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美 ‘홍콩’ 압박에도 中 여유…왜?

입력 2020.05.29 (15:21) 수정 2020.05.2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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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연일 중국에 경고를 보냈는데, 대놓고 무시를 당했다. 전인대 '홍콩 보안법' 표결, 찬성 2,878표대 반대 1표. "미국이 더는 중국을 겁박할 수 없다"는 중국 관영매체 논평에 자존심도 상한다.

"중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강성 발언을 쏟아 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시각 29일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구체적인 '대중(對中) 제재' 조치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보안법을 논의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소집됐다는 외신 보도도 나온다.

그런데 중국은 평온하다.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사망자 10만 명, 미국은 코로나19 방역에나 신경 쓰라며 비웃는다. 중국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中, 모든 시나리오 검토했다."

무엇보다 중국은 '코로나19 책임론'에서 '홍콩 보안법'으로 프레임 전환에 성공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코로나 책임론 제기에 "우한보다 프랑스에서 먼저 환자가 나왔다." "바이러스 기원은 과학의 영역이다."라며 책임론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러나 국제사회 지지는 얻지 못했다. 승산 없는 싸움이었는데 홍콩 보안법 통과로 책임론 시비가 사그라지고, 온통 보안법 이야기로 새판이 짜였다. 중국이 짠 판에 미국이 말려든 형국이다.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했다는 중국 연구자의 말에 중국의 치밀함이 보인다.

롼쭝쩌(阮宗澤) 중국 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미국의 위협은 예상했던 것이지만 법 제정을 막는 데는 소용없다"며 "우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준비했다"고 밝혔다.

롼쭝쩌는 작년 홍콩 송환법이 철회된 후부터 홍콩 보안법 제정을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실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작년 10월 공산당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홍콩 특별행정구의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법률 제도를 완비하겠다"고 밝혔었다. 바로 어제 통과된 홍콩 보안법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던 거다.


"홍콩 제재... 미국이 더 손해"

중국 관영매체는 미국 제재에 따른 피해를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전한다.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사평에서 "미국이 중국보다 우세한 분야는 첨단 기술과 금융"이라면서 과학 기술 분야는 중국 기술력으로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무역과 금융은 미·중 갈등이 지속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이 오히려 '미국'이라고 분석한다. 홍콩 특별지위를 송두리째 파괴하기에는 미국 피해가 더 크다는 거다. 왜 그럴까?

중국 매체와 홍콩 매체가 분석한 내용을 종합해 보자. 홍콩은 미국 기업의 아시아 비즈니스 주요 기지다. 290개 기업이 지역본부를 두고 있고, 434개 기업이 지역사무소를 갖고 있다. 법인을 둔 기업이 1,300여 개에 달한다. 상주 미국인이 8만 5천 명이다.

홍콩은 미국의 주류 수출 3위, 소고기 수출 4위, 농산물 수출 7위 시장이다. 미국의 19번째 무역 상대이자, 미국이 무역흑자를 가장 많이 내는 곳이다. 2018년 300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고, 지난 10년간 누적 흑자가 2,970억 달러에 이른다.

싱가포르와 도쿄, 서울 같은 아시아의 다른 금융 중심이 있기는 하지만 홍콩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자신감도 있다. 홍콩은 뉴욕, 런던과 함께 세계 3대 금융 중심지다. 전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들이 그동안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막대한 배당금을 챙겨왔다. 어떤 금융기관이 세계 2위 경제 대국 중국의 글로벌 창구 '홍콩'을 버리면서 까지 손해를 감수하겠느냐는 거다. 홍콩에는 미국 기업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 로버트 그리브스 홍콩 미국상공회의소 소장은 "국제 비즈니스와 금융 중심 역할을 하는 홍콩의 기반을 약화하면 아무도 혜택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미국 기업과 월스트리트, 글로벌 금융사들이 미국 정부의 정치적 결정과 트럼프 대선을 위해 막대한 상업적 이익을 해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중국의 전망과 일치하는 의견이다.


美 제재하면 반중 진영 싹쓸이 소탕

미국이 '홍콩 특별지위 박탈' 제재를 하면 중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건 분명하다. 홍콩은 그동안 중국의 역외금융센터 역할을 하면서 외자를 유치하고, 수출 통로 기능을 해왔다. 그런데 중국은 이런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보안법' 제정으로 홍콩에서 얻을 게 있다고 해석한다.

제재 발동으로 홍콩에 반미 정서가 고조되고, 이러면 손쉽게 반중 진영을 싹쓸이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거다. 중국이 말하는 조국을 배신하고 외세에 기댄 바퀴벌레들을 소탕하는 거다.

작년 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일체의 행위가 모두 홍콩 보안법에 저촉된다. 홍콩 정치 전문가 장쿤양(張崑陽)은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면 홍콩 시민사회와 민주화운동은 탄압을 받아 철저하게 파괴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는 9월 치러지는 우리의 국회 격인 홍콩 입법회 선거에도 영향을 미친다. 홍콩 매체는 작년 구의회 선거에서 전체 18개 구 중 17개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했는데, 홍콩 보안법이 이를 막을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으로 진단한다. 손쉬운 방법이 민주 인사의 피선거권 박탈이다.

홍콩에서는 선거 출마를 위해서는 선관위에서 자격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민주진영 정당의 강령이 '일국양제'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 등으로 출마 자격을 박탈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작년 구의회 선거에서 홍콩 민주인사 조슈아 웡(黃之鋒)은 소속 정당 데모시스토당의 '민주자결' 강령이 일국양제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출마 자격을 박탈당했다.

그런데도 미국은 제재할 것이다. 홍콩 특별지위를 전면적으로 박탈할지, 아니면 비자나 관세부터 단계적으로 진행할지의 문제다. 대중국 압박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전략이다. 미국의 민심이 반중국으로 향하는데 마다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두 나라 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우리에게도 홍콩은 세계 4번째 수출 대상 지역이다. 송환법 반대 현장에 나섰던 수백만 명의 홍콩인들도 있다.

여전히 백신도 치료제도 개발하지 못한 코로나19로 세계가 신음하고 있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과 중국의 충돌도 불러왔다. 코로나19가 인류의 운명을 큰 시험대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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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29 15:21:21
    • 수정2020-05-29 15:33:23
    특파원 리포트
미국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연일 중국에 경고를 보냈는데, 대놓고 무시를 당했다. 전인대 '홍콩 보안법' 표결, 찬성 2,878표대 반대 1표. "미국이 더는 중국을 겁박할 수 없다"는 중국 관영매체 논평에 자존심도 상한다.

"중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강성 발언을 쏟아 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시각 29일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구체적인 '대중(對中) 제재' 조치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보안법을 논의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소집됐다는 외신 보도도 나온다.

그런데 중국은 평온하다.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사망자 10만 명, 미국은 코로나19 방역에나 신경 쓰라며 비웃는다. 중국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中, 모든 시나리오 검토했다."

무엇보다 중국은 '코로나19 책임론'에서 '홍콩 보안법'으로 프레임 전환에 성공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코로나 책임론 제기에 "우한보다 프랑스에서 먼저 환자가 나왔다." "바이러스 기원은 과학의 영역이다."라며 책임론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러나 국제사회 지지는 얻지 못했다. 승산 없는 싸움이었는데 홍콩 보안법 통과로 책임론 시비가 사그라지고, 온통 보안법 이야기로 새판이 짜였다. 중국이 짠 판에 미국이 말려든 형국이다.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했다는 중국 연구자의 말에 중국의 치밀함이 보인다.

롼쭝쩌(阮宗澤) 중국 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미국의 위협은 예상했던 것이지만 법 제정을 막는 데는 소용없다"며 "우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준비했다"고 밝혔다.

롼쭝쩌는 작년 홍콩 송환법이 철회된 후부터 홍콩 보안법 제정을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실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작년 10월 공산당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홍콩 특별행정구의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법률 제도를 완비하겠다"고 밝혔었다. 바로 어제 통과된 홍콩 보안법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던 거다.


"홍콩 제재... 미국이 더 손해"

중국 관영매체는 미국 제재에 따른 피해를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전한다.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사평에서 "미국이 중국보다 우세한 분야는 첨단 기술과 금융"이라면서 과학 기술 분야는 중국 기술력으로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무역과 금융은 미·중 갈등이 지속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이 오히려 '미국'이라고 분석한다. 홍콩 특별지위를 송두리째 파괴하기에는 미국 피해가 더 크다는 거다. 왜 그럴까?

중국 매체와 홍콩 매체가 분석한 내용을 종합해 보자. 홍콩은 미국 기업의 아시아 비즈니스 주요 기지다. 290개 기업이 지역본부를 두고 있고, 434개 기업이 지역사무소를 갖고 있다. 법인을 둔 기업이 1,300여 개에 달한다. 상주 미국인이 8만 5천 명이다.

홍콩은 미국의 주류 수출 3위, 소고기 수출 4위, 농산물 수출 7위 시장이다. 미국의 19번째 무역 상대이자, 미국이 무역흑자를 가장 많이 내는 곳이다. 2018년 300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고, 지난 10년간 누적 흑자가 2,970억 달러에 이른다.

싱가포르와 도쿄, 서울 같은 아시아의 다른 금융 중심이 있기는 하지만 홍콩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자신감도 있다. 홍콩은 뉴욕, 런던과 함께 세계 3대 금융 중심지다. 전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들이 그동안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막대한 배당금을 챙겨왔다. 어떤 금융기관이 세계 2위 경제 대국 중국의 글로벌 창구 '홍콩'을 버리면서 까지 손해를 감수하겠느냐는 거다. 홍콩에는 미국 기업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 로버트 그리브스 홍콩 미국상공회의소 소장은 "국제 비즈니스와 금융 중심 역할을 하는 홍콩의 기반을 약화하면 아무도 혜택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미국 기업과 월스트리트, 글로벌 금융사들이 미국 정부의 정치적 결정과 트럼프 대선을 위해 막대한 상업적 이익을 해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중국의 전망과 일치하는 의견이다.


美 제재하면 반중 진영 싹쓸이 소탕

미국이 '홍콩 특별지위 박탈' 제재를 하면 중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건 분명하다. 홍콩은 그동안 중국의 역외금융센터 역할을 하면서 외자를 유치하고, 수출 통로 기능을 해왔다. 그런데 중국은 이런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보안법' 제정으로 홍콩에서 얻을 게 있다고 해석한다.

제재 발동으로 홍콩에 반미 정서가 고조되고, 이러면 손쉽게 반중 진영을 싹쓸이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거다. 중국이 말하는 조국을 배신하고 외세에 기댄 바퀴벌레들을 소탕하는 거다.

작년 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일체의 행위가 모두 홍콩 보안법에 저촉된다. 홍콩 정치 전문가 장쿤양(張崑陽)은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면 홍콩 시민사회와 민주화운동은 탄압을 받아 철저하게 파괴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는 9월 치러지는 우리의 국회 격인 홍콩 입법회 선거에도 영향을 미친다. 홍콩 매체는 작년 구의회 선거에서 전체 18개 구 중 17개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했는데, 홍콩 보안법이 이를 막을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으로 진단한다. 손쉬운 방법이 민주 인사의 피선거권 박탈이다.

홍콩에서는 선거 출마를 위해서는 선관위에서 자격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민주진영 정당의 강령이 '일국양제'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 등으로 출마 자격을 박탈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작년 구의회 선거에서 홍콩 민주인사 조슈아 웡(黃之鋒)은 소속 정당 데모시스토당의 '민주자결' 강령이 일국양제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출마 자격을 박탈당했다.

그런데도 미국은 제재할 것이다. 홍콩 특별지위를 전면적으로 박탈할지, 아니면 비자나 관세부터 단계적으로 진행할지의 문제다. 대중국 압박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전략이다. 미국의 민심이 반중국으로 향하는데 마다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두 나라 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우리에게도 홍콩은 세계 4번째 수출 대상 지역이다. 송환법 반대 현장에 나섰던 수백만 명의 홍콩인들도 있다.

여전히 백신도 치료제도 개발하지 못한 코로나19로 세계가 신음하고 있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과 중국의 충돌도 불러왔다. 코로나19가 인류의 운명을 큰 시험대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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