 보도를 쏟아냈었죠. 그런데 사건 당사자들,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과연 얼마나 충실하게 보도했을까요?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취재는 얼마나 집요하게 했을까요?


"(남편의 시신을 보니) 발목이 일자로 잘려져 있더라고요. 부러진 것도 아니고 정확하게 잘려져 있는데 그게 어떻게 화재사입니까?"

용산 참사로 남편을 떠나보낸 김영덕 씨는 숨진 남편의 시신을 본 뒤, 화재로 인한 사망이라는 경찰 발표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 씨는 경찰의 과잉진압과 사건 은폐 의혹을 언론에 수차례 밝혀왔지만, 보도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언론은 주로 '철거민들이 던진 화염병', '전국철거민연합의 조직적 개입'을 문제 삼았습니다.


"인터뷰할 때마다 있는 그대로 부탁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내가 인터뷰한 대로만 보도 좀 해 줘라. 그렇게 사정을 하면서도 했는데도 그게 보도가 안 됐어요."

직장에서 해고된 3천 명의 쌍용차 노동자들을 두 번 울린 건 언론이었습니다.

"77일간 옥쇄파업 상황을 보면 실시간으로 전쟁 일어난 것처럼 생방송으로 24시간 계속 나왔잖아요. 몇날 며칠을. 그리고 노동자들이 새총 쏘는 모습 아니면 화염병 던지는 모습 이런 것들만 부각했어요."


'쌍용차 사태'로 해고됐다가 지난해 복직한 김선동 씨는 언론이 노동자를 폭력 집단 또는 불온 사상자로 묘사해 큰 피해를 보았다고 말합니다.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혀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고, 가족과 친구 등 가까운 인간관계마저 끊어지기도 했었습니다.

"결국에 그것을 못 견뎌서 돌아가신 분들이 있고 가족, 당사자들 그런 분들이 33명이나 발생이 된 거잖아요. 그런 걸 봤을 때 과연 언론이 그런 역할들을 제대로 해줬다면 자기의 생명을 내려놓을 사태까지 가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사상 최악의 '언론 참사'라고 불렸던 세월호 참사 때 유가족들은 과열된 취재 경쟁과 무책임한 오보를 지켜봐야 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 정성욱 씨는 "아이들을 찍겠다며 몰려든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아요. 특종이 그렇게 중요하고 아이들 모습을 담는 게 그렇게 중요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라면서 피해자 배려가 없었던 언론을 지적했습니다.

언론의 무관심이 사회적 피해를 키운 사례도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2011년부터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뒤 폐 섬유화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언론은 '독성이 없다'고 발표한 보건 당국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 당시에는 아무리 우리가 떠들어도 내용이 사실 진전된 내용이 크게 없었기 때문에 좀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는 얘기만 들었지 이렇게까지 심각할지는 몰랐거든요. 언론이 화제가 큰 거, 뉴스가 좀 크게 될 만한 거 위주로 좀 많이 쫓아다니다 보니까…."


언론으로부터 상처와 피해를 입었던 이 씨는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 씨는 "(가습기 살균제 뉴스가) 신문이나 방송에서 나오니까 피해자분들이 알게 된 거죠. 내가 가습기 살균제를 써서 몸이 이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피해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며, "언론의 관심이 끊어지는 순간, 피해자가 나타나지 못하고 묻힐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환경보건시민센터가 2016년 1년간 가습기 살균제 관련 언론 보도와 피해 신고 현황을 살펴본 결과, 언론 보도가 늘어남에 따라 피해 신고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6년 4월과 6월 사이 가습기 살균제 보도가 18,000건까지 치솟으며 늘어났을 때, 같은 기간 피해자 신고 역시 1,362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언론의 적극적인 보도가 피해자를 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입니다.



쌍용차 해고·복직 노동자 김선동 씨는 "언론이 투명하게 사안들에 대해서 충실하게 담아주고 취재해주고 그것을 알려줌으로써 국민이 판단할 수 있게끔, 편파적이지 않는 보도를 바라고 싶어요"라면서 언론이 우리 사회 약자들이 기댈 수 있는 희망이라고 말했습니다.

'J' 고정 패널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언론개혁은 투쟁이나 싸움이 아닌 상식적 수준의 저널리즘의 복귀, 회복"이라며 언론개혁이 저널리즘의 원칙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입니다. J 90회는 <언론개혁 2부, 우리는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주제로 오는 17일(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됩니다. 이상호 KBS 아나운서,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임자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활동가 겸 변호사,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최강욱 열린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이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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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리톡] 언론에 받은 상처…“그럼에도 언론이 희망”-언론개혁②
    • 입력 2020-05-16 10:03:02
    저널리즘 토크쇼 J
지난주 '저널리즘토크쇼 J'는 언론이 용산 참사와 세월호 참사, 故 백남기 농민 사건 등을 다루며 불신을 자초했던 결정적 장면을 살펴봤습니다. 알 권리를 핑계로 무리한 취재경쟁을 벌이고, 권력자 눈치를 보며 프레임을 교묘하게 바꾸는 보도 행태는 사건 당시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사건 당사자들은 언론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J' 취재진이 용산 참사와 세월호 참사 유가족, 쌍용차 해고 노동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등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이들 사건이 터졌을 당시, 언론은 하루가 멀다고 보도를 쏟아냈었죠. 그런데 사건 당사자들,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과연 얼마나 충실하게 보도했을까요?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취재는 얼마나 집요하게 했을까요?


"(남편의 시신을 보니) 발목이 일자로 잘려져 있더라고요. 부러진 것도 아니고 정확하게 잘려져 있는데 그게 어떻게 화재사입니까?"

용산 참사로 남편을 떠나보낸 김영덕 씨는 숨진 남편의 시신을 본 뒤, 화재로 인한 사망이라는 경찰 발표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 씨는 경찰의 과잉진압과 사건 은폐 의혹을 언론에 수차례 밝혀왔지만, 보도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언론은 주로 '철거민들이 던진 화염병', '전국철거민연합의 조직적 개입'을 문제 삼았습니다.


"인터뷰할 때마다 있는 그대로 부탁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내가 인터뷰한 대로만 보도 좀 해 줘라. 그렇게 사정을 하면서도 했는데도 그게 보도가 안 됐어요."

직장에서 해고된 3천 명의 쌍용차 노동자들을 두 번 울린 건 언론이었습니다.

"77일간 옥쇄파업 상황을 보면 실시간으로 전쟁 일어난 것처럼 생방송으로 24시간 계속 나왔잖아요. 몇날 며칠을. 그리고 노동자들이 새총 쏘는 모습 아니면 화염병 던지는 모습 이런 것들만 부각했어요."


'쌍용차 사태'로 해고됐다가 지난해 복직한 김선동 씨는 언론이 노동자를 폭력 집단 또는 불온 사상자로 묘사해 큰 피해를 보았다고 말합니다.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혀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고, 가족과 친구 등 가까운 인간관계마저 끊어지기도 했었습니다.

"결국에 그것을 못 견뎌서 돌아가신 분들이 있고 가족, 당사자들 그런 분들이 33명이나 발생이 된 거잖아요. 그런 걸 봤을 때 과연 언론이 그런 역할들을 제대로 해줬다면 자기의 생명을 내려놓을 사태까지 가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사상 최악의 '언론 참사'라고 불렸던 세월호 참사 때 유가족들은 과열된 취재 경쟁과 무책임한 오보를 지켜봐야 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 정성욱 씨는 "아이들을 찍겠다며 몰려든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아요. 특종이 그렇게 중요하고 아이들 모습을 담는 게 그렇게 중요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라면서 피해자 배려가 없었던 언론을 지적했습니다.

언론의 무관심이 사회적 피해를 키운 사례도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2011년부터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뒤 폐 섬유화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언론은 '독성이 없다'고 발표한 보건 당국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 당시에는 아무리 우리가 떠들어도 내용이 사실 진전된 내용이 크게 없었기 때문에 좀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는 얘기만 들었지 이렇게까지 심각할지는 몰랐거든요. 언론이 화제가 큰 거, 뉴스가 좀 크게 될 만한 거 위주로 좀 많이 쫓아다니다 보니까…."


언론으로부터 상처와 피해를 입었던 이 씨는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 씨는 "(가습기 살균제 뉴스가) 신문이나 방송에서 나오니까 피해자분들이 알게 된 거죠. 내가 가습기 살균제를 써서 몸이 이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피해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며, "언론의 관심이 끊어지는 순간, 피해자가 나타나지 못하고 묻힐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환경보건시민센터가 2016년 1년간 가습기 살균제 관련 언론 보도와 피해 신고 현황을 살펴본 결과, 언론 보도가 늘어남에 따라 피해 신고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6년 4월과 6월 사이 가습기 살균제 보도가 18,000건까지 치솟으며 늘어났을 때, 같은 기간 피해자 신고 역시 1,362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언론의 적극적인 보도가 피해자를 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입니다.



쌍용차 해고·복직 노동자 김선동 씨는 "언론이 투명하게 사안들에 대해서 충실하게 담아주고 취재해주고 그것을 알려줌으로써 국민이 판단할 수 있게끔, 편파적이지 않는 보도를 바라고 싶어요"라면서 언론이 우리 사회 약자들이 기댈 수 있는 희망이라고 말했습니다.

'J' 고정 패널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언론개혁은 투쟁이나 싸움이 아닌 상식적 수준의 저널리즘의 복귀, 회복"이라며 언론개혁이 저널리즘의 원칙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입니다. J 90회는 <언론개혁 2부, 우리는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주제로 오는 17일(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됩니다. 이상호 KBS 아나운서,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임자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활동가 겸 변호사,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최강욱 열린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이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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