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그립지만”…‘완치 판정’ 간호사, 외딴 시골 간 이유는?

입력 2020.05.1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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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김성덕 씨는 올봄, 대구에서 환자를 돌보다 코로나 19에 감염됐습니다. 지난 12일 '국제 간호사의 날' 당일 음압병실에서 화상 통화로 KBS와 인터뷰했던 김 간호사가 지난주, 완치 퇴원했습니다.

"43일 만에 건강히 퇴원했습니다." 두 번째 자가격리 중

"계절이 바뀌었더라고요. 봄꽃이 만개했을 때 병원에 있었는데, 이젠 모내기도 다 끝났네요."

김성덕 씨는 지난 16일 전북대병원에서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습니다. 지난달 4일 확진 판정을 받고 43일 만입니다. 대전보훈병원 소속 21년 차 간호사인 김 씨는 지난 3월 대구 동산병원에 파견을 자원해 환자를 돌보다 감염됐습니다. 퇴원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족들이 있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요."라고 답했던 김 씨. 아들딸들 3남매가 기다리는 대전으로 가지 않고, 전북 장수에서 또 자가격리 중입니다.

김 간호사의 자가격리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대구 봉사 이후 대전 병원으로 복귀하기 전에도 전북 장수 집에서 자가격리를 했습니다. 이때 진단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 혹시 모를 감염 걱정 "시골에서 2주 더 지내다 가족에게"

김 간호사의 친정이기도 한 장수의 시골 마을엔 산비탈 밭을 일구면서 만들어 놓은 건물이 있다고 합니다. 부모님이 생활하는 곳이 아닌 그 건물 한 동에서 이달까지 지낼 예정입니다. 자발적인 자가격리입니다.

혹시 모를 감염 가능성을 아예 차단하기 위해서, 그리고 엄마가 병원에서 감염됐다는 걸 아는 아이들의 친구들이 겁먹거나 행여 놀리진 않을지 걱정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아이들과의 만남은 2주 더 미뤘습니다.


"환자들에게 더 따뜻하게 말해줄 걸…선입견 없길"

김 간호사는 대구에서 활동한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환자가 되어보니 대구에서 만났던 확진자들의 맘을 더 헤아리지 못한 것이 뒤늦게 후회됐다고 합니다.

"제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나니, '확진자의 가족'이라고 알려지고 오해가 쌓여 혹시 아이들이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되더라고요. 솔직히 대구 환자분들을 만나기 전에, 종교 등에 선입견을 품고 일을 시작했던 것이 참 후회가 됩니다. 막상 대구에 들어갔을 때 만난 그분들은 그냥 코로나 19 환자였어요. 그분들에게 좀 더 따뜻하게 위로해 주고 올 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병실에서 가족들이 그립고 많이 외롭더라고요. 그분들도 그랬을 것 같아요."

부족한 휴게공간, 젖은 마스크…. 봉사하는 간호사들 처우 개선 필요

"대구 생활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어요. 숙소도 깨끗했고 식사도 잘 제공되고 있었습니다. 다른 불편함은 없었지만,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면서 교대근무 사이 휴게 공간이 부족한 경우가 있기는 했습니다. 늘 젖은 마스크를 껴야 했고요."

화상 인터뷰를 진행할 당시, 코로나19 치료를 받는 중이었지만 김 간호사는 자신보다는 동료들을 더 걱정했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봉사하는 간호사들의 근로 환경이 개선되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전했습니다.


김 간호사가 만났던 몇 명의 간호사들은 아예 퇴사하고 대구, 경북 지역에 와서 일했다고 합니다. 파견 의료진들의 자가격리가 의무가 아니던 당시 일부 소속 병원은 봉사가 끝나면 곧바로 복귀할 것을 원했지만, 간호사가 잠복기인 14일 동안 출근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하는 경우 조율이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 씨의 소속 병원인 대전보훈병원은 대구 지역 의료지원 기간 유급으로 출장을 보내주고 자가격리까지 공과처리를 해 주면서 행정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아 마음 편하게 환자들을 돌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소속 병원에서 받은 처우가 당연히 다른 간호사들에게도 이루어질 거로 생각했는데 막상 중구난방의 처우를 보고 되게 안타까웠습니다."

"자가격리는 자신과의 싸움, 공동체가 책임져야 할 질병"

"사실 코로나19는 자가격리 때 정말 힘들었거든요. 스스로 감시해야 하는 자신과의 싸움이니까요."

김 간호사는 40여 일 동안 작은 병실에서 하루 만 보 정도 제자리걸음을 걸었습니다. 건강하게 다시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서입니다. 장수 산골에서도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으며 산책을 하고, 가족들이 빈집에 두고 간 신선한 음식을 챙겨 먹고 있습니다. 김 간호사가 겪은 코로나 19는 한 명 한 명의 일상을 뺏는 무척 잔인한 바이러스, 그래서 함께 책임지고 싸워야만 이겨낼 수 있는 바이러스입니다.

"코로나19는 저의 2020년 봄,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아간 질병입니다. 이 질병은 나와 내 가족, 또 나의 이웃들을 위해서라도 모두가 함께 공동으로 책임져야 하는 그런 질병인 것 같습니다."

[연관기사] 헌신과 땀방울로 만들어낸 ‘그대들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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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 그립지만”…‘완치 판정’ 간호사, 외딴 시골 간 이유는?
    • 입력 2020-05-19 11:53:17
    취재K
간호사 김성덕 씨는 올봄, 대구에서 환자를 돌보다 코로나 19에 감염됐습니다. 지난 12일 '국제 간호사의 날' 당일 음압병실에서 화상 통화로 KBS와 인터뷰했던 김 간호사가 지난주, 완치 퇴원했습니다.

"43일 만에 건강히 퇴원했습니다." 두 번째 자가격리 중

"계절이 바뀌었더라고요. 봄꽃이 만개했을 때 병원에 있었는데, 이젠 모내기도 다 끝났네요."

김성덕 씨는 지난 16일 전북대병원에서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습니다. 지난달 4일 확진 판정을 받고 43일 만입니다. 대전보훈병원 소속 21년 차 간호사인 김 씨는 지난 3월 대구 동산병원에 파견을 자원해 환자를 돌보다 감염됐습니다. 퇴원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족들이 있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요."라고 답했던 김 씨. 아들딸들 3남매가 기다리는 대전으로 가지 않고, 전북 장수에서 또 자가격리 중입니다.

김 간호사의 자가격리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대구 봉사 이후 대전 병원으로 복귀하기 전에도 전북 장수 집에서 자가격리를 했습니다. 이때 진단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 혹시 모를 감염 걱정 "시골에서 2주 더 지내다 가족에게"

김 간호사의 친정이기도 한 장수의 시골 마을엔 산비탈 밭을 일구면서 만들어 놓은 건물이 있다고 합니다. 부모님이 생활하는 곳이 아닌 그 건물 한 동에서 이달까지 지낼 예정입니다. 자발적인 자가격리입니다.

혹시 모를 감염 가능성을 아예 차단하기 위해서, 그리고 엄마가 병원에서 감염됐다는 걸 아는 아이들의 친구들이 겁먹거나 행여 놀리진 않을지 걱정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아이들과의 만남은 2주 더 미뤘습니다.


"환자들에게 더 따뜻하게 말해줄 걸…선입견 없길"

김 간호사는 대구에서 활동한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환자가 되어보니 대구에서 만났던 확진자들의 맘을 더 헤아리지 못한 것이 뒤늦게 후회됐다고 합니다.

"제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나니, '확진자의 가족'이라고 알려지고 오해가 쌓여 혹시 아이들이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되더라고요. 솔직히 대구 환자분들을 만나기 전에, 종교 등에 선입견을 품고 일을 시작했던 것이 참 후회가 됩니다. 막상 대구에 들어갔을 때 만난 그분들은 그냥 코로나 19 환자였어요. 그분들에게 좀 더 따뜻하게 위로해 주고 올 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병실에서 가족들이 그립고 많이 외롭더라고요. 그분들도 그랬을 것 같아요."

부족한 휴게공간, 젖은 마스크…. 봉사하는 간호사들 처우 개선 필요

"대구 생활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어요. 숙소도 깨끗했고 식사도 잘 제공되고 있었습니다. 다른 불편함은 없었지만,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면서 교대근무 사이 휴게 공간이 부족한 경우가 있기는 했습니다. 늘 젖은 마스크를 껴야 했고요."

화상 인터뷰를 진행할 당시, 코로나19 치료를 받는 중이었지만 김 간호사는 자신보다는 동료들을 더 걱정했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봉사하는 간호사들의 근로 환경이 개선되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전했습니다.


김 간호사가 만났던 몇 명의 간호사들은 아예 퇴사하고 대구, 경북 지역에 와서 일했다고 합니다. 파견 의료진들의 자가격리가 의무가 아니던 당시 일부 소속 병원은 봉사가 끝나면 곧바로 복귀할 것을 원했지만, 간호사가 잠복기인 14일 동안 출근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하는 경우 조율이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 씨의 소속 병원인 대전보훈병원은 대구 지역 의료지원 기간 유급으로 출장을 보내주고 자가격리까지 공과처리를 해 주면서 행정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아 마음 편하게 환자들을 돌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소속 병원에서 받은 처우가 당연히 다른 간호사들에게도 이루어질 거로 생각했는데 막상 중구난방의 처우를 보고 되게 안타까웠습니다."

"자가격리는 자신과의 싸움, 공동체가 책임져야 할 질병"

"사실 코로나19는 자가격리 때 정말 힘들었거든요. 스스로 감시해야 하는 자신과의 싸움이니까요."

김 간호사는 40여 일 동안 작은 병실에서 하루 만 보 정도 제자리걸음을 걸었습니다. 건강하게 다시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서입니다. 장수 산골에서도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으며 산책을 하고, 가족들이 빈집에 두고 간 신선한 음식을 챙겨 먹고 있습니다. 김 간호사가 겪은 코로나 19는 한 명 한 명의 일상을 뺏는 무척 잔인한 바이러스, 그래서 함께 책임지고 싸워야만 이겨낼 수 있는 바이러스입니다.

"코로나19는 저의 2020년 봄,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아간 질병입니다. 이 질병은 나와 내 가족, 또 나의 이웃들을 위해서라도 모두가 함께 공동으로 책임져야 하는 그런 질병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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