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만에 “도정 전념” 말 뒤집은 원희룡 지사…이틀에 하루꼴 ‘출장’

입력 2020.06.01 (12:55) 수정 2020.06.01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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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주 대권 도전을 공식화했습니다.

한 중앙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2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중도·보수 진영 단일 후보 선출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며 "모든 것을 걸고 저 자신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원 지사의 이러한 대권 도전 발언을 두고 제주지역에선 과거의 약속들을 뒤집는 결단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원 지사는 2년 전 지방선거 때 제주도지사 재선에 도전하면서 "제주지사와 중앙 정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으려는 욕심을 냈던 적도 있었습니다. 제주도지사의 일에 전념하겠습니다"고 약속하며 대권 '잠룡'으로 중앙 정치 복귀 계획에 선을 그은 바 있습니다.

또 당선 직후에도 "중앙정치를 돌아보거나 그런 유혹에 빠지지 않고 도정에 전념하겠습니다. 약속드리겠습니다."라고도 밝혔는데요.

불과 한 달여 전이죠. 제주도의회 도정질문 자리에서도 원 지사는 "코로나 위기 극복과 제주경제 회복을 위해서 제가 도민들과 약속한 도정 수행에 전념하겠다"고 다시 한 번 약속했습니다.

이런 약속에도 대선에 나가겠다는 결단을 내린 건데, 원 지사에게 갑자기 심경의 변화가 온 것일까요?

원희룡 지사의 올해 상반기 출장 내역을 살펴보니, 꼭 그렇진 않은 듯싶네요. 도정에 집중해야 할 코로나19 확산기에 이미 '중앙정치'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분도 '사실관계'를 보고 판단해보시죠.

원희룡 제주도지사 이틀에 한 번꼴 도외 출장…알고 보니 중앙 정치 활동도?

KBS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도외출장 내역을 보면, 4·15 총선 미래통합당 선대위가 해산한 뒤부터 원 지사의 도외 출장이 빈번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4월 20일부터 5월 28일까지 40여 일간 원희룡 지사의 도외 출장일은 17일, 평일 기준으로는 이틀에 하루꼴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4월 23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진행된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황금연휴를 앞두고 국민들께 드리는 말씀’ 기자회견 모습(사진 출처:제주도)지난 4월 23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진행된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황금연휴를 앞두고 국민들께 드리는 말씀’ 기자회견 모습(사진 출처:제주도)

도외 출장 날짜를 보면 미래통합당과의 연결 고리도 보입니다. 원 지사가 '황금연휴를 앞두고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제주 여행을 가급적 자제해달라는 호소문을 발표한 4월 23일, 호소문 발표 직후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출장 차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국회 업무 회의 등을 목적으로 4월 23일부터 24일, 26일부터 28일까지 주말을 건너뛴 '징검다리' 서울 출장을 연이어 다녀온 건데요. 당시는 총선 이후 미래통합당이 비대위 체제 전환 등의 논의를 긴박하게 하던 시기입니다.

지난 4월 28일, 원희룡 지사의 미래통합당 전국위원회에 참석 모습.지난 4월 28일, 원희룡 지사의 미래통합당 전국위원회에 참석 모습.

실제로 4월 28일 원 지사는 출장 중 미래통합당 전국위원회에 참석했습니다. 당시에는 공식적으로 휴가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도정에 매진할 때임에도, 중앙정치 활동에 나선 겁니다.

하루 앞선 4월 27일에도 원 지사가 출장 중 오전 시간 일부를 '외출' 처리했다고 제주도 관계자는 전했는데요. 이 시각은 미래통합당 당선인 모임 등 중앙당 일정이 잡혀 있었습니다.

한 달 뒤인 5월 27일에도 '한겨레 1만 호 기념식' 참석차 도외 출장에 나선 원 지사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혔고, 같은 날 미래통합당 전국위원회의에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원 지사 코로나19 자발적 격리 시기는 '바이러스와의 전쟁 선포 첫날'

거슬러 올라가면 코로나19 제주 첫 양성자가 발생한 2월 20일에도 원희룡 지사는 미래통합당 일정에 참석했습니다.

이로부터 나흘 뒤 원 지사는 코로나19 확진자와의 간접 접촉을 이유로 도청 집무실에서 '자발적 격리'에 들어갔는데요. 미래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원 지사가 심재철 당시 원내대표를 만났는데, 심 전 원내대표가 이전 일정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심 전 원내대표의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자 도정 업무에 복귀했지만, 원 지사가 스스로 격리(제주도는 당시, 자발적 격리 표현함)에 들어간 시기는 제주도가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전시에 준하는 비상 방위체제를 발동한 첫날이었습니다.

사진 출처: 원희룡 제주도지사 유튜브 채널 ‘원더풀TV’사진 출처: 원희룡 제주도지사 유튜브 채널 ‘원더풀TV’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직접 비상대책본부를 지휘해왔는데요. 코로나19 비상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출장을 자제하도록 하는 등 사실상 비상근무를 명령했지만, 정작 수장인 도지사는 잦은 도외 출장과 함께 개인적인 중앙정치 행사 참여를 반복해왔습니다.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원 지사의 중앙정치 행보는 앞으로도 이어지겠지만, '도백'으로 뽑아준 제주도민이 원 지사의 중앙정치 활동을 알긴 쉽지 않습니다. 제주도 출입기자에게도 도지사의 미래통합당 일정을 사전에 공개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앞서 정리한 원 지사의 미래통합당 참석 여부도 당일 언론에 포착되면서 알려진 겁니다.

이에 대해 제주도지사 비서실은 도지사 공개 일정이 아닌 경우, 대내외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미래통합당 일정을 도외 출장으로 앞으로도 참석할 계획인지에 대해 원희룡 지사는 "제주도 현안 협의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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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달만에 “도정 전념” 말 뒤집은 원희룡 지사…이틀에 하루꼴 ‘출장’
    • 입력 2020-06-01 12:55:27
    • 수정2020-06-01 12:55:43
    취재K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주 대권 도전을 공식화했습니다.

한 중앙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2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중도·보수 진영 단일 후보 선출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며 "모든 것을 걸고 저 자신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원 지사의 이러한 대권 도전 발언을 두고 제주지역에선 과거의 약속들을 뒤집는 결단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원 지사는 2년 전 지방선거 때 제주도지사 재선에 도전하면서 "제주지사와 중앙 정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으려는 욕심을 냈던 적도 있었습니다. 제주도지사의 일에 전념하겠습니다"고 약속하며 대권 '잠룡'으로 중앙 정치 복귀 계획에 선을 그은 바 있습니다.

또 당선 직후에도 "중앙정치를 돌아보거나 그런 유혹에 빠지지 않고 도정에 전념하겠습니다. 약속드리겠습니다."라고도 밝혔는데요.

불과 한 달여 전이죠. 제주도의회 도정질문 자리에서도 원 지사는 "코로나 위기 극복과 제주경제 회복을 위해서 제가 도민들과 약속한 도정 수행에 전념하겠다"고 다시 한 번 약속했습니다.

이런 약속에도 대선에 나가겠다는 결단을 내린 건데, 원 지사에게 갑자기 심경의 변화가 온 것일까요?

원희룡 지사의 올해 상반기 출장 내역을 살펴보니, 꼭 그렇진 않은 듯싶네요. 도정에 집중해야 할 코로나19 확산기에 이미 '중앙정치'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분도 '사실관계'를 보고 판단해보시죠.

원희룡 제주도지사 이틀에 한 번꼴 도외 출장…알고 보니 중앙 정치 활동도?

KBS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도외출장 내역을 보면, 4·15 총선 미래통합당 선대위가 해산한 뒤부터 원 지사의 도외 출장이 빈번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4월 20일부터 5월 28일까지 40여 일간 원희룡 지사의 도외 출장일은 17일, 평일 기준으로는 이틀에 하루꼴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4월 23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진행된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황금연휴를 앞두고 국민들께 드리는 말씀’ 기자회견 모습(사진 출처:제주도)
도외 출장 날짜를 보면 미래통합당과의 연결 고리도 보입니다. 원 지사가 '황금연휴를 앞두고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제주 여행을 가급적 자제해달라는 호소문을 발표한 4월 23일, 호소문 발표 직후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출장 차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국회 업무 회의 등을 목적으로 4월 23일부터 24일, 26일부터 28일까지 주말을 건너뛴 '징검다리' 서울 출장을 연이어 다녀온 건데요. 당시는 총선 이후 미래통합당이 비대위 체제 전환 등의 논의를 긴박하게 하던 시기입니다.

지난 4월 28일, 원희룡 지사의 미래통합당 전국위원회에 참석 모습.
실제로 4월 28일 원 지사는 출장 중 미래통합당 전국위원회에 참석했습니다. 당시에는 공식적으로 휴가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도정에 매진할 때임에도, 중앙정치 활동에 나선 겁니다.

하루 앞선 4월 27일에도 원 지사가 출장 중 오전 시간 일부를 '외출' 처리했다고 제주도 관계자는 전했는데요. 이 시각은 미래통합당 당선인 모임 등 중앙당 일정이 잡혀 있었습니다.

한 달 뒤인 5월 27일에도 '한겨레 1만 호 기념식' 참석차 도외 출장에 나선 원 지사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혔고, 같은 날 미래통합당 전국위원회의에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원 지사 코로나19 자발적 격리 시기는 '바이러스와의 전쟁 선포 첫날'

거슬러 올라가면 코로나19 제주 첫 양성자가 발생한 2월 20일에도 원희룡 지사는 미래통합당 일정에 참석했습니다.

이로부터 나흘 뒤 원 지사는 코로나19 확진자와의 간접 접촉을 이유로 도청 집무실에서 '자발적 격리'에 들어갔는데요. 미래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원 지사가 심재철 당시 원내대표를 만났는데, 심 전 원내대표가 이전 일정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심 전 원내대표의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자 도정 업무에 복귀했지만, 원 지사가 스스로 격리(제주도는 당시, 자발적 격리 표현함)에 들어간 시기는 제주도가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전시에 준하는 비상 방위체제를 발동한 첫날이었습니다.

사진 출처: 원희룡 제주도지사 유튜브 채널 ‘원더풀TV’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직접 비상대책본부를 지휘해왔는데요. 코로나19 비상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출장을 자제하도록 하는 등 사실상 비상근무를 명령했지만, 정작 수장인 도지사는 잦은 도외 출장과 함께 개인적인 중앙정치 행사 참여를 반복해왔습니다.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원 지사의 중앙정치 행보는 앞으로도 이어지겠지만, '도백'으로 뽑아준 제주도민이 원 지사의 중앙정치 활동을 알긴 쉽지 않습니다. 제주도 출입기자에게도 도지사의 미래통합당 일정을 사전에 공개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앞서 정리한 원 지사의 미래통합당 참석 여부도 당일 언론에 포착되면서 알려진 겁니다.

이에 대해 제주도지사 비서실은 도지사 공개 일정이 아닌 경우, 대내외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미래통합당 일정을 도외 출장으로 앞으로도 참석할 계획인지에 대해 원희룡 지사는 "제주도 현안 협의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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