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이는 고가품 매장과 4만 원짜리 신발…코로나 ‘양극화’

입력 2020.05.24 (21:06) 수정 2020.05.24 (21:5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코로나19 여파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다고들 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장사를 접은 영세상인들, 재난지원금에 의지해 불안한 일상을 버티는 서민들이 있는 반면, 백화점 명품 매장, 고급 아파트 분양 모집에 몰린 사람들도 있습니다.

소비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전염병이 우리 사회 부의 양극화를 드러냈다는 얘기입니다.

전현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동대문의 한 의류 시장, 곳곳이 천막으로 닫혀 있고 아예 폐업한 곳도 있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빽빽하게 적었던 매출 장부지만 올해는 반 장도 채우기 힘듭니다.

[한영순/동대문시장 상인 : "2월·3월은 아예 매출이 꽝이었어요. 한두 건 온라인 매출 건이었고요. 장터에는 사람들이 아예 안 나왔어요."]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받은 40만 원이 이 할머니에겐 얼마나 요긴한지 모릅니다.

월세로 20만 원 썼고 병원비 10만 원, 남은 10만 원은 먹을것을 사고 4만 원짜리 신발 한 켤레 장만했습니다.

[정순혜/서울 영등포구 : "작정하고 샀어요. 부식비 좀 모자라도 꼭 사고 싶었으니까 신발은 꼭 있어야 하니까..."]

재난지원금으로 근근이 버티지만 몇 개월째 일자리가 없으니 미래는 막막합니다.

[김성식/서울 영등포구 : "내가 놀고 있는 지가 한 70일, 80일 가까이 되는데, 코로나 때문에 사람을 안 쓴다 그런 식으로 하면 나갔다 돌아오고 그러다 보면 사람이 누추해져요."]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한 백화점 수입 고가품 매장에는 수십 명이 줄을 섰습니다.

곧 가격을 올린다는 소문이 돌아서 사람들이 몰린 겁니다.

이 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전체 매출은 줄었지만, 수입 고가품만 따로 보면 3월만 제외하고는 매출이 오히려 늘었습니다.

[백화점 직원/음성변조 : "이거 2개가 들어오면 2개 때문에 고객님 열 분은 예약을 하고 가세요."]

이 아파트는 분양가 15억 원이 넘어 대출을 받을 수 없지만, 세 가구만 분양 모집하는 데 26만 명이 몰렸습니다.

코로나가 불러온 경제 위기는 부의 양극화라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더 극명하게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전현우입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북적이는 고가품 매장과 4만 원짜리 신발…코로나 ‘양극화’
    • 입력 2020-05-24 21:09:13
    • 수정2020-05-24 21:51:11
    뉴스 9
[앵커]

코로나19 여파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다고들 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장사를 접은 영세상인들, 재난지원금에 의지해 불안한 일상을 버티는 서민들이 있는 반면, 백화점 명품 매장, 고급 아파트 분양 모집에 몰린 사람들도 있습니다.

소비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전염병이 우리 사회 부의 양극화를 드러냈다는 얘기입니다.

전현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동대문의 한 의류 시장, 곳곳이 천막으로 닫혀 있고 아예 폐업한 곳도 있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빽빽하게 적었던 매출 장부지만 올해는 반 장도 채우기 힘듭니다.

[한영순/동대문시장 상인 : "2월·3월은 아예 매출이 꽝이었어요. 한두 건 온라인 매출 건이었고요. 장터에는 사람들이 아예 안 나왔어요."]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받은 40만 원이 이 할머니에겐 얼마나 요긴한지 모릅니다.

월세로 20만 원 썼고 병원비 10만 원, 남은 10만 원은 먹을것을 사고 4만 원짜리 신발 한 켤레 장만했습니다.

[정순혜/서울 영등포구 : "작정하고 샀어요. 부식비 좀 모자라도 꼭 사고 싶었으니까 신발은 꼭 있어야 하니까..."]

재난지원금으로 근근이 버티지만 몇 개월째 일자리가 없으니 미래는 막막합니다.

[김성식/서울 영등포구 : "내가 놀고 있는 지가 한 70일, 80일 가까이 되는데, 코로나 때문에 사람을 안 쓴다 그런 식으로 하면 나갔다 돌아오고 그러다 보면 사람이 누추해져요."]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한 백화점 수입 고가품 매장에는 수십 명이 줄을 섰습니다.

곧 가격을 올린다는 소문이 돌아서 사람들이 몰린 겁니다.

이 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전체 매출은 줄었지만, 수입 고가품만 따로 보면 3월만 제외하고는 매출이 오히려 늘었습니다.

[백화점 직원/음성변조 : "이거 2개가 들어오면 2개 때문에 고객님 열 분은 예약을 하고 가세요."]

이 아파트는 분양가 15억 원이 넘어 대출을 받을 수 없지만, 세 가구만 분양 모집하는 데 26만 명이 몰렸습니다.

코로나가 불러온 경제 위기는 부의 양극화라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더 극명하게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전현우입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