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존중? 성 상품화?…끊이지 않는 ‘리얼돌’ 논란

입력 2020.05.26 (17:52) 수정 2020.05.26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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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 속 버젓이 자리 잡은 성인용 인형, '리얼돌' 판매 가게

"어머, 저게 뭐야?"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끄는 한 조그마한 가게.

터미널과 백화점, 아파트 단지 인근에 자리 잡아, 하루에도 수백 명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 가게는 여성의 신체를 본떠 만든 성인용품, 이른바 '리얼돌'을 팔고 있습니다.

가게 안을 들여다보니, 간호복과 웨딩드레스 등을 입은 여성 마네킹이 나란히 앉아있습니다. 1번, 2번, 3번…. 번호가 매겨져 있는 마네킹들은 각자의 자리를 얌전히 지키고 있습니다.

가게 앞 유리창에 붙은 "여성의 피부, 촉감과 거의 흡사하다"는 적나라한 광고 문구에 놀라는 찰나. 누군가 멀리서 외친 한 마디가 귀에 꽂힙니다.

"저것 좀 없애주세요!"

그 이후에도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모두 놀랍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어린아이들도 많이 지나다니는 데 성인용품을 대놓고 팔아도 되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습니다.


■ 제재 못 해… 수입 허가 정당 판결

하지만 현행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한, 판매를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이 리얼돌 수입은 정당하다며 허가 판결을 내렸습니다.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국가 개입이 최소화돼야 한다"는 것이 판매 허용의 근거입니다.

거리 규정만 지킨다면 어린이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아파트 단지 인근 지역에서도 판매 규제가 어렵습니다.

성인용품 '리얼돌'은 학교 경계에서 200m 거리 바깥에서 팔 경우 법에 걸리지 않습니다. 만약, 거리 규정을 어긴 경우에는 교육환경법에 따라 담당 교육청의 제재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 가게는 학교와 직선거리로 200m 이상 떨어져 있습니다.

'리얼돌'에 대해 꼭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만 있는 건 아닙니다.

지난해 무소속 이용주 의원이 국정감사장에 리얼돌을 들고 나와 "리얼돌은 사람 피부와 흡사한 느낌이 든다"며, 정부가 아예 리얼돌을 산업으로 키워볼 필요도 있지 않냐고 질의하기도 했습니다.

가게 업주 A 씨도 KBS와의 통화에서 이 의원과 비슷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기본적인 언어 기능이 탑재돼 있어 말동무는 물론, 교육용으로도 쓰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성매매를 억제하는 대체재로서의 순기능을 들면서 전면 판매 금지는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여성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삐뚤어진 성 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충북 청주 여성의전화 김현정 소장은 리얼돌은 단순한 성인용품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판매 규제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김 소장은 "리얼돌은 여성의 흡사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거절 의사를 밝히지 않는, 말 그대로 인형"이라면서, "리얼돌을 사용하다 보면, 일상생활에서도 다른 여성들과 마음대로 관계 맺기를 할 수 있다는 왜곡된 시선을 가지기 쉽다"고 말합니다.

또 "여성을 성과 폭력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쉽다는 점에서 최근 문제가 되는 n번방 범죄와도 연결된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 관중석 채운 리얼돌… 제재금 1억 원 징계

최근, 프로축구 FC서울이 텅 빈 관중석을 10여 개의 리얼돌로 채웠다가 뭇매를 맞았습니다.

지난 17일 K리그가 무관중으로 개막하면서 팬을 형상화한 리얼돌을 관중석에 앉혀놨는데, 평범한 마네킹이 아닌, 성인용품인 게 알려지면서 파장을 일으킨 겁니다.

결국,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내렸습니다.

연맹은 지난 20일 "'성인용 인형'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고, 여성을 도구화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해한다는 비판이 있던 상황에서 프로스포츠 구단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전시한 것은 결코 해서는 안 될 행위"라며, FC서울 구단에 제재금 1억 원의 중징계를 결정했습니다.

그동안 프로축구연맹이 구단에 부과한 금액 중 역대 최고입니다.

리얼돌 판매를 둘러싸고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야 한다."라는 의견과 "여성의 성을 상품화한다"는 견해가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프로축구연맹의 결정은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리얼돌이 선을 넘어 거리를 덮을 경우 선택은 둘 중 하나입니다.
규제의 고삐를 죄야 하는가? 그냥 이대로 둬야 하는가?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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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26 17:52:22
    • 수정2020-05-26 19:19:10
    취재K
■ 도심 속 버젓이 자리 잡은 성인용 인형, '리얼돌' 판매 가게

"어머, 저게 뭐야?"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끄는 한 조그마한 가게.

터미널과 백화점, 아파트 단지 인근에 자리 잡아, 하루에도 수백 명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 가게는 여성의 신체를 본떠 만든 성인용품, 이른바 '리얼돌'을 팔고 있습니다.

가게 안을 들여다보니, 간호복과 웨딩드레스 등을 입은 여성 마네킹이 나란히 앉아있습니다. 1번, 2번, 3번…. 번호가 매겨져 있는 마네킹들은 각자의 자리를 얌전히 지키고 있습니다.

가게 앞 유리창에 붙은 "여성의 피부, 촉감과 거의 흡사하다"는 적나라한 광고 문구에 놀라는 찰나. 누군가 멀리서 외친 한 마디가 귀에 꽂힙니다.

"저것 좀 없애주세요!"

그 이후에도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모두 놀랍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어린아이들도 많이 지나다니는 데 성인용품을 대놓고 팔아도 되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습니다.


■ 제재 못 해… 수입 허가 정당 판결

하지만 현행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한, 판매를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이 리얼돌 수입은 정당하다며 허가 판결을 내렸습니다.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국가 개입이 최소화돼야 한다"는 것이 판매 허용의 근거입니다.

거리 규정만 지킨다면 어린이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아파트 단지 인근 지역에서도 판매 규제가 어렵습니다.

성인용품 '리얼돌'은 학교 경계에서 200m 거리 바깥에서 팔 경우 법에 걸리지 않습니다. 만약, 거리 규정을 어긴 경우에는 교육환경법에 따라 담당 교육청의 제재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 가게는 학교와 직선거리로 200m 이상 떨어져 있습니다.

'리얼돌'에 대해 꼭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만 있는 건 아닙니다.

지난해 무소속 이용주 의원이 국정감사장에 리얼돌을 들고 나와 "리얼돌은 사람 피부와 흡사한 느낌이 든다"며, 정부가 아예 리얼돌을 산업으로 키워볼 필요도 있지 않냐고 질의하기도 했습니다.

가게 업주 A 씨도 KBS와의 통화에서 이 의원과 비슷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기본적인 언어 기능이 탑재돼 있어 말동무는 물론, 교육용으로도 쓰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성매매를 억제하는 대체재로서의 순기능을 들면서 전면 판매 금지는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여성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삐뚤어진 성 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충북 청주 여성의전화 김현정 소장은 리얼돌은 단순한 성인용품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판매 규제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김 소장은 "리얼돌은 여성의 흡사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거절 의사를 밝히지 않는, 말 그대로 인형"이라면서, "리얼돌을 사용하다 보면, 일상생활에서도 다른 여성들과 마음대로 관계 맺기를 할 수 있다는 왜곡된 시선을 가지기 쉽다"고 말합니다.

또 "여성을 성과 폭력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쉽다는 점에서 최근 문제가 되는 n번방 범죄와도 연결된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 관중석 채운 리얼돌… 제재금 1억 원 징계

최근, 프로축구 FC서울이 텅 빈 관중석을 10여 개의 리얼돌로 채웠다가 뭇매를 맞았습니다.

지난 17일 K리그가 무관중으로 개막하면서 팬을 형상화한 리얼돌을 관중석에 앉혀놨는데, 평범한 마네킹이 아닌, 성인용품인 게 알려지면서 파장을 일으킨 겁니다.

결국,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내렸습니다.

연맹은 지난 20일 "'성인용 인형'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고, 여성을 도구화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해한다는 비판이 있던 상황에서 프로스포츠 구단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전시한 것은 결코 해서는 안 될 행위"라며, FC서울 구단에 제재금 1억 원의 중징계를 결정했습니다.

그동안 프로축구연맹이 구단에 부과한 금액 중 역대 최고입니다.

리얼돌 판매를 둘러싸고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야 한다."라는 의견과 "여성의 성을 상품화한다"는 견해가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프로축구연맹의 결정은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리얼돌이 선을 넘어 거리를 덮을 경우 선택은 둘 중 하나입니다.
규제의 고삐를 죄야 하는가? 그냥 이대로 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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