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이 가져온 불평등, 복지 확대 이끄나”

입력 2020.05.22 (21:19) 수정 2020.05.22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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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빈곤은 차별적이지만 스모그는 평등하다."

재난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는 말이겠지만, 그 영향만큼은 결코 공평하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코로나 19가 그렇습니다.

KBS 여론조사 결과, 코로나 19 이후 소득이 줄었다는 답변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매우 줄었다'는 경우만 떼서 살펴봤습니다.

월소득 2백만 원 이하에선 40% 가까이가 '소득이 매우 줄었다.'고 답했지만, 7백만 원이 넘는 경우엔 13%에 그쳤습니다.

직종별로도 차이가 났습니다.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이 자영업자는 44%였지만, 사무, 전문직은 17%였습니다.

이런 차이,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먼저 방과 후 강사 박지은 씨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리포트]

저는 10년 째 초등학교에서 한문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로 등교 수업이 미뤄지면서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어요.

[박지은/방과후 강사 : "지금 저희가 3월에 계약서를 3월 초에 썼는데 그때 계약서 쓰고 단 한 번도 학교에 못 온 거죠."]

오늘은 출근하기로 했던 학교를 찾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방과 후 강사 서류 떼러 왔습니다."]

서울시가 주는 특별지원금을 신청하려면 일을 못했다는 증명이 필요해서요.

수입은 두달 째 없습니다.

남편 혼자 벌어 대학생 두 아이까지 네 식구 살림을 하다보니 생활은 더 빠듯해졌습니다.

고용보험엔 가입돼 있지 않습니다.

노동자가 아니라서랍니다.

퇴직금도 없습니다.

보통 석달 단위로 계약을 하다보니 같은 학교에서 몇년을 일해도 받을 수 없습니다.

["계약서에는 저희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는다는 항목이 1번으로 사실 나와 있습니다."]

이제 곧 등교 수업을 한다지만 방과 후 수업은 학교장 재량이라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더 (차별을) 느낀다기보다는 그냥 명확해진 것 같아요. 저희들의 신분."]

나는 방과후 강사입니다.

[기자]

박지은 씨가 말하는 신분, 10년을 한결같이 일해도 보호받을 수 없는 사람들.

흔히 사회보장 사각지대로 불리는데, 임시직이나 플랫폼 노동자 등이 대표적입니다.

청년구직자도 여기에 속합니다.

한번도 취업해 본 적이 없다는 이유로 당장 실업급여부터 받을 수 없습니다.

[김종선/청년 구직자 : "작은 경력 하나 얻기도 참 어려운데, 어떨 때는 청년 지원 제도 같은거에 들지도 못한다는 것에 가끔 자괴감이 들 때도..."]

전공을 살려 관광업계 취업을 준비해 왔던터라 걱정은 더 커졌습니다.

["과연 업계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도 생기고, 다른 시험을 준비를 해야할까 (고민돼요)."]

당장의 어려움도 어려움이지만 가장 힘든 건 예측할 수 없는 미랩니다.

["코로나 때문에 앞날이 사라진 것 같아요. 그래도 (미래를) 그려보고 희망하면서 달렸던 것이 있는데..."]

[리포트]

갑작스런 실업에 고용보험이 힘이 되지 못했던 이유, 가입 대상을 임금 노동자로 한정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19 이후 고용보험 취지에 맞게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생각에 공감대가 커지고 있지만, 문제는 방식과 재원입니다.

비슷한 고민을 했던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볼까요.

프랑스는 우리나라처럼 고용보험료를 노동자와 고용주가 함께 부담해 왔는데요.

2년 전 자영업자와 자발적 퇴직자 등을 실업급여 대상에 확대했습니다.

대신 '임금'에 부과하던 보험료를 없애고 '소득'에 세금을 더 부과해 재원을 마련했습니다.

고용주 부담은 높아졌습니다.

덴마크 모델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모든 근로ㆍ사업소득에 '노동시장 분담금’을 부과해 재원을 마련한 건데요.

사실상 세금처럼 걷겠다는 것이라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특수고용 노동자처럼 고용주가 명확하지 않을 땐, 국가가 고용주 몫을 내는 절충안도 있고요.

노동 형태에 따라 보험료와 보장 범위를 다르게 해 가입자를 최대한 늘리자는 안도 제시됐습니다.

중요한 건 결국 사회적 합읩니다.

어떤 방식으로 가든 가입 대상과 보장 범위가 넓어지면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임동균/서울대 사회학과 교수/KBS-시사IN 여론조사 분석 자문 : "정치 지도자의 적절한 희망과 비전 제시, 어떤 사회 집단들을 갈라놓지 않는, 프레임을 제시하면서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 주는 것이 지금 가장 필수적이죠."]

KBS 뉴스 우한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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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난이 가져온 불평등, 복지 확대 이끄나”
    • 입력 2020-05-22 21:25:43
    • 수정2020-05-22 22: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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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빈곤은 차별적이지만 스모그는 평등하다."

재난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는 말이겠지만, 그 영향만큼은 결코 공평하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코로나 19가 그렇습니다.

KBS 여론조사 결과, 코로나 19 이후 소득이 줄었다는 답변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매우 줄었다'는 경우만 떼서 살펴봤습니다.

월소득 2백만 원 이하에선 40% 가까이가 '소득이 매우 줄었다.'고 답했지만, 7백만 원이 넘는 경우엔 13%에 그쳤습니다.

직종별로도 차이가 났습니다.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이 자영업자는 44%였지만, 사무, 전문직은 17%였습니다.

이런 차이,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먼저 방과 후 강사 박지은 씨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리포트]

저는 10년 째 초등학교에서 한문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로 등교 수업이 미뤄지면서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어요.

[박지은/방과후 강사 : "지금 저희가 3월에 계약서를 3월 초에 썼는데 그때 계약서 쓰고 단 한 번도 학교에 못 온 거죠."]

오늘은 출근하기로 했던 학교를 찾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방과 후 강사 서류 떼러 왔습니다."]

서울시가 주는 특별지원금을 신청하려면 일을 못했다는 증명이 필요해서요.

수입은 두달 째 없습니다.

남편 혼자 벌어 대학생 두 아이까지 네 식구 살림을 하다보니 생활은 더 빠듯해졌습니다.

고용보험엔 가입돼 있지 않습니다.

노동자가 아니라서랍니다.

퇴직금도 없습니다.

보통 석달 단위로 계약을 하다보니 같은 학교에서 몇년을 일해도 받을 수 없습니다.

["계약서에는 저희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는다는 항목이 1번으로 사실 나와 있습니다."]

이제 곧 등교 수업을 한다지만 방과 후 수업은 학교장 재량이라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더 (차별을) 느낀다기보다는 그냥 명확해진 것 같아요. 저희들의 신분."]

나는 방과후 강사입니다.

[기자]

박지은 씨가 말하는 신분, 10년을 한결같이 일해도 보호받을 수 없는 사람들.

흔히 사회보장 사각지대로 불리는데, 임시직이나 플랫폼 노동자 등이 대표적입니다.

청년구직자도 여기에 속합니다.

한번도 취업해 본 적이 없다는 이유로 당장 실업급여부터 받을 수 없습니다.

[김종선/청년 구직자 : "작은 경력 하나 얻기도 참 어려운데, 어떨 때는 청년 지원 제도 같은거에 들지도 못한다는 것에 가끔 자괴감이 들 때도..."]

전공을 살려 관광업계 취업을 준비해 왔던터라 걱정은 더 커졌습니다.

["과연 업계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도 생기고, 다른 시험을 준비를 해야할까 (고민돼요)."]

당장의 어려움도 어려움이지만 가장 힘든 건 예측할 수 없는 미랩니다.

["코로나 때문에 앞날이 사라진 것 같아요. 그래도 (미래를) 그려보고 희망하면서 달렸던 것이 있는데..."]

[리포트]

갑작스런 실업에 고용보험이 힘이 되지 못했던 이유, 가입 대상을 임금 노동자로 한정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19 이후 고용보험 취지에 맞게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생각에 공감대가 커지고 있지만, 문제는 방식과 재원입니다.

비슷한 고민을 했던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볼까요.

프랑스는 우리나라처럼 고용보험료를 노동자와 고용주가 함께 부담해 왔는데요.

2년 전 자영업자와 자발적 퇴직자 등을 실업급여 대상에 확대했습니다.

대신 '임금'에 부과하던 보험료를 없애고 '소득'에 세금을 더 부과해 재원을 마련했습니다.

고용주 부담은 높아졌습니다.

덴마크 모델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모든 근로ㆍ사업소득에 '노동시장 분담금’을 부과해 재원을 마련한 건데요.

사실상 세금처럼 걷겠다는 것이라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특수고용 노동자처럼 고용주가 명확하지 않을 땐, 국가가 고용주 몫을 내는 절충안도 있고요.

노동 형태에 따라 보험료와 보장 범위를 다르게 해 가입자를 최대한 늘리자는 안도 제시됐습니다.

중요한 건 결국 사회적 합읩니다.

어떤 방식으로 가든 가입 대상과 보장 범위가 넓어지면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임동균/서울대 사회학과 교수/KBS-시사IN 여론조사 분석 자문 : "정치 지도자의 적절한 희망과 비전 제시, 어떤 사회 집단들을 갈라놓지 않는, 프레임을 제시하면서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 주는 것이 지금 가장 필수적이죠."]

KBS 뉴스 우한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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