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남] “시부모 재산 50억이라더니”…결혼정보회사에 소송 낸 이혼녀

입력 2020.05.23 (09:00) 수정 2020.05.2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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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결혼은 '인륜지대사'라고들 하죠. 상대방을 잘 이해해야 하는 이유겠죠. 다만 자신이 원하는 조건에 맞춰 결혼정보회사를 찾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혼정보회사는 회원들에게 어느 범위까지 상대방의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걸까요? 결혼 상대방 부모의 재력이나, 상대방 부모의 이혼 여부는 결혼정보회사가 회원에게 알려줘야 하는 개인정보일까요? 이와 관련해 최신 판례가 나와 소개드립니다.

■결혼정보업체 통해 결혼…2년 만에 협의이혼

앞서 여성 A 씨는 2017년 결혼정보업체 B 사에 1650만원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B 사의 회원 계약에 적용되는 '국내결혼중계 표준약관'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결혼관련 개인정보'라 함은 학력, 직업, 병력 등 통상 결혼함에 있어 당사자 사이에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개인정보를 말합니다.
△회원이 되려고 하는 사람은 '결혼관련 개인정보'를 회사에 제공한 후 회사가 정한 가입절차에 따라 회원가입을 신청합니다.
△회사는 회원가입을 신청한 자 중 '결혼관련 개인정보'의 사실여부의 확인 등 심사를 실시해 그 적격여부를 판단합니다.
△회사는 회원에게, 회원에 대한 결혼상담 및 인터넷 등을 통한 결혼관련 정보의 제공 등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회원은 회사에 '결혼관련 개인정보'를 사실대로 제공해야 합니다.

이후 A 씨는 B 사로부터 남성 C 씨를 소개받았고, 교제 끝에 2017년 말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결혼 후 A 씨는 시부모가 50억대에 이르는 재력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남편의 아버지도 친아버지가 아닌 새아버지란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2019년 C 씨에게 4000만원을 주고 협의이혼을 했습니다.

■고객 "시부모 자산·재혼 여부 안 알려…1억여원 배상" 소송

이혼을 마친 A 씨는 2019년 서울중앙지법에 B 사를 상대로 1억 650만원을 배상하라며 손해배상소송을 냈습니다.

A 씨는 "B 사는 결혼을 중개하면서 C 씨 부모가 50억 대 이상 자산가라고 소개하면서 C 씨와 결혼하게 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C 씨 부모는 50억 대 이상 자산가가 아니었고, C 씨 아버지는 새아버지였는바, 결혼 이후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원고는 순탄한 결혼생활을 유지하지 못한 채 이혼하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했습니다.

A 씨는 또 "계약 이행 과정에서 C 씨 부모 재산 정보를 허위로 제공하고, C 씨가 재혼가정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손해배상금으로 회원가입비 1650만원을 반환하고, 이혼 시 상대방에게 지출한 4000만원, 원고가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청구했습니다.

■법원 "계약상 결혼정보업체에 제공의무 있는 정보 아냐" 청구기각

법원은 양자를 조정하려 애썼지만 잘 되지 않았고, 결국 A 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5단독(판사 김유미)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계약에 적용되는 국내결혼중개 표준약관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제공하여야 하는 정보는 △결혼상대방의 학력 △직업 △병력 등 결혼 상대방의 신상정보에 한하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는 원고에게 이러한 정보를 사실에 따라 제공할 의무가 있다"면서 "원고가 명시적으로 결혼상대방 부모의 재산 정보 제공을 이 사건 계약에 편입시키지 않은 이상, 결혼중개업체가 결혼 상대방을 원고에게 소개함에 있어 결혼 상대방 부모의 자산 상황까지 확인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또 "원고는 피고가 상대방 부모 재산이 50억 대 이상이 아니었음에도 이에 대한 허위 정보를 제공했거나, 이에 대한 조사 및 확인을 소홀히 함으로써 계약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나, 원고 제출 증거만으론 상대방 부모 재산이 50억 대 이상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할 뿐 아니라, 결혼정보회사가 재산정보가 허위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원고에게 사실과 달리 말했단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설령 상대방 부모 재산이 50억 대 이상이 아니라는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원고 혼인생활이 상대방 부모 재산의 허위 정보로 인해 파탄에 이르렀음을 인정하기 어렵단 겁니다.

법원은 이어 "상대방 부모가 재혼가정이란 사실은 다툼이 없으나, 결혼정보업체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사실과 달리 말했단 점을 인정하기 어렵고, 역시 계약에 따라 제공해야 할 정보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계약에 따른 확인의무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계약상 의무 위반으로 A 씨가 결혼생활을 유지하지 못했단 점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원고 청구를 전부 기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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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결남] “시부모 재산 50억이라더니”…결혼정보회사에 소송 낸 이혼녀
    • 입력 2020-05-23 09:00:40
    • 수정2020-05-23 09:24:55
    취재K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결혼은 '인륜지대사'라고들 하죠. 상대방을 잘 이해해야 하는 이유겠죠. 다만 자신이 원하는 조건에 맞춰 결혼정보회사를 찾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혼정보회사는 회원들에게 어느 범위까지 상대방의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걸까요? 결혼 상대방 부모의 재력이나, 상대방 부모의 이혼 여부는 결혼정보회사가 회원에게 알려줘야 하는 개인정보일까요? 이와 관련해 최신 판례가 나와 소개드립니다.

■결혼정보업체 통해 결혼…2년 만에 협의이혼

앞서 여성 A 씨는 2017년 결혼정보업체 B 사에 1650만원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B 사의 회원 계약에 적용되는 '국내결혼중계 표준약관'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결혼관련 개인정보'라 함은 학력, 직업, 병력 등 통상 결혼함에 있어 당사자 사이에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개인정보를 말합니다.
△회원이 되려고 하는 사람은 '결혼관련 개인정보'를 회사에 제공한 후 회사가 정한 가입절차에 따라 회원가입을 신청합니다.
△회사는 회원가입을 신청한 자 중 '결혼관련 개인정보'의 사실여부의 확인 등 심사를 실시해 그 적격여부를 판단합니다.
△회사는 회원에게, 회원에 대한 결혼상담 및 인터넷 등을 통한 결혼관련 정보의 제공 등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회원은 회사에 '결혼관련 개인정보'를 사실대로 제공해야 합니다.

이후 A 씨는 B 사로부터 남성 C 씨를 소개받았고, 교제 끝에 2017년 말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결혼 후 A 씨는 시부모가 50억대에 이르는 재력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남편의 아버지도 친아버지가 아닌 새아버지란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2019년 C 씨에게 4000만원을 주고 협의이혼을 했습니다.

■고객 "시부모 자산·재혼 여부 안 알려…1억여원 배상" 소송

이혼을 마친 A 씨는 2019년 서울중앙지법에 B 사를 상대로 1억 650만원을 배상하라며 손해배상소송을 냈습니다.

A 씨는 "B 사는 결혼을 중개하면서 C 씨 부모가 50억 대 이상 자산가라고 소개하면서 C 씨와 결혼하게 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C 씨 부모는 50억 대 이상 자산가가 아니었고, C 씨 아버지는 새아버지였는바, 결혼 이후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원고는 순탄한 결혼생활을 유지하지 못한 채 이혼하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했습니다.

A 씨는 또 "계약 이행 과정에서 C 씨 부모 재산 정보를 허위로 제공하고, C 씨가 재혼가정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손해배상금으로 회원가입비 1650만원을 반환하고, 이혼 시 상대방에게 지출한 4000만원, 원고가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청구했습니다.

■법원 "계약상 결혼정보업체에 제공의무 있는 정보 아냐" 청구기각

법원은 양자를 조정하려 애썼지만 잘 되지 않았고, 결국 A 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5단독(판사 김유미)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계약에 적용되는 국내결혼중개 표준약관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제공하여야 하는 정보는 △결혼상대방의 학력 △직업 △병력 등 결혼 상대방의 신상정보에 한하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는 원고에게 이러한 정보를 사실에 따라 제공할 의무가 있다"면서 "원고가 명시적으로 결혼상대방 부모의 재산 정보 제공을 이 사건 계약에 편입시키지 않은 이상, 결혼중개업체가 결혼 상대방을 원고에게 소개함에 있어 결혼 상대방 부모의 자산 상황까지 확인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또 "원고는 피고가 상대방 부모 재산이 50억 대 이상이 아니었음에도 이에 대한 허위 정보를 제공했거나, 이에 대한 조사 및 확인을 소홀히 함으로써 계약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나, 원고 제출 증거만으론 상대방 부모 재산이 50억 대 이상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할 뿐 아니라, 결혼정보회사가 재산정보가 허위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원고에게 사실과 달리 말했단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설령 상대방 부모 재산이 50억 대 이상이 아니라는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원고 혼인생활이 상대방 부모 재산의 허위 정보로 인해 파탄에 이르렀음을 인정하기 어렵단 겁니다.

법원은 이어 "상대방 부모가 재혼가정이란 사실은 다툼이 없으나, 결혼정보업체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사실과 달리 말했단 점을 인정하기 어렵고, 역시 계약에 따라 제공해야 할 정보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계약에 따른 확인의무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계약상 의무 위반으로 A 씨가 결혼생활을 유지하지 못했단 점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원고 청구를 전부 기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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