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예술인 고용보험 첫발…무명배우에겐 그림의 떡?

입력 2020.05.24 (21:22) 수정 2020.05.24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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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연극배우, 가수 등 예술인들은 그동안 이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예술인들도 보험에 가입하게 하는 법안이 ​ 2년 여 만에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제 예술인들도 보험료를 내고, 일자리를 잃게 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겁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전 국민 고용보험'을 위한 첫 단추가 잘 끼워졌다,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당초 정부 발표와 달리 이번 개정안에는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노동자 등은 적용 대상에서 빠졌고, 혜택을 받게 된 예술인들 사이에서조차 현실과 괴리가 있는 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된 걸까요.

김지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하루 또 사라진다, 사라질 것이라도..."]

21년째 음악을 해온 이수진 씨.

그동안 크고 작은 무대에서 공연을 해왔는데, 코로나19 여파로 무대에 설 일이 급격히 줄어 수입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수진/싱어송라이터/뮤지션 유니온 : "공연을 통해서 저희는 예술을 펼쳐 보여야 되는데 그 무대 자체가 없는 거죠. 기본적으로 생계가 불투명한 상황."]

이렇게 생계가 막막해진 예술인들도 앞으론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문제는 수급 조건입니다.

실직하기 직전 2년 동안 9개월 이상 일하며 보험료를 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조건을 채울 수 있는 예술인이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는 겁니다.

보통 두 세 달 연습 기간을 거쳐도 실제 공연하는 날은 매우 짧은데, 연습 기간은 근로 기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종승/연극인 : "한 두 달 정도 연습을 하고 한 작품 하고, 두 달 정도 연습하고 한 작품 하고. 공연 날 수만 갖고 계산을 한다는 건 산정 범위에 들어가기가 굉장히 힘들죠."]

계약이 여러 단계로 이뤄질 경우 보험료 절반을 내야 하는 사업주가 누군지 불분명해진다는 점도 걸림돌입니다.

'전 국민 고용보험' 추진 방침에 따라 급한대로 법만 통과시켜 놓고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는 건 모두 시행령으로 미룬 셈입니다.

[오경미/문화예술노동연대 사무국장 : "몇몇 조항만 바꾼다고 지금의 고용보험법개정안이 개선될 거라고 보지는 않고 있고요. 근로자의 정의 조항이 더 넓어져야 되는 거죠."]

정부는 앞으로 예술인들의 의견을 더 수렴하겠다고 밝혔지만, 보험료 부담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시행령 마련 과정이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KBS 뉴스 김지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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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의 눈] 예술인 고용보험 첫발…무명배우에겐 그림의 떡?
    • 입력 2020-05-24 21:25:11
    • 수정2020-05-24 21: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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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연극배우, 가수 등 예술인들은 그동안 이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예술인들도 보험에 가입하게 하는 법안이 ​ 2년 여 만에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제 예술인들도 보험료를 내고, 일자리를 잃게 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겁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전 국민 고용보험'을 위한 첫 단추가 잘 끼워졌다,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당초 정부 발표와 달리 이번 개정안에는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노동자 등은 적용 대상에서 빠졌고, 혜택을 받게 된 예술인들 사이에서조차 현실과 괴리가 있는 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된 걸까요.

김지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하루 또 사라진다, 사라질 것이라도..."]

21년째 음악을 해온 이수진 씨.

그동안 크고 작은 무대에서 공연을 해왔는데, 코로나19 여파로 무대에 설 일이 급격히 줄어 수입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수진/싱어송라이터/뮤지션 유니온 : "공연을 통해서 저희는 예술을 펼쳐 보여야 되는데 그 무대 자체가 없는 거죠. 기본적으로 생계가 불투명한 상황."]

이렇게 생계가 막막해진 예술인들도 앞으론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문제는 수급 조건입니다.

실직하기 직전 2년 동안 9개월 이상 일하며 보험료를 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조건을 채울 수 있는 예술인이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는 겁니다.

보통 두 세 달 연습 기간을 거쳐도 실제 공연하는 날은 매우 짧은데, 연습 기간은 근로 기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종승/연극인 : "한 두 달 정도 연습을 하고 한 작품 하고, 두 달 정도 연습하고 한 작품 하고. 공연 날 수만 갖고 계산을 한다는 건 산정 범위에 들어가기가 굉장히 힘들죠."]

계약이 여러 단계로 이뤄질 경우 보험료 절반을 내야 하는 사업주가 누군지 불분명해진다는 점도 걸림돌입니다.

'전 국민 고용보험' 추진 방침에 따라 급한대로 법만 통과시켜 놓고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는 건 모두 시행령으로 미룬 셈입니다.

[오경미/문화예술노동연대 사무국장 : "몇몇 조항만 바꾼다고 지금의 고용보험법개정안이 개선될 거라고 보지는 않고 있고요. 근로자의 정의 조항이 더 넓어져야 되는 거죠."]

정부는 앞으로 예술인들의 의견을 더 수렴하겠다고 밝혔지만, 보험료 부담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시행령 마련 과정이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KBS 뉴스 김지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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