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돌 논란’ FC서울도 프로축구연맹도 속았다?

입력 2020.05.1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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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과 K리그가 때아닌 '성인용품'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7일 FC서울의 홈 개막전. 관중석에 마네킹 10여 개가 텅 빈 관중석을 채웠고, 중계방송과 사진을 통해 접한 일부 축구팬들이 단순한 마네킹이 아니라 사람의 신체를 본떠 만든 성인용품 '리얼돌'이란 지적을 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커졌다.

결국, 경기 뒤 FC서울과 해당 마네킹 제조업체 측이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고, FC서울은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이를 영국의 타블로이드지 '더 선' 등 일부 해외 매체들도 보도하면서 파장은 더욱 커진 상태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프로축구연맹에 있었다. 연맹은 K리그 개막을 앞두고 지인의 소개로 한 인형 제작 업체 관계자를 만났다. K리그가 무관중으로 개막하는 만큼 팬을 형상화한 마네킹을 경기장에 전시하는 제안을 했고, 연맹은 수도권 구단 가운데 FC서울을 추천했다. 연맹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이 업체 관계자로부터 명함조차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신중하지 못한 처사였다. 프로연맹 측은 "이 업체는 스스로를 피규어(Figure) 제작 업체로만 소개했을 뿐 성인용품이라는 사실까지는 인지하지 못했다. 이런 종류의 업체 제안은 매우 많아 일일이 연맹이 직접 응대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인터넷 검색창에 이름만 올려도 성인용품 관련 업체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일이었다.

FC서울 역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해당 업체와 논의를 진행하면서 충분히 사전에 거를 수 있는 사안이었다. 이 업체 대표는 해명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리얼돌이 아닌 프리미엄 마네킹을 생산하는 업체"라고 주장했지만, 해당 업체의 홈페이지에는 '리얼돌을 비롯한 성인용품을 개발, 제조하는 브랜드'라고 적혀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깨끗하고 공정한 스포츠인 프로축구의 이미지에 걸맞지 않은 업체가 무리한 마케팅 홍보 효과를 노리고 진입하면서 발생한 일이었다. 프로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자부심에도 적잖은 상처를 냈고, 모처럼 코로나 19를 극복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K리그에도 악재로 돌아왔다. 무관중으로 진행되는 K리그를 조금이라도 풍성하게 하려는 각 구단의 노력이 폄하되어서는 안 되지만, 조금 더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프로축구연맹은 "연맹 마케팅 정관 19조에 따르면 음란하거나 퇴폐적인 내용으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을 금지광고물로 규정하고 있다. 상벌위원회를 열 수 있지만 이번 경우가 상업 광고 대상인지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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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얼돌 논란’ FC서울도 프로축구연맹도 속았다?
    • 입력 2020-05-18 17:54:09
    스포츠K
FC서울과 K리그가 때아닌 '성인용품'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7일 FC서울의 홈 개막전. 관중석에 마네킹 10여 개가 텅 빈 관중석을 채웠고, 중계방송과 사진을 통해 접한 일부 축구팬들이 단순한 마네킹이 아니라 사람의 신체를 본떠 만든 성인용품 '리얼돌'이란 지적을 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커졌다.

결국, 경기 뒤 FC서울과 해당 마네킹 제조업체 측이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고, FC서울은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이를 영국의 타블로이드지 '더 선' 등 일부 해외 매체들도 보도하면서 파장은 더욱 커진 상태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프로축구연맹에 있었다. 연맹은 K리그 개막을 앞두고 지인의 소개로 한 인형 제작 업체 관계자를 만났다. K리그가 무관중으로 개막하는 만큼 팬을 형상화한 마네킹을 경기장에 전시하는 제안을 했고, 연맹은 수도권 구단 가운데 FC서울을 추천했다. 연맹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이 업체 관계자로부터 명함조차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신중하지 못한 처사였다. 프로연맹 측은 "이 업체는 스스로를 피규어(Figure) 제작 업체로만 소개했을 뿐 성인용품이라는 사실까지는 인지하지 못했다. 이런 종류의 업체 제안은 매우 많아 일일이 연맹이 직접 응대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인터넷 검색창에 이름만 올려도 성인용품 관련 업체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일이었다.

FC서울 역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해당 업체와 논의를 진행하면서 충분히 사전에 거를 수 있는 사안이었다. 이 업체 대표는 해명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리얼돌이 아닌 프리미엄 마네킹을 생산하는 업체"라고 주장했지만, 해당 업체의 홈페이지에는 '리얼돌을 비롯한 성인용품을 개발, 제조하는 브랜드'라고 적혀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깨끗하고 공정한 스포츠인 프로축구의 이미지에 걸맞지 않은 업체가 무리한 마케팅 홍보 효과를 노리고 진입하면서 발생한 일이었다. 프로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자부심에도 적잖은 상처를 냈고, 모처럼 코로나 19를 극복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K리그에도 악재로 돌아왔다. 무관중으로 진행되는 K리그를 조금이라도 풍성하게 하려는 각 구단의 노력이 폄하되어서는 안 되지만, 조금 더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프로축구연맹은 "연맹 마케팅 정관 19조에 따르면 음란하거나 퇴폐적인 내용으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을 금지광고물로 규정하고 있다. 상벌위원회를 열 수 있지만 이번 경우가 상업 광고 대상인지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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