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외교 영향력 확대 ‘박차’, 미중 앞에서는 ‘일단 스톱’

입력 2020.05.21 (16:21) 수정 2020.05.2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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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로 칭찬받아 왔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방역, 의료 당국이 참으로 자랑스럽고,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정부에 대한 기대와 환호에 몸 둘 바 모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경험을 나누고, 다른 국가들로부터 배우며, 국제사회와 함께 우리의 지식과 자원들을 하나로 모으고자 합니다."

한국 주도 국가 간 협의체 잇따라 출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0일 '글로벌 감염병 대응협력 지지그룹'이라는 국가 간 협의체가 출범하는 자리에 화상 연결로 참석했습니다. 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코로나19에 대해 성공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한국 방역 시스템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표현했습니다. 더 나아가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듯 한 걸음 더 내딛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이 그룹은 코로나19, 그리고 이후에도 전 세계적인 감염병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국가들이 의견을 교환하는 취지로 출범했습니다. 우리나라, 싱가포르, 터키, UAE, 모로코, 케냐, 멕시코, 페루 8개국이 중심이지만 사실상 한국 주도로 만들어졌습니다. 코로나19 방역의 모범 사례라는 국제 사회의 호평을 바탕으로 한국의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한국의 방역 모델이 우선 공유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주도로 만들어진 그룹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12일 뉴욕에서 유엔 우호그룹이 이미 출범했고 26일에는 파리에서 유네스크 우호그룹이 출범할 예정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전략도 모색

'포스트 코로나'와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비해 새로운 외교전략 수립을 위한 준비도 시작됐습니다. 강경화 장관 등 장·차관들이 전 세계 공관장들과 잇따라 화상 회의를 열면서 코로나 이후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겁니다. 지난 4월까지 해외공관장들과의 화상 회의는 주로 코로나19에 대한 각국의 대응 현황과 해당 국가에 거주하는 교민들의 안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반면 최근의 화상 회의는 '포스트 코로나'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강경화 장관은 13일에는 독일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지역 7개국 공관장들과 화상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강 장관은 "지금은 코로나 이후 새로운 국제환경(New Normal) 속에서 우리의 외교 전략을 새롭게 고심해야 하는 시점"이라면서 "다양한 의견교환을 통해 대 유럽 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나가자"고 말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강 장관은 앞서 6일에는 주유엔대사 등 다자공관장들과, 20일에는 사우디 쿠웨이트 등 중동 지역 산유국 6개국 공관장을 만났고, 조세영 1차관 역시 노르웨이 덴마크 등 '노르딕' 4개국,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메르코수르' 5개국 공관장들과 화상 회의를 각각 진행해 포스트 코로나에 대해 의견을 나눴습니다.

미국은? 중국은?

외교부는 이렇듯 부산한 듯하지만 정작 미국과 중국에 대해서는 조용합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협력이나 '포스트 코로나' 전략에서 제외할 수 없는 상대임에도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두 나라는 최근 무역뿐 아니라 방역, 대문 문제 등 사안마다 연일 상대방을 향한 발언 수위를 높여가며 갈등을 빚고 있지만, 외교부는 반대로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 갈등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뤘던 외교전략조정회의를 가동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막 시작했을 뿐입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응방안 등도 내부적으로 숙의하고 마련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2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우리나라가 북핵 문제 외에 이렇게 주목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이것을 잘 이용해야 한다"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한다기보다 프랑스, 독일 등 두 나라 사이에서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나라들과 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강 장관은 "코로나19 이후 권위주의와 민족주의, 보호주의 등 세계화의 어두운 측면이 다시 대두할 위험이 있다"며 "개방성, 다자주의 등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협력 증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파열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포스트 코로나' 전략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지 주목됩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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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트 코로나, 외교 영향력 확대 ‘박차’, 미중 앞에서는 ‘일단 스톱’
    • 입력 2020-05-21 16:21:41
    • 수정2020-05-21 16:23:58
    취재K
"한국은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로 칭찬받아 왔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방역, 의료 당국이 참으로 자랑스럽고,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정부에 대한 기대와 환호에 몸 둘 바 모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경험을 나누고, 다른 국가들로부터 배우며, 국제사회와 함께 우리의 지식과 자원들을 하나로 모으고자 합니다."

한국 주도 국가 간 협의체 잇따라 출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0일 '글로벌 감염병 대응협력 지지그룹'이라는 국가 간 협의체가 출범하는 자리에 화상 연결로 참석했습니다. 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코로나19에 대해 성공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한국 방역 시스템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표현했습니다. 더 나아가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듯 한 걸음 더 내딛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이 그룹은 코로나19, 그리고 이후에도 전 세계적인 감염병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국가들이 의견을 교환하는 취지로 출범했습니다. 우리나라, 싱가포르, 터키, UAE, 모로코, 케냐, 멕시코, 페루 8개국이 중심이지만 사실상 한국 주도로 만들어졌습니다. 코로나19 방역의 모범 사례라는 국제 사회의 호평을 바탕으로 한국의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한국의 방역 모델이 우선 공유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주도로 만들어진 그룹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12일 뉴욕에서 유엔 우호그룹이 이미 출범했고 26일에는 파리에서 유네스크 우호그룹이 출범할 예정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전략도 모색

'포스트 코로나'와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비해 새로운 외교전략 수립을 위한 준비도 시작됐습니다. 강경화 장관 등 장·차관들이 전 세계 공관장들과 잇따라 화상 회의를 열면서 코로나 이후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겁니다. 지난 4월까지 해외공관장들과의 화상 회의는 주로 코로나19에 대한 각국의 대응 현황과 해당 국가에 거주하는 교민들의 안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반면 최근의 화상 회의는 '포스트 코로나'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강경화 장관은 13일에는 독일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지역 7개국 공관장들과 화상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강 장관은 "지금은 코로나 이후 새로운 국제환경(New Normal) 속에서 우리의 외교 전략을 새롭게 고심해야 하는 시점"이라면서 "다양한 의견교환을 통해 대 유럽 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나가자"고 말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강 장관은 앞서 6일에는 주유엔대사 등 다자공관장들과, 20일에는 사우디 쿠웨이트 등 중동 지역 산유국 6개국 공관장을 만났고, 조세영 1차관 역시 노르웨이 덴마크 등 '노르딕' 4개국,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메르코수르' 5개국 공관장들과 화상 회의를 각각 진행해 포스트 코로나에 대해 의견을 나눴습니다.

미국은? 중국은?

외교부는 이렇듯 부산한 듯하지만 정작 미국과 중국에 대해서는 조용합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협력이나 '포스트 코로나' 전략에서 제외할 수 없는 상대임에도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두 나라는 최근 무역뿐 아니라 방역, 대문 문제 등 사안마다 연일 상대방을 향한 발언 수위를 높여가며 갈등을 빚고 있지만, 외교부는 반대로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 갈등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뤘던 외교전략조정회의를 가동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막 시작했을 뿐입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응방안 등도 내부적으로 숙의하고 마련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2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우리나라가 북핵 문제 외에 이렇게 주목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이것을 잘 이용해야 한다"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한다기보다 프랑스, 독일 등 두 나라 사이에서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나라들과 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강 장관은 "코로나19 이후 권위주의와 민족주의, 보호주의 등 세계화의 어두운 측면이 다시 대두할 위험이 있다"며 "개방성, 다자주의 등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협력 증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파열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포스트 코로나' 전략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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