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웃고 광어 울고…코로나19가 바꾼 식단

입력 2020.05.27 (08:18) 수정 2020.05.2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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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링이 잘 된 선홍빛 고기, 정말 먹음직스럽죠?

국내산 소고기, 한우입니다.

한우가 어떤 음식인가, '맛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비싼 게 문젭니다.

남이 사주면 모를까 내 돈 주고 먹기는 부담스러운, 대표적 음식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한우 하면 '특별한 계기'가 있어야 먹게 된다는 인식이 강한데, 최근의 긴급재난지원금 역시 마찬가집니다.

요즘 어딜 가도 정부의 재난지원금으로 뭘 사 먹었네 하는 얘기들 자주 하시죠.

그 중 한우 먹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평상시에는 비싼 가격 탓에 엄두를 내지 못하던 서민들이 재난지원금을 받고 나서 용기를 내봤을 듯 한데요,

오랜만에 맛있고 든든한 것 좀 먹어보자, 이참에 소고기 한 번 먹어보자, 이렇게 작정하신 분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송원종/상인 : "한우 사시는 분이 많이 늘었어요. 평상시에는 잘 못 잡수시다가 어떻게 생각하면 그냥 받았다고 생각을 하니까..."]

특히 편의점내 한우 특수가 두드러집니다.

요즘 1인 가구들이 많아지다 보니까 편의점에서도 고기 파는 건 다들 아실텐데요,

GS25의 경우 지난달 재난지원금과 연관된 매출 가운데 전월 대비 매출이 가장 크게 신장한 품목 10개 중 4개는 축산 제품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우는 전월 대비 판매량이 23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난지원금이 각 가정마다 지급되면서 '기왕이면 소고기'라는 소비심리가 형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우와 삼겹살 매출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경제 위축으로 허리띠를 졸라맸던 국민들의 마음이 와닿아서 가슴이 뭉클하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한우가 재난지원금 특수를 누리자 ‘한우 플렉스(flex)’라고 했습니다.

‘플렉스’는 일시에 거금을 쓰는 행동 혹은, 자신의 능력이나 라이프스타일을 과시하는 소비를 뜻하는 말입니다.

'공짜면 황소도 잡아먹는다'는 옛 속담이 현실이 된 느낌이죠.

몇 해 전 한 개그프로그램이 유행시킨 이 대사와도 맞아떨어집니다.

[김대희/개그콘서트 : "돈 많이 벌면 뭐하겠노, 기분 좋다고 소고기 사묵겠지."]

갑자기 수요가 껑충 뛰면서 한우 가격도 크게 올랐습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도매가 기준으로 한우 등심 가격은 1kg당 7만 4713원, 통계 작성 이래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이같은 가격 상승에는 최근 코로나19로 미국 육가공업체들이 문을 닫으면서 미국산 소고기 수입량이 줄어든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큰 요인은 재난지원금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같은 추이는 이른바 '보복 소비' 심리와도 맥이 닿아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유튜브 등 인터넷 상에서 육류를 활용한 다양한 고급 요리법이 등장했죠?

단순히 구워서 썰어먹는 수준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왕 집에서 구워 먹을 거 '제대로' 해보자는 심리가 작용한 것입니다.

'수비드' ·'마이야르 반응'· '드라이에이징' 등 소고기를 요리하는 다채로운 방법들을 시도할 절호의 기회 속에 그만큼 수요도 따라왔습니다.

이번엔 돼지고기 시장도 한 번 살펴볼까요.

돼지고깃값 역시 5개월새 64%나 올라 올들어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돼지고기는 삼겹살이나 목살같은 구워먹는 부위는 인기인 반면, 급식 등에 주로 쓰이는 뒷다릿살 등은 재고량이 크게 늘어 부위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축산 시장은 대체로 호조를 이어가는 반면 국민 생선으로 불리던 ‘광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역 축제가 취소되면서 자연산 광어 시세는 전년 대비 10% 이상 하락했습니다.

물론 지금 시기가 광어철이기도 하지만, 5월 자연산 광어 물량 중 30% 가량을 책임졌던 서해 서천 광어축제, 남해의 완도 해산물장보고축제 등 지역 축제가 전면 취소되면서 자연산 광어 수요에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광어와 같은 회나 수산물은 집밥 보다는 외식 비중이 높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매출 피해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대형 마트에서는 자연산 광어 특가 상품이 등장할 정도입니다.

["자연산 광어에요. 자연산 광어회. 양식보다 훨씬 더 저렴합니다."]

코로나 19 사태 속에 들려오는 한우와 광어 값 소식은 방향이야 어쨌든 어딘가 씁쓸한 느낌을 남깁니다.

어찌 됐든 빨리 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 농민도 어민도 웃고, 동네 사장님도 웃고 가계 형편도 풀리길 바랄 뿐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 ‘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Issue.html?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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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우 웃고 광어 울고…코로나19가 바꾼 식단
    • 입력 2020-05-27 08:19:28
    • 수정2020-05-27 08:5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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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링이 잘 된 선홍빛 고기, 정말 먹음직스럽죠?

국내산 소고기, 한우입니다.

한우가 어떤 음식인가, '맛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비싼 게 문젭니다.

남이 사주면 모를까 내 돈 주고 먹기는 부담스러운, 대표적 음식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한우 하면 '특별한 계기'가 있어야 먹게 된다는 인식이 강한데, 최근의 긴급재난지원금 역시 마찬가집니다.

요즘 어딜 가도 정부의 재난지원금으로 뭘 사 먹었네 하는 얘기들 자주 하시죠.

그 중 한우 먹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평상시에는 비싼 가격 탓에 엄두를 내지 못하던 서민들이 재난지원금을 받고 나서 용기를 내봤을 듯 한데요,

오랜만에 맛있고 든든한 것 좀 먹어보자, 이참에 소고기 한 번 먹어보자, 이렇게 작정하신 분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송원종/상인 : "한우 사시는 분이 많이 늘었어요. 평상시에는 잘 못 잡수시다가 어떻게 생각하면 그냥 받았다고 생각을 하니까..."]

특히 편의점내 한우 특수가 두드러집니다.

요즘 1인 가구들이 많아지다 보니까 편의점에서도 고기 파는 건 다들 아실텐데요,

GS25의 경우 지난달 재난지원금과 연관된 매출 가운데 전월 대비 매출이 가장 크게 신장한 품목 10개 중 4개는 축산 제품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우는 전월 대비 판매량이 23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난지원금이 각 가정마다 지급되면서 '기왕이면 소고기'라는 소비심리가 형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우와 삼겹살 매출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경제 위축으로 허리띠를 졸라맸던 국민들의 마음이 와닿아서 가슴이 뭉클하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한우가 재난지원금 특수를 누리자 ‘한우 플렉스(flex)’라고 했습니다.

‘플렉스’는 일시에 거금을 쓰는 행동 혹은, 자신의 능력이나 라이프스타일을 과시하는 소비를 뜻하는 말입니다.

'공짜면 황소도 잡아먹는다'는 옛 속담이 현실이 된 느낌이죠.

몇 해 전 한 개그프로그램이 유행시킨 이 대사와도 맞아떨어집니다.

[김대희/개그콘서트 : "돈 많이 벌면 뭐하겠노, 기분 좋다고 소고기 사묵겠지."]

갑자기 수요가 껑충 뛰면서 한우 가격도 크게 올랐습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도매가 기준으로 한우 등심 가격은 1kg당 7만 4713원, 통계 작성 이래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이같은 가격 상승에는 최근 코로나19로 미국 육가공업체들이 문을 닫으면서 미국산 소고기 수입량이 줄어든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큰 요인은 재난지원금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같은 추이는 이른바 '보복 소비' 심리와도 맥이 닿아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유튜브 등 인터넷 상에서 육류를 활용한 다양한 고급 요리법이 등장했죠?

단순히 구워서 썰어먹는 수준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왕 집에서 구워 먹을 거 '제대로' 해보자는 심리가 작용한 것입니다.

'수비드' ·'마이야르 반응'· '드라이에이징' 등 소고기를 요리하는 다채로운 방법들을 시도할 절호의 기회 속에 그만큼 수요도 따라왔습니다.

이번엔 돼지고기 시장도 한 번 살펴볼까요.

돼지고깃값 역시 5개월새 64%나 올라 올들어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돼지고기는 삼겹살이나 목살같은 구워먹는 부위는 인기인 반면, 급식 등에 주로 쓰이는 뒷다릿살 등은 재고량이 크게 늘어 부위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축산 시장은 대체로 호조를 이어가는 반면 국민 생선으로 불리던 ‘광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역 축제가 취소되면서 자연산 광어 시세는 전년 대비 10% 이상 하락했습니다.

물론 지금 시기가 광어철이기도 하지만, 5월 자연산 광어 물량 중 30% 가량을 책임졌던 서해 서천 광어축제, 남해의 완도 해산물장보고축제 등 지역 축제가 전면 취소되면서 자연산 광어 수요에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광어와 같은 회나 수산물은 집밥 보다는 외식 비중이 높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매출 피해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대형 마트에서는 자연산 광어 특가 상품이 등장할 정도입니다.

["자연산 광어에요. 자연산 광어회. 양식보다 훨씬 더 저렴합니다."]

코로나 19 사태 속에 들려오는 한우와 광어 값 소식은 방향이야 어쨌든 어딘가 씁쓸한 느낌을 남깁니다.

어찌 됐든 빨리 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 농민도 어민도 웃고, 동네 사장님도 웃고 가계 형편도 풀리길 바랄 뿐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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