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에 軍 수송기까지…코로나 수송작전 ‘활기’

입력 2020.05.24 (09:01) 수정 2020.05.2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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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파란 베레모를 쓴 군인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남수단으로 떠났습니다. 현지에서 평화유지 임무를 수행할 한빛부대원 12진입니다. 이 비행기는 귀국길에 에티오피아를 경유해 우리 교민들을 태우고 21일 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귀국편 비행기를 구하지 못해 애태우던 에티오피아 교민 10명을 비롯해 가나 36명, 케냐 13명, 수단 1명 등 60명의 우리 국민들이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전세기에는 군의관 1명과 간호장교 1명을 비롯해 국방부와 외교부의 지원 인력이 탑승했습니다.

에티오피아로 파견된 국방부·외교부 신속대응팀이 전세기에 오르는 교민들의 손 소독을 안내하고 있다.에티오피아로 파견된 국방부·외교부 신속대응팀이 전세기에 오르는 교민들의 손 소독을 안내하고 있다.

■코로나가 막은 하늘길 뚫은 전세기

코로나19가 세계를 덮치며 하늘길도 닫혔습니다. 아프리카 나라들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비행기들이 뜨지 못했습니다. 뜰 수 있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여행을 꺼리니 손님이 없어 정기 항공편이 줄줄이 취소됐습니다. 돌아가고 싶어도 발이 묶인 교민들을 태운 게 전세기입니다. 전세기는 정부가 우리 국적 민항사와 협상을 거쳐 띄웁니다. 긴급구난활동비라는 정부 예산을 씁니다.

코로나19 초기 중국 우한이 봉쇄됐을 때 우리 정부가 띄운 특별기도 민항사 전세기입니다. 지금까지 우한 3회를 비롯해 3월엔 이란과 페루, 4월에는 이탈리아 2회 등 모두 7회의 정부 임차 전세기가 1,640명의 교민들을 귀국시켰습니다.

■전세기 안 될 땐 軍 수송기 동원

하지만 전세기를 띄우고 싶어도 띄울 수 없는 경우가 생깁니다. 운항 허가가 나지 않거나 민항기 이착륙이 힘든 곳도 있습니다. 좌석보다 탑승객이 너무 적으면 비용 문제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긴박하게 비행기를 띄워야 할 땐 군 수송기가 투입됩니다.

석 달 전 우리 공군 3호기가 코로나19 연쇄 감염이 일어났던 일본의 크루즈선에서 하선한 우리 국민들을 태우기 위해 일본을 왕복했습니다. 한국인 6명과 일본인 배우자 1명이 이 수송기로 하네다 공항을 이륙해 김포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평소 김포-하네다 구간은 양국의 민항기가 부지런히 오가는 노선입니다. 하지만 탑승객 수가 적은 상황에서 오랫동안 배 안에 고립됐던 국민들을 빨리 데려와야 하는 시급함 때문에 신속하게 공군기가 투입됐습니다.

공군 3호기 VCN-235. 군 수송기 CN-235를 귀빈 수송용으로 개조하면서 앞에 V가 붙었다. 엔진 2개로 약 3,600km를 날 수 있다.공군 3호기 VCN-235. 군 수송기 CN-235를 귀빈 수송용으로 개조하면서 앞에 V가 붙었다. 엔진 2개로 약 3,600km를 날 수 있다.

방역 물자 수송에 공군 수송기가 쓰이기도 합니다. C-130J 수송기가 지난 12일 미국의 6.25 참전용사와 가족에게 전달할 마스크 50만 장을 싣고 미국 워싱턴 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내렸습니다. 참전 용사들에게 우리 군이 보훈과 예우의 뜻을 표하는 차원에서 군 수송기가 동원됐고 신속한 검역과 통관을 위해 군 공항에 내렸습니다.

두 달 전에는 같은 기종 수송기가 한국 기업이 미얀마에서 생산한 수술용 가운 8만 벌을 싣고 왔습니다. 3월 초 미얀마로 오가는 직항 국적기가 운항을 멈춘 상태에서 다른 곳을 거치면 2주 이상이 걸리는 상황. 코로나19로 전 세계적 품귀 현상을 빚어 전략물자가 된 수술용 가운 수송에 군 자산이 동원된 겁니다.

수송기를 이용하면 유리한 점이 또 있습니다. 수송기는 민항기가 내릴 수 없는 열악한 공간, 항법 시설이 부서지고 활주로가 일부 파손된 곳에서도 이착륙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8년 태풍 위투가 휩쓸었던 미국령 괌, 2013년 태풍 하이엔이 덮친 필리핀 타클로반에선 공항 시설물 파손으로 민항기가 내릴 수 없었지만, 우리 군 수송기가 날아가 국민들을 탈출시켰습니다.

C-130J 수송기가 미얀마에서 방역 물자를 싣고 있다. 엔진 4개로 CN-235 계열보다 큰 수송기로 약 5,760km를 날 수 있어 장거리 물자, 인력 수송에 동원된다.C-130J 수송기가 미얀마에서 방역 물자를 싣고 있다. 엔진 4개로 CN-235 계열보다 큰 수송기로 약 5,760km를 날 수 있어 장거리 물자, 인력 수송에 동원된다.

■급할 땐 다른 나라 군용기까지

하지만 민항기를 빌릴 수 있다고 해도, 공군 수송기가 준비된다고 해도 못 띄울 때가 있습니다. 그 나라 영공이 열리지 않거나, 운항 허가를 끝내 내주지 않거나, 심지어 현지 사정이 너무 급할 땐 운항 허가를 협의할 시간조차 없을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땐 다른 나라 전세기나 군용기를 섭외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지난달 14일엔 국경봉쇄로 아프리카 말리에 발이 묶였던 우리 기업인 11명이 벨기에 군용기를 타고 말리를 떠날 수 있었습니다.

말리에서 비행기에 우리 기업인들이 탑승하는 모습. 민항기로 많이 쓰이는 에어버스사의 A321. 벨기에군 소속이다.말리에서 비행기에 우리 기업인들이 탑승하는 모습. 민항기로 많이 쓰이는 에어버스사의 A321. 벨기에군 소속이다.

■전세기·수송기 요금은?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상황. 외교부와 국방부는 전세기를 빌리고, 다른 나라로부터 운항 허가를 받고, 수송 작전을 짜고, 여의치 않을 때 다른 나라의 전세기나 군용기까지 섭외하느라 분주합니다.

이렇게 천신만고 끝에 귀국한 우리 국민들이 마지막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요금입니다. 전세기, 수송기는 공짜는 아닙니다. 일단 귀국한 뒤 정부에 운임을 냅니다. 얼마냐고요? 같은 구간, 또는 유사 구간 민항기의 이코노미석 요금에 준해서 책정됩니다. 성수기나 유사시에는 민항기 요금도 오르는데, 전세기 요금은 평시를 기준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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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24 09:01:01
    • 수정2020-05-24 09:01:22
    취재K
지난 18일 파란 베레모를 쓴 군인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남수단으로 떠났습니다. 현지에서 평화유지 임무를 수행할 한빛부대원 12진입니다. 이 비행기는 귀국길에 에티오피아를 경유해 우리 교민들을 태우고 21일 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귀국편 비행기를 구하지 못해 애태우던 에티오피아 교민 10명을 비롯해 가나 36명, 케냐 13명, 수단 1명 등 60명의 우리 국민들이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전세기에는 군의관 1명과 간호장교 1명을 비롯해 국방부와 외교부의 지원 인력이 탑승했습니다.

에티오피아로 파견된 국방부·외교부 신속대응팀이 전세기에 오르는 교민들의 손 소독을 안내하고 있다.
■코로나가 막은 하늘길 뚫은 전세기

코로나19가 세계를 덮치며 하늘길도 닫혔습니다. 아프리카 나라들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비행기들이 뜨지 못했습니다. 뜰 수 있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여행을 꺼리니 손님이 없어 정기 항공편이 줄줄이 취소됐습니다. 돌아가고 싶어도 발이 묶인 교민들을 태운 게 전세기입니다. 전세기는 정부가 우리 국적 민항사와 협상을 거쳐 띄웁니다. 긴급구난활동비라는 정부 예산을 씁니다.

코로나19 초기 중국 우한이 봉쇄됐을 때 우리 정부가 띄운 특별기도 민항사 전세기입니다. 지금까지 우한 3회를 비롯해 3월엔 이란과 페루, 4월에는 이탈리아 2회 등 모두 7회의 정부 임차 전세기가 1,640명의 교민들을 귀국시켰습니다.

■전세기 안 될 땐 軍 수송기 동원

하지만 전세기를 띄우고 싶어도 띄울 수 없는 경우가 생깁니다. 운항 허가가 나지 않거나 민항기 이착륙이 힘든 곳도 있습니다. 좌석보다 탑승객이 너무 적으면 비용 문제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긴박하게 비행기를 띄워야 할 땐 군 수송기가 투입됩니다.

석 달 전 우리 공군 3호기가 코로나19 연쇄 감염이 일어났던 일본의 크루즈선에서 하선한 우리 국민들을 태우기 위해 일본을 왕복했습니다. 한국인 6명과 일본인 배우자 1명이 이 수송기로 하네다 공항을 이륙해 김포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평소 김포-하네다 구간은 양국의 민항기가 부지런히 오가는 노선입니다. 하지만 탑승객 수가 적은 상황에서 오랫동안 배 안에 고립됐던 국민들을 빨리 데려와야 하는 시급함 때문에 신속하게 공군기가 투입됐습니다.

공군 3호기 VCN-235. 군 수송기 CN-235를 귀빈 수송용으로 개조하면서 앞에 V가 붙었다. 엔진 2개로 약 3,600km를 날 수 있다.
방역 물자 수송에 공군 수송기가 쓰이기도 합니다. C-130J 수송기가 지난 12일 미국의 6.25 참전용사와 가족에게 전달할 마스크 50만 장을 싣고 미국 워싱턴 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내렸습니다. 참전 용사들에게 우리 군이 보훈과 예우의 뜻을 표하는 차원에서 군 수송기가 동원됐고 신속한 검역과 통관을 위해 군 공항에 내렸습니다.

두 달 전에는 같은 기종 수송기가 한국 기업이 미얀마에서 생산한 수술용 가운 8만 벌을 싣고 왔습니다. 3월 초 미얀마로 오가는 직항 국적기가 운항을 멈춘 상태에서 다른 곳을 거치면 2주 이상이 걸리는 상황. 코로나19로 전 세계적 품귀 현상을 빚어 전략물자가 된 수술용 가운 수송에 군 자산이 동원된 겁니다.

수송기를 이용하면 유리한 점이 또 있습니다. 수송기는 민항기가 내릴 수 없는 열악한 공간, 항법 시설이 부서지고 활주로가 일부 파손된 곳에서도 이착륙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8년 태풍 위투가 휩쓸었던 미국령 괌, 2013년 태풍 하이엔이 덮친 필리핀 타클로반에선 공항 시설물 파손으로 민항기가 내릴 수 없었지만, 우리 군 수송기가 날아가 국민들을 탈출시켰습니다.

C-130J 수송기가 미얀마에서 방역 물자를 싣고 있다. 엔진 4개로 CN-235 계열보다 큰 수송기로 약 5,760km를 날 수 있어 장거리 물자, 인력 수송에 동원된다.
■급할 땐 다른 나라 군용기까지

하지만 민항기를 빌릴 수 있다고 해도, 공군 수송기가 준비된다고 해도 못 띄울 때가 있습니다. 그 나라 영공이 열리지 않거나, 운항 허가를 끝내 내주지 않거나, 심지어 현지 사정이 너무 급할 땐 운항 허가를 협의할 시간조차 없을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땐 다른 나라 전세기나 군용기를 섭외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지난달 14일엔 국경봉쇄로 아프리카 말리에 발이 묶였던 우리 기업인 11명이 벨기에 군용기를 타고 말리를 떠날 수 있었습니다.

말리에서 비행기에 우리 기업인들이 탑승하는 모습. 민항기로 많이 쓰이는 에어버스사의 A321. 벨기에군 소속이다.
■전세기·수송기 요금은?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상황. 외교부와 국방부는 전세기를 빌리고, 다른 나라로부터 운항 허가를 받고, 수송 작전을 짜고, 여의치 않을 때 다른 나라의 전세기나 군용기까지 섭외하느라 분주합니다.

이렇게 천신만고 끝에 귀국한 우리 국민들이 마지막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요금입니다. 전세기, 수송기는 공짜는 아닙니다. 일단 귀국한 뒤 정부에 운임을 냅니다. 얼마냐고요? 같은 구간, 또는 유사 구간 민항기의 이코노미석 요금에 준해서 책정됩니다. 성수기나 유사시에는 민항기 요금도 오르는데, 전세기 요금은 평시를 기준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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