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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삼표시멘트 하청노동자의 죽음, 그리고 김용균법의 ‘빈틈’
입력 2020.05.30 (11:02) 수정 2020.05.30 (11:03) 취재후
[취재후] 삼표시멘트 하청노동자의 죽음, 그리고 김용균법의 ‘빈틈’
지난 13일, 삼표시멘트 하청노동자 62살 김 모 씨가 작업장 컨베이어벨트에 끼인 채 발견됐습니다. 발견 시각은 사고가 나고 약 2시간이 지난 뒤로 추정됩니다. 사고 현장에는 김 씨의 안전모만 남았습니다.

앞서 구의역 김군, 태안발전소 김용균 씨도 혼자 일하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올해 1월부터 이른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왜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걸까요?

(왼쪽)김 씨가 일한 컨베이어벨트가 연결된 원통형 가마 (오른쪽)김 씨의 아들 김수찬 씨(왼쪽)김 씨가 일한 컨베이어벨트가 연결된 원통형 가마 (오른쪽)김 씨의 아들 김수찬 씨

■2인 1조 의무화 규정 빠져있어

삼표시멘트 노동자 김 씨는 합성수지를 운반하는 커다란 컨베이어벨트를 관리했습니다. 합성수지를 태우면서 나오는 찌꺼기를 치우는 작업도 김 씨 담당이었는데 혼자 일했습니다. 옆에 똑같은 설비가 있어서 김 씨와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동료가 있긴 했지만 거리가 멀었습니다. 무전기로 요청하면 서로 옆 설비까지 가서 일을 도와주는 형식이었다고 합니다.

김 씨 아들인 김수찬 씨는 "2인 1조 작업을 지켰다면 아버지가 살아는 계시지 않았겠냐"고 말했습니다. "사고 당시 현장엔 아무도 없었다고 하니 아버지가 고통을 어떻게 견뎠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삼표그룹 측은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의 4조 3교대, 2인 1조 작업 원칙을 확인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하청업체의 내부 지침에 명시돼 있는지 여부는 끝내 답하지 않았습니다.

김용균법에도 위험작업 2인 1조 의무화 규정은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이를 어겼다해도 별 다른 제재 수단은 없습니다. 지난해 3월, 일부 공공기관 작업장을 대상으로 2인 1조 작업을 하라고 정부가 지침을 내린 게 전부입니다. 노동계는 위험작업 2인 1조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지만 인건비 문제로 현실화가 힘들다면 적어도 여러 작업들을 통제하고 적절한 신호를 줄 수 있는 '신호수' 같은 인력이라도 충원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사고가 난 왼쪽 설비는 멈췄지만 동일한 오른쪽 설비는 중지 9시간만에 재가동되고 있다.사고가 난 왼쪽 설비는 멈췄지만 동일한 오른쪽 설비는 중지 9시간만에 재가동되고 있다.

■달라진 게 없는데 돌아가는 작업장

동료 노동자들은 사고 이후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사고 설비는 멈췄지만 바로 옆에 있는 동일한 설비는 그대로 가동되고 있습니다. 사고 원인도 아직 모르고, 환경 개선이 이뤄진 것도 아닌데 노동자들은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김용균법 상 노동자 1명 이상이 숨진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고용노동부가 전면 중지를 명할 수 있는 환경은 화재, 폭발, 붕괴, 위험물질 누출 이렇게 4가지 경우가 전부입니다. 동일한 작업을 중지하려면 "산업재해가 다시 발생할 수 있는 급박한 위험이 있다는 판단이 있을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이에 대해 신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실장은 "김용균법 논의 초기에 전면 중지를 명할 수 있게 하던 수준에서 훨씬 후퇴한 조항"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작업 중지를 해제할 때도 사업주의 요청이 있으면 공휴일을 포함한 4일 이내에 해제심의위원회를 꾸려 절차를 거치도록 해 중지의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평가입니다. 현실에선 동일 작업 중지는 보기도 힘들고, 효과도 거의 없는 겁니다.

민주노총 삼표지부는 2019년부터 최근까지 삼척공장에서만 노동자가 숨지거나 다치는 사고가 10건이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재형 삼표지부장은 원청인 삼표시멘트의 책임이 크고, 고용노동부의 책임도 물었습니다. 원청에서 산재 사고를 고용노동부에 신고했을 때, 현장에 와서 근로감독을꼼꼼히 했더라면 현장은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바뀌지 않았겠냐는 겁니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해야"

노동계는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노동자가 숨지면 사업주와 관련 공무원까지 더욱 엄하게 처벌해야 노동자들의 허망한 죽음이 되풀이 되지 않을 거란 이야깁니다.

현행 김용균법에는 사업주에게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습니다. 현실은 어떨까요. 산업안전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5년 동안 노동자가 숨지거나 다친 경우 법원 판결에선 사업주 10명 가운데 9명 꼴로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벌금도 사업주나 법인이 많아야 5백만 원만 내면 그만인 경우가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구의역 김군 사고의 경우에도 김군이 일했던 하청업체 대표는 집행유예, 원청업체였던 당시 서울메트로 사장은 벌금 천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죽은 사람은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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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구의역 김 군 추모 4주기에 열린 거리문화제에서 故 김태규 씨의 누나 김도현 씨가 마이크를 들었습니다. 故 김태규 씨는 지난해 경기도 수원 건설현장 화물용 엘리베이터에서 추락해 숨진 일용직 노동자입니다.

"(일부는) 지겹다고 말씀을 하세요. 하지만 저희의 가족이고 저희 동생이기 때문에 절대 지겨울 수가 없어요. 어떻게 가족이 지겹습니까? 저도 제가 겪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하루 아침에 정말 가족을 잃고 지금도 이렇게 거리에서 외치고 있습니다. 제발 간절한 저희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길 정말 부탁드리겠습니다."

결코 짧지 않은 4년, 어쩌면 산재 사망 노동자 유족들이 가장 바라는 건 '일하다 죽지 않는' 환경을 만들고 더 이상 거리에 나오지 않는 것일 겁니다.
  • [취재후] 삼표시멘트 하청노동자의 죽음, 그리고 김용균법의 ‘빈틈’
    • 입력 2020.05.30 (11:02)
    • 수정 2020.05.30 (11:03)
    취재후
[취재후] 삼표시멘트 하청노동자의 죽음, 그리고 김용균법의 ‘빈틈’
지난 13일, 삼표시멘트 하청노동자 62살 김 모 씨가 작업장 컨베이어벨트에 끼인 채 발견됐습니다. 발견 시각은 사고가 나고 약 2시간이 지난 뒤로 추정됩니다. 사고 현장에는 김 씨의 안전모만 남았습니다.

앞서 구의역 김군, 태안발전소 김용균 씨도 혼자 일하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올해 1월부터 이른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왜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걸까요?

(왼쪽)김 씨가 일한 컨베이어벨트가 연결된 원통형 가마 (오른쪽)김 씨의 아들 김수찬 씨(왼쪽)김 씨가 일한 컨베이어벨트가 연결된 원통형 가마 (오른쪽)김 씨의 아들 김수찬 씨

■2인 1조 의무화 규정 빠져있어

삼표시멘트 노동자 김 씨는 합성수지를 운반하는 커다란 컨베이어벨트를 관리했습니다. 합성수지를 태우면서 나오는 찌꺼기를 치우는 작업도 김 씨 담당이었는데 혼자 일했습니다. 옆에 똑같은 설비가 있어서 김 씨와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동료가 있긴 했지만 거리가 멀었습니다. 무전기로 요청하면 서로 옆 설비까지 가서 일을 도와주는 형식이었다고 합니다.

김 씨 아들인 김수찬 씨는 "2인 1조 작업을 지켰다면 아버지가 살아는 계시지 않았겠냐"고 말했습니다. "사고 당시 현장엔 아무도 없었다고 하니 아버지가 고통을 어떻게 견뎠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삼표그룹 측은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의 4조 3교대, 2인 1조 작업 원칙을 확인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하청업체의 내부 지침에 명시돼 있는지 여부는 끝내 답하지 않았습니다.

김용균법에도 위험작업 2인 1조 의무화 규정은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이를 어겼다해도 별 다른 제재 수단은 없습니다. 지난해 3월, 일부 공공기관 작업장을 대상으로 2인 1조 작업을 하라고 정부가 지침을 내린 게 전부입니다. 노동계는 위험작업 2인 1조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지만 인건비 문제로 현실화가 힘들다면 적어도 여러 작업들을 통제하고 적절한 신호를 줄 수 있는 '신호수' 같은 인력이라도 충원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사고가 난 왼쪽 설비는 멈췄지만 동일한 오른쪽 설비는 중지 9시간만에 재가동되고 있다.사고가 난 왼쪽 설비는 멈췄지만 동일한 오른쪽 설비는 중지 9시간만에 재가동되고 있다.

■달라진 게 없는데 돌아가는 작업장

동료 노동자들은 사고 이후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사고 설비는 멈췄지만 바로 옆에 있는 동일한 설비는 그대로 가동되고 있습니다. 사고 원인도 아직 모르고, 환경 개선이 이뤄진 것도 아닌데 노동자들은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김용균법 상 노동자 1명 이상이 숨진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고용노동부가 전면 중지를 명할 수 있는 환경은 화재, 폭발, 붕괴, 위험물질 누출 이렇게 4가지 경우가 전부입니다. 동일한 작업을 중지하려면 "산업재해가 다시 발생할 수 있는 급박한 위험이 있다는 판단이 있을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이에 대해 신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실장은 "김용균법 논의 초기에 전면 중지를 명할 수 있게 하던 수준에서 훨씬 후퇴한 조항"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작업 중지를 해제할 때도 사업주의 요청이 있으면 공휴일을 포함한 4일 이내에 해제심의위원회를 꾸려 절차를 거치도록 해 중지의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평가입니다. 현실에선 동일 작업 중지는 보기도 힘들고, 효과도 거의 없는 겁니다.

민주노총 삼표지부는 2019년부터 최근까지 삼척공장에서만 노동자가 숨지거나 다치는 사고가 10건이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재형 삼표지부장은 원청인 삼표시멘트의 책임이 크고, 고용노동부의 책임도 물었습니다. 원청에서 산재 사고를 고용노동부에 신고했을 때, 현장에 와서 근로감독을꼼꼼히 했더라면 현장은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바뀌지 않았겠냐는 겁니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해야"

노동계는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노동자가 숨지면 사업주와 관련 공무원까지 더욱 엄하게 처벌해야 노동자들의 허망한 죽음이 되풀이 되지 않을 거란 이야깁니다.

현행 김용균법에는 사업주에게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습니다. 현실은 어떨까요. 산업안전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5년 동안 노동자가 숨지거나 다친 경우 법원 판결에선 사업주 10명 가운데 9명 꼴로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벌금도 사업주나 법인이 많아야 5백만 원만 내면 그만인 경우가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구의역 김군 사고의 경우에도 김군이 일했던 하청업체 대표는 집행유예, 원청업체였던 당시 서울메트로 사장은 벌금 천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죽은 사람은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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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구의역 김 군 추모 4주기에 열린 거리문화제에서 故 김태규 씨의 누나 김도현 씨가 마이크를 들었습니다. 故 김태규 씨는 지난해 경기도 수원 건설현장 화물용 엘리베이터에서 추락해 숨진 일용직 노동자입니다.

"(일부는) 지겹다고 말씀을 하세요. 하지만 저희의 가족이고 저희 동생이기 때문에 절대 지겨울 수가 없어요. 어떻게 가족이 지겹습니까? 저도 제가 겪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하루 아침에 정말 가족을 잃고 지금도 이렇게 거리에서 외치고 있습니다. 제발 간절한 저희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길 정말 부탁드리겠습니다."

결코 짧지 않은 4년, 어쩌면 산재 사망 노동자 유족들이 가장 바라는 건 '일하다 죽지 않는' 환경을 만들고 더 이상 거리에 나오지 않는 것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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