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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성추행 사건’…국민참여재판 열릴까?
입력 2020.05.27 (14:11) 취재K
‘서울대 성추행 사건’…국민참여재판 열릴까?
대학원생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서울대 교수가 재차 '국민참여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법원은 코로나19 사태 등을 이유로 참여재판 진행이 어려울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재판장 김창형)는 오늘(27일), 전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 A 씨의 강제추행 혐의 사건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습니다.

A 씨는 서울대 재직 당시 외국 학회에 동행한 대학원생의 신체를 만지거나 강제로 팔짱을 끼는 등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제자를 여러 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A 씨는 서울대 교원징계위원회 결과에 따라 지난해 8월 해임 처분을 받았습니다.

A 씨는 검찰이 기소한 혐의 내용과 경위가 사실과 다른 면이 있고 성추행의 고의를 가지고 한 행동도 아니었다며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참여재판을 받고 싶다고 요청했습니다.

애초 A 씨 사건은 판사 1명이 심리하는 단독 재판부에 배당됐지만, A 씨가 국민참여재판을 받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법원이 재정합의를 거쳐 사건을 판사 3명으로 구성된 합의부로 옮겼습니다. 규정상 국민참여재판은 합의부 관할 사건을 대상으로 정해두고 있습니다.

오늘 재판에서도 국민참여재판 회부를 두고 재판부와 A 씨, 피해자 변호사와 검찰 사이에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 A 교수 "모욕감과 성적 수치심은 구분돼야…'일반 피해자'와 달라"

A 씨 변호인은 "단편적으로 예를 들면 수사 대상이 됐던 '정수리를 지압하는 행위'가 기분 나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기분이 나쁘고 모욕감을 느끼는 것과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것은 구분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은 판사님들의 판단보다 과연 일반 국민이 볼 때도 성적 수치심을 느낄지 판단 받아 보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변호인은 "이 사건 피해자는 일반 피해자와 다르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피해자가 SNS에서 활동했을 뿐 아니라 이미 방송 인터뷰에서 실명과 육성 등을 드러내기도 했으므로, 법정에서 인적 사항을 공개하기 싫어하는 일반 성범죄 피해자와 다르다는 겁니다.

변호인은 또 "재판에서 시간을 끌거나 쟁점을 흐리려는 목적은 전혀 없다"며 "참여재판을 진행해주시면 최소한의 증인신문만 집중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변호인은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피해자를 재판 때문에 오게 하는 건 상당히 송구스럽지만, 일반 재판으로 진행하더라도 한번은 귀국해야 한다"며 "A 씨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국민참여재판을 하게 해달라"고 밝혔습니다.

■ 피해자 측 "국민참여재판 반대…무차별적인 사람들 앞에서 피해 증언 어려워"

피해자 변호사는 "피해자가 명확하게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반대 입장을 취했다"며 "법률 전문가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진술하는 것과 달리, 무차별적인 사람들 앞에서 다시 피해 사실을 재연·증언하고 설득하려 노력하는 시간을 겪고 싶지 않다는 것이 피해자의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일반 피해자'와 다르다는 A 씨 측 지적에 대해서는, "A 씨가 이 사건으로 학교에서 3개월 정직처분을 받았을 때, 해당 처분이 적절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교단에서 강의할 수 없다는 것을 알리고자 원치 않지만 실명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앞서 서울대 석사과정을 마치고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피해자는, 교내 조사 기관인 인권센터에 A 씨의 성추행 의혹을 신고했으나 징계가 미진하다며 지난해 6월 귀국해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실명 대자보 등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검찰도 "A 씨 측에선 피해자가 SNS나 1인 시위를 했던 점 등에 비춰 다른 피해자와 다르다는 점을 부각하지만 당시 피해자로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점, 또 범행으로부터 5년 남짓 지난 시점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피해자의 심정을 적극적으로 헤아려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참여재판 진행에 대한 의견을 서면으로 추가 제출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 법원 "코로나19로 국민참여재판 어려워"…좀 더 검토하기로

재판부는 우선 국민참여재판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준비기일을 한 번 더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을 하려면 50명 이상이 법정에 나와 배심원단을 추첨해야 하고 그 선정 절차가 2시간이 걸린다"며 "(코로나19 우려로) 일반적으로 요즘 국민참여재판을 안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검찰과 A 씨 측이 신청한 증인들에 대한 신문을 모두 진행하려면 통상 하루에 진행되는 국민참여재판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며 국민참여재판 회부 여부를 더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A 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6월 17일 오전에 열립니다.
  • ‘서울대 성추행 사건’…국민참여재판 열릴까?
    • 입력 2020.05.27 (14:11)
    취재K
‘서울대 성추행 사건’…국민참여재판 열릴까?
대학원생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서울대 교수가 재차 '국민참여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법원은 코로나19 사태 등을 이유로 참여재판 진행이 어려울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재판장 김창형)는 오늘(27일), 전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 A 씨의 강제추행 혐의 사건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습니다.

A 씨는 서울대 재직 당시 외국 학회에 동행한 대학원생의 신체를 만지거나 강제로 팔짱을 끼는 등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제자를 여러 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A 씨는 서울대 교원징계위원회 결과에 따라 지난해 8월 해임 처분을 받았습니다.

A 씨는 검찰이 기소한 혐의 내용과 경위가 사실과 다른 면이 있고 성추행의 고의를 가지고 한 행동도 아니었다며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참여재판을 받고 싶다고 요청했습니다.

애초 A 씨 사건은 판사 1명이 심리하는 단독 재판부에 배당됐지만, A 씨가 국민참여재판을 받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법원이 재정합의를 거쳐 사건을 판사 3명으로 구성된 합의부로 옮겼습니다. 규정상 국민참여재판은 합의부 관할 사건을 대상으로 정해두고 있습니다.

오늘 재판에서도 국민참여재판 회부를 두고 재판부와 A 씨, 피해자 변호사와 검찰 사이에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 A 교수 "모욕감과 성적 수치심은 구분돼야…'일반 피해자'와 달라"

A 씨 변호인은 "단편적으로 예를 들면 수사 대상이 됐던 '정수리를 지압하는 행위'가 기분 나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기분이 나쁘고 모욕감을 느끼는 것과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것은 구분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은 판사님들의 판단보다 과연 일반 국민이 볼 때도 성적 수치심을 느낄지 판단 받아 보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변호인은 "이 사건 피해자는 일반 피해자와 다르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피해자가 SNS에서 활동했을 뿐 아니라 이미 방송 인터뷰에서 실명과 육성 등을 드러내기도 했으므로, 법정에서 인적 사항을 공개하기 싫어하는 일반 성범죄 피해자와 다르다는 겁니다.

변호인은 또 "재판에서 시간을 끌거나 쟁점을 흐리려는 목적은 전혀 없다"며 "참여재판을 진행해주시면 최소한의 증인신문만 집중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변호인은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피해자를 재판 때문에 오게 하는 건 상당히 송구스럽지만, 일반 재판으로 진행하더라도 한번은 귀국해야 한다"며 "A 씨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국민참여재판을 하게 해달라"고 밝혔습니다.

■ 피해자 측 "국민참여재판 반대…무차별적인 사람들 앞에서 피해 증언 어려워"

피해자 변호사는 "피해자가 명확하게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반대 입장을 취했다"며 "법률 전문가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진술하는 것과 달리, 무차별적인 사람들 앞에서 다시 피해 사실을 재연·증언하고 설득하려 노력하는 시간을 겪고 싶지 않다는 것이 피해자의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일반 피해자'와 다르다는 A 씨 측 지적에 대해서는, "A 씨가 이 사건으로 학교에서 3개월 정직처분을 받았을 때, 해당 처분이 적절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교단에서 강의할 수 없다는 것을 알리고자 원치 않지만 실명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앞서 서울대 석사과정을 마치고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피해자는, 교내 조사 기관인 인권센터에 A 씨의 성추행 의혹을 신고했으나 징계가 미진하다며 지난해 6월 귀국해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실명 대자보 등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검찰도 "A 씨 측에선 피해자가 SNS나 1인 시위를 했던 점 등에 비춰 다른 피해자와 다르다는 점을 부각하지만 당시 피해자로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점, 또 범행으로부터 5년 남짓 지난 시점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피해자의 심정을 적극적으로 헤아려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참여재판 진행에 대한 의견을 서면으로 추가 제출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 법원 "코로나19로 국민참여재판 어려워"…좀 더 검토하기로

재판부는 우선 국민참여재판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준비기일을 한 번 더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을 하려면 50명 이상이 법정에 나와 배심원단을 추첨해야 하고 그 선정 절차가 2시간이 걸린다"며 "(코로나19 우려로) 일반적으로 요즘 국민참여재판을 안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검찰과 A 씨 측이 신청한 증인들에 대한 신문을 모두 진행하려면 통상 하루에 진행되는 국민참여재판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며 국민참여재판 회부 여부를 더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A 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6월 17일 오전에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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