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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65일씩 40년’…“코로나에도 월경은 계속된다”
입력 2020.05.29 (08:01) 취재K
‘1년에 65일씩 40년’…“코로나에도 월경은 계속된다”
어제는 5월 28일, 세계 월경의 날이었습니다. 5일 동안 28일마다 하는 여성의 평균적인 월경 주기를 따 제정된 날인데요. 여성들은 1년에 평균적으로 65일씩, 40년 동안 월경을 겪습니다. 당연히 생리할 때 필요한 생리대, 생리컵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죠. 여성들은 1년에 17만 원 정도를 월경 용품에 사용하고 평생 1만 6천여 개의 생리대를 쓴다고 합니다.

지난 2016년 가정 형편이 어려워 생리대 살 돈이 없는 청소년들이 신발 깔창을 생리대 대용으로 사용한다는 일명 '깔창 생리대' 논란 이후, 월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일상을 살아가는 데 월경 용품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저소득 여성 청소년에 대한 생리대 지원산업이 곳곳에서 마련됐습니다.

■ 지난해 개정된 서울시 조례…서울시 내 모든 청소년 월경 용품 지원

이러한 흐름을 타고 지난해 12월, '서울시 어린이·청소년 인권 조례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월경에 대한 교육을 확대하고, 모든 청소년에 대해 월경 용품을 지원하는 내용입니다. 개정안이 통과된 지 5개월이 지난 지금, 서울시가 이 내용을 시행하기 위한 아무런 계획이 없다고 한 시민단체는 주장했습니다.

서울시 청소년 월경 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 (이하 운동본부)는 어제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가 조례의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조례를 대표 발의한 권수정 서울시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일회용 생리대 평균 가격이 OECD 최고 수준에 달하고, 안전한 생리대가 보장되지 않아 여성들의 건강과 안전, 교육권, 기본권이 침해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 "조례에 '예산의 범위 내에서' 명시…예산 확보 어려워 시행 안 되는 상황"

서울시는 전체 청소년에 대한 지원이 논의되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해 조례에 있는 '예산의 범위 내에서'라는 문구를 이유로 댔습니다. 서울시는 현재 만 11살에서 만 18살 사이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 만 8천 명에게 매월 만 천 원씩, 일 년에 13만 2천 원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바뀐 조례에 따르면 월경 용품 지원 대상은 서울시 내 모든 여성 청소년, 32만 5천 명 정도가 됩니다. 현재로선 예산 확보가 쉽지 않아 전체 청소년으로 확대할 수 없다는 겁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산 확보가 어려우면 보편적 지원이 계속 시행 안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또 교육 부분에 대해선 "시장이 어떤 시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사항은 대부분의 조례나 법규에 들어가 있는 내용"이라며, "서울시 학교들에 보건교사가 있고, 서울시도 이미 성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학교나 개인의 요청으로 성교육 지도사가 파견 나가 교육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남학생들은 뚱뚱하면 큰 생리대 쓰고 생리는 하루만 하는 줄 안다"

운동본부는 지난 4월부터 지난달까지 한 달 동안 서울지역 청소년 9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월경 및 월경 용품에 대한 정보를 주로 어디서 얻느냐'는 문항에 대부분 참여자가 온라인(46.1%)과 가정(39.7%)을 꼽았는데, 학교를 꼽은 청소년은 2.5%에 그쳤습니다. '학교에서 월경 용품의 종류나 사용법에 대해 교육받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41.4%의 참여자가 '그렇지 않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운동본부는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가 학교 내 월경 교육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참여자들이 "주변 남학생들이 뚱뚱하면 큰 생리대를 쓰고, 생리는 하루만 하는 줄 아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는 등 월경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부족한 학교 현실이 드러났다며, 남녀 모두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 "생리대 지급은 기본권과 연결…보편적 여성 인권의 문제"

가장 강조된 내용은 월경 용품에 대한 지원이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권과 연결되는 보편적 여성 인권의 문제라는 것이었습니다. 안현진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는 "월경은 단순한 생리 현상이 아닌, 주거·노동·경제 여건·장애 여부 등 다양한 사회적 조건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스코틀랜드, 영국, 미국 뉴욕주 등 해외에서도 여성들이 월경 용품을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조건 없이 쓸 수 있도록 각종 발판이 마련되고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세계 월경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에서도 월경에 대한 지원과 이해가 많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 ‘1년에 65일씩 40년’…“코로나에도 월경은 계속된다”
    • 입력 2020.05.29 (08:01)
    취재K
‘1년에 65일씩 40년’…“코로나에도 월경은 계속된다”
어제는 5월 28일, 세계 월경의 날이었습니다. 5일 동안 28일마다 하는 여성의 평균적인 월경 주기를 따 제정된 날인데요. 여성들은 1년에 평균적으로 65일씩, 40년 동안 월경을 겪습니다. 당연히 생리할 때 필요한 생리대, 생리컵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죠. 여성들은 1년에 17만 원 정도를 월경 용품에 사용하고 평생 1만 6천여 개의 생리대를 쓴다고 합니다.

지난 2016년 가정 형편이 어려워 생리대 살 돈이 없는 청소년들이 신발 깔창을 생리대 대용으로 사용한다는 일명 '깔창 생리대' 논란 이후, 월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일상을 살아가는 데 월경 용품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저소득 여성 청소년에 대한 생리대 지원산업이 곳곳에서 마련됐습니다.

■ 지난해 개정된 서울시 조례…서울시 내 모든 청소년 월경 용품 지원

이러한 흐름을 타고 지난해 12월, '서울시 어린이·청소년 인권 조례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월경에 대한 교육을 확대하고, 모든 청소년에 대해 월경 용품을 지원하는 내용입니다. 개정안이 통과된 지 5개월이 지난 지금, 서울시가 이 내용을 시행하기 위한 아무런 계획이 없다고 한 시민단체는 주장했습니다.

서울시 청소년 월경 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 (이하 운동본부)는 어제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가 조례의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조례를 대표 발의한 권수정 서울시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일회용 생리대 평균 가격이 OECD 최고 수준에 달하고, 안전한 생리대가 보장되지 않아 여성들의 건강과 안전, 교육권, 기본권이 침해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 "조례에 '예산의 범위 내에서' 명시…예산 확보 어려워 시행 안 되는 상황"

서울시는 전체 청소년에 대한 지원이 논의되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해 조례에 있는 '예산의 범위 내에서'라는 문구를 이유로 댔습니다. 서울시는 현재 만 11살에서 만 18살 사이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 만 8천 명에게 매월 만 천 원씩, 일 년에 13만 2천 원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바뀐 조례에 따르면 월경 용품 지원 대상은 서울시 내 모든 여성 청소년, 32만 5천 명 정도가 됩니다. 현재로선 예산 확보가 쉽지 않아 전체 청소년으로 확대할 수 없다는 겁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산 확보가 어려우면 보편적 지원이 계속 시행 안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또 교육 부분에 대해선 "시장이 어떤 시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사항은 대부분의 조례나 법규에 들어가 있는 내용"이라며, "서울시 학교들에 보건교사가 있고, 서울시도 이미 성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학교나 개인의 요청으로 성교육 지도사가 파견 나가 교육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남학생들은 뚱뚱하면 큰 생리대 쓰고 생리는 하루만 하는 줄 안다"

운동본부는 지난 4월부터 지난달까지 한 달 동안 서울지역 청소년 9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월경 및 월경 용품에 대한 정보를 주로 어디서 얻느냐'는 문항에 대부분 참여자가 온라인(46.1%)과 가정(39.7%)을 꼽았는데, 학교를 꼽은 청소년은 2.5%에 그쳤습니다. '학교에서 월경 용품의 종류나 사용법에 대해 교육받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41.4%의 참여자가 '그렇지 않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운동본부는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가 학교 내 월경 교육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참여자들이 "주변 남학생들이 뚱뚱하면 큰 생리대를 쓰고, 생리는 하루만 하는 줄 아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는 등 월경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부족한 학교 현실이 드러났다며, 남녀 모두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 "생리대 지급은 기본권과 연결…보편적 여성 인권의 문제"

가장 강조된 내용은 월경 용품에 대한 지원이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권과 연결되는 보편적 여성 인권의 문제라는 것이었습니다. 안현진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는 "월경은 단순한 생리 현상이 아닌, 주거·노동·경제 여건·장애 여부 등 다양한 사회적 조건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스코틀랜드, 영국, 미국 뉴욕주 등 해외에서도 여성들이 월경 용품을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조건 없이 쓸 수 있도록 각종 발판이 마련되고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세계 월경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에서도 월경에 대한 지원과 이해가 많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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