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고 타라”…랭글러 최고급 모델에 무슨 일이?

입력 2020.05.2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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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지프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을 구매한 염정수 씨. 구매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가슴 철렁한 일을 겪었습니다. 퇴근길 한남대교 아래를 지나다가 갑자기 차량이 멈춰선 겁니다. 뒤차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아 추돌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차량이 급제동하면서 물건이 다 앞으로 쏟아져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염 씨는 바로 서비스센터에 차량을 입고시켜 센서에 달린 카메라 각도를 조정하는 서비스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틀 뒤, 올림픽대로를 지나다 똑같은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이번에도 다리 아래를 지나다 차량이 멈췄습니다.


■ 전방추돌방지장치 오작동?

염 씨의 차량이 갑자기 멈춰선 건 안전장치인 '전방추돌방지장치' 때문입니다. 앞 차량과 간격이 갑자기 좁혀져 추돌 위험이 있을 때 브레이크를 밟으라는 경고음을 보내거나,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밟아주는 첨단장치입니다. 버스 등 대형 차량에는 부착이 의무화돼있지만, 승용차엔 아직까지 고가의 차량에만 부착된 장치이기도 합니다. 랭글러 모델 중에선 가장 고가인 루비콘 파워탑과 오버랜드 모델에만 장착돼 있습니다.

자동비상브레이크설정자동비상브레이크설정

염 씨는 차량이 갑자기 멈춰서기 전에도, 브레이크 경고음이 울리는 오작동은 셀 수 없이 자주 일어났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고가나 지하주차장 아래를 지날 때 오작동이 자주 일어났습니다. 센서가 이를 장애물로 인식해 경고음을 보낸다는 겁니다.

브레이크 경고음브레이크 경고음

랭글러 차주들이 모여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차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때 특히 오작동이 심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KBS와 통화한 한 차주는 "아이를 뒤에 태우고 다닐 땐 위험할까 봐 항상 이 기능을 끄고 다닌다."라고 말했습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 "명백한 오작동"이라고 말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인터넷 커뮤니티

세 번이나 수리 맡겼지만.. "끄고 타세요."

두 달 동안 서비스센터에서 3번이나 수리를 받은 다음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서비스센터에서는 염 씨에게 해당 기능을 끄고 주행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또 갑자기 멈춰서면 위험할 수 있으니, 시동을 걸 때마다 끄고 타라고 했다는 겁니다. KBS 취재진과 만난 염 씨는 "차를 편하자고 타는 건데 매번 탈 때마다 꺼줘야 하니까 너무 불편하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끄는 모습끄는 모습

더욱 황당한 건 그다음입니다. 서비스센터 담당자는 염 씨에게 "올가을에 미국에서 업데이트 프로그램이 나오면 해당 기능을 영구적으로 끌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염 씨는 "이 기능을 쓰지 말라는 소리"라며 "새 차 가격에 해당 기능이 다 포함돼 있는데 그걸 인위적으로 다 꺼버린다는 건 가격만큼의 값어치를 못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 "해외에서도 오류 산발적 보고"… 제조사 입장은?

판매사인 FCA코리아는 지난해 4월 국내에 해당 모델이 출시된 뒤 1년 동안 1,000여 대 정도가 판매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가운데 전방추돌방지장치 오작동 문제로 서비스센터에서 수리를 받은 사례는 지금까지 3건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장치에 오류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해외에서 판매된 차량에서도 이 같은 오류가 산발적으로 보고됐다는 겁니다. FCA 코리아는 "오류 사례들을 모아서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있다"며 "연말쯤 업데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아직은 먼 자율주행의 꿈

전방추돌방지장치는 자율주행의 핵심 장치입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말까지 출시되는 모든 승용차에 전방추돌방지장치를 장착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이 같은 센서 오류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완전한 자율주행은 아직은 꿈에 가깝습니다. 국토교통부는 피해 신고 사례가 접수되면 검토를 거쳐 예비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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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냥 끄고 타라”…랭글러 최고급 모델에 무슨 일이?
    • 입력 2020-05-26 16:16:04
    취재K
올해 2월 지프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을 구매한 염정수 씨. 구매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가슴 철렁한 일을 겪었습니다. 퇴근길 한남대교 아래를 지나다가 갑자기 차량이 멈춰선 겁니다. 뒤차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아 추돌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차량이 급제동하면서 물건이 다 앞으로 쏟아져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염 씨는 바로 서비스센터에 차량을 입고시켜 센서에 달린 카메라 각도를 조정하는 서비스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틀 뒤, 올림픽대로를 지나다 똑같은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이번에도 다리 아래를 지나다 차량이 멈췄습니다.


■ 전방추돌방지장치 오작동?

염 씨의 차량이 갑자기 멈춰선 건 안전장치인 '전방추돌방지장치' 때문입니다. 앞 차량과 간격이 갑자기 좁혀져 추돌 위험이 있을 때 브레이크를 밟으라는 경고음을 보내거나,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밟아주는 첨단장치입니다. 버스 등 대형 차량에는 부착이 의무화돼있지만, 승용차엔 아직까지 고가의 차량에만 부착된 장치이기도 합니다. 랭글러 모델 중에선 가장 고가인 루비콘 파워탑과 오버랜드 모델에만 장착돼 있습니다.

자동비상브레이크설정
염 씨는 차량이 갑자기 멈춰서기 전에도, 브레이크 경고음이 울리는 오작동은 셀 수 없이 자주 일어났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고가나 지하주차장 아래를 지날 때 오작동이 자주 일어났습니다. 센서가 이를 장애물로 인식해 경고음을 보낸다는 겁니다.

브레이크 경고음
랭글러 차주들이 모여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차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때 특히 오작동이 심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KBS와 통화한 한 차주는 "아이를 뒤에 태우고 다닐 땐 위험할까 봐 항상 이 기능을 끄고 다닌다."라고 말했습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 "명백한 오작동"이라고 말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세 번이나 수리 맡겼지만.. "끄고 타세요."

두 달 동안 서비스센터에서 3번이나 수리를 받은 다음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서비스센터에서는 염 씨에게 해당 기능을 끄고 주행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또 갑자기 멈춰서면 위험할 수 있으니, 시동을 걸 때마다 끄고 타라고 했다는 겁니다. KBS 취재진과 만난 염 씨는 "차를 편하자고 타는 건데 매번 탈 때마다 꺼줘야 하니까 너무 불편하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끄는 모습
더욱 황당한 건 그다음입니다. 서비스센터 담당자는 염 씨에게 "올가을에 미국에서 업데이트 프로그램이 나오면 해당 기능을 영구적으로 끌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염 씨는 "이 기능을 쓰지 말라는 소리"라며 "새 차 가격에 해당 기능이 다 포함돼 있는데 그걸 인위적으로 다 꺼버린다는 건 가격만큼의 값어치를 못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 "해외에서도 오류 산발적 보고"… 제조사 입장은?

판매사인 FCA코리아는 지난해 4월 국내에 해당 모델이 출시된 뒤 1년 동안 1,000여 대 정도가 판매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가운데 전방추돌방지장치 오작동 문제로 서비스센터에서 수리를 받은 사례는 지금까지 3건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장치에 오류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해외에서 판매된 차량에서도 이 같은 오류가 산발적으로 보고됐다는 겁니다. FCA 코리아는 "오류 사례들을 모아서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있다"며 "연말쯤 업데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아직은 먼 자율주행의 꿈

전방추돌방지장치는 자율주행의 핵심 장치입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말까지 출시되는 모든 승용차에 전방추돌방지장치를 장착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이 같은 센서 오류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완전한 자율주행은 아직은 꿈에 가깝습니다. 국토교통부는 피해 신고 사례가 접수되면 검토를 거쳐 예비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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