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쉬러 갔는데”…인명구조 최일선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죽음

입력 2020.05.29 (09:27) 수정 2020.05.2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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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목 모임 떠난 소방관 '비명횡사'

짙푸른 녹음이 펼쳐지고, 소양강을 앞마당으로 낀 한적한 시골 집. 평온할 것만 같던 이곳에 하룻밤 사이 비극이 덮쳤습니다. 어제(28일) 오전 8시 20분쯤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추전리의 한 주택에서 소방관 2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 추정.

두 사람을 비롯한 홍천소방서 소속 소방관 8명은 사고 전날 오후 2시쯤 동료 가족의 집을 찾았습니다. 모처럼만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입니다. 24시간 고된 업무를 끝마치고 갔지만, 마음에 맞는 동료와의 휴식에 피곤함은 금세 가셨을지 모릅니다. 이들은 자정이 돼서야 잠을 청합니다. 다른 동료들은 안채에서, 숨진 소방관들은 황토방을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사고 현장 아궁이 형태의 화목보일러 모습.사고 현장 아궁이 형태의 화목보일러 모습.

■"구조 베테랑에 모범 소방대원"…동료들 '비통'

사고 소식을 전해 들은 홍천소방서는 '침통함' 그 자체였습니다. 오전 내내 비도 오락가락 내리며 분위기는 한없이 가라앉았습니다. 하루 전까지 동고동락했던 동료가 비명횡사했다는 소식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정말 착하고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구조대원이었죠…"

뒷말이 흐려졌습니다. 말을 더 이으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까, 아무런 대화 없이 침묵은 계속됐습니다.

숨진 두 소방관을 가까이서 지켜봤던 동료들은 '엘리트 구조대원'이었다고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2005년 임용된 권 모 소방위는 평소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맡은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공적을 인정받아 2006년과 2011년 소방의 날 유공 표창 등을 받았습니다. 근무 시간 외에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인명구조사와 소형선박 조종면허 등을 따는 성실한 대원이었습니다.

김 모 소방장은 특전사 특채로 2009년 소방관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 역시 2011년 소방의 날 유공과 2015년 화재안전 유공 표창을 받았습니다. 또, 지난해 독도 헬기 추락사고 현장에도 투입돼 수중 수색활동 임무를 수행하는 엘리트 자원이었습니다.

 
119구조차 안에 ‘홍천소방서’가 적힌 구조 헬맷이 덩그러니 남아있다.119구조차 안에 ‘홍천소방서’가 적힌 구조 헬맷이 덩그러니 남아있다.


■'소리 없는 살인자' 일산화탄소 사고 잇따라…대책 시급

이번 사망 사고의 원인으로 일산화탄소가 지목됐습니다. 현장에는 드럼통 모양의 아궁이가 있었습니다. 나무로 불을 때는 건데, 이때 나온 일산화탄소가 방으로 스며들며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이번뿐만이 아닙니다. 석 달 전 영월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2명의 사상자가 났고, 2018년 고등학교 3학년생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릉 펜션사고 원인 역시, 일산화탄소였습니다.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로 더욱 치명적이어서 ‘소리없는 살인자’라고 불린다.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로 더욱 치명적이어서 ‘소리없는 살인자’라고 불린다.


일산화탄소는 색도, 냄새도 없어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불립니다. 그나마 강릉 펜션 사고를 계기로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지만, 가스보일러에 한정됐습니다. 이번의 화목보일러는 여전히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화목보일러가 중독 사고는 물론, 대형 산불 원인이 되고 있는 만큼, 관련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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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처럼 쉬러 갔는데”…인명구조 최일선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죽음
    • 입력 2020-05-29 09:27:02
    • 수정2020-05-29 09:57:26
    취재K
■친목 모임 떠난 소방관 '비명횡사'

짙푸른 녹음이 펼쳐지고, 소양강을 앞마당으로 낀 한적한 시골 집. 평온할 것만 같던 이곳에 하룻밤 사이 비극이 덮쳤습니다. 어제(28일) 오전 8시 20분쯤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추전리의 한 주택에서 소방관 2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 추정.

두 사람을 비롯한 홍천소방서 소속 소방관 8명은 사고 전날 오후 2시쯤 동료 가족의 집을 찾았습니다. 모처럼만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입니다. 24시간 고된 업무를 끝마치고 갔지만, 마음에 맞는 동료와의 휴식에 피곤함은 금세 가셨을지 모릅니다. 이들은 자정이 돼서야 잠을 청합니다. 다른 동료들은 안채에서, 숨진 소방관들은 황토방을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사고 현장 아궁이 형태의 화목보일러 모습.
■"구조 베테랑에 모범 소방대원"…동료들 '비통'

사고 소식을 전해 들은 홍천소방서는 '침통함' 그 자체였습니다. 오전 내내 비도 오락가락 내리며 분위기는 한없이 가라앉았습니다. 하루 전까지 동고동락했던 동료가 비명횡사했다는 소식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정말 착하고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구조대원이었죠…"

뒷말이 흐려졌습니다. 말을 더 이으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까, 아무런 대화 없이 침묵은 계속됐습니다.

숨진 두 소방관을 가까이서 지켜봤던 동료들은 '엘리트 구조대원'이었다고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2005년 임용된 권 모 소방위는 평소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맡은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공적을 인정받아 2006년과 2011년 소방의 날 유공 표창 등을 받았습니다. 근무 시간 외에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인명구조사와 소형선박 조종면허 등을 따는 성실한 대원이었습니다.

김 모 소방장은 특전사 특채로 2009년 소방관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 역시 2011년 소방의 날 유공과 2015년 화재안전 유공 표창을 받았습니다. 또, 지난해 독도 헬기 추락사고 현장에도 투입돼 수중 수색활동 임무를 수행하는 엘리트 자원이었습니다.

 119구조차 안에 ‘홍천소방서’가 적힌 구조 헬맷이 덩그러니 남아있다.

■'소리 없는 살인자' 일산화탄소 사고 잇따라…대책 시급

이번 사망 사고의 원인으로 일산화탄소가 지목됐습니다. 현장에는 드럼통 모양의 아궁이가 있었습니다. 나무로 불을 때는 건데, 이때 나온 일산화탄소가 방으로 스며들며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이번뿐만이 아닙니다. 석 달 전 영월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2명의 사상자가 났고, 2018년 고등학교 3학년생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릉 펜션사고 원인 역시, 일산화탄소였습니다.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로 더욱 치명적이어서 ‘소리없는 살인자’라고 불린다.

일산화탄소는 색도, 냄새도 없어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불립니다. 그나마 강릉 펜션 사고를 계기로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지만, 가스보일러에 한정됐습니다. 이번의 화목보일러는 여전히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화목보일러가 중독 사고는 물론, 대형 산불 원인이 되고 있는 만큼, 관련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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