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라마단 종료…이주 노동자 감염 차단 비상

입력 2020.05.23 (22:11) 수정 2020.05.23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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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동에서는 한 달 동안 이어진 라마단이 오늘(23일) 끝났는데요.

이 라마단 기간에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어서 방역이 다시 강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와 파키스탄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감염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두바이 박석호 특파원이 전해왔습니다.

[리포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라시드 항구.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이 끝날 무렵이면 전 세계에서 온 유람선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곳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갈 곳도 없고 승객도 없는 빈 유람선들만 정박해 있습니다.

탑승객들은 지난 3월 배에서 내리자마자 비행기를 타고 떠났고 일부 승무원만 남아있습니다.

[알 마나이/라디스항 책임자 : "모든 승객과 승무원이 검사를 받은 뒤에 배에서 내리게 했고, 승객들이 자기 나라에 갈 수 있도록 비행편을 준비했습니다."]

이 항구 인근에 있는 두바이 금시장.

세계적인 관광 명소지만, 지금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업체들은 관광객 대신 현지인을 상대로 한 마케팅 전략에 고심하는 처지입니다.

[카티아/귀금속 업체 임원 :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지인 수요에 접근해야 하고요, 그래서 택배, 무접촉 배송 방식 등을 고안했습니다."]

라마단이 끝난 것을 기념하는 이드 알 피트르 연휴는 이슬람 상권의 최대 대목이지만, 올해는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중동 최대 쇼핑몰 두바이몰도 마찬가지입니다.

3주 이상 문을 닫았다가 라마단 기간 다시 영업을 시작했지만, 입장 인원은 엄격히 제한되고 있습니다.

[나즐라/두바이몰 매니저 : "매장 내 인원을 제한하기 위한 기술을 도입했고요, 하루 단위가 아니라 매시간 인원 보고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라마단 기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난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라마단 전 500여 명에서 지금은 900여 명으로 늘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는 확산세가 더 심각합니다.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이에 따라 야간 통행금지 시간을 다시 늘리는 등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생활은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한 도심 주차장.

이곳은 평소에는 차를 댈 곳을 찾기 힘든 곳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사무실들이 문을 닫으면서 지금은 평일 오전인데도 주차장이 이렇게 텅 비어 있습니다.

세차 일을 하고 있는 이 인도 노동자는 아랍에미리트 생활 15년 만에 처음 겪는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아랍에미리트 인도 노동자 : "22대 정기 세차를 했는데 지금은 거의 안 와서 6대만 해요. 알쿠즈 노동자 숙소에는 코로나19가 발생했어요. 건설회사, 인력회사 숙소들이 있는 곳이에요."]

코로나19로 건설공사가 중단되고 서비스업체 등도 문을 닫으면서 아랍에미리트에서 일하는 인도와 파키스탄 노동자들 가운데 수십만 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생계가 막막한 저임금 노동자들은 자선단체가 제공하는 식사 등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들은 한 방에 많게는 8명씩 밀집된 생활을 하다보니 집단 감염에 취약한 상황.

사우디에서는 하루 감염자의 65%가 외국인 노동자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두바이 경찰은 이에 따라 열화상 카메라가 달린 헬멧 등을 통해 노동자들의 체온을 계속 확인하고 있습니다.

인도와 파키스탄 정부도 상황 악화를 우려해 자국 노동자들을 귀국시키기 시작했습니다.

[비풀/주 두바이 인도 총영사 : "실직자들, 임산부, 노인, 환자를 우선 귀국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귀국을 신청한 인도와 파키스탄 노동자 26만 명을 단기간에 귀국시키기란 어려운 상황.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지 않으면 대량 실직에 집단 감염이 겹쳐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두바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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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리포트] 라마단 종료…이주 노동자 감염 차단 비상
    • 입력 2020-05-23 23:07:21
    • 수정2020-05-23 23:16:15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중동에서는 한 달 동안 이어진 라마단이 오늘(23일) 끝났는데요.

이 라마단 기간에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어서 방역이 다시 강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와 파키스탄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감염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두바이 박석호 특파원이 전해왔습니다.

[리포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라시드 항구.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이 끝날 무렵이면 전 세계에서 온 유람선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곳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갈 곳도 없고 승객도 없는 빈 유람선들만 정박해 있습니다.

탑승객들은 지난 3월 배에서 내리자마자 비행기를 타고 떠났고 일부 승무원만 남아있습니다.

[알 마나이/라디스항 책임자 : "모든 승객과 승무원이 검사를 받은 뒤에 배에서 내리게 했고, 승객들이 자기 나라에 갈 수 있도록 비행편을 준비했습니다."]

이 항구 인근에 있는 두바이 금시장.

세계적인 관광 명소지만, 지금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업체들은 관광객 대신 현지인을 상대로 한 마케팅 전략에 고심하는 처지입니다.

[카티아/귀금속 업체 임원 :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지인 수요에 접근해야 하고요, 그래서 택배, 무접촉 배송 방식 등을 고안했습니다."]

라마단이 끝난 것을 기념하는 이드 알 피트르 연휴는 이슬람 상권의 최대 대목이지만, 올해는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중동 최대 쇼핑몰 두바이몰도 마찬가지입니다.

3주 이상 문을 닫았다가 라마단 기간 다시 영업을 시작했지만, 입장 인원은 엄격히 제한되고 있습니다.

[나즐라/두바이몰 매니저 : "매장 내 인원을 제한하기 위한 기술을 도입했고요, 하루 단위가 아니라 매시간 인원 보고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라마단 기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난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라마단 전 500여 명에서 지금은 900여 명으로 늘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는 확산세가 더 심각합니다.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이에 따라 야간 통행금지 시간을 다시 늘리는 등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생활은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한 도심 주차장.

이곳은 평소에는 차를 댈 곳을 찾기 힘든 곳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사무실들이 문을 닫으면서 지금은 평일 오전인데도 주차장이 이렇게 텅 비어 있습니다.

세차 일을 하고 있는 이 인도 노동자는 아랍에미리트 생활 15년 만에 처음 겪는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아랍에미리트 인도 노동자 : "22대 정기 세차를 했는데 지금은 거의 안 와서 6대만 해요. 알쿠즈 노동자 숙소에는 코로나19가 발생했어요. 건설회사, 인력회사 숙소들이 있는 곳이에요."]

코로나19로 건설공사가 중단되고 서비스업체 등도 문을 닫으면서 아랍에미리트에서 일하는 인도와 파키스탄 노동자들 가운데 수십만 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생계가 막막한 저임금 노동자들은 자선단체가 제공하는 식사 등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들은 한 방에 많게는 8명씩 밀집된 생활을 하다보니 집단 감염에 취약한 상황.

사우디에서는 하루 감염자의 65%가 외국인 노동자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두바이 경찰은 이에 따라 열화상 카메라가 달린 헬멧 등을 통해 노동자들의 체온을 계속 확인하고 있습니다.

인도와 파키스탄 정부도 상황 악화를 우려해 자국 노동자들을 귀국시키기 시작했습니다.

[비풀/주 두바이 인도 총영사 : "실직자들, 임산부, 노인, 환자를 우선 귀국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귀국을 신청한 인도와 파키스탄 노동자 26만 명을 단기간에 귀국시키기란 어려운 상황.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지 않으면 대량 실직에 집단 감염이 겹쳐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두바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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