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7] 대구·경북 20대 지역 국회의원 성적 ‘낙제점’

입력 2020.05.28 (19:47) 수정 2020.05.2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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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내일(29일)이면 끝이 납니다.

지난 4년 동안 지역 국회의원들은 얼마나 열심히 일했을까요?

KBS탐사보도팀은 법안 발의와 의정보고서를 중심으로 지역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살펴봤습니다.

21대 당선인들이 선배 정치인들로부터 무엇을 보고 배워야 할 지 찾아보자는 취지였습니다.

김재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4년 임기를 꽉 채운 20대 국회.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지역구 의원들은 국회에서 어떤 성적표를 냈을까요?

KBS탐사팀이 들여다 봤습니다.

'몰아치기 법안 발의' 달인…이틀 만에 32건 발의 기록

대구경북 의원 25명이 지난 4년 간 발의한 법안은 모두 천 3백여 건입니다.

의원 1명 당 평균 발의 건수는 대구 56건, 경북 59건입니다. 전국 평균 60건보다 약간 적습니다.

속을 들여다보면 놀라운 기록이 발견됩니다.

지역 국회의원 가운데 법안 발의가 가장 많은 포항 남 울릉의 박명재 의원.

4년간 발의 건수 114건 가운데 53건을 지난해에 쏟아냈습니다.

더 특이한 것은 지난해 7월 8일 12건, 24일 20건 등 단 이틀 만에 32건을 몰아치기했습니다.

법인 등에 과징금을 부과할 때 관할 세무서장에게 과세정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자는건데 이를 자동차 관리법, 모자보건법, 전기사업법 등 과징금과 연관이 있는 법률마다 적용시켜 발의 건수가 늘었습니다.

[박명재/포항 남·울릉 국회의원 : "전기 사업자가 그렇게 한다면 수도 사업자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해야하기 때문에 법을 동시에 발의 안할 수가 없고 분리하는 것은 상임위원회가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경주의 김석기 의원은 전체 발의 법안 48건 가운데 22건, 구미 갑 백승주 의원은 58건 가운데 40건을 지난 한해동안 발의했습니다.

발의 법안 대부분은 기존 법의 숫자만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백승주/구미갑 국회의원 : "실무 보좌관들이 법안 발의를 해오면은 제가 보고 하고 그러지 이걸 뭐 특정 연도에 특별히 많이 해야할 이유가 있거나 그런 건 별 의식을 안했습니다."]

법안발의가 임기 막판에 몰리는 것은 총선을 앞두고 의정활동의 주요 실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통합당 관계자/음성변조 : "(공천 관련 팀에서 법안 발의건수 등) 국정 관련된 국회 업무 관련된 내용을 정량적이든 정성적이든 그것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동료 의원들도 외면…발의 법안 가결률 최하위

발의한 법안이 국회에서 가결, 통과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합니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의 가결률은 대구 4.6%, 경북 6.1%입니다.

법안 가결률 역대 최저를 기록한 20대 국회의 평균 11%에도 크게 못 미칩니다.

가결률 10%를 넘는 의원이 대구에는 한 명도 없습니다.

법안 발의 자체가 졸속이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채장수/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정당은 소속 의원들의 입법관련 활동에 대한 냉정한 평가의 기준을 마련하고 실질적으로 평가를 하고 그것을 실질적으로 적용을 하는 그런 자세나 제도가 필요한 것이고..."]

못믿을 의정보고서…의원이 따 낸(?) 3조 사업

포항에서 삼척을 오가는 동해중부선 철도 건설 사업.

3조 원 규모의 이 사업은 이미 1996년에 타당성 조사, 2002년에 기본 설계가 이뤄져 관련 예산도 편성됐습니다.

그런데 강석호 의원은 2017년 의정보고서에서 본인의 치적처럼 홍보했습니다.

[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 국회의원 : "우리 지역에 갖다 놓은거니까 거의 다 같은거니까 그 사업자체는 포항에서 동해 삼척까지는 약 3조원 대 예산이니까 그렇게 한거죠."]

구미 탄소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

지난 2012년 대선 공약으로 채택돼 추진중인 정부 주도 사업입니다.

초선인 구미 갑 백승주, 구미 을 장석춘 의원 모두 이 사업을 자신이 주도한 것처럼 의정보고서에 실었습니다.

[장석춘/구미을 국회의원 : "탄소클러스터 관련해가지고 인증센터 그거를 경산으로 가는걸 구미로 유치한 것이거든요. 그러면 예산이야 당연히 따라 나오는 것이고..."]

일반 농산어촌개발사업이나 하천 정비 사업, 심지어 학교 강당, 생활체육시설까지도 자신이 예산을 확보했다는 국회의원이 수두룩합니다.

해당 사업 주체들은 어이없어합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교육부에서) 현안 사업대로 교부를 해주거든요. 그러면 어차피 시도교육청에 나눠주는 돈이에요 그게. 국회의원들이 교육부에다가 자기들이 이야기를, 어필을 하죠."]

못믿을 의정보고서지만 지역구 주민들에게 여과없이 노출돼 민심을 왜곡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우지영/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국민들은 이런 의정보고서의 예산 확보 내역에 대해서 검증할, 확인할 방법은 현재 없습니다. 정당과 국회 차원에서 평가를 해서 제재를 가하는 등 이런 조치를 해야하는데..."]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20대 국회.

그런 국회에서 대구경북 의원들의 성적표는 초라하게만 보입니다.

KBS 뉴스 김재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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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7] 대구·경북 20대 지역 국회의원 성적 ‘낙제점’
    • 입력 2020-05-28 19:47:40
    • 수정2020-05-28 20:01:00
    뉴스7(대구)
[앵커] 20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내일(29일)이면 끝이 납니다. 지난 4년 동안 지역 국회의원들은 얼마나 열심히 일했을까요? KBS탐사보도팀은 법안 발의와 의정보고서를 중심으로 지역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살펴봤습니다. 21대 당선인들이 선배 정치인들로부터 무엇을 보고 배워야 할 지 찾아보자는 취지였습니다. 김재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4년 임기를 꽉 채운 20대 국회.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지역구 의원들은 국회에서 어떤 성적표를 냈을까요? KBS탐사팀이 들여다 봤습니다. '몰아치기 법안 발의' 달인…이틀 만에 32건 발의 기록 대구경북 의원 25명이 지난 4년 간 발의한 법안은 모두 천 3백여 건입니다. 의원 1명 당 평균 발의 건수는 대구 56건, 경북 59건입니다. 전국 평균 60건보다 약간 적습니다. 속을 들여다보면 놀라운 기록이 발견됩니다. 지역 국회의원 가운데 법안 발의가 가장 많은 포항 남 울릉의 박명재 의원. 4년간 발의 건수 114건 가운데 53건을 지난해에 쏟아냈습니다. 더 특이한 것은 지난해 7월 8일 12건, 24일 20건 등 단 이틀 만에 32건을 몰아치기했습니다. 법인 등에 과징금을 부과할 때 관할 세무서장에게 과세정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자는건데 이를 자동차 관리법, 모자보건법, 전기사업법 등 과징금과 연관이 있는 법률마다 적용시켜 발의 건수가 늘었습니다. [박명재/포항 남·울릉 국회의원 : "전기 사업자가 그렇게 한다면 수도 사업자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해야하기 때문에 법을 동시에 발의 안할 수가 없고 분리하는 것은 상임위원회가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경주의 김석기 의원은 전체 발의 법안 48건 가운데 22건, 구미 갑 백승주 의원은 58건 가운데 40건을 지난 한해동안 발의했습니다. 발의 법안 대부분은 기존 법의 숫자만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백승주/구미갑 국회의원 : "실무 보좌관들이 법안 발의를 해오면은 제가 보고 하고 그러지 이걸 뭐 특정 연도에 특별히 많이 해야할 이유가 있거나 그런 건 별 의식을 안했습니다."] 법안발의가 임기 막판에 몰리는 것은 총선을 앞두고 의정활동의 주요 실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통합당 관계자/음성변조 : "(공천 관련 팀에서 법안 발의건수 등) 국정 관련된 국회 업무 관련된 내용을 정량적이든 정성적이든 그것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동료 의원들도 외면…발의 법안 가결률 최하위 발의한 법안이 국회에서 가결, 통과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합니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의 가결률은 대구 4.6%, 경북 6.1%입니다. 법안 가결률 역대 최저를 기록한 20대 국회의 평균 11%에도 크게 못 미칩니다. 가결률 10%를 넘는 의원이 대구에는 한 명도 없습니다. 법안 발의 자체가 졸속이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채장수/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정당은 소속 의원들의 입법관련 활동에 대한 냉정한 평가의 기준을 마련하고 실질적으로 평가를 하고 그것을 실질적으로 적용을 하는 그런 자세나 제도가 필요한 것이고..."] 못믿을 의정보고서…의원이 따 낸(?) 3조 사업 포항에서 삼척을 오가는 동해중부선 철도 건설 사업. 3조 원 규모의 이 사업은 이미 1996년에 타당성 조사, 2002년에 기본 설계가 이뤄져 관련 예산도 편성됐습니다. 그런데 강석호 의원은 2017년 의정보고서에서 본인의 치적처럼 홍보했습니다. [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 국회의원 : "우리 지역에 갖다 놓은거니까 거의 다 같은거니까 그 사업자체는 포항에서 동해 삼척까지는 약 3조원 대 예산이니까 그렇게 한거죠."] 구미 탄소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 지난 2012년 대선 공약으로 채택돼 추진중인 정부 주도 사업입니다. 초선인 구미 갑 백승주, 구미 을 장석춘 의원 모두 이 사업을 자신이 주도한 것처럼 의정보고서에 실었습니다. [장석춘/구미을 국회의원 : "탄소클러스터 관련해가지고 인증센터 그거를 경산으로 가는걸 구미로 유치한 것이거든요. 그러면 예산이야 당연히 따라 나오는 것이고..."] 일반 농산어촌개발사업이나 하천 정비 사업, 심지어 학교 강당, 생활체육시설까지도 자신이 예산을 확보했다는 국회의원이 수두룩합니다. 해당 사업 주체들은 어이없어합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교육부에서) 현안 사업대로 교부를 해주거든요. 그러면 어차피 시도교육청에 나눠주는 돈이에요 그게. 국회의원들이 교육부에다가 자기들이 이야기를, 어필을 하죠."] 못믿을 의정보고서지만 지역구 주민들에게 여과없이 노출돼 민심을 왜곡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우지영/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국민들은 이런 의정보고서의 예산 확보 내역에 대해서 검증할, 확인할 방법은 현재 없습니다. 정당과 국회 차원에서 평가를 해서 제재를 가하는 등 이런 조치를 해야하는데..."]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20대 국회. 그런 국회에서 대구경북 의원들의 성적표는 초라하게만 보입니다. KBS 뉴스 김재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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