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에서 -1.6%까지…‘성장률 시나리오’ 3개 낳은 코로나19

입력 2020.05.21 (10:42) 수정 2020.05.21 (10:4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코로나19가 경제 좌지우지
불확실성 반영해 성장률 3가지 예측
시나리오별 최대 2.7%P 차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년에 두 번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전망한다. 국책 연구기관의 전망이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는데, 어제(20일) 이 전망이 발표됐다.

KDI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0.2%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하반기에 발표한 전망치인 2.3%보다 2.1%포인트 내렸는데, 코로나19 충격 때문에 어느 정도 짐작됐던 것이었다.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내린 것보다 눈에 띄는 건 성장률 전망치가 1개가 아니라는 점이다. KDI는 이례적으로 전망치를 2개 더 내놓았다. 1.1%와 -1.6%다.

1.1 혹은 0.2 혹은 -1.6. 최고치와 최저치가 2.7%포인트나 차이 나는 3가지 '성장률 시나리오'를 쓰게 만든 주범은 코로나19다.


공급·수요·금융…코로나19가 경제 좌지우지
KDI는 코로나19 사태를 '보건위기'로 이름 붙였다. 그러면서 이 보건위기가 공급, 수요, 금융부문에 모두 충격이 된다고 분석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코로나19 감염과 이에 따른 격리, 가족 돌봄이 생기면서 일하려는 사람이 줄었다고 봤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일터를 폐쇄하는 것도 생산을 얼어붙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KDI는 "글로벌 가치사슬(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생산 체계)의 발달에 따라 한 부문에서 발생한 생산 차질은 전·후방 산업에 타격을 줘서 공급 충격이 대내외 경제로 확산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부품을 만드는 중국을 코로나19가 덮치면, 이 부품으로 물건을 만드는 우리나라도 타격을 입는다는 얘기다.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봐 대면접촉 등 여러 활동을 줄이고, 경제가 더 어려워지지 않을지 걱정이 늘어나는 건 소비와 투자를 얼어붙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러한 수요 충격은 공급 충격과 함께 소득 감소를 낳고, 소득 감소는 다시 소비 등에 악영향을 줘서 충격이 증폭된다.

이러한 충격이 이어져 기업과 자영업자, 가계가 타격을 입으면 빌린 돈을 못 갚는 사례가 늘어나 금융시스템도 휘청거릴 수 있고, 금융 충격은 다시 실물 경제를 때린다는 게 KDI의 진단이다. 코로나19가 경제 각 부문에 충격을 주고, 이 충격이 서로 영향을 주며 눈덩이처럼 불어나 경기침체로 갈 수 있다는 우려다.


불확실성 속에 고른 숫자 0.2%
이렇게 경제의 큰 변수이자 악재인 코로나19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예측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만 해도 한때 10명 아래로 떨어졌던 확진자 수가 '이태원 발 감염 사태'로 다시 수십 명으로 늘었다. KDI가 이례적으로 성장률 시나리오를 3개나 내놓았고, 시나리오별 편차도 최대 2.7%포인트나 되는 이유다.

'0.2% 성장'은 이번 경제전망을 대표하는 전망치다. KDI는 '기준 시나리오'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이 국내에서는 상반기에, 해외에서는 하반기에 잠잠해지는 걸 전제로 한다.

이 시나리오 속에서 우리나라는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한 이번 달부터 경제활동이 서서히 살아나고, 하반기에는 경제활동 대부분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다.

해외는 하반기부터 경제활동이 서서히 회복되고, 미뤄뒀던 투자도 이뤄진다. 내년 말에는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다.

'0.2% 성장 시나리오'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은 3.9%다. 다소 높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진 않다. KDI는 "올해와 합쳐서 생각하면 연평균 2%가량 성장하는 것인데,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4% 정도라고 추정해보면 잠재력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치료법·백신 빨리 나오면 1.1% 성장
'1.1% 성장'의 전제는 코로나19의 빠른 종식이다. KDI는 "코로나19 환자 수가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코로나19에 대응할 치료법이나 백신이 이용될 수 있는 상황을 전제했다"고 밝혔다.

이 시나리오에서 우리나라는 이번 달부터 경제활동이 빠르게 회복돼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못했던 소비가 이뤄진다. 해외에서도 소비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수출도 하반기에는 빠르게 좋아진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는 3.7% 성장한다는 예측인데, 올해까지 합쳐서 본 연평균 성장률은 2.4%다. 잠재 성장률 수준으로 성장한다는 전망인 셈이다.

팬데믹 길어지면 -1.6% 역성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코로나19가 잡히지 않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길어지는 상황이다.

KDI는 우리나라와 해외 모두 코로나19 확산이 다시 확대돼 올해 말까지 경제활동이 상당히 제한된다면 우리나라의 일부 취약 기업과 가계가 파산하고 대규모 실직이 발생할 거라고 봤다. 또, 수출 위축도 올해 내내 계속되고, 내년에도 서서히 회복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은 -1.6%로 역성장이 예측됐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3.8%인데, 올해까지 포함한 연평균 성장률은 1.1%로, 잠재 성장률의 절반 수준이다.


KDI는 너무 희망적? "역성장 가능성도 포함"
KDI의 전망에 대해 일부 언론 등에서는 KDI가 너무 희망적 전망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1.2%로 전망하는 등 '역성장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데 '플러스 성장'을 전망했다는 이유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전망에서는 수치 하나를 제시하게 돼 있고, 가장 가능성 큰 숫자는 0.2%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0.2%보다 훨씬 높은 숫자 또는 훨씬 낮은 숫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또 "0.2%라는 것의 의미는 플러스 성장을 할 가능성도 크지만, 역성장할 가능성도 유사한 정도로 크다, 이렇게 해석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0.2% 전망에 대한 KDI의 설명과 성장률 시나리오를 이례적으로 3개나 제시한 점을 종합해보면, 코로나19 국면에서는 성장률 전망이 희망적이냐 절망적이냐를 따지는 것보다 전망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걸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언제 내려가고, 언제 솟아오를지 모르는 '코로나19 롤러코스터'에 타고 있기 때문이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1.1%에서 -1.6%까지…‘성장률 시나리오’ 3개 낳은 코로나19
    • 입력 2020-05-21 10:42:27
    • 수정2020-05-21 10:42:55
    취재K
코로나19가 경제 좌지우지<br />불확실성 반영해 성장률 3가지 예측<br />시나리오별 최대 2.7%P 차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년에 두 번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전망한다. 국책 연구기관의 전망이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는데, 어제(20일) 이 전망이 발표됐다.

KDI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0.2%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하반기에 발표한 전망치인 2.3%보다 2.1%포인트 내렸는데, 코로나19 충격 때문에 어느 정도 짐작됐던 것이었다.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내린 것보다 눈에 띄는 건 성장률 전망치가 1개가 아니라는 점이다. KDI는 이례적으로 전망치를 2개 더 내놓았다. 1.1%와 -1.6%다.

1.1 혹은 0.2 혹은 -1.6. 최고치와 최저치가 2.7%포인트나 차이 나는 3가지 '성장률 시나리오'를 쓰게 만든 주범은 코로나19다.


공급·수요·금융…코로나19가 경제 좌지우지
KDI는 코로나19 사태를 '보건위기'로 이름 붙였다. 그러면서 이 보건위기가 공급, 수요, 금융부문에 모두 충격이 된다고 분석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코로나19 감염과 이에 따른 격리, 가족 돌봄이 생기면서 일하려는 사람이 줄었다고 봤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일터를 폐쇄하는 것도 생산을 얼어붙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KDI는 "글로벌 가치사슬(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생산 체계)의 발달에 따라 한 부문에서 발생한 생산 차질은 전·후방 산업에 타격을 줘서 공급 충격이 대내외 경제로 확산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부품을 만드는 중국을 코로나19가 덮치면, 이 부품으로 물건을 만드는 우리나라도 타격을 입는다는 얘기다.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봐 대면접촉 등 여러 활동을 줄이고, 경제가 더 어려워지지 않을지 걱정이 늘어나는 건 소비와 투자를 얼어붙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러한 수요 충격은 공급 충격과 함께 소득 감소를 낳고, 소득 감소는 다시 소비 등에 악영향을 줘서 충격이 증폭된다.

이러한 충격이 이어져 기업과 자영업자, 가계가 타격을 입으면 빌린 돈을 못 갚는 사례가 늘어나 금융시스템도 휘청거릴 수 있고, 금융 충격은 다시 실물 경제를 때린다는 게 KDI의 진단이다. 코로나19가 경제 각 부문에 충격을 주고, 이 충격이 서로 영향을 주며 눈덩이처럼 불어나 경기침체로 갈 수 있다는 우려다.


불확실성 속에 고른 숫자 0.2%
이렇게 경제의 큰 변수이자 악재인 코로나19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예측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만 해도 한때 10명 아래로 떨어졌던 확진자 수가 '이태원 발 감염 사태'로 다시 수십 명으로 늘었다. KDI가 이례적으로 성장률 시나리오를 3개나 내놓았고, 시나리오별 편차도 최대 2.7%포인트나 되는 이유다.

'0.2% 성장'은 이번 경제전망을 대표하는 전망치다. KDI는 '기준 시나리오'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이 국내에서는 상반기에, 해외에서는 하반기에 잠잠해지는 걸 전제로 한다.

이 시나리오 속에서 우리나라는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한 이번 달부터 경제활동이 서서히 살아나고, 하반기에는 경제활동 대부분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다.

해외는 하반기부터 경제활동이 서서히 회복되고, 미뤄뒀던 투자도 이뤄진다. 내년 말에는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다.

'0.2% 성장 시나리오'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은 3.9%다. 다소 높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진 않다. KDI는 "올해와 합쳐서 생각하면 연평균 2%가량 성장하는 것인데,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4% 정도라고 추정해보면 잠재력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치료법·백신 빨리 나오면 1.1% 성장
'1.1% 성장'의 전제는 코로나19의 빠른 종식이다. KDI는 "코로나19 환자 수가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코로나19에 대응할 치료법이나 백신이 이용될 수 있는 상황을 전제했다"고 밝혔다.

이 시나리오에서 우리나라는 이번 달부터 경제활동이 빠르게 회복돼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못했던 소비가 이뤄진다. 해외에서도 소비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수출도 하반기에는 빠르게 좋아진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는 3.7% 성장한다는 예측인데, 올해까지 합쳐서 본 연평균 성장률은 2.4%다. 잠재 성장률 수준으로 성장한다는 전망인 셈이다.

팬데믹 길어지면 -1.6% 역성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코로나19가 잡히지 않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길어지는 상황이다.

KDI는 우리나라와 해외 모두 코로나19 확산이 다시 확대돼 올해 말까지 경제활동이 상당히 제한된다면 우리나라의 일부 취약 기업과 가계가 파산하고 대규모 실직이 발생할 거라고 봤다. 또, 수출 위축도 올해 내내 계속되고, 내년에도 서서히 회복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은 -1.6%로 역성장이 예측됐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3.8%인데, 올해까지 포함한 연평균 성장률은 1.1%로, 잠재 성장률의 절반 수준이다.


KDI는 너무 희망적? "역성장 가능성도 포함"
KDI의 전망에 대해 일부 언론 등에서는 KDI가 너무 희망적 전망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1.2%로 전망하는 등 '역성장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데 '플러스 성장'을 전망했다는 이유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전망에서는 수치 하나를 제시하게 돼 있고, 가장 가능성 큰 숫자는 0.2%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0.2%보다 훨씬 높은 숫자 또는 훨씬 낮은 숫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또 "0.2%라는 것의 의미는 플러스 성장을 할 가능성도 크지만, 역성장할 가능성도 유사한 정도로 크다, 이렇게 해석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0.2% 전망에 대한 KDI의 설명과 성장률 시나리오를 이례적으로 3개나 제시한 점을 종합해보면, 코로나19 국면에서는 성장률 전망이 희망적이냐 절망적이냐를 따지는 것보다 전망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걸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언제 내려가고, 언제 솟아오를지 모르는 '코로나19 롤러코스터'에 타고 있기 때문이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