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1등 공신’ 공공병원 존폐위기

입력 2020.05.20 (20:00) 수정 2020.05.2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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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대구·경북의 공공병원들이 일등공신이라고 손꼽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공공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느라 발생한 적자를 견디다 못해 직원 무급휴가까지 시행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의 손실보상이 지연되고 그나마 보상도 적정 규모로 이뤄질지 불투명합니다.

탐사보도팀 최보규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안동의료원.

병실이 모두 텅 비었습니다.

지난 2월 말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이후 일반 환자의 입원과 외래가 전면 중단됐습니다.

석 달 동안 연인원 5천6백여 명의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병원 수입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견디다 못해 이달 들어 전체 직원의 35%에 대해 무급휴가를 실시했습니다.

[김호익/안동의료원 행정처장 : "닥쳐올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직원들이 (무급휴가) 부분도 감수하면서 현재 대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6월, 7월, 8월 석 달 정도는 앞으로 가장 힘든 시점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공공병원도 마찬가지.

상주 적십자병원은 매달 5억 원씩 적자가 쌓여 지난달부터 직원 무급휴가를 시작했습니다.

[이상수/상주적십자병원 원장 : "우리 병원이 이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동안 모아놨던 돈이 있거든요. 조금씩 10년 동안 모아놨던 돈인데 그걸 직원들 월급으로 쓰고 있습니다."]

대구·경북 6개 공공병원들은 코로나19 환자들을 전담하면서 발생한 손실이 한 달 평균 8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자체 집계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달 초 지급한 한 달 치 1차 보상금은 37억 7천700만 원에 불과합니다.

일부 정산이 덜 된 부분이 있다지만 이 같은 차이는 병원과 정부의 계산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병원은 장례식장과 건강검진센터 운영 중단 등에 따른 손실까지 계산했지만, 정부는 입원 수익만을 기초로 보상 계산식을 정한 겁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음성변조 : "병상에서 어떤 손실이 발생하냐, 당연히 입원과 관련된 진료비 손실인 거잖아요. 진료 외 수익을 손실보상 대상으로 본다면 그건 또 별도로 봐야 하는 거여서."]

정부의 보상 계산식은 5년 전 메르스 때의 기준을 적용한 것.

메르스 당시 전담병원이었던 대구의료원은 26억 원의 손실이 났다고 분석했지만, 정부 보상금은 20% 수준인 4억 9천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지역 공공병원들은 이달 말 이뤄지는 2차 보상에서도 정부가 입원 수익만을 따지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정부는 코로나19 손실 보상의 최종 기준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면서도 메르스 기준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비쳤습니다.

[보건복지부 손실보상위원회 위원/음성변조 : "(메르스 보상과) 근간은 비슷한데요, 메르스 때 보셨던 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조금 더 열심히 손실을 최대한 보상하려고 한다."]

KBS가 메르스 기준에 맞춰 코로나19 손실 보상금을 산출해 봤습니다.

대구의료원 44억 원, 안동 의료원 22억 원, 포항 의료원 32억 원, 김천 의료원 43억 원 등입니다.

병원들이 자체 계산한 손실액을 모두 밑돌았습니다.

실제 손실 보상이 이렇게 이뤄진다면, 가뜩이나 재정이 취약한 지역 공공병원 대부분이 존폐기로에 놓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감신/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 : "우리나라 공공병원은 대부분 자체 수입으로 운영해야 하는 실정이고 정부 또는 설립주체로부터의 지원은 미흡해서 재정적으로 취약한 상태입니다. (공공병원은) 취약계층이 많고 공익성을 가져야되기 때문에 건당 진료비가 낮은 등 수입 증대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각종 재난 때마다 환자 치료에 앞장서는 공공병원, 공공 의료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재정난과 경영 위기는 온전히 그들만의 책임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보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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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1등 공신’ 공공병원 존폐위기
    • 입력 2020-05-20 20:00:28
    • 수정2020-05-20 20:17:25
    뉴스7(대구)
[앵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대구·경북의 공공병원들이 일등공신이라고 손꼽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공공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느라 발생한 적자를 견디다 못해 직원 무급휴가까지 시행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의 손실보상이 지연되고 그나마 보상도 적정 규모로 이뤄질지 불투명합니다. 탐사보도팀 최보규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안동의료원. 병실이 모두 텅 비었습니다. 지난 2월 말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이후 일반 환자의 입원과 외래가 전면 중단됐습니다. 석 달 동안 연인원 5천6백여 명의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병원 수입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견디다 못해 이달 들어 전체 직원의 35%에 대해 무급휴가를 실시했습니다. [김호익/안동의료원 행정처장 : "닥쳐올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직원들이 (무급휴가) 부분도 감수하면서 현재 대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6월, 7월, 8월 석 달 정도는 앞으로 가장 힘든 시점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공공병원도 마찬가지. 상주 적십자병원은 매달 5억 원씩 적자가 쌓여 지난달부터 직원 무급휴가를 시작했습니다. [이상수/상주적십자병원 원장 : "우리 병원이 이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동안 모아놨던 돈이 있거든요. 조금씩 10년 동안 모아놨던 돈인데 그걸 직원들 월급으로 쓰고 있습니다."] 대구·경북 6개 공공병원들은 코로나19 환자들을 전담하면서 발생한 손실이 한 달 평균 8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자체 집계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달 초 지급한 한 달 치 1차 보상금은 37억 7천700만 원에 불과합니다. 일부 정산이 덜 된 부분이 있다지만 이 같은 차이는 병원과 정부의 계산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병원은 장례식장과 건강검진센터 운영 중단 등에 따른 손실까지 계산했지만, 정부는 입원 수익만을 기초로 보상 계산식을 정한 겁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음성변조 : "병상에서 어떤 손실이 발생하냐, 당연히 입원과 관련된 진료비 손실인 거잖아요. 진료 외 수익을 손실보상 대상으로 본다면 그건 또 별도로 봐야 하는 거여서."] 정부의 보상 계산식은 5년 전 메르스 때의 기준을 적용한 것. 메르스 당시 전담병원이었던 대구의료원은 26억 원의 손실이 났다고 분석했지만, 정부 보상금은 20% 수준인 4억 9천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지역 공공병원들은 이달 말 이뤄지는 2차 보상에서도 정부가 입원 수익만을 따지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정부는 코로나19 손실 보상의 최종 기준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면서도 메르스 기준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비쳤습니다. [보건복지부 손실보상위원회 위원/음성변조 : "(메르스 보상과) 근간은 비슷한데요, 메르스 때 보셨던 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조금 더 열심히 손실을 최대한 보상하려고 한다."] KBS가 메르스 기준에 맞춰 코로나19 손실 보상금을 산출해 봤습니다. 대구의료원 44억 원, 안동 의료원 22억 원, 포항 의료원 32억 원, 김천 의료원 43억 원 등입니다. 병원들이 자체 계산한 손실액을 모두 밑돌았습니다. 실제 손실 보상이 이렇게 이뤄진다면, 가뜩이나 재정이 취약한 지역 공공병원 대부분이 존폐기로에 놓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감신/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 : "우리나라 공공병원은 대부분 자체 수입으로 운영해야 하는 실정이고 정부 또는 설립주체로부터의 지원은 미흡해서 재정적으로 취약한 상태입니다. (공공병원은) 취약계층이 많고 공익성을 가져야되기 때문에 건당 진료비가 낮은 등 수입 증대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각종 재난 때마다 환자 치료에 앞장서는 공공병원, 공공 의료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재정난과 경영 위기는 온전히 그들만의 책임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보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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