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강원도 성과’ 연일 강조…5․24 조치 10년

입력 2020.05.23 (07:49) 수정 2020.05.2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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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로 진행을 맡게 된 홍희정 기자입니다.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새로 진행을 맡게 된 김명주 기자입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요즘 북한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지역이 있습니다.

바로 김정은 위원장의 고향이자 경제 발전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한 강원도인데요.

강원도의 경제성과를 연일 강조하는가 하면, 관광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천안함 폭침으로 시행된 5.24 조치에 대해 사실상 실효성이 상실됐다고 평가했는데요.

남북교류 법안도 입법 예고하면서, 남북 협력을 되살리기 위한 디딤돌을 놓고 있습니다.

이슈앤 한반도,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비장한 표정의 북한 합창단이 노래를 부릅니다.

[북한 노래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 : "아, 축지법! 장군님 쓰신다."]

1996년 제작된 북한의 선전가요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버지 김일성 주석처럼 땅을 접어 달리는 축지법을 썼다는 노랩니다.

[북한 노래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 : "천하를 쥐락펴락 방선천리 주름잡아 수령님 쓰시던 축지법 오늘은 장군님 쓰신다."]

김씨 일가를 우상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졌는데, 북한 교과서에도 김일성 주석이 축지법을 쓰고 가랑잎을 타고 강을 건넜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러던 북한이 돌연 축지법을 부정하고 나섰습니다.

“사실 사람이 있다고 없어지고 없어졌다가 다시 나타나며 땅을 주름잡아 다닐 수는 없다”고 부인한 겁니다.

신비주의로 김 씨 일가에 대한 우상화에 몰입하던 북한의 선전 방식은 지난해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수령을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며 수령은 인민과 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라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영도자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전지전능한 지도자라면 대북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북한 경제가 잘 발전하고 또 건설을 쉽게 할 수 있어야 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거죠. 이에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북한의 지도자들의 위상을 보여주는 데 있어 신화적인 측면보다는 현실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일 순천 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던 김정은 위원장은 이후 또다시 공개 활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잠행이 길어지면서 미국은 대북 감시 강화에 나선 모습입니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전략폭격기 B-1B 랜서의 활동이 포착되는 등 최근 들어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주변 전개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최근의 코로나 국면과 겹치면서 북한의 내부 사정을 알기가 매우 힘들어졌습니다. 전체적 국경이 완전히 차단되고 지역 간 도시가 다 차단되는 바람에 기존의 북한 정보를 좀 더 원활하게 알 수 있었던 부분들이 차단된 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코로나 동향을 어떻게 북한이 대응하고 있는지, 경제활동은 어떤지, 또 군사적인 움직임은 어떤지를 면밀하게 주시를 해야 하는 상황인 거죠."]

이런 가운데 북한 매체가 강원도에 대한 김 위원장의 각별한 사랑을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강원도는 김정은 위원장의 역점 관광사업인 원산 특구가 있는 곳이자, 건강이상설이 돌던 시기 김 위원장이 머물렀던 곳으로도 알려졌는데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북한의 관광 산업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영상물도 공개됐습니다.

마스크를 낀 학생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수업을 듣습니다.

양식기 배열이나 냅킨 접기 실습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띕니다.

관광 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는 북한이 호텔리어 등 관광서비스 인력을 키우는 대학을 새롭게 공개한 겁니다.

앞서 북한 매체는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에 배치될 관광 카트를 대량으로 생산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게를 형상화한 카트부터, 메기를 형상화한 17인승 카트까지 특이한 외관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강창수/평양버스공장 책임기사 : "관광용 축전지차를 만든대서 우리 공장이 차틀, 차체, 차축, 감속기 부문을 맡아서 제작했습니다."]

북한이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관광을 여전히 통제하고 있지만, 관광 산업 재개에 대한 의지는 여전하다는 점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은 당초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4월 15일 태양절까지 완공하려 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완공 시기가 늦춰지고 있습니다.

[손영호/류경건설관리국 : "이거 기존 공식으로 하면 그저 한 달 정도 걸리는 거를 우리는 3일 동안에 콘크리트를 다 치고 지금 1층에 올라서고 있습니다."]

[김미예/평양건구상점 지배인 : "동무들에게 이 모습 좀 가서 보여줘야 되겠습니다. 이야, 이렇게 빨리 올라갈 줄 몰랐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노동신문이 원산 특구가 있는 강원도를 김정은 위원장의 ‘마음 속 첫 자리’로 선전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강원도 원산은 김 위원장의 생모이자 재일교포였던 고용희가 북송선을 타고 가장 먼저 입북한 곳이자, 김정은 위원장이 태어나 자란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김 위원장과 인연이 깊은 강원도는 집권 이후 경제 발전의 역점이자 자력자강을 상징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조선중앙TV : "(김정은 위원장은) 강원도 인민들은 자력갱생 자급자족의 기치를 더 높이 추켜들고 자기 도를 가장 유명한 도로, 잘 사는 도로 전견(전진) 시켜 나가는 데서 전국의 앞장에 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식령 스키장과 원산관광지역, 원산군민발전소 등 김정은 체제의 경제 정책을 상징하는 주요 시설도 모두 강원도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2016년 원산 군민발전소 시찰 당시 김 위원장이 ‘강원도 정신’이라는 표현을 직접 만들어 내는가 하면,

[조선중앙TV/2016년 12월 : "(강원도 일꾼들은) 자강력 제일주의의 위대한 생활력을 실천으로 증명한 불굴의 투사들이라고 하시면서 그들을 강원도 정신의 창조자라고 불러주시며..."]

지난해 자력갱생 경제건설 노선 결의대회 역시 강원도에서 가장 먼저 열었습니다.

[조선중앙TV : "제국주의자들의 제재 책동을 자력갱생의 대고조 폭풍으로 단호히 쳐갈기자! 쳐갈기자! 쳐갈기자! 쳐갈기자!"]

북한이 최근 강원도를 부각하고 있는 것은 정면 돌파전의 본보기로 삼아 경제난을 극복하고,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정부가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응해 독자적 대북제재인 5.24 조치를 시행한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최근 남북관계 주무 부처인 통일부가 5,24 대북제재 조치에 대해 사실상 실효성이 상실됐다고 평가했는데요.

통일부는 시한 만료로 폐기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도 다시 입법 예고했습니다.

지난 3월 천안함 피격 10주기를 맞아 선체 앞에서 추모식이 열렸습니다. 참석자들은 희생된 장병들에 헌화하고, 피격 당시 생존 장병은 46명의 이름을 호명하며 경례했습니다.

[김윤일/천안함 생존 장병 : "그대들의 피로 지킨 이 바다는 오늘도 굳건히 지켜지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말하겠습니다."]

천안함 피격 10년이 흐른 지금 통일부가 5.24 조치가 사실상 실효성을 잃었다고 평가했습니다.

5.24 조치는 천안함 피격 이후 한국이 독자적으로 내놓은 대북제재 조치로,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 중단,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대북 신규투자 불허 등 거의 모든 남북 교류를 중단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 종교인 모임,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나진-하산 프로젝트 등 예외 적용 사례가 이어져 왔습니다. 2018년 2월에는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예술단이 선박 만경봉호를 이용해 남한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여상기/통일부 대변인 : "사실상 그 실효성이 상당 부분 상실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5·24 조치가 남북 간 교류·협력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통일부는 이번 발언이 5.24 조치 해제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남북 교류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당시 조치가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 형식으로 발표됐고 실제 행정명령이라는 문건 형식으로 국무회의를 통과한 내용도 아니고 어떤 면에서는 법률화 돼 있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사실 이 조치가 어떤 면에서는 현실에서도 적용이 잘 안 되는 부분들, 또는 이미 그것을 넘어서는 남북 교류협력들이 이뤄져 왔던 것이죠. 그래서 현실적인 실효성도 상당 부분 이미 반감돼 있는 상황이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5.24 조치의 사문화를 선언적으로 발표했다고 해서 실제적으로 인원과 물자가 북한으로 이동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현재 유엔 대북제재가 지난 2017년 이후에 강력하게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이 중단되고 있기 때문에 인원과 물자가 이동하는 것이 유엔 대북제재 저촉된다면 정부 입장에선 어떠한 물자이동 조치를 허용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통일부는 최근 남북 교류를 제한할 때 반드시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도 다시 입법 예고했습니다.

사실상 박근혜 정부 당시 개성공단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한 법안인데, 20대 국회에서는 야당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정양석/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2019년 7월) : "박근혜처럼, 이명박처럼 하지 말라고 하는, 지금 이 법안이에요. 문제는 다 과거 탓이라고 하는 이런 법인데 어떻게 이런 법을 내놓아요? 이거 통과될 거라고 생각이 돼요?"]

북미 교착 상황에서 보건, 관광 등 다방면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정부가 남북 교류를 본격화하기 위한 디딤돌 놓기에 들어갔습니다.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남북관계에 다시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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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강원도 성과’ 연일 강조…5․24 조치 10년
    • 입력 2020-05-23 08:10:56
    • 수정2020-05-23 08:30:34
    남북의 창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로 진행을 맡게 된 홍희정 기자입니다.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새로 진행을 맡게 된 김명주 기자입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요즘 북한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지역이 있습니다.

바로 김정은 위원장의 고향이자 경제 발전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한 강원도인데요.

강원도의 경제성과를 연일 강조하는가 하면, 관광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천안함 폭침으로 시행된 5.24 조치에 대해 사실상 실효성이 상실됐다고 평가했는데요.

남북교류 법안도 입법 예고하면서, 남북 협력을 되살리기 위한 디딤돌을 놓고 있습니다.

이슈앤 한반도,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비장한 표정의 북한 합창단이 노래를 부릅니다.

[북한 노래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 : "아, 축지법! 장군님 쓰신다."]

1996년 제작된 북한의 선전가요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버지 김일성 주석처럼 땅을 접어 달리는 축지법을 썼다는 노랩니다.

[북한 노래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 : "천하를 쥐락펴락 방선천리 주름잡아 수령님 쓰시던 축지법 오늘은 장군님 쓰신다."]

김씨 일가를 우상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졌는데, 북한 교과서에도 김일성 주석이 축지법을 쓰고 가랑잎을 타고 강을 건넜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러던 북한이 돌연 축지법을 부정하고 나섰습니다.

“사실 사람이 있다고 없어지고 없어졌다가 다시 나타나며 땅을 주름잡아 다닐 수는 없다”고 부인한 겁니다.

신비주의로 김 씨 일가에 대한 우상화에 몰입하던 북한의 선전 방식은 지난해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수령을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며 수령은 인민과 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라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영도자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전지전능한 지도자라면 대북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북한 경제가 잘 발전하고 또 건설을 쉽게 할 수 있어야 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거죠. 이에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북한의 지도자들의 위상을 보여주는 데 있어 신화적인 측면보다는 현실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일 순천 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던 김정은 위원장은 이후 또다시 공개 활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잠행이 길어지면서 미국은 대북 감시 강화에 나선 모습입니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전략폭격기 B-1B 랜서의 활동이 포착되는 등 최근 들어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주변 전개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최근의 코로나 국면과 겹치면서 북한의 내부 사정을 알기가 매우 힘들어졌습니다. 전체적 국경이 완전히 차단되고 지역 간 도시가 다 차단되는 바람에 기존의 북한 정보를 좀 더 원활하게 알 수 있었던 부분들이 차단된 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코로나 동향을 어떻게 북한이 대응하고 있는지, 경제활동은 어떤지, 또 군사적인 움직임은 어떤지를 면밀하게 주시를 해야 하는 상황인 거죠."]

이런 가운데 북한 매체가 강원도에 대한 김 위원장의 각별한 사랑을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강원도는 김정은 위원장의 역점 관광사업인 원산 특구가 있는 곳이자, 건강이상설이 돌던 시기 김 위원장이 머물렀던 곳으로도 알려졌는데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북한의 관광 산업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영상물도 공개됐습니다.

마스크를 낀 학생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수업을 듣습니다.

양식기 배열이나 냅킨 접기 실습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띕니다.

관광 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는 북한이 호텔리어 등 관광서비스 인력을 키우는 대학을 새롭게 공개한 겁니다.

앞서 북한 매체는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에 배치될 관광 카트를 대량으로 생산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게를 형상화한 카트부터, 메기를 형상화한 17인승 카트까지 특이한 외관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강창수/평양버스공장 책임기사 : "관광용 축전지차를 만든대서 우리 공장이 차틀, 차체, 차축, 감속기 부문을 맡아서 제작했습니다."]

북한이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관광을 여전히 통제하고 있지만, 관광 산업 재개에 대한 의지는 여전하다는 점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은 당초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4월 15일 태양절까지 완공하려 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완공 시기가 늦춰지고 있습니다.

[손영호/류경건설관리국 : "이거 기존 공식으로 하면 그저 한 달 정도 걸리는 거를 우리는 3일 동안에 콘크리트를 다 치고 지금 1층에 올라서고 있습니다."]

[김미예/평양건구상점 지배인 : "동무들에게 이 모습 좀 가서 보여줘야 되겠습니다. 이야, 이렇게 빨리 올라갈 줄 몰랐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노동신문이 원산 특구가 있는 강원도를 김정은 위원장의 ‘마음 속 첫 자리’로 선전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강원도 원산은 김 위원장의 생모이자 재일교포였던 고용희가 북송선을 타고 가장 먼저 입북한 곳이자, 김정은 위원장이 태어나 자란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김 위원장과 인연이 깊은 강원도는 집권 이후 경제 발전의 역점이자 자력자강을 상징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조선중앙TV : "(김정은 위원장은) 강원도 인민들은 자력갱생 자급자족의 기치를 더 높이 추켜들고 자기 도를 가장 유명한 도로, 잘 사는 도로 전견(전진) 시켜 나가는 데서 전국의 앞장에 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식령 스키장과 원산관광지역, 원산군민발전소 등 김정은 체제의 경제 정책을 상징하는 주요 시설도 모두 강원도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2016년 원산 군민발전소 시찰 당시 김 위원장이 ‘강원도 정신’이라는 표현을 직접 만들어 내는가 하면,

[조선중앙TV/2016년 12월 : "(강원도 일꾼들은) 자강력 제일주의의 위대한 생활력을 실천으로 증명한 불굴의 투사들이라고 하시면서 그들을 강원도 정신의 창조자라고 불러주시며..."]

지난해 자력갱생 경제건설 노선 결의대회 역시 강원도에서 가장 먼저 열었습니다.

[조선중앙TV : "제국주의자들의 제재 책동을 자력갱생의 대고조 폭풍으로 단호히 쳐갈기자! 쳐갈기자! 쳐갈기자! 쳐갈기자!"]

북한이 최근 강원도를 부각하고 있는 것은 정면 돌파전의 본보기로 삼아 경제난을 극복하고,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정부가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응해 독자적 대북제재인 5.24 조치를 시행한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최근 남북관계 주무 부처인 통일부가 5,24 대북제재 조치에 대해 사실상 실효성이 상실됐다고 평가했는데요.

통일부는 시한 만료로 폐기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도 다시 입법 예고했습니다.

지난 3월 천안함 피격 10주기를 맞아 선체 앞에서 추모식이 열렸습니다. 참석자들은 희생된 장병들에 헌화하고, 피격 당시 생존 장병은 46명의 이름을 호명하며 경례했습니다.

[김윤일/천안함 생존 장병 : "그대들의 피로 지킨 이 바다는 오늘도 굳건히 지켜지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말하겠습니다."]

천안함 피격 10년이 흐른 지금 통일부가 5.24 조치가 사실상 실효성을 잃었다고 평가했습니다.

5.24 조치는 천안함 피격 이후 한국이 독자적으로 내놓은 대북제재 조치로,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 중단,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대북 신규투자 불허 등 거의 모든 남북 교류를 중단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 종교인 모임,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나진-하산 프로젝트 등 예외 적용 사례가 이어져 왔습니다. 2018년 2월에는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예술단이 선박 만경봉호를 이용해 남한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여상기/통일부 대변인 : "사실상 그 실효성이 상당 부분 상실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5·24 조치가 남북 간 교류·협력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통일부는 이번 발언이 5.24 조치 해제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남북 교류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당시 조치가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 형식으로 발표됐고 실제 행정명령이라는 문건 형식으로 국무회의를 통과한 내용도 아니고 어떤 면에서는 법률화 돼 있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사실 이 조치가 어떤 면에서는 현실에서도 적용이 잘 안 되는 부분들, 또는 이미 그것을 넘어서는 남북 교류협력들이 이뤄져 왔던 것이죠. 그래서 현실적인 실효성도 상당 부분 이미 반감돼 있는 상황이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5.24 조치의 사문화를 선언적으로 발표했다고 해서 실제적으로 인원과 물자가 북한으로 이동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현재 유엔 대북제재가 지난 2017년 이후에 강력하게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이 중단되고 있기 때문에 인원과 물자가 이동하는 것이 유엔 대북제재 저촉된다면 정부 입장에선 어떠한 물자이동 조치를 허용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통일부는 최근 남북 교류를 제한할 때 반드시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도 다시 입법 예고했습니다.

사실상 박근혜 정부 당시 개성공단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한 법안인데, 20대 국회에서는 야당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정양석/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2019년 7월) : "박근혜처럼, 이명박처럼 하지 말라고 하는, 지금 이 법안이에요. 문제는 다 과거 탓이라고 하는 이런 법인데 어떻게 이런 법을 내놓아요? 이거 통과될 거라고 생각이 돼요?"]

북미 교착 상황에서 보건, 관광 등 다방면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정부가 남북 교류를 본격화하기 위한 디딤돌 놓기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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