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택배기사 폭행…이유는 “마스크 왜 안 쓰냐”

입력 2020.05.21 (16:11) 수정 2020.05.2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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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입주민의 폭언과 폭행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 고 최희석 씨의 사연이 알려지고 많은 분이 분노했습니다. 최 씨의 안타까운 사건이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다시 비슷한 폭행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이 택배 기사와 그의 동생을 폭행해 '전치 4주'의 부상을 입힌 사건이 일어난 것입니다.

"왜 마스크 안 쓰고 일하느냐"…택배기사 형제 '전치 4주' 폭행당해

지난 7일 아침, 용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30살 택배 기사 A 씨는 택배 분류 작업을 먼저 하고 있었습니다. 옆에선 8살 어린 친동생 B 씨도 작업을 돕고 있었습니다.

형제는 당시 마스크를 잠시 벗고 있었습니다. 평소 주민에게 직접 물건을 배송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사람이 거의 없는 곳에서 택배 분류를 하던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주민들이 찍은 폭행 현장 사진이다.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주민들이 찍은 폭행 현장 사진이다.

그런데 이를 본 입주민 C 씨가 "왜 마스크를 안 쓰고 일하느냐"며 형제에게 따졌습니다. 일을 방해하기 시작했고, 이 시비가 폭행으로 이어졌다고 A 씨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장면을 아파트 주민들이 목격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요.

A 씨는 "약 6분 정도 맞았고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까지 폭행이 이어졌다"고 취재진에게 털어놓았습니다. 가해 주민은 출동한 경찰과 순찰차를 타고 떠났고, 형제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이 사건으로 형제는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었습니다. A 씨는 눈 부위를 심하게 맞고 우측 갈비뼈에 금이 갔습니다. 동생 B 씨는 코뼈가 골절됐습니다. B 씨는 지난 19일 코뼈 접합을 위해 5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 후 출혈이 멈추지 않아 회복까지는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A 씨는 몸을 미처 다 추스르지도 못하고, 지난 13일에 퇴원해 택배 일에 복귀했습니다. 생업을 마냥 놓고 있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에서 배송을 할 때마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하다고 합니다.

"반지하 살지? 그러니 택배 일 하지"…전부터 위협 이어졌다

A 씨는 C 씨의 폭행이 우발적이 아니라 계획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C 씨가 지난달 중순부터 택배 배송을 온 A 씨에게 계속 시비를 걸고 위협을 했다는 겁니다. C 씨가 택배 차량을 기다리거나 택배 차량을 맴돌면서 위협적인 말과 행동을 이어왔다는 설명입니다.

지난달 28일에는 C 씨가 택배 차량의 창문 사이로 A 씨의 화물운송자격증 사진을 찍다가 실랑이가 붙은 적도 있었습니다. A 씨는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자격증 사진을 찍고 있어서, 사진을 지워달라고 요청했었다"며 C 씨가 자신을 택배 회사 등에 신고하겠다며 협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폭행이 있었던 당일에도 A 씨는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너 반지하 살지, 반지하 사니까 택배 일하지"라는 말을 느닷없이 했고, 이에 항의하자 구타가 이어졌다는 겁니다.

형제는 폭행 당일에 들은 그 말이 가장 마음에 상처가 됐다고 합니다. A 씨는 "동생 앞에서 맞을 수밖에 없는 제 모습이랑 동생이 맞아도 대처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제일 속상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부끄럽고 죄송…마음은 안 다치셨으면 좋겠어요"…이어진 위로 문자와 탄원서

해당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택배 기사 A 씨에게 보낸 위로 문자다.해당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택배 기사 A 씨에게 보낸 위로 문자다.

아파트 주민들은 오랫동안 아파트 단지를 담당한 택배 기사에게 위로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마음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고, 주민으로서 미안하다'며 빠른 쾌유를 비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울러 60여 명의 주민들은 'C 씨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합당한 처벌을 바란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작성해 제출했습니다. 탄원서에는 "평소 감사함을 전하지 못했는데, 탄원서 작성에 함께하는 것으로 빚진 마음을 조금이나마 갚고자 한다"며 "주민으로서 참 부끄럽고 죄송하며 가해자를 엄벌해달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폭행한 입주민 "일방적 폭행 아니라 쌍방 간 시비…'갑질' 아냐"

C 씨는 취재진에게 일방적 폭행이 아니라 쌍방 간 시비가 붙은 것이고 '갑질'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C 씨는 폭행은 잘못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사건 당일 택배 기사가 내 몸에 침을 뱉고, '너희 집 몇 호냐'는 식으로 물어봐 기분이 나빴다"고 주장했습니다.

C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A 씨가 먼저 시비를 걸었고 먼저 자신을 밀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 씨는 피해자들이 입은 상처가 자신의 폭행 때문이라고 시인했습니다. 다만, C 씨는 싸움 과정에서 택배 기사와 B 씨가 자신을 때리려고 했지만, 잘 피해서 맞지 않았다고 경찰에게 진술했습니다.

현재 용인 서부경찰서에서 C 씨를 폭행 혐의로 입건하고, 이 사건을 조사 중입니다. A 씨는 검찰에도 C 씨를 상해, 재물손괴 등으로 고소한 상황입니다. 경찰 수사 중인데도, 검찰에 고소한 건데요.

A 씨 측 변호인은 경찰이 A 씨를 쌍방폭행 피의자로 입건하고 수사 상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등 문제가 있다고 생각돼 검찰에 고소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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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21 16:11:42
    • 수정2020-05-21 16:50:31
    취재K
지난 10일, 입주민의 폭언과 폭행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 고 최희석 씨의 사연이 알려지고 많은 분이 분노했습니다. 최 씨의 안타까운 사건이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다시 비슷한 폭행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이 택배 기사와 그의 동생을 폭행해 '전치 4주'의 부상을 입힌 사건이 일어난 것입니다.

"왜 마스크 안 쓰고 일하느냐"…택배기사 형제 '전치 4주' 폭행당해

지난 7일 아침, 용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30살 택배 기사 A 씨는 택배 분류 작업을 먼저 하고 있었습니다. 옆에선 8살 어린 친동생 B 씨도 작업을 돕고 있었습니다.

형제는 당시 마스크를 잠시 벗고 있었습니다. 평소 주민에게 직접 물건을 배송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사람이 거의 없는 곳에서 택배 분류를 하던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주민들이 찍은 폭행 현장 사진이다.
그런데 이를 본 입주민 C 씨가 "왜 마스크를 안 쓰고 일하느냐"며 형제에게 따졌습니다. 일을 방해하기 시작했고, 이 시비가 폭행으로 이어졌다고 A 씨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장면을 아파트 주민들이 목격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요.

A 씨는 "약 6분 정도 맞았고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까지 폭행이 이어졌다"고 취재진에게 털어놓았습니다. 가해 주민은 출동한 경찰과 순찰차를 타고 떠났고, 형제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이 사건으로 형제는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었습니다. A 씨는 눈 부위를 심하게 맞고 우측 갈비뼈에 금이 갔습니다. 동생 B 씨는 코뼈가 골절됐습니다. B 씨는 지난 19일 코뼈 접합을 위해 5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 후 출혈이 멈추지 않아 회복까지는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A 씨는 몸을 미처 다 추스르지도 못하고, 지난 13일에 퇴원해 택배 일에 복귀했습니다. 생업을 마냥 놓고 있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에서 배송을 할 때마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하다고 합니다.

"반지하 살지? 그러니 택배 일 하지"…전부터 위협 이어졌다

A 씨는 C 씨의 폭행이 우발적이 아니라 계획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C 씨가 지난달 중순부터 택배 배송을 온 A 씨에게 계속 시비를 걸고 위협을 했다는 겁니다. C 씨가 택배 차량을 기다리거나 택배 차량을 맴돌면서 위협적인 말과 행동을 이어왔다는 설명입니다.

지난달 28일에는 C 씨가 택배 차량의 창문 사이로 A 씨의 화물운송자격증 사진을 찍다가 실랑이가 붙은 적도 있었습니다. A 씨는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자격증 사진을 찍고 있어서, 사진을 지워달라고 요청했었다"며 C 씨가 자신을 택배 회사 등에 신고하겠다며 협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폭행이 있었던 당일에도 A 씨는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너 반지하 살지, 반지하 사니까 택배 일하지"라는 말을 느닷없이 했고, 이에 항의하자 구타가 이어졌다는 겁니다.

형제는 폭행 당일에 들은 그 말이 가장 마음에 상처가 됐다고 합니다. A 씨는 "동생 앞에서 맞을 수밖에 없는 제 모습이랑 동생이 맞아도 대처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제일 속상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부끄럽고 죄송…마음은 안 다치셨으면 좋겠어요"…이어진 위로 문자와 탄원서

해당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택배 기사 A 씨에게 보낸 위로 문자다.
아파트 주민들은 오랫동안 아파트 단지를 담당한 택배 기사에게 위로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마음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고, 주민으로서 미안하다'며 빠른 쾌유를 비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울러 60여 명의 주민들은 'C 씨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합당한 처벌을 바란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작성해 제출했습니다. 탄원서에는 "평소 감사함을 전하지 못했는데, 탄원서 작성에 함께하는 것으로 빚진 마음을 조금이나마 갚고자 한다"며 "주민으로서 참 부끄럽고 죄송하며 가해자를 엄벌해달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폭행한 입주민 "일방적 폭행 아니라 쌍방 간 시비…'갑질' 아냐"

C 씨는 취재진에게 일방적 폭행이 아니라 쌍방 간 시비가 붙은 것이고 '갑질'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C 씨는 폭행은 잘못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사건 당일 택배 기사가 내 몸에 침을 뱉고, '너희 집 몇 호냐'는 식으로 물어봐 기분이 나빴다"고 주장했습니다.

C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A 씨가 먼저 시비를 걸었고 먼저 자신을 밀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 씨는 피해자들이 입은 상처가 자신의 폭행 때문이라고 시인했습니다. 다만, C 씨는 싸움 과정에서 택배 기사와 B 씨가 자신을 때리려고 했지만, 잘 피해서 맞지 않았다고 경찰에게 진술했습니다.

현재 용인 서부경찰서에서 C 씨를 폭행 혐의로 입건하고, 이 사건을 조사 중입니다. A 씨는 검찰에도 C 씨를 상해, 재물손괴 등으로 고소한 상황입니다. 경찰 수사 중인데도, 검찰에 고소한 건데요.

A 씨 측 변호인은 경찰이 A 씨를 쌍방폭행 피의자로 입건하고 수사 상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등 문제가 있다고 생각돼 검찰에 고소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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