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집 마련 기간 줄었다는데…서울은?

입력 2020.06.0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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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주거 수준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정부 발표입니다. 지난해 전국 6만 가구를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2019년도 주거실태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거의 모든 수치가 2018년에 비해 나아졌다고 나왔습니다. 먼저 연소득대비 주택가격의 배수인 PIR가 2018년 5.5배에서 2019년 5.4배로 낮아졌습니다. PIR는 연 소득을 한 푼도 안 쓰고 저축했을 때 주택을 살 수 있는 기간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소득수준이 중간 정도 되는 국민이 중간 정도 되는 가격의 집을 사기 위해 연 소득을 한 푼도 안 쓰고 저축하면 5.4년이 걸린다는 말입니다.

생애 최초로 주택을 마련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2018년 7.1년에서 2019년 6.9년으로 감소했고, 무주택 가구의 무주택 기간도 2018년 11.9년에서 지난해 11.2년으로 줄었습니다. 또한,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의 비중도 2018년 5.7%에서 2019년 5.3%로 감소하고, 1인당 주거면적도 31.7㎡에서 32.9㎡로 소폭 늘었습니다.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환경도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년 가구의 경우 임차가구의 RIR이 감소했습니다. RIR은 월 소득 대비 월 임대료 비중입니다. 예를 들어 월 소득이 100만 원인데 RIR이 20%라고 한다면 월 20만 원을 임대료로 내는 겁니다. 청년 가구의 RIR은 2018년 20.1%에서 2019년 17.7%로 줄었습니다. 2018년에 비해 2019년에는 청년들의 소득이 늘어났거나, 월세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의미입니다.

신혼부부는 집을 옮겼다는 비율인 주거이동률이 2018년 65%에서 지난해 61.9%로 낮아졌습니다. 한 집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졌다는 의미입니다.

반지하와 옥탑방 거주자 비율도 줄었습니다. 2018년 1.9%, 37만6천 가구에 비해 2019년 1.3%, 26만5천 가구로 줄었다고 합니다.

이번 조사는 '설문조사' 형태입니다. 국토연구원과 한국리서치에서 전국 6만 가구를 대상으로 2019년 6~12월까지 1:1 개별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내 집 사는 데 몇 년 걸리나?'... PIR 3개 기관이 발표

내 소득으로 내 집을 사는 데 얼마나 걸릴지 확인해보는 중요한 척도인 PIR는 이번에 발표한 국토연구원을 비롯해 한국감정원과 KB 국민은행 등 3개 기관에서 발표합니다. 국토연구원은 연간통계를, KB는 월별로, 감정원은 분기별 통계를 냅니다. 국토연구원과 달리 감정원과 KB는 실제 수치를 갖고 결과를 도출하는데요. KB는 KB 부동산 시세를, 감정원은 감정원의 월간 조사 가격을 활용합니다.

감정원의 통계를 봐도 내 집 마련의 꿈이 한층 빨라진 듯합니다. 2018년 3월 PIR은 4.1(3분위)입니다. 연 소득을 4년만 모으면 집을 살 수 있다는 겁니다. 2018년 12월에는 4.0으로 더 떨어졌고, 2019년 3분기에는 3.9까지 내려갔습니다.


KB에서 발표한 PIR도 마찬가지 추세입니다. 2018년에는 5.5~5.8 정도를 기록했습니다. 2019년에는 역시 떨어졌는데, 상반기 5.5에서 하반기는 5.4로 내려갔습니다. 감정원과 KB는 똑같이 통계청의 전체 가구 평균 소득을 활용하는데, 주택 가격은 각각의 기준을 사용하기 때문에 차이가 납니다.


서울은 어떨까요?

문제는 서울이겠죠. 이 정부 들어서 나온 대부분의 부동산 정책은 서울 아파트값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인구 972만 명이 사는 곳이며, 1천3백만 명의 경기도 인구 중 상당수가 출퇴근하는 곳입니다. 이번 국토연구원 조사 발표에서는 서울의 PIR가 빠졌습니다. 6만 개의 표본 속에는 서울도 있지만, 따로 추출하지 않은 겁니다. 대신 서울시가 이 원본데이터를 활용해 서울시 자료만 따로 뽑고, 거기에 자체조사 값을 더해 서울만의 PIR 자료를 따로 뽑습니다. 아마 이달 말쯤 발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서울의 PIR 값을 제외하고, '주거환경이 개선되었다'라고 발표할 수 있을까요? 다른 기관의 통계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국감정원의 서울 PIR 값을 보면 2018년 8.3~8.6 수준이었는데 2019년에는 9.3까지 올라갑니다. 연 소득으로 서울 집을 살 수 있는 기간이 1년 사이에 1년 더 늘어난 겁니다.


KB 시세를 반영한 KB PIR 자료를 보면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은 점점 더 멀어져 간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2018년 1월 11.4에서 점차 상승해 12월 14.3을 찍었고. 2019년 상반기에는 감소하긴 했지만, 연말에 다시 상승해 14.5를 기록했습니다. 중간 정도의 연 소득으로 서울의 중간 정도 집을 사려면 14.5년이 걸린다는 겁니다.


KB국민은행에서 실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도 있습니다. 'KB 아파트 PIR' 값입니다. 2018년 1분기 8.9였는데, 2020년 1분기에는 11.7로 역대 최대값입니다.

한국감정원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2018년 한 해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은 꾸준히 올랐습니다. 2018년 12월부터 내림세로 접어들다가 2019년 하반기부터는 다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다시 꾸준히 오르다가 다시 겨우 하락을 시작한 게 올해 4월부터입니다. 이런데도 정부는 서울 없는 통계를 활용해 '주거환경이 개선되었다'고 자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부 발표대로 내 집 마련의 꿈이 한층 더 가까워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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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집 마련 기간 줄었다는데…서울은?
    • 입력 2020-06-01 17:06:56
    취재K
"국민들의 주거 수준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정부 발표입니다. 지난해 전국 6만 가구를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2019년도 주거실태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거의 모든 수치가 2018년에 비해 나아졌다고 나왔습니다. 먼저 연소득대비 주택가격의 배수인 PIR가 2018년 5.5배에서 2019년 5.4배로 낮아졌습니다. PIR는 연 소득을 한 푼도 안 쓰고 저축했을 때 주택을 살 수 있는 기간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소득수준이 중간 정도 되는 국민이 중간 정도 되는 가격의 집을 사기 위해 연 소득을 한 푼도 안 쓰고 저축하면 5.4년이 걸린다는 말입니다.

생애 최초로 주택을 마련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2018년 7.1년에서 2019년 6.9년으로 감소했고, 무주택 가구의 무주택 기간도 2018년 11.9년에서 지난해 11.2년으로 줄었습니다. 또한,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의 비중도 2018년 5.7%에서 2019년 5.3%로 감소하고, 1인당 주거면적도 31.7㎡에서 32.9㎡로 소폭 늘었습니다.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환경도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년 가구의 경우 임차가구의 RIR이 감소했습니다. RIR은 월 소득 대비 월 임대료 비중입니다. 예를 들어 월 소득이 100만 원인데 RIR이 20%라고 한다면 월 20만 원을 임대료로 내는 겁니다. 청년 가구의 RIR은 2018년 20.1%에서 2019년 17.7%로 줄었습니다. 2018년에 비해 2019년에는 청년들의 소득이 늘어났거나, 월세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의미입니다.

신혼부부는 집을 옮겼다는 비율인 주거이동률이 2018년 65%에서 지난해 61.9%로 낮아졌습니다. 한 집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졌다는 의미입니다.

반지하와 옥탑방 거주자 비율도 줄었습니다. 2018년 1.9%, 37만6천 가구에 비해 2019년 1.3%, 26만5천 가구로 줄었다고 합니다.

이번 조사는 '설문조사' 형태입니다. 국토연구원과 한국리서치에서 전국 6만 가구를 대상으로 2019년 6~12월까지 1:1 개별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내 집 사는 데 몇 년 걸리나?'... PIR 3개 기관이 발표

내 소득으로 내 집을 사는 데 얼마나 걸릴지 확인해보는 중요한 척도인 PIR는 이번에 발표한 국토연구원을 비롯해 한국감정원과 KB 국민은행 등 3개 기관에서 발표합니다. 국토연구원은 연간통계를, KB는 월별로, 감정원은 분기별 통계를 냅니다. 국토연구원과 달리 감정원과 KB는 실제 수치를 갖고 결과를 도출하는데요. KB는 KB 부동산 시세를, 감정원은 감정원의 월간 조사 가격을 활용합니다.

감정원의 통계를 봐도 내 집 마련의 꿈이 한층 빨라진 듯합니다. 2018년 3월 PIR은 4.1(3분위)입니다. 연 소득을 4년만 모으면 집을 살 수 있다는 겁니다. 2018년 12월에는 4.0으로 더 떨어졌고, 2019년 3분기에는 3.9까지 내려갔습니다.


KB에서 발표한 PIR도 마찬가지 추세입니다. 2018년에는 5.5~5.8 정도를 기록했습니다. 2019년에는 역시 떨어졌는데, 상반기 5.5에서 하반기는 5.4로 내려갔습니다. 감정원과 KB는 똑같이 통계청의 전체 가구 평균 소득을 활용하는데, 주택 가격은 각각의 기준을 사용하기 때문에 차이가 납니다.


서울은 어떨까요?

문제는 서울이겠죠. 이 정부 들어서 나온 대부분의 부동산 정책은 서울 아파트값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인구 972만 명이 사는 곳이며, 1천3백만 명의 경기도 인구 중 상당수가 출퇴근하는 곳입니다. 이번 국토연구원 조사 발표에서는 서울의 PIR가 빠졌습니다. 6만 개의 표본 속에는 서울도 있지만, 따로 추출하지 않은 겁니다. 대신 서울시가 이 원본데이터를 활용해 서울시 자료만 따로 뽑고, 거기에 자체조사 값을 더해 서울만의 PIR 자료를 따로 뽑습니다. 아마 이달 말쯤 발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서울의 PIR 값을 제외하고, '주거환경이 개선되었다'라고 발표할 수 있을까요? 다른 기관의 통계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국감정원의 서울 PIR 값을 보면 2018년 8.3~8.6 수준이었는데 2019년에는 9.3까지 올라갑니다. 연 소득으로 서울 집을 살 수 있는 기간이 1년 사이에 1년 더 늘어난 겁니다.


KB 시세를 반영한 KB PIR 자료를 보면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은 점점 더 멀어져 간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2018년 1월 11.4에서 점차 상승해 12월 14.3을 찍었고. 2019년 상반기에는 감소하긴 했지만, 연말에 다시 상승해 14.5를 기록했습니다. 중간 정도의 연 소득으로 서울의 중간 정도 집을 사려면 14.5년이 걸린다는 겁니다.


KB국민은행에서 실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도 있습니다. 'KB 아파트 PIR' 값입니다. 2018년 1분기 8.9였는데, 2020년 1분기에는 11.7로 역대 최대값입니다.

한국감정원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2018년 한 해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은 꾸준히 올랐습니다. 2018년 12월부터 내림세로 접어들다가 2019년 하반기부터는 다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다시 꾸준히 오르다가 다시 겨우 하락을 시작한 게 올해 4월부터입니다. 이런데도 정부는 서울 없는 통계를 활용해 '주거환경이 개선되었다'고 자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부 발표대로 내 집 마련의 꿈이 한층 더 가까워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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