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톡] 5.18 가짜뉴스의 뿌리는?…전두환의 보도 기술

입력 2020.05.2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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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대한민국 현대사의 지워지지 않는 상처, 5.18이 있었습니다. 중요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저널리즘토크쇼J'에서 이 주제를 지난주 미리 다루지 않은 건 5월 18일 당일을 포함해 언론에서 관련 보도가 나온 뒤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J'는 40년 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언론이 어떻게 숨 죽여야했고, 언론이 어떻게 권력에 협력했는지 그 굴종의 역사를 다시 짚어봤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일부 언론은 과거의 부끄러움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극우 유튜버들은 오히려 '가짜뉴스'를 통해 아물지 않은 광주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점을 비판합니다.


서울신문의 반성, 5.18 광주 그곳에 희생된 36명의 10대가 있었다.

서울신문은 5월 18일자 1면에 [5.18 소년이 40년 후 소년에게]라는 제목으로 당시 희생된 10대 36명의 사진을 실었습니다. 당시 무고하게 총을 맞아 숨진 초등학생까지 있었죠.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다른 민주화 운동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희생자 개개인의 이름을 국민이 잘 알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런 면에서 서울신문의 1면은 이제 우리 사회가 희생된 개개인을 더 자세히 기억하고 추모해야 함을 알려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반면, 일부 언론은 온도차를 보였습니다. 특히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5대 일간지 중에 상대적으로 적은 관련 보도를 내놓았고, 사설 또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40년 전 그날의 광주, 언론의 모습은?

전두환 신군부의 시대 사라진 기사, 묻혀버린 진실을 발굴하는 작업을 계속해 온 중앙대 이민규 교수는 5.18 당시 456일 동안 1만여 건의 기사가 삭제되거나 사라졌다고 말합니다. 비상계엄 선포하에 보도검열단이 모든 출판과 인쇄, 방송을 검열했다는 겁니다.

이 교수는 특히, 그 과정에서 5.18에 대한 기사 검열과 삭제가 굉장히 심했는데 통상 당시 9.8% 기사 삭제율을 보였던 것과 달리 5.18 관련 기사는 25.7%의 기사 삭제율을 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두환 신군부의 엄혹했던 언론 검열은 나의갑 전 전남일보 기자의 증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의갑 전 기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너무 엄혹했다. 상상 이상이었다. 한 줄이라도 기사를 덜 깎이려 검열관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기억합니다. 심지어, "헌병들이 기자들을 시켜서 1km 떨어진 언론 검열관실로 오리걸음으로 다녀오도록 하기도 했다"고 회상했습니다.


혹독했던 검열 탓에 기사는 난도질을 당했습니다. 과정을 보면 '광주 유혈 사태 닷새째'가 '광주 데모 사태 닷새째'로 둔갑하는 방식입니다. 검열을 받던 신문을 보면 기사의 일부분을 뺴거나 수정하라는 뜻의 이른바 '돼지꼬리' 표시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손을 안 덴 구석이 없다는 표현이 틀리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 신문의 사진, 기사, 그리고 방송은 국민에게 진실을 알릴 사실상 유일한 도구였지만 그렇게 통제되고 왜곡됐습니다. 나의갑 전 기자는 "당시 중앙지 모 기자는 본사에 전화를 넣어서 제발 신문 좀 (광주)로 보내지 마라. 우리도 보기가 싫다. 그런데 하물며 광주 시민들이 이걸 보고 가만히 있겠느냐 항의하기도 했다"고 기억했습니다.

왜곡된 기사와 언론. 부끄러워야 할 KBS

5.18 당시 전남도청에서의 시민군 최후의 항전이 참혹하게 진압된 뒤, 언론의 보도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조선일보는 당시 [10일만의 평온, 복구 서둘러, 어떻게 지내느냐 인사 나눠, 광주 시민을 돕자 민간 단체 등 호응, 광주 생필품 비상 공급] 이런 제목의 기사들을 내보냈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J' 고정 패널인 임자운 변호사는 이 조선일보의 기사에 대해 "마치 광주에 큰 홍수가 나서 수재를 복구하는 느낌까지 든다"며, 당시 언론이 진실을 어떻게 왜곡된 시선으로 전달했는지 꼬집었습니다.

KBS의 모습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J'가 찾아본 당시 KBS의 취재 원본 영상과 당시 9시 뉴스의 보도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습니다. 사실을 전달해야 할 뉴스는 거짓으로 채워졌습니다. 원본 영상에는 시민을 강경 진압하는 계엄군의 폭력성이 고스란히 담겼지만, 보도 내용은 "시민들이 경찰 차량을 뒤엎고 불을 질렀다"거나 "군인과 경찰들에게 돌을 던져 중상을 입혔다"는 식의 내용으로 뒤덮였습니다. 다른 언론을 비판하기에 앞서, KBS가 스스로의 부끄러움과 죄를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권력이 고개를 숙이랬더니 엎드려버린 언론. 누가 권력의 애완견이길 자처했나?

검열과 통제가 심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언론의 행태를 모두 용서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협박과 압력이 있었지만, 언론이 그토록 처참히 무너졌던 건 권력의 회유에 응하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전두환 씨에게 부역하길 바랐던 언론의 민낯이 있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J' 제작진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260여 페이지에 달하는 전두환 신군부의 언론 통제 문건을 확보해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권력이 협박 외에도 언론을 어떻게 회유하고 끌어들였는지 실상이 담겨 있습니다. 문건을 보면 1980년 5월 24일, 계엄사는 중앙언론의 기자 49명을 광주로 초청해 소요 현장을 취재하게 하고 해당 기자들에게 1인당 20~30만 원씩, 총 820만 원을 나눠준다는 계획이 적혀 있습니다. 계획대로 실행이 됐다면 지금으로 치면 현장 취재를 온 기자들 개개인에게 계엄사가 수고비로 수백만 원씩을 나눠준 셈입니다. 그 돈을 받고 쓴 기사에서 국민들은 진실을 찾긴 어려웠을 겁니다.

평기자들 뿐만이 아닙니다. 1980년 작성된 중진 언론인 접촉 순화 계획을 보면 "오찬, 만찬 시간을 활용해 대화를 활성화하고, 참석자들에게 3만 원씩 지급한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당시 3만 원은 60만 원 정도가 되는데, 식사를 하고 60만 원씩 나눠준 겁니다. 이런 작업은 언론인들의 황당하고 굴종적인 전두환 씨 찬양으로 이어집니다. 언론인들은 전두환 씨에 대해 "정의감이 강하고 포용력 있는 대범한 인물, 우국충정에 불타는 사심 없고 청렴결백한 전형적인 군인, 인자한 범국민적 인물, 문무를 겸비한 민주주의 신봉자"로 국민에게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J' 고정패널 최 욱 씨는 이 표현들을 평가하면서 "이 정도라면 기자들에게 돈을 더 줘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정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던 겁니다.


끝나지 않는 가짜뉴스 바이러스, 아직도 광주의 항쟁은 끝나지 않았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향한 왜곡과 날조, 그리고 이에 동참하는 언론의 행태는 슬프게도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특히 극우 유튜버들을 통한 가짜뉴스의 재생산은 광주 시민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있습니다.

'당시 시민들이 금은방에서 돈을 갈취해 갔다'거나 '화염병을 만들 수 있는 대학생 6백여 명이 광주로 내려갔다'와 같은 내용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아직도 떠도는 가짜뉴스의 뿌리에 당시 언론의 기사가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80년 5월 22일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타지역의 사람들이 광주로 내려갔다며 부정적으로 묘사했던 것을 찾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극우인사 지만원 씨는 광주 시민을 '광주 북한 특수군'으로 칭하고,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존 인물이었던 독일 기자를 북한의 선전 요원이라고 해서 지난 3월 법의 심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만원 씨는 지난 18일에도 국립현충원을 찾아 "5.18은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 폭동이다. 김대중 졸개하고 북한 간첩들이 함께 일으켰다"는 망언을 어김없이 이어갔습니다.

"언론의 반성에 필요한 광주 정신…불의에 대한 저항"

지금 대한민국의 언론은 모두, 40년 전 광주에 갚지 못할 빚을 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반드시 해야 할 일들도 있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J' 고정패널 임자운 변호사는 "지금이라도 언론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룰 때 사과와 반성을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나의갑 전 기자는 이렇게 평가합니다. "광주 정신 많이 이야기 하고 있죠. 언론이 반성하는 데도 이 광주 정신이 필요합니다. 광주 정신은 불의에 대한 저항이었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입니다. J 91회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가짜 뉴스의 뿌리를 찾아서...전두환의 보도 기술>이라는 주제로 오는 24일(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됩니다. 이상호 KBS 아나운서,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임자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활동가 겸 변호사, 이민규 중앙대 교수, 나의갑 전 전남일보 기자가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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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리톡] 5.18 가짜뉴스의 뿌리는?…전두환의 보도 기술
    • 입력 2020-05-23 10:03:40
    저널리즘 토크쇼 J
이번 주 대한민국 현대사의 지워지지 않는 상처, 5.18이 있었습니다. 중요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저널리즘토크쇼J'에서 이 주제를 지난주 미리 다루지 않은 건 5월 18일 당일을 포함해 언론에서 관련 보도가 나온 뒤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J'는 40년 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언론이 어떻게 숨 죽여야했고, 언론이 어떻게 권력에 협력했는지 그 굴종의 역사를 다시 짚어봤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일부 언론은 과거의 부끄러움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극우 유튜버들은 오히려 '가짜뉴스'를 통해 아물지 않은 광주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점을 비판합니다.


서울신문의 반성, 5.18 광주 그곳에 희생된 36명의 10대가 있었다.

서울신문은 5월 18일자 1면에 [5.18 소년이 40년 후 소년에게]라는 제목으로 당시 희생된 10대 36명의 사진을 실었습니다. 당시 무고하게 총을 맞아 숨진 초등학생까지 있었죠.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다른 민주화 운동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희생자 개개인의 이름을 국민이 잘 알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런 면에서 서울신문의 1면은 이제 우리 사회가 희생된 개개인을 더 자세히 기억하고 추모해야 함을 알려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반면, 일부 언론은 온도차를 보였습니다. 특히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5대 일간지 중에 상대적으로 적은 관련 보도를 내놓았고, 사설 또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40년 전 그날의 광주, 언론의 모습은?

전두환 신군부의 시대 사라진 기사, 묻혀버린 진실을 발굴하는 작업을 계속해 온 중앙대 이민규 교수는 5.18 당시 456일 동안 1만여 건의 기사가 삭제되거나 사라졌다고 말합니다. 비상계엄 선포하에 보도검열단이 모든 출판과 인쇄, 방송을 검열했다는 겁니다.

이 교수는 특히, 그 과정에서 5.18에 대한 기사 검열과 삭제가 굉장히 심했는데 통상 당시 9.8% 기사 삭제율을 보였던 것과 달리 5.18 관련 기사는 25.7%의 기사 삭제율을 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두환 신군부의 엄혹했던 언론 검열은 나의갑 전 전남일보 기자의 증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의갑 전 기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너무 엄혹했다. 상상 이상이었다. 한 줄이라도 기사를 덜 깎이려 검열관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기억합니다. 심지어, "헌병들이 기자들을 시켜서 1km 떨어진 언론 검열관실로 오리걸음으로 다녀오도록 하기도 했다"고 회상했습니다.


혹독했던 검열 탓에 기사는 난도질을 당했습니다. 과정을 보면 '광주 유혈 사태 닷새째'가 '광주 데모 사태 닷새째'로 둔갑하는 방식입니다. 검열을 받던 신문을 보면 기사의 일부분을 뺴거나 수정하라는 뜻의 이른바 '돼지꼬리' 표시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손을 안 덴 구석이 없다는 표현이 틀리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 신문의 사진, 기사, 그리고 방송은 국민에게 진실을 알릴 사실상 유일한 도구였지만 그렇게 통제되고 왜곡됐습니다. 나의갑 전 기자는 "당시 중앙지 모 기자는 본사에 전화를 넣어서 제발 신문 좀 (광주)로 보내지 마라. 우리도 보기가 싫다. 그런데 하물며 광주 시민들이 이걸 보고 가만히 있겠느냐 항의하기도 했다"고 기억했습니다.

왜곡된 기사와 언론. 부끄러워야 할 KBS

5.18 당시 전남도청에서의 시민군 최후의 항전이 참혹하게 진압된 뒤, 언론의 보도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조선일보는 당시 [10일만의 평온, 복구 서둘러, 어떻게 지내느냐 인사 나눠, 광주 시민을 돕자 민간 단체 등 호응, 광주 생필품 비상 공급] 이런 제목의 기사들을 내보냈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J' 고정 패널인 임자운 변호사는 이 조선일보의 기사에 대해 "마치 광주에 큰 홍수가 나서 수재를 복구하는 느낌까지 든다"며, 당시 언론이 진실을 어떻게 왜곡된 시선으로 전달했는지 꼬집었습니다.

KBS의 모습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J'가 찾아본 당시 KBS의 취재 원본 영상과 당시 9시 뉴스의 보도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습니다. 사실을 전달해야 할 뉴스는 거짓으로 채워졌습니다. 원본 영상에는 시민을 강경 진압하는 계엄군의 폭력성이 고스란히 담겼지만, 보도 내용은 "시민들이 경찰 차량을 뒤엎고 불을 질렀다"거나 "군인과 경찰들에게 돌을 던져 중상을 입혔다"는 식의 내용으로 뒤덮였습니다. 다른 언론을 비판하기에 앞서, KBS가 스스로의 부끄러움과 죄를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권력이 고개를 숙이랬더니 엎드려버린 언론. 누가 권력의 애완견이길 자처했나?

검열과 통제가 심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언론의 행태를 모두 용서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협박과 압력이 있었지만, 언론이 그토록 처참히 무너졌던 건 권력의 회유에 응하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전두환 씨에게 부역하길 바랐던 언론의 민낯이 있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J' 제작진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260여 페이지에 달하는 전두환 신군부의 언론 통제 문건을 확보해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권력이 협박 외에도 언론을 어떻게 회유하고 끌어들였는지 실상이 담겨 있습니다. 문건을 보면 1980년 5월 24일, 계엄사는 중앙언론의 기자 49명을 광주로 초청해 소요 현장을 취재하게 하고 해당 기자들에게 1인당 20~30만 원씩, 총 820만 원을 나눠준다는 계획이 적혀 있습니다. 계획대로 실행이 됐다면 지금으로 치면 현장 취재를 온 기자들 개개인에게 계엄사가 수고비로 수백만 원씩을 나눠준 셈입니다. 그 돈을 받고 쓴 기사에서 국민들은 진실을 찾긴 어려웠을 겁니다.

평기자들 뿐만이 아닙니다. 1980년 작성된 중진 언론인 접촉 순화 계획을 보면 "오찬, 만찬 시간을 활용해 대화를 활성화하고, 참석자들에게 3만 원씩 지급한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당시 3만 원은 60만 원 정도가 되는데, 식사를 하고 60만 원씩 나눠준 겁니다. 이런 작업은 언론인들의 황당하고 굴종적인 전두환 씨 찬양으로 이어집니다. 언론인들은 전두환 씨에 대해 "정의감이 강하고 포용력 있는 대범한 인물, 우국충정에 불타는 사심 없고 청렴결백한 전형적인 군인, 인자한 범국민적 인물, 문무를 겸비한 민주주의 신봉자"로 국민에게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J' 고정패널 최 욱 씨는 이 표현들을 평가하면서 "이 정도라면 기자들에게 돈을 더 줘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정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던 겁니다.


끝나지 않는 가짜뉴스 바이러스, 아직도 광주의 항쟁은 끝나지 않았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향한 왜곡과 날조, 그리고 이에 동참하는 언론의 행태는 슬프게도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특히 극우 유튜버들을 통한 가짜뉴스의 재생산은 광주 시민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있습니다.

'당시 시민들이 금은방에서 돈을 갈취해 갔다'거나 '화염병을 만들 수 있는 대학생 6백여 명이 광주로 내려갔다'와 같은 내용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아직도 떠도는 가짜뉴스의 뿌리에 당시 언론의 기사가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80년 5월 22일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타지역의 사람들이 광주로 내려갔다며 부정적으로 묘사했던 것을 찾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극우인사 지만원 씨는 광주 시민을 '광주 북한 특수군'으로 칭하고,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존 인물이었던 독일 기자를 북한의 선전 요원이라고 해서 지난 3월 법의 심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만원 씨는 지난 18일에도 국립현충원을 찾아 "5.18은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 폭동이다. 김대중 졸개하고 북한 간첩들이 함께 일으켰다"는 망언을 어김없이 이어갔습니다.

"언론의 반성에 필요한 광주 정신…불의에 대한 저항"

지금 대한민국의 언론은 모두, 40년 전 광주에 갚지 못할 빚을 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반드시 해야 할 일들도 있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J' 고정패널 임자운 변호사는 "지금이라도 언론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룰 때 사과와 반성을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나의갑 전 기자는 이렇게 평가합니다. "광주 정신 많이 이야기 하고 있죠. 언론이 반성하는 데도 이 광주 정신이 필요합니다. 광주 정신은 불의에 대한 저항이었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입니다. J 91회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가짜 뉴스의 뿌리를 찾아서...전두환의 보도 기술>이라는 주제로 오는 24일(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됩니다. 이상호 KBS 아나운서,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임자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활동가 겸 변호사, 이민규 중앙대 교수, 나의갑 전 전남일보 기자가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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