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외교청서 억지 주장 계속…험난한 한일관계 예고

입력 2020.05.1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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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2020년 외교청서를 발간했습니다. 외교청서는 1957년부터 일본 외무성이 해마다 발간하는 백서로, 일본이 파악하는 국제 정세가 담겨 있습니다. 올해 외교청서는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발간된 것입니다.

일본은 그동안 외교청서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거나, 한일 관계 악화의 책임을 한국에 전부 떠넘기는 등의 억지 주장을 펼쳐왔습니다. 올해도 그 기조가 크게 변하지 않아, 외교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강력히 항의하고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했습니다.

2020년 일본 외교청서2020년 일본 외교청서

■ 일본 외교청서 속 억지 주장 살펴보니…

① 독도

일본은 독도를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면서 "역사적 사실에 비춰보더라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하게 일본 고유영토"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한국은 경비대를 상주시키는 등 국제법상 아무 근거가 없는 채 다케시마 불법 점거를 계속하고 있다"고 기술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2017년 외교청서에서는 독도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되 '불법 점거 상태'라는 주장까지는 나가지 않았는데, 2018년부터 '불법 점거'라는 더 강한 표현을 사용했고, 올해도 그 기조를 이어갔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독도는 역사적으로도, 지리적으로도,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 영토"라며 일본의 즉각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② 일본군 위안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선 "'성노예'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사실에 어긋나며, 이런 점을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한국도 확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내용은 지난해 갑자기 추가됐는데, 올해도 이어졌습니다.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때 일본은 '성노예'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여러 차례 요구했습니다. 이에 한국 측은 "공식 명칭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뿐임을 확인한다"고 대응했습니다. 이를 두고 일본은 "한국도 '성노예'란 표현을 안 쓰는 데 합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작년에 우리 정부가 일본 측에 "성노예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로 확인한 적은 없다"고 항의했지만, 올해 수정되지는 않았습니다.

2020년 일본 외교청서2020년 일본 외교청서

③ 강제징용 문제

강제징용과 관련해선,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이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른 중재위원회 구성을 요구했으나 한국 정부의 불응으로 설치가 불발됐다고 기술했습니다.

당시 한국은 입장은, 삼권분립으로 대법원판결에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한국에 대한 모든 배상을 끝냈다는 입장인데, 한국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른 한일 간 중재위에 응할 수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 보복 조치로 이뤄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선 "군사 전용 가능성이 있는 물자와 기술의 관리를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또 수출 규제 조치 이후 한국 정부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의 종료 결정을 발표했다가 효력을 정지한 것과 관련해선 "한국 정부가 현재의 지역 안보를 고려해 이런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일본 외교청서 속 한국 표현일본 외교청서 속 한국 표현

■ 3년 만에 등장한 '한국은 이웃'…일본의 속내는?

올해 일본 외교청서에서 주목할 점은 "한국은 일본에 있어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표현이 3년 만에 부활했다는 점입니다.

일본 외무성은 2017년 외교청서에서 "한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규정했는데 이런 표현을 2018년과 2019년 외교청서에서는 삭제했습니다.

일본이 2010년대 초반부터 총리 시정연설이나 외교청서 등에서 한국을 표현하는 문장에는 세 가지 요소가 담겨 있었습니다. ①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법치주의 등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고 ②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③가장 중요한 이웃이라는 표현이었습니다.

하지만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본은 이 세 가지 표현 중에 일부만 사용하거나 아예 아무 표현도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한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 왔습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위안부 합의로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이 해산되고, 한국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나오면서 아예 한국과 관계설정을 언급하지 않아 왔습니다.

그러다 외교청서에 3년 만에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다시 언급한 겁니다. 앞서 지난 1월 아베 총리도 6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두고 '원래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표현했습니다. 물론 '원래'는 그랬다는 식의 표현으로 조건을 달긴 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일본이 한국에 대해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에도 한일 간 방역 협력은 시작되지 않고 있고, 지난주 유선으로 열렸던 외교부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도 일본의 입장 변화가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외교소식통은 "현재 코로나19 방역 협력과 관련해서, 일본 총리관저에서는 한국에 손 벌리기 싫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라며 "진단키트나 마스크 물품 지원 등으로 협력의 물꼬를 터야 하는데 당분간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면서 "아베 총리가 신년 연설에서 사용한 뒤 연속성 차원에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양 교수는 "일본은 강제징용 문제가 정리될 때까지는 한국에 대해서 마음을 열지 않겠다는 기류가 분명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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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외교청서 억지 주장 계속…험난한 한일관계 예고
    • 입력 2020-05-19 16:11:45
    취재K
일본이 2020년 외교청서를 발간했습니다. 외교청서는 1957년부터 일본 외무성이 해마다 발간하는 백서로, 일본이 파악하는 국제 정세가 담겨 있습니다. 올해 외교청서는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발간된 것입니다.

일본은 그동안 외교청서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거나, 한일 관계 악화의 책임을 한국에 전부 떠넘기는 등의 억지 주장을 펼쳐왔습니다. 올해도 그 기조가 크게 변하지 않아, 외교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강력히 항의하고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했습니다.

2020년 일본 외교청서
■ 일본 외교청서 속 억지 주장 살펴보니…

① 독도

일본은 독도를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면서 "역사적 사실에 비춰보더라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하게 일본 고유영토"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한국은 경비대를 상주시키는 등 국제법상 아무 근거가 없는 채 다케시마 불법 점거를 계속하고 있다"고 기술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2017년 외교청서에서는 독도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되 '불법 점거 상태'라는 주장까지는 나가지 않았는데, 2018년부터 '불법 점거'라는 더 강한 표현을 사용했고, 올해도 그 기조를 이어갔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독도는 역사적으로도, 지리적으로도,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 영토"라며 일본의 즉각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② 일본군 위안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선 "'성노예'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사실에 어긋나며, 이런 점을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한국도 확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내용은 지난해 갑자기 추가됐는데, 올해도 이어졌습니다.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때 일본은 '성노예'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여러 차례 요구했습니다. 이에 한국 측은 "공식 명칭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뿐임을 확인한다"고 대응했습니다. 이를 두고 일본은 "한국도 '성노예'란 표현을 안 쓰는 데 합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작년에 우리 정부가 일본 측에 "성노예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로 확인한 적은 없다"고 항의했지만, 올해 수정되지는 않았습니다.

2020년 일본 외교청서
③ 강제징용 문제

강제징용과 관련해선,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이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른 중재위원회 구성을 요구했으나 한국 정부의 불응으로 설치가 불발됐다고 기술했습니다.

당시 한국은 입장은, 삼권분립으로 대법원판결에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한국에 대한 모든 배상을 끝냈다는 입장인데, 한국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른 한일 간 중재위에 응할 수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 보복 조치로 이뤄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선 "군사 전용 가능성이 있는 물자와 기술의 관리를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또 수출 규제 조치 이후 한국 정부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의 종료 결정을 발표했다가 효력을 정지한 것과 관련해선 "한국 정부가 현재의 지역 안보를 고려해 이런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일본 외교청서 속 한국 표현
■ 3년 만에 등장한 '한국은 이웃'…일본의 속내는?

올해 일본 외교청서에서 주목할 점은 "한국은 일본에 있어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표현이 3년 만에 부활했다는 점입니다.

일본 외무성은 2017년 외교청서에서 "한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규정했는데 이런 표현을 2018년과 2019년 외교청서에서는 삭제했습니다.

일본이 2010년대 초반부터 총리 시정연설이나 외교청서 등에서 한국을 표현하는 문장에는 세 가지 요소가 담겨 있었습니다. ①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법치주의 등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고 ②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③가장 중요한 이웃이라는 표현이었습니다.

하지만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본은 이 세 가지 표현 중에 일부만 사용하거나 아예 아무 표현도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한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 왔습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위안부 합의로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이 해산되고, 한국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나오면서 아예 한국과 관계설정을 언급하지 않아 왔습니다.

그러다 외교청서에 3년 만에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다시 언급한 겁니다. 앞서 지난 1월 아베 총리도 6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두고 '원래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표현했습니다. 물론 '원래'는 그랬다는 식의 표현으로 조건을 달긴 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일본이 한국에 대해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에도 한일 간 방역 협력은 시작되지 않고 있고, 지난주 유선으로 열렸던 외교부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도 일본의 입장 변화가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외교소식통은 "현재 코로나19 방역 협력과 관련해서, 일본 총리관저에서는 한국에 손 벌리기 싫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라며 "진단키트나 마스크 물품 지원 등으로 협력의 물꼬를 터야 하는데 당분간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면서 "아베 총리가 신년 연설에서 사용한 뒤 연속성 차원에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양 교수는 "일본은 강제징용 문제가 정리될 때까지는 한국에 대해서 마음을 열지 않겠다는 기류가 분명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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