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거주 ·전매제한’은 ‘로또 분양’을 막을 수 있을까?

입력 2020.05.28 (17:13) 수정 2020.05.2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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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억 원 넘는 아파트 3채 '무순위 청약' 뜨자 …26만 명 몰려

이달 17일 청약통장이 없어도 청약할 수 있는 아파트가 등장했습니다. 집이 있어도 되고 19살 이상 수도권 거주자라면 누구나 가능합니다. 3년 전 분양했는데,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거나 부적격자가 적발돼 주인이 없어진 3가구를 추첨으로 뽑는 겁니다. 이른바 무순위 청약입니다. 그래서 분양가도 무려 3년 전 가격 그대로입니다.

서울 성동구에 지어진 이 아파트는 280채 규모로 초고가로 분류됩니다. 3가구 중 가장 작은 면적인 전용 97㎡형이 17억 원이 넘습니다. 15억 원이 넘기 때문에 중도금이나 잔금을 대출받을 수 없어 현금으로 내야 합니다. 그런데도 26만 명이 몰렸습니다.

'현금 부자'들이 26만 명이나 있는 걸까요? 아마, 입주 시점까지 전세 세입자를 구해 그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충당하겠다는 계산이 선 경우도 많을 겁니다. 당첨만 되면 직접 거주하지 않고도 등기만 한 뒤 집을 팔아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챙길 기대를 하죠.

추첨은 오늘(28일) 오후 1시 유튜브로 생중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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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공공분양 아파트 최대 5년 의무 거주 등 '분양 불패' 잠재울 대책 등판

그렇다면 신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을 때 무조건 일정 기간 실거주하게 하면 청약 과열 현상이 줄어들까요? 정부는 그렇게 보고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선, 수도권 공공분양 아파트가 대상입니다. 이달 27일부터 수도권의 공공택지에 나오는 신혼희망타운 등 모든 공공분양 아파트를 분양받게 되면, 분양 가격에 따라 최대 5년 동안 실거주해야 합니다.

이전에는 '수도권 주택지구 중 전체 개발면적의 50% 이상이 개발제한구역을 풀어 조성된 택지, 전체 면적이 30만㎡ 이상인 대형 택지'가 대상이었는데, 확대한 겁니다.

의무 거주 기간은 분양가격에 따라 다른데요, 인근 지역 주택 매매가격의 80% 이상·100% 미만이면 3년, 80% 미만이면 5년입니다. 해외로 나간다거나 불가피하게 주택을 전매한다면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주택 사업자에게 되팔아야 합니다. 이때 환매 금액은 '입주금'과 '입주금에 대한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이자'밖에 안되니까 시세차익은 기대할 수 없게 됩니다.

민간택지 쪽은 어떨까요? 국토부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의 의무 거주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20대 국회는 처리하지 않았습니다. 국토부는 올해 안으로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비규제 지역의 분양권 전매 제한도 강화됩니다.

현재, 수도권이나 광역시에서 규제지역이 아니면 분양권 전매제한기간은 6개월입니다. 청약에 당첨된 뒤 6개월만 지나면 분양 가격에 웃돈을 얹어 팔 수 있었다는 겁니다. 8월부터는 수도권과 지역 민간택지에 공급되는 주택의 분양권을 되팔 수 있는 기간이 '소유권 이전 등기할 때'까지로 늘어납니다.

수도권에서는 과밀억제권역과 성장관리권역에서도, 광역시에선 용도지역 중 도시지역으로 지정된 민간택지에서 나오는 주택의 분양권을 소유권 이전 등기할 때까지 되팔 수 없게 됩니다.

이를 어기면 분양권 당첨 취소는 물론이고 공인중개사까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 3천만 원까지 물릴 수 있습니다.

실제, 국토교통부 조사에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수도권과 광역시 민간택지에서 20 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아파트의 청약 당첨자 4명 가운데 1명은 분양권을 6개월 내 다시 판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청약 과열' 식힐 수 있을까?

뜨거운 분양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을까요? 청약 시장에서는 '막차 타기'를 노려 과열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연초에 분양을 많이 못 했다. 2월부터 4월까지 코로나나 4.15 총선 등으로 분양 연기 탓에 이달부터 7월까지 분양이 몰릴 전망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7월 말부터 민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고 8월부터 전매제한 규제도 시작이니까 아무래도 건설사들도 물량 밀어내기를 하려고 할 것이다. 여름이 원래 분양 성수기가 아닌데 올해는 분양 성수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정부의 연이은 대책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렸습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분양 거래시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건 좋다고 답했습니다.

김 실장은 "현재 실거주 목적이 아닌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실제 살 집이 필요한 사람이
기회를 박탈당한 게 현실이지 않으냐"고 반문하며 "6개월 지나면 팔아버리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규제로 바로 잡아주는 건 필요하지만 민간택지까지 확대할 것이냐 문제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대책의 강도나 도입 속도가 공공택지와 민간택지 분야는 달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미흡한 정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 국장은 "주택 공급 확대책을 내놓고, 생색내기 식으로 실수요자 보호를 운운하는 게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더 강력한 규제가 나오지 않으면 최근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주택 공급방안 또한 '로또 분양'을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김 국장은 그러면서 "주택이 더는 투기 수단이 되지 않도록 다주택자가 주택을 내놓게 하든지 국가가 가진 자산을 활용한 대책을 내놓는 등 강력한 규제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네"

어린 시절, 생각 없이 흥얼거리던 가곡 가사가 계속 맴돌았습니다. 실수요가 많고 갭투자가 비교적 쉬운 수도권 '작은 집'은 투기꾼들의 먹잇감이 되어 서민들과 점점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청약 당첨만 되면 '내 집'에서 '의무 실거주'할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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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무거주 ·전매제한’은 ‘로또 분양’을 막을 수 있을까?
    • 입력 2020-05-28 17:13:21
    • 수정2020-05-28 18:18:21
    취재K
■ 17억 원 넘는 아파트 3채 '무순위 청약' 뜨자 …26만 명 몰려

이달 17일 청약통장이 없어도 청약할 수 있는 아파트가 등장했습니다. 집이 있어도 되고 19살 이상 수도권 거주자라면 누구나 가능합니다. 3년 전 분양했는데,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거나 부적격자가 적발돼 주인이 없어진 3가구를 추첨으로 뽑는 겁니다. 이른바 무순위 청약입니다. 그래서 분양가도 무려 3년 전 가격 그대로입니다.

서울 성동구에 지어진 이 아파트는 280채 규모로 초고가로 분류됩니다. 3가구 중 가장 작은 면적인 전용 97㎡형이 17억 원이 넘습니다. 15억 원이 넘기 때문에 중도금이나 잔금을 대출받을 수 없어 현금으로 내야 합니다. 그런데도 26만 명이 몰렸습니다.

'현금 부자'들이 26만 명이나 있는 걸까요? 아마, 입주 시점까지 전세 세입자를 구해 그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충당하겠다는 계산이 선 경우도 많을 겁니다. 당첨만 되면 직접 거주하지 않고도 등기만 한 뒤 집을 팔아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챙길 기대를 하죠.

추첨은 오늘(28일) 오후 1시 유튜브로 생중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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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공공분양 아파트 최대 5년 의무 거주 등 '분양 불패' 잠재울 대책 등판

그렇다면 신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을 때 무조건 일정 기간 실거주하게 하면 청약 과열 현상이 줄어들까요? 정부는 그렇게 보고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선, 수도권 공공분양 아파트가 대상입니다. 이달 27일부터 수도권의 공공택지에 나오는 신혼희망타운 등 모든 공공분양 아파트를 분양받게 되면, 분양 가격에 따라 최대 5년 동안 실거주해야 합니다.

이전에는 '수도권 주택지구 중 전체 개발면적의 50% 이상이 개발제한구역을 풀어 조성된 택지, 전체 면적이 30만㎡ 이상인 대형 택지'가 대상이었는데, 확대한 겁니다.

의무 거주 기간은 분양가격에 따라 다른데요, 인근 지역 주택 매매가격의 80% 이상·100% 미만이면 3년, 80% 미만이면 5년입니다. 해외로 나간다거나 불가피하게 주택을 전매한다면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주택 사업자에게 되팔아야 합니다. 이때 환매 금액은 '입주금'과 '입주금에 대한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이자'밖에 안되니까 시세차익은 기대할 수 없게 됩니다.

민간택지 쪽은 어떨까요? 국토부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의 의무 거주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20대 국회는 처리하지 않았습니다. 국토부는 올해 안으로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비규제 지역의 분양권 전매 제한도 강화됩니다.

현재, 수도권이나 광역시에서 규제지역이 아니면 분양권 전매제한기간은 6개월입니다. 청약에 당첨된 뒤 6개월만 지나면 분양 가격에 웃돈을 얹어 팔 수 있었다는 겁니다. 8월부터는 수도권과 지역 민간택지에 공급되는 주택의 분양권을 되팔 수 있는 기간이 '소유권 이전 등기할 때'까지로 늘어납니다.

수도권에서는 과밀억제권역과 성장관리권역에서도, 광역시에선 용도지역 중 도시지역으로 지정된 민간택지에서 나오는 주택의 분양권을 소유권 이전 등기할 때까지 되팔 수 없게 됩니다.

이를 어기면 분양권 당첨 취소는 물론이고 공인중개사까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 3천만 원까지 물릴 수 있습니다.

실제, 국토교통부 조사에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수도권과 광역시 민간택지에서 20 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아파트의 청약 당첨자 4명 가운데 1명은 분양권을 6개월 내 다시 판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청약 과열' 식힐 수 있을까?

뜨거운 분양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을까요? 청약 시장에서는 '막차 타기'를 노려 과열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연초에 분양을 많이 못 했다. 2월부터 4월까지 코로나나 4.15 총선 등으로 분양 연기 탓에 이달부터 7월까지 분양이 몰릴 전망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7월 말부터 민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고 8월부터 전매제한 규제도 시작이니까 아무래도 건설사들도 물량 밀어내기를 하려고 할 것이다. 여름이 원래 분양 성수기가 아닌데 올해는 분양 성수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정부의 연이은 대책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렸습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분양 거래시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건 좋다고 답했습니다.

김 실장은 "현재 실거주 목적이 아닌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실제 살 집이 필요한 사람이
기회를 박탈당한 게 현실이지 않으냐"고 반문하며 "6개월 지나면 팔아버리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규제로 바로 잡아주는 건 필요하지만 민간택지까지 확대할 것이냐 문제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대책의 강도나 도입 속도가 공공택지와 민간택지 분야는 달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미흡한 정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 국장은 "주택 공급 확대책을 내놓고, 생색내기 식으로 실수요자 보호를 운운하는 게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더 강력한 규제가 나오지 않으면 최근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주택 공급방안 또한 '로또 분양'을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김 국장은 그러면서 "주택이 더는 투기 수단이 되지 않도록 다주택자가 주택을 내놓게 하든지 국가가 가진 자산을 활용한 대책을 내놓는 등 강력한 규제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네"

어린 시절, 생각 없이 흥얼거리던 가곡 가사가 계속 맴돌았습니다. 실수요가 많고 갭투자가 비교적 쉬운 수도권 '작은 집'은 투기꾼들의 먹잇감이 되어 서민들과 점점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청약 당첨만 되면 '내 집'에서 '의무 실거주'할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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