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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남] 해병대 생활관에서 마사지 받다 등에 불 붙은 신병
입력 2020.05.31 (08:07) 취재K
[판결남] 해병대 생활관에서 마사지 받다 등에 불 붙은 신병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손해를 배상해줘야 합니다. 이른바 국가배상책임인데요.

신병이 군 생활관에서 동료 신병에게 마사지를 받던 중 화상을 입었다면, 이것은 국가의 책임일까요? 군 생활 중에 입은 부상은 모두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것일까요? 생활관에서 동료 병사에게 부상을 당한 경우, 공무원의 직무 범위에 들어가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던 최신 판례를 소개해 드립니다.

앞서 A 씨와 B, C 씨는 2017년 해병대 교육단 보수교육대대 포병교육대 소속으로 함께 신병 교육을 받게 됐습니다. 신병교육기간 중 밤 10시쯤이 되자, B 씨는 C 씨 소유의 에탄올 함량 62% 짜리 손소독제를 A 씨의 등 및 허리 부위에 뿌린 다음 위 부위를 마사지해주었습니다.

C 씨는 이를 보고서 위 부위를 함께 마사지해주다가 A 씨의 허리 부위 근처에서 라이터 불을 켜 그 불이 A 씨의 등에 옮겨붙게 됐습니다. 이 사고로 A 씨는 등에 2도 화염화상을 입고 국군수도병원에서 2개월간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등 부위엔 화상 자국이 다음해인 2018년 전역할 때는 물론 현재까지도 남아 있었습니다.

A씨는 군에서 전역하기 전, 자신의 등에 불을 붙인 B 씨와 C 씨, 국가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습니다. 이들이 공동하여 1억 2405만 원을 지급하라는 취지였습니다. A 씨는 올해 3월 B 씨에 대한 소송은 취하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제18민사부(부장판사 심재남)는 A 씨가 낸 소송에 대해 C 씨가 465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며 최근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심 법원은 C 씨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그대로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C 씨는 가연성 물질인 에탄올을 다량 함유한 손 소독제가 A 씨의 등 및 허리 부위에 뿌려져 있음에도 인근에서 라이터 불을 켠 과실로 사고를 발생시켜 A 씨의 등 부분에 화상 및 반흔이 생기게 하였으므로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감정 결과 노동능력상실률은 5%로 집계됐습니다. 그 결과 월 소득 304만 원(2020년 상반기 보통인부 1일 도시일용노임 13만8290원에 월 가동일수 22일을 곱한 것)과 전역 후로부터 기대여명을 곱한 금액의 5%인 3650만원이 인정됐습니다.

A 씨가 비교적 광범위하고 영구적인 추상장해를 입은 점, 다만 장해부위가 등 뒤로서 비노출부위에 해당하는 점 등을 들어 1000만원의 위자료도 함께 인정됐습니다.

쟁점은 국가가 배상책임을 지는지 여부였습니다.

A 씨는 "피고들은 대한민국 소속 군인으로서 부대 내에서 내무생활을 하던 중 사고를 일으켰는 바, 피고가 군인으로서 직무를 집행하던 중 발생한 사고이므로, 피고 대한민국은 위 사고로 손해를 입은 원고에 대해 국가배상법상 배상 책임을 진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군 소속 지휘관들이 생활반 내에서 라이터를 소지하지 못하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관리의무를 다하여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한 직무집행상 과실이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직무를 집행하면서'라는 문구를 두고 '직접 공무원의 집행행위거나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를 포함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 행위 자체의 외관을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공무원의 직무행위로 보여질 땐 비록 그것이 실질적으로 직무행위가 아니거나 또는 행위자로서는 주관적으로 공무집행 의사가 없었다 하더라도 그 행위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대법원 판례를 설명한 후 "행위 자체의 외관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더라도 공무원의 직무행위 내지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라고 볼 수 없는 경우까지 '직무를 집행하면서' 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또 "해병대 교육단 소속 군인이던 C 씨가 신병교육기간 중 생활반에서 이 사고를 낸 사실은 인정되나, 이것만으론 C 씨가 '군인으로써의 직무를 집행하면서' 사고를 일으켰다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습니다.

A 씨가 저녁점호 종료 후 동기 훈련병들과 쉬고 있던 중, 동료들이 장난삼아 손소독제가 뿌려진 A 씨의 등 및 허리 부위를 마사지해주다가 허리 부위 근처에서 라이터 불을 붙여 사고가 일어난 사실이 인정되는데, C 씨의 행위는 그 외관 자체로 군인의 교육, 훈련, 기타 직무행위 내지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법원은 이어 "지휘관들이 위와 같은 관리의무를 소홀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교육단 보수교육대대장이 2016년 예하 교육대장들에게 소속 장병 안전교육을 비롯한 사고예방조치를 취한 사실이 인정될 뿐"이라며 A 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 [판결남] 해병대 생활관에서 마사지 받다 등에 불 붙은 신병
    • 입력 2020.05.31 (08:07)
    취재K
[판결남] 해병대 생활관에서 마사지 받다 등에 불 붙은 신병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손해를 배상해줘야 합니다. 이른바 국가배상책임인데요.

신병이 군 생활관에서 동료 신병에게 마사지를 받던 중 화상을 입었다면, 이것은 국가의 책임일까요? 군 생활 중에 입은 부상은 모두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것일까요? 생활관에서 동료 병사에게 부상을 당한 경우, 공무원의 직무 범위에 들어가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던 최신 판례를 소개해 드립니다.

앞서 A 씨와 B, C 씨는 2017년 해병대 교육단 보수교육대대 포병교육대 소속으로 함께 신병 교육을 받게 됐습니다. 신병교육기간 중 밤 10시쯤이 되자, B 씨는 C 씨 소유의 에탄올 함량 62% 짜리 손소독제를 A 씨의 등 및 허리 부위에 뿌린 다음 위 부위를 마사지해주었습니다.

C 씨는 이를 보고서 위 부위를 함께 마사지해주다가 A 씨의 허리 부위 근처에서 라이터 불을 켜 그 불이 A 씨의 등에 옮겨붙게 됐습니다. 이 사고로 A 씨는 등에 2도 화염화상을 입고 국군수도병원에서 2개월간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등 부위엔 화상 자국이 다음해인 2018년 전역할 때는 물론 현재까지도 남아 있었습니다.

A씨는 군에서 전역하기 전, 자신의 등에 불을 붙인 B 씨와 C 씨, 국가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습니다. 이들이 공동하여 1억 2405만 원을 지급하라는 취지였습니다. A 씨는 올해 3월 B 씨에 대한 소송은 취하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제18민사부(부장판사 심재남)는 A 씨가 낸 소송에 대해 C 씨가 465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며 최근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심 법원은 C 씨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그대로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C 씨는 가연성 물질인 에탄올을 다량 함유한 손 소독제가 A 씨의 등 및 허리 부위에 뿌려져 있음에도 인근에서 라이터 불을 켠 과실로 사고를 발생시켜 A 씨의 등 부분에 화상 및 반흔이 생기게 하였으므로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감정 결과 노동능력상실률은 5%로 집계됐습니다. 그 결과 월 소득 304만 원(2020년 상반기 보통인부 1일 도시일용노임 13만8290원에 월 가동일수 22일을 곱한 것)과 전역 후로부터 기대여명을 곱한 금액의 5%인 3650만원이 인정됐습니다.

A 씨가 비교적 광범위하고 영구적인 추상장해를 입은 점, 다만 장해부위가 등 뒤로서 비노출부위에 해당하는 점 등을 들어 1000만원의 위자료도 함께 인정됐습니다.

쟁점은 국가가 배상책임을 지는지 여부였습니다.

A 씨는 "피고들은 대한민국 소속 군인으로서 부대 내에서 내무생활을 하던 중 사고를 일으켰는 바, 피고가 군인으로서 직무를 집행하던 중 발생한 사고이므로, 피고 대한민국은 위 사고로 손해를 입은 원고에 대해 국가배상법상 배상 책임을 진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군 소속 지휘관들이 생활반 내에서 라이터를 소지하지 못하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관리의무를 다하여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한 직무집행상 과실이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직무를 집행하면서'라는 문구를 두고 '직접 공무원의 집행행위거나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를 포함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 행위 자체의 외관을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공무원의 직무행위로 보여질 땐 비록 그것이 실질적으로 직무행위가 아니거나 또는 행위자로서는 주관적으로 공무집행 의사가 없었다 하더라도 그 행위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대법원 판례를 설명한 후 "행위 자체의 외관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더라도 공무원의 직무행위 내지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라고 볼 수 없는 경우까지 '직무를 집행하면서' 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또 "해병대 교육단 소속 군인이던 C 씨가 신병교육기간 중 생활반에서 이 사고를 낸 사실은 인정되나, 이것만으론 C 씨가 '군인으로써의 직무를 집행하면서' 사고를 일으켰다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습니다.

A 씨가 저녁점호 종료 후 동기 훈련병들과 쉬고 있던 중, 동료들이 장난삼아 손소독제가 뿌려진 A 씨의 등 및 허리 부위를 마사지해주다가 허리 부위 근처에서 라이터 불을 붙여 사고가 일어난 사실이 인정되는데, C 씨의 행위는 그 외관 자체로 군인의 교육, 훈련, 기타 직무행위 내지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법원은 이어 "지휘관들이 위와 같은 관리의무를 소홀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교육단 보수교육대대장이 2016년 예하 교육대장들에게 소속 장병 안전교육을 비롯한 사고예방조치를 취한 사실이 인정될 뿐"이라며 A 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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