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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님 이제 안오시나요?”…사법농단 재판서 벌어진 ‘변호사 찾기’
입력 2020.05.27 (09:01) 취재K
“변호사님 이제 안오시나요?”…사법농단 재판서 벌어진 ‘변호사 찾기’
'사법 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지난해 3월 임 전 차장에 대한 정식 재판이 시작된 이후, 그의 곁을 늘 지키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의 고등학교 후배이자 판사 출신인 이병세 변호사(사법연수원 20기), 그리고 배교연 변호사(변호사시험 3회)가 그들입니다.

지난해 봄 매주 밤늦게까지 이어진 증인신문 자리에도, 임 전 차장이 울먹였던 추가 구속영장 발부 관련 심문기일에도, 그 후 이어진 재판장에 대한 기피 신청 절차에도. 재판의 고비마다 두 변호사는 늘 임 전 차장과 함께였습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배교연(왼쪽), 이병세(오른쪽) 변호사와 함께 2020년 3월 16일 재판을 앞두고 법원으로 걸어오고 있다.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배교연(왼쪽), 이병세(오른쪽) 변호사와 함께 2020년 3월 16일 재판을 앞두고 법원으로 걸어오고 있다.

■ 사임계도 안냈는데…사라진 변호인들

그런데 지난 18일 재판에서부터 두 변호사가 돌연 자취를 감췄습니다. 따로 사임계를 낸 것은 아니지만 2주째 재판에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대신 지난 11일 새로 선임계를 낸 다른 두 변호인(법무법인 율전 전병관, 이수진 변호사)이 임 전 차장의 옆자리를 채웠습니다.

20만 장에 달하는 사건 기록에 법정에 불러야 할 증인도 2백 명이 넘는 임 전 차장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중간에 변호인이 바뀌는 것을 보통 일이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변호인이 오게 되면 사건을 처음부터 파악하는 데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테니 말이지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기자는, 지난 18일 재판이 끝난 뒤 법원을 떠나는 임 전 차장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이병세, 배교연 변호사님은 이제 이 재판 안 맡으시나요?"

임 전 차장은 뜻 모를 미소를 지으며 "개인 사정이 있겠죠" "저는 모른다"라고만 답했습니다.

■ '변호인 행방', 재판부도 물었다…답변은?

그제(25일) 열린 임 전 차장의 재판에서는 새 변호인 선임과 관련해 우려됐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재판부가 앞으로의 증인신문 기일을 고지하자, 변호인이 난색을 표한 것입니다.

변호인은 재판부가 일주일에 최대 3회 재판을 열기로 한 점을 지적하면서, 현재 다른 사건도 40~50건 수임하고 있는데 주 3회 재판을 변호인 두 사람이 감당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변호인도 "저희는 매주 증인신문을 진행하면서 준비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라며 내일 예정된 증인신문 사항 초안도 오늘 새벽 4시에야 완성했다고 호소했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장은 "주무 담당 변호인들이 또 바뀌셔서 그런 사정이 있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이 사건도 진행해야 되는 게 재판부의 임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주 3회 재판은 어렵다는 변호인들의 호소가 이어졌고, 결국 '사라진 두 변호사'가 화두에 올랐습니다.

- 우배석 판사: 변호인께라기보다는 피고인께 석명을 하나 구하려고 합니다. 종전에 변호하셨던 이병세, 배교연 변호사는 출석을 이제 아예 안 하시는 건가요?

임 전 차장의 답은 단호했습니다.

- 임종헌 피고인: 당분간은 안합니다.
- 우배석 판사: 그분들이 나눠서 (일을) 하시면 안 되나요?
- 임종헌 피고인: 그거는 곤란합니다.
- 우배석 판사: 왜 그런가요?
- 임종헌 피고인: 여기서 밝힐 의무는 없고요, 현실적으로 곤란합니다.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은 "이병세 변호사님도 여기(임 전 차장 사건)에 모든 것을 다 '올인'했다. 배교연 변호사도 마찬가지"라며 "다른 사건을 몇 개월째 하나도 못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수임료도 제대로 못 받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부연했습니다.

임 전 차장은 자신의 답변이 마음에 걸린 듯 재판 말미에 "아까 우배석 판사님 질문에 말씀 못 드린 건 변호인 개인 사정이라 말씀을 못 드렸다"라며 재판부에 양해를 구했습니다.


■ "누가 변호인이냐" 따진 검사…'재판 지연 전략' 의심

하지만 사라진 변호인들에 대한 질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상황은 이랬습니다.

어제(26일) 임 전 차장 재판에서 재판부는 변호인에게 그동안의 석명 사항에 대한 답변을 적어도 8월까지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변호인은 이에 최대한 따르겠다면서도 "저희가 이 사건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저는 오늘 돌아가서 내일이 만기인 다른 사건 항소이유서를 써야 하는데 아직 기록을 못 봤다"라며 "저희도 최대한 빨리 답변을 드리고 싶은데 도저히 여력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8월 10일을 마감일로 재차 못박으면서, "지난번에 이병세, 배교연 변호인이 출석했을 때 검사가 재판장을 통해 (변호인 측에) 구문했던 사항도 있다"라며 새 변호인에게 전달이 안 됐을 수도 있으니 그 내용을 검사가 간략히 다시 변호인에게 설명해보라고 했습니다.

'임종헌 변호사 찾기' 상황이 되풀이된 것은 이때부터였습니다. 이번엔 검사가 나섰습니다.

- 검사: 그 의견서는 어느 변호인이 쓰실 건가요?
- 변호인: 저희가 준비할 거 같습니다.
- 검사: 그 당시 쟁점기일에는 이병세, 배교연 변호인께서 대응하셨는데 그 이후 후속 의견서는 또 새 변호인들이 쓰시겠단 말씀이신가요?
- 변호인: 저희 내부 사정상...
- 검사: [말 끊으며] 내부 사정으로만 볼 게 아니라 저희는 누구한테 이야기를 하고...
- 변호인: [말 끊으며] 저희한테 이야기를 하시면..
- 검사: [말 끊으며] 그럼 개인 사정이라고 지난번에 답변을 회피하시긴 했는데 이병세, 배교연 변호사님은 당분간 언제까지 관여를 안 하신다는 것이고, 어느 파트에 대해 관여 안 하신다는 것인지, 아님 어느 기간 동안 관여를 안 하신다는 것인지, 정리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래야 저희도 일정을 가늠할 텐데요. 그걸 좀 안 다음에 저희가...

앞서 기자와 재판부의 '변호사 찾기' 질문을 연달아 내친 임 전 차장. 다시금 단호하게 맞섰습니다.

- 임종헌 피고인: [말 끊으며] 죄송하지만, 그거는 그 변호사님들 개인 사정이기 때문에...
- 검사: [말 끊으며] 개인 사정이 아니라, 누가 변호인인지는 우리가 알아야 할 거 아니겠습니까?
- 변호인: 저희가 변호인이기 때문에...
- 검사: [말 끊으며] 기간 내 선임입니까, 아니면 (공소사실 중) 헌법재판소, 통합진보당 파트만 담당하시는 겁니까?
- 변호인: 저희 변호인을 통해서 말씀해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 검사: 재판장님, 그..
- 임종헌 피고인: [말 끊으며] 제가 한 말씀만 드리면요.
- 재판장: [말 끊으며] 아뇨. 잠깐만요. 일단은 사임계를 내지 않은 이상. 사임계를 내지 않았고, 다른 사정이 있어서 출석 안 하신 걸로 재판부가 이해하고 있어서.

검사는 임 전 차장이 변호인을 계속 바꿔가며 재판 지연 전략을 펴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습니다. 지난해 공판준비절차에 나왔던 임 전 차장의 변호인단이 지난해 1월 첫 재판을 하루 앞두고 돌연 전원 사임하면서 재판이 두 달가량 열리지 못한 사실, 지난해 6월 임 전 차장 측의 재판장 기피 신청으로 재판이 8개월가량 중단됐던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검사는 이어 "변호인을 바꾼 건지 아닌지도 모르게 애매한 상황을 만들면서, 기존에는 시간 내에 준비할 수 있는 걸 새로 해야 해서 준비 못 한다고 하면서 사실상 기일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변호인들이 재판 일정을 감당 못 한다면 사건을 수임하지 말았어야 하거나, 임 전 차장이 변호인을 추가 선임하는 게 맞지 않냐고 말했습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기소된 뒤 변호에 참여했던 변호사는 현재까지 15명에 이른다. (출처: 대법원 '나의 사건 검색')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기소된 뒤 변호에 참여했던 변호사는 현재까지 15명에 이른다. (출처: 대법원 '나의 사건 검색')

이에 대해 변호인은 "재판 지연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저희는 충실히 증인신문 준비해서 해당 기일에 대응하고 있고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라며 "저희가 모든 것을 이의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변호인이 자꾸 교체된다 말씀하시는데, 이렇게 매번 지금 재판 일정이 굉장히 많아서 다른 사건을 전혀 할 수가 없고 업무가 마비 상태"라며 "오로지 이 사건만 할 것을 전제하고 수임을 할 수 있는 변호사는 세상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결과적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과 다름 없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임 전 차장도 "재판장님의 기일 지정권을 충분히 존중하고 피고인과 변호인의 애로 사항을 호소했을 뿐"이라며 "재판을 의도적으로 지연할 의도가 전혀 없었음을 말씀드린다."라고 말했습니다.

■ 전략일까, 불가피한 사정일까

법조계에서는 다른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선고가 먼저 내려진 뒤에 선고를 받는 것이 임 전 차장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은데요. 한편으로는 그 역사적 의미와 별개로, 사법 농단 사건은 수임료 면에서나 업무 강도의 면에서나 변호사들이 쉽게 맡을 만한 사건이 아니라는 점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어찌 됐든 임 전 차장 곁을 지키던 두 변호사가 자리를 비우면서, 재판에 일부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임 전 차장이 기소된 것은 벌써 재작년 11월. 그럼에도 현재(2020년 5월 말) 기준으로 검찰이 신청한 증인 240여 명 가운데 10%가 겨우 넘는 30여 명에 대해서만 증인신문이 끝난 상황입니다. 재판부는 일단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에 임 전 차장에 대한 재판을 열고 증인신문을 이어 나가기로 했습니다.

한편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의 재판에 각각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이지만, 언제 증인으로 출석할지는 불투명합니다. 양 전 대법원장 등 다른 사법 농단 피고인들과 임 전 차장의 공소사실이 상당 부분 겹치는 데다 임 전 차장 본인의 재판도 진행 중이라, 다른 재판부들이 임 전 차장에 대한 소환을 보류하거나 기일을 미룬 것인데요. 결국 임 전 차장 재판의 진척 속도가 다른 재판의 진행 상황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임 전 차장 변호인단의 어깨가 더 무거운 이유입니다.
  • “변호사님 이제 안오시나요?”…사법농단 재판서 벌어진 ‘변호사 찾기’
    • 입력 2020.05.27 (09:01)
    취재K
“변호사님 이제 안오시나요?”…사법농단 재판서 벌어진 ‘변호사 찾기’
'사법 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지난해 3월 임 전 차장에 대한 정식 재판이 시작된 이후, 그의 곁을 늘 지키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의 고등학교 후배이자 판사 출신인 이병세 변호사(사법연수원 20기), 그리고 배교연 변호사(변호사시험 3회)가 그들입니다.

지난해 봄 매주 밤늦게까지 이어진 증인신문 자리에도, 임 전 차장이 울먹였던 추가 구속영장 발부 관련 심문기일에도, 그 후 이어진 재판장에 대한 기피 신청 절차에도. 재판의 고비마다 두 변호사는 늘 임 전 차장과 함께였습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배교연(왼쪽), 이병세(오른쪽) 변호사와 함께 2020년 3월 16일 재판을 앞두고 법원으로 걸어오고 있다.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배교연(왼쪽), 이병세(오른쪽) 변호사와 함께 2020년 3월 16일 재판을 앞두고 법원으로 걸어오고 있다.

■ 사임계도 안냈는데…사라진 변호인들

그런데 지난 18일 재판에서부터 두 변호사가 돌연 자취를 감췄습니다. 따로 사임계를 낸 것은 아니지만 2주째 재판에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대신 지난 11일 새로 선임계를 낸 다른 두 변호인(법무법인 율전 전병관, 이수진 변호사)이 임 전 차장의 옆자리를 채웠습니다.

20만 장에 달하는 사건 기록에 법정에 불러야 할 증인도 2백 명이 넘는 임 전 차장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중간에 변호인이 바뀌는 것을 보통 일이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변호인이 오게 되면 사건을 처음부터 파악하는 데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테니 말이지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기자는, 지난 18일 재판이 끝난 뒤 법원을 떠나는 임 전 차장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이병세, 배교연 변호사님은 이제 이 재판 안 맡으시나요?"

임 전 차장은 뜻 모를 미소를 지으며 "개인 사정이 있겠죠" "저는 모른다"라고만 답했습니다.

■ '변호인 행방', 재판부도 물었다…답변은?

그제(25일) 열린 임 전 차장의 재판에서는 새 변호인 선임과 관련해 우려됐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재판부가 앞으로의 증인신문 기일을 고지하자, 변호인이 난색을 표한 것입니다.

변호인은 재판부가 일주일에 최대 3회 재판을 열기로 한 점을 지적하면서, 현재 다른 사건도 40~50건 수임하고 있는데 주 3회 재판을 변호인 두 사람이 감당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변호인도 "저희는 매주 증인신문을 진행하면서 준비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라며 내일 예정된 증인신문 사항 초안도 오늘 새벽 4시에야 완성했다고 호소했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장은 "주무 담당 변호인들이 또 바뀌셔서 그런 사정이 있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이 사건도 진행해야 되는 게 재판부의 임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주 3회 재판은 어렵다는 변호인들의 호소가 이어졌고, 결국 '사라진 두 변호사'가 화두에 올랐습니다.

- 우배석 판사: 변호인께라기보다는 피고인께 석명을 하나 구하려고 합니다. 종전에 변호하셨던 이병세, 배교연 변호사는 출석을 이제 아예 안 하시는 건가요?

임 전 차장의 답은 단호했습니다.

- 임종헌 피고인: 당분간은 안합니다.
- 우배석 판사: 그분들이 나눠서 (일을) 하시면 안 되나요?
- 임종헌 피고인: 그거는 곤란합니다.
- 우배석 판사: 왜 그런가요?
- 임종헌 피고인: 여기서 밝힐 의무는 없고요, 현실적으로 곤란합니다.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은 "이병세 변호사님도 여기(임 전 차장 사건)에 모든 것을 다 '올인'했다. 배교연 변호사도 마찬가지"라며 "다른 사건을 몇 개월째 하나도 못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수임료도 제대로 못 받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부연했습니다.

임 전 차장은 자신의 답변이 마음에 걸린 듯 재판 말미에 "아까 우배석 판사님 질문에 말씀 못 드린 건 변호인 개인 사정이라 말씀을 못 드렸다"라며 재판부에 양해를 구했습니다.


■ "누가 변호인이냐" 따진 검사…'재판 지연 전략' 의심

하지만 사라진 변호인들에 대한 질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상황은 이랬습니다.

어제(26일) 임 전 차장 재판에서 재판부는 변호인에게 그동안의 석명 사항에 대한 답변을 적어도 8월까지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변호인은 이에 최대한 따르겠다면서도 "저희가 이 사건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저는 오늘 돌아가서 내일이 만기인 다른 사건 항소이유서를 써야 하는데 아직 기록을 못 봤다"라며 "저희도 최대한 빨리 답변을 드리고 싶은데 도저히 여력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8월 10일을 마감일로 재차 못박으면서, "지난번에 이병세, 배교연 변호인이 출석했을 때 검사가 재판장을 통해 (변호인 측에) 구문했던 사항도 있다"라며 새 변호인에게 전달이 안 됐을 수도 있으니 그 내용을 검사가 간략히 다시 변호인에게 설명해보라고 했습니다.

'임종헌 변호사 찾기' 상황이 되풀이된 것은 이때부터였습니다. 이번엔 검사가 나섰습니다.

- 검사: 그 의견서는 어느 변호인이 쓰실 건가요?
- 변호인: 저희가 준비할 거 같습니다.
- 검사: 그 당시 쟁점기일에는 이병세, 배교연 변호인께서 대응하셨는데 그 이후 후속 의견서는 또 새 변호인들이 쓰시겠단 말씀이신가요?
- 변호인: 저희 내부 사정상...
- 검사: [말 끊으며] 내부 사정으로만 볼 게 아니라 저희는 누구한테 이야기를 하고...
- 변호인: [말 끊으며] 저희한테 이야기를 하시면..
- 검사: [말 끊으며] 그럼 개인 사정이라고 지난번에 답변을 회피하시긴 했는데 이병세, 배교연 변호사님은 당분간 언제까지 관여를 안 하신다는 것이고, 어느 파트에 대해 관여 안 하신다는 것인지, 아님 어느 기간 동안 관여를 안 하신다는 것인지, 정리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래야 저희도 일정을 가늠할 텐데요. 그걸 좀 안 다음에 저희가...

앞서 기자와 재판부의 '변호사 찾기' 질문을 연달아 내친 임 전 차장. 다시금 단호하게 맞섰습니다.

- 임종헌 피고인: [말 끊으며] 죄송하지만, 그거는 그 변호사님들 개인 사정이기 때문에...
- 검사: [말 끊으며] 개인 사정이 아니라, 누가 변호인인지는 우리가 알아야 할 거 아니겠습니까?
- 변호인: 저희가 변호인이기 때문에...
- 검사: [말 끊으며] 기간 내 선임입니까, 아니면 (공소사실 중) 헌법재판소, 통합진보당 파트만 담당하시는 겁니까?
- 변호인: 저희 변호인을 통해서 말씀해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 검사: 재판장님, 그..
- 임종헌 피고인: [말 끊으며] 제가 한 말씀만 드리면요.
- 재판장: [말 끊으며] 아뇨. 잠깐만요. 일단은 사임계를 내지 않은 이상. 사임계를 내지 않았고, 다른 사정이 있어서 출석 안 하신 걸로 재판부가 이해하고 있어서.

검사는 임 전 차장이 변호인을 계속 바꿔가며 재판 지연 전략을 펴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습니다. 지난해 공판준비절차에 나왔던 임 전 차장의 변호인단이 지난해 1월 첫 재판을 하루 앞두고 돌연 전원 사임하면서 재판이 두 달가량 열리지 못한 사실, 지난해 6월 임 전 차장 측의 재판장 기피 신청으로 재판이 8개월가량 중단됐던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검사는 이어 "변호인을 바꾼 건지 아닌지도 모르게 애매한 상황을 만들면서, 기존에는 시간 내에 준비할 수 있는 걸 새로 해야 해서 준비 못 한다고 하면서 사실상 기일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변호인들이 재판 일정을 감당 못 한다면 사건을 수임하지 말았어야 하거나, 임 전 차장이 변호인을 추가 선임하는 게 맞지 않냐고 말했습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기소된 뒤 변호에 참여했던 변호사는 현재까지 15명에 이른다. (출처: 대법원 '나의 사건 검색')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기소된 뒤 변호에 참여했던 변호사는 현재까지 15명에 이른다. (출처: 대법원 '나의 사건 검색')

이에 대해 변호인은 "재판 지연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저희는 충실히 증인신문 준비해서 해당 기일에 대응하고 있고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라며 "저희가 모든 것을 이의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변호인이 자꾸 교체된다 말씀하시는데, 이렇게 매번 지금 재판 일정이 굉장히 많아서 다른 사건을 전혀 할 수가 없고 업무가 마비 상태"라며 "오로지 이 사건만 할 것을 전제하고 수임을 할 수 있는 변호사는 세상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결과적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과 다름 없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임 전 차장도 "재판장님의 기일 지정권을 충분히 존중하고 피고인과 변호인의 애로 사항을 호소했을 뿐"이라며 "재판을 의도적으로 지연할 의도가 전혀 없었음을 말씀드린다."라고 말했습니다.

■ 전략일까, 불가피한 사정일까

법조계에서는 다른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선고가 먼저 내려진 뒤에 선고를 받는 것이 임 전 차장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은데요. 한편으로는 그 역사적 의미와 별개로, 사법 농단 사건은 수임료 면에서나 업무 강도의 면에서나 변호사들이 쉽게 맡을 만한 사건이 아니라는 점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어찌 됐든 임 전 차장 곁을 지키던 두 변호사가 자리를 비우면서, 재판에 일부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임 전 차장이 기소된 것은 벌써 재작년 11월. 그럼에도 현재(2020년 5월 말) 기준으로 검찰이 신청한 증인 240여 명 가운데 10%가 겨우 넘는 30여 명에 대해서만 증인신문이 끝난 상황입니다. 재판부는 일단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에 임 전 차장에 대한 재판을 열고 증인신문을 이어 나가기로 했습니다.

한편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의 재판에 각각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이지만, 언제 증인으로 출석할지는 불투명합니다. 양 전 대법원장 등 다른 사법 농단 피고인들과 임 전 차장의 공소사실이 상당 부분 겹치는 데다 임 전 차장 본인의 재판도 진행 중이라, 다른 재판부들이 임 전 차장에 대한 소환을 보류하거나 기일을 미룬 것인데요. 결국 임 전 차장 재판의 진척 속도가 다른 재판의 진행 상황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임 전 차장 변호인단의 어깨가 더 무거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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