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줄 안 한 개에 물린 초등생…우리 개는 안물어요?

입력 2020.05.2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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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경주에서 아이를 습격해 포획된 개

20일, 경주에서 아이를 습격해 포획된 개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개에게 봉변당해"

사고가 난 건 지난 20일, 경북 경주의 한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입니다. 10살짜리 초등학생 A 군이 경주의 한 농로를 걸어가는 도중 갑자기 개가 A 군의 다리를 문 겁니다. A 군 옆에는 A 군의 부모도 있었지만,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손을 쓸 시간도 없었습니다. 당시 이 개는 목줄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로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키가 50cm에 달하는 중형견이었는데도 말이죠. 피해 아동은 급하게 수술은 받았지만, 평생 큰 흉터를 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는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피해 초등학생의 종아리 상처피해 초등학생의 종아리 상처

사고를 낸 개는 당시 이 마을에서 예전부터 사람을 무는 일이 잦았다고 합니다. 취재진이 만난 동네 주민들은 개가 목줄도 하지 않고 늘 마을 곳곳을 활보했다고 전했고, 이 개에게 물릴 뻔한 주민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개를 돌보는 견주는 왜 목줄을 하지 않았을까. 취재진이 어렵게 개를 '돌보던' 주민과 연락을 해봤습니다. 해당 주민은 자신은 유기견을 돌봤을 뿐, 관리에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주인 없는 유기견을 돌봤던 것이고, 아무도 이 개에게 목줄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사고가 난 이후 개는 경주시청이 포획해서 안락사를 시켰습니다. 현재 경찰은 개의 주인이 누구인지, 과실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수사 중입니다.


■개 물림 사고 하루 6명꼴...반복되는 이유는?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는 매년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자치단체에 등록된 반려견 수는 210만 마리. 미등록 반려견까지 포함하면 실제로는 두 배 많은 4백 만 마리 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반려견 수는 크게 늘고 있는데, 막상 반려견 안전 관리에 대한 인식은 예전과 달리진 게 없다 보니 개 물림 사고가 반복되는 겁니다. 최근 5년 동안 이런 개 물림 사고로 다친 사람만 만 3백여 명에 달하는데, 하루 평균 6명꼴입니다.

흔히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내 개는 사람을 물지 않는다.' 이런 인식을 많이 갖고 있는 거죠. 하지만 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은 개의 경우 통제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에 대한 공격성이 갑자기 나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이 때문에 반드시 목줄과 입마개 등 안전조치가 필요한데요. 문제는 개의 침 속에는 각종 세균이 있기 때문에 개에게 물린 상처가 크지 않더라도 광견병이나 파상풍 등에 감염돼 위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인데요. 이 때문에 반려견 보호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목줄조차 하지 않은 개 수두룩...관련 법 부실

개 물림 사고가 반복되는 또 다른 이유는 관련 법이 여전히 부실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3월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외출 시 모든 반려견의 목줄 착용을 의무화했습니다. 반려견과 산책 나가려면 종류에 상관없이 모든 개에게 목줄을 채워야 한다는 건데요. 의무 규정이지만, 여전히 이를 지키지 않아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입마개를 착용시켜야 한다는 규정도 새로 생겼지만, 해당 되는 경우는 맹견 5종에 불과합니다. 맹견은 전체 반려견의 1%도 채 되지 않기 때문에 99%의 일반견에 대한 입마개 규제는 없는 거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이런 의무 규정을 단속하는 전담 인력도 없는 데다 현장에서 적발하더라도 안전 문제 등으로 단속이 쉽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개 물림 사고, 합의하면 그만?..."처벌 강화해야"

개 물림 사고가 나더라도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입니다. 지난해 3월 동물보호법 개정 당시 견주에 대한 처벌 규정도 강화가 됐습니다. 사람을 다치게 했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숨지게 했을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개 물림 사고의 경우 주로 과실사고로 처리되는데,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돼서 견주와 피해자가 합의하면 처벌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고소 자체를 하지 않고 하더라도 벌금형에 그치고 있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법을 조금 더 강화해서 견주들을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개 물림 사고 예방을 위해 입마개 착용 생활화 필요개 물림 사고 예방을 위해 입마개 착용 생활화 필요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인식 버려야

처벌 강화보다 더 중요한 건, 반려인들의 인식 변화입니다. 최근 반려견을 자식처럼 귀하게 여기는 문화 때문에 반려견 예절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전문가들은 항상 '내 개가 언제든 사람을 물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실제 대다수의 개 물림 사고가,맹견보다 덩치가 작은 견종들로부터 발생하고 있다는데요. 이제부터라도 산책 시 반드시 반려견에게 목줄을 매고, 입마개를 착용시키는 '펫티켓'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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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줄 안 한 개에 물린 초등생…우리 개는 안물어요?
    • 입력 2020-05-27 17:22:21
    취재K

20일, 경주에서 아이를 습격해 포획된 개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개에게 봉변당해"

사고가 난 건 지난 20일, 경북 경주의 한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입니다. 10살짜리 초등학생 A 군이 경주의 한 농로를 걸어가는 도중 갑자기 개가 A 군의 다리를 문 겁니다. A 군 옆에는 A 군의 부모도 있었지만,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손을 쓸 시간도 없었습니다. 당시 이 개는 목줄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로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키가 50cm에 달하는 중형견이었는데도 말이죠. 피해 아동은 급하게 수술은 받았지만, 평생 큰 흉터를 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는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피해 초등학생의 종아리 상처
사고를 낸 개는 당시 이 마을에서 예전부터 사람을 무는 일이 잦았다고 합니다. 취재진이 만난 동네 주민들은 개가 목줄도 하지 않고 늘 마을 곳곳을 활보했다고 전했고, 이 개에게 물릴 뻔한 주민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개를 돌보는 견주는 왜 목줄을 하지 않았을까. 취재진이 어렵게 개를 '돌보던' 주민과 연락을 해봤습니다. 해당 주민은 자신은 유기견을 돌봤을 뿐, 관리에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주인 없는 유기견을 돌봤던 것이고, 아무도 이 개에게 목줄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사고가 난 이후 개는 경주시청이 포획해서 안락사를 시켰습니다. 현재 경찰은 개의 주인이 누구인지, 과실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수사 중입니다.


■개 물림 사고 하루 6명꼴...반복되는 이유는?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는 매년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자치단체에 등록된 반려견 수는 210만 마리. 미등록 반려견까지 포함하면 실제로는 두 배 많은 4백 만 마리 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반려견 수는 크게 늘고 있는데, 막상 반려견 안전 관리에 대한 인식은 예전과 달리진 게 없다 보니 개 물림 사고가 반복되는 겁니다. 최근 5년 동안 이런 개 물림 사고로 다친 사람만 만 3백여 명에 달하는데, 하루 평균 6명꼴입니다.

흔히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내 개는 사람을 물지 않는다.' 이런 인식을 많이 갖고 있는 거죠. 하지만 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은 개의 경우 통제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에 대한 공격성이 갑자기 나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이 때문에 반드시 목줄과 입마개 등 안전조치가 필요한데요. 문제는 개의 침 속에는 각종 세균이 있기 때문에 개에게 물린 상처가 크지 않더라도 광견병이나 파상풍 등에 감염돼 위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인데요. 이 때문에 반려견 보호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목줄조차 하지 않은 개 수두룩...관련 법 부실

개 물림 사고가 반복되는 또 다른 이유는 관련 법이 여전히 부실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3월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외출 시 모든 반려견의 목줄 착용을 의무화했습니다. 반려견과 산책 나가려면 종류에 상관없이 모든 개에게 목줄을 채워야 한다는 건데요. 의무 규정이지만, 여전히 이를 지키지 않아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입마개를 착용시켜야 한다는 규정도 새로 생겼지만, 해당 되는 경우는 맹견 5종에 불과합니다. 맹견은 전체 반려견의 1%도 채 되지 않기 때문에 99%의 일반견에 대한 입마개 규제는 없는 거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이런 의무 규정을 단속하는 전담 인력도 없는 데다 현장에서 적발하더라도 안전 문제 등으로 단속이 쉽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개 물림 사고, 합의하면 그만?..."처벌 강화해야"

개 물림 사고가 나더라도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입니다. 지난해 3월 동물보호법 개정 당시 견주에 대한 처벌 규정도 강화가 됐습니다. 사람을 다치게 했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숨지게 했을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개 물림 사고의 경우 주로 과실사고로 처리되는데,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돼서 견주와 피해자가 합의하면 처벌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고소 자체를 하지 않고 하더라도 벌금형에 그치고 있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법을 조금 더 강화해서 견주들을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개 물림 사고 예방을 위해 입마개 착용 생활화 필요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인식 버려야

처벌 강화보다 더 중요한 건, 반려인들의 인식 변화입니다. 최근 반려견을 자식처럼 귀하게 여기는 문화 때문에 반려견 예절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전문가들은 항상 '내 개가 언제든 사람을 물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실제 대다수의 개 물림 사고가,맹견보다 덩치가 작은 견종들로부터 발생하고 있다는데요. 이제부터라도 산책 시 반드시 반려견에게 목줄을 매고, 입마개를 착용시키는 '펫티켓'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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