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택배기사 폭행…이유는 “마스크 안 썼다”

입력 2020.05.21 (21:40) 수정 2020.05.21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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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아파트 입주민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비원의 사연에 많은 분들이 가슴 아파했죠.

그런데 이번엔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택배 기사가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박민경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 7일 아침 택배기사 A 씨의 모습입니다.

얼굴이 벌겋게 부어올랐고 곳곳에 핏자국이 보입니다.

평소 배송을 다니던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에게 폭행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A 씨는 이 주민이 왜 마스크를 쓰지 않느냐고 말한 뒤 폭행을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택배기사 A 씨/음성변조 : "계속 시비를 걸더라고요. (일하게) 나와달라고 하니까 바로 구타가 시작됐어요. 이마가 멍이 들었는데, 간호사분께서 이마를 보시더니 이거 신발 자국인데…"]

아파트 입구에서 시작된 폭행은 경찰이 도착해 주민을 제지할 때까지 5분 넘도록 계속됐습니다.

병원 진단 결과, 갈비뼈와 코뼈에 금이 가 전치 4주 판정을 받았습니다.

생계를 위해 1주일 정도 쉬고 다시 일하고 있지만 눈이 심하게 다쳐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일을 도와주러 나온 남동생도 같이 폭행을 당했는데 코뼈가 부러져 5시간 넘게 수술을 받았습니다.

[택배기사 A 씨/음성변조 : "동생 앞에서 맞을 수밖에 없는 제 모습이랑 동생이 맞는데도 많은 대처를 할 수 없는 제 마음이 제일 속상한 거 같아요."]

놀란 아파트 주민들은 진상 규명을 위한 탄원서를 모으고 택배기사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동네 주민/음성변조 : "샌드백 치듯이 두 명을 질질 끌고 가면서, 때리지 말라고 소리를 쳐도 계속 때리고…. 너무 끔찍해요."]

하지만 해당 주민은 택배기사 A 씨가 먼저 시비를 걸었고 일방적인 폭행은 아니었다고 주장합니다.

[택배기사 폭행 주민/음성변조 : "(택배 기사 형제가) 너 한 주먹도 안된다고 저보고 그러는 거예요. 쫄았네 쫄았네 이러면서. 제 명치를 세게 밀치더라고요. 한 번 밀고 두 번 밀고…"]

경찰은 CCTV 등을 토대로 택배기사 A 씨와 동생, 그리고 해당 주민을 모두 조사 중입니다.

KBS 뉴스 박민경입니다.

[앵커]

이런 일상의 갑질, 끊이지 않네요.

한 심리기획자가 전한 일화입니다.

사람들 모아놓고 ‘뒤통수를 맞은 기억 있으면’ 손들어보세요.. 하면 열에 아홉은 손 번쩍 들고 저마다 경험담을 얘기하는데, 반대로 ‘누구 뒤통수를 친 기억 있는 사람?'하면 다들 옆사람 얼굴만 쳐다 본다는 겁니다.

맞은 사람은 넘쳐나는데 때린 사람은 없는 기묘한 상황.

피해의 기억은 선명하지만 가해의 기억은 쉽게 지워버리는 게 사람 마음이란 얘깁니다.

이른바‘갑질’도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상처입은 기억은 선명한 반면에 약자니까, 고용인이니까 타인에게 순간순간 갑질한 기억은 금새 잊어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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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엔 택배기사 폭행…이유는 “마스크 안 썼다”
    • 입력 2020-05-21 21:44:15
    • 수정2020-05-21 22:08:41
    뉴스 9
[앵커]

최근 아파트 입주민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비원의 사연에 많은 분들이 가슴 아파했죠.

그런데 이번엔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택배 기사가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박민경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 7일 아침 택배기사 A 씨의 모습입니다.

얼굴이 벌겋게 부어올랐고 곳곳에 핏자국이 보입니다.

평소 배송을 다니던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에게 폭행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A 씨는 이 주민이 왜 마스크를 쓰지 않느냐고 말한 뒤 폭행을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택배기사 A 씨/음성변조 : "계속 시비를 걸더라고요. (일하게) 나와달라고 하니까 바로 구타가 시작됐어요. 이마가 멍이 들었는데, 간호사분께서 이마를 보시더니 이거 신발 자국인데…"]

아파트 입구에서 시작된 폭행은 경찰이 도착해 주민을 제지할 때까지 5분 넘도록 계속됐습니다.

병원 진단 결과, 갈비뼈와 코뼈에 금이 가 전치 4주 판정을 받았습니다.

생계를 위해 1주일 정도 쉬고 다시 일하고 있지만 눈이 심하게 다쳐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일을 도와주러 나온 남동생도 같이 폭행을 당했는데 코뼈가 부러져 5시간 넘게 수술을 받았습니다.

[택배기사 A 씨/음성변조 : "동생 앞에서 맞을 수밖에 없는 제 모습이랑 동생이 맞는데도 많은 대처를 할 수 없는 제 마음이 제일 속상한 거 같아요."]

놀란 아파트 주민들은 진상 규명을 위한 탄원서를 모으고 택배기사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동네 주민/음성변조 : "샌드백 치듯이 두 명을 질질 끌고 가면서, 때리지 말라고 소리를 쳐도 계속 때리고…. 너무 끔찍해요."]

하지만 해당 주민은 택배기사 A 씨가 먼저 시비를 걸었고 일방적인 폭행은 아니었다고 주장합니다.

[택배기사 폭행 주민/음성변조 : "(택배 기사 형제가) 너 한 주먹도 안된다고 저보고 그러는 거예요. 쫄았네 쫄았네 이러면서. 제 명치를 세게 밀치더라고요. 한 번 밀고 두 번 밀고…"]

경찰은 CCTV 등을 토대로 택배기사 A 씨와 동생, 그리고 해당 주민을 모두 조사 중입니다.

KBS 뉴스 박민경입니다.

[앵커]

이런 일상의 갑질, 끊이지 않네요.

한 심리기획자가 전한 일화입니다.

사람들 모아놓고 ‘뒤통수를 맞은 기억 있으면’ 손들어보세요.. 하면 열에 아홉은 손 번쩍 들고 저마다 경험담을 얘기하는데, 반대로 ‘누구 뒤통수를 친 기억 있는 사람?'하면 다들 옆사람 얼굴만 쳐다 본다는 겁니다.

맞은 사람은 넘쳐나는데 때린 사람은 없는 기묘한 상황.

피해의 기억은 선명하지만 가해의 기억은 쉽게 지워버리는 게 사람 마음이란 얘깁니다.

이른바‘갑질’도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상처입은 기억은 선명한 반면에 약자니까, 고용인이니까 타인에게 순간순간 갑질한 기억은 금새 잊어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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