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일어난 #묻지마_폭행…“광대뼈 함몰에 공황장애까지”

입력 2020.06.0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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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서만 보던 일이 내 일이 될 줄 몰랐어요. 제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대낮에 가만히 서 있던 여성을 한 남성이 주먹으로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30대 피해자 김 모 씨는 이 일로 이마가 1.5cm가량 찢어지고, 광대뼈가 함몰됐습니다. 김 씨는 내일(2일) 광대뼈 접합 수술을 받습니다. 김 씨는 병원으로부터 얼굴에 남은 흉터가 평생 지워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번 일로 직장에도 나가지 못하고, 불면증과 공황장애까지 얻게 됐다는 김 씨. KBS 취재진은 오늘(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김 씨를 만났습니다. 김 씨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는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며 취재진에게 사건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을 전했습니다.

■신원미상 남성 '묻지마 폭행'…"비슷한 인상착의만 봐도 두려워"

사건은 지난 26일 오후 1시 50분쯤 발생했습니다. 김 씨는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역으로 나오는 길에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과 어깨를 부딪쳤습니다. 김 씨는 "체격이 178~180cm쯤 되어 보이는 건장한 남성이 갑자기 다가와 의도적으로 어깨를 부딪치더니 다짜고짜 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사건 직후 김 씨가 남긴 사진(왼쪽)과 함몰된 광대뼈 사진(오른쪽)사건 직후 김 씨가 남긴 사진(왼쪽)과 함몰된 광대뼈 사진(오른쪽)

남성이 갑자기 욕을 한 뒤 김 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고 김 씨는 말합니다. "나보다 훨씬 체격이 큰 남성이 갑자기 가한 폭행이라 2m가량 날아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라고도 덧붙였습니다. 남성이 다시 주먹을 휘두르려 할 때, 정신이 든 김 씨는 힘껏 소리를 질렀고 남성은 서울역 15번 출구로 달아났습니다.

김 씨는 남성의 인상착의를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김 씨는 용의자가 "흰색 상의에 베이지색 면바지를 착용했고, 손질된 곱슬머리의 30대 초중반 정도의 남성"이었다고 전합니다. 김 씨는 "사건 이후 한동안 집에만 있다가 이틀 전 외출을 했는데, 비슷한 복장을 한 남성이 옆으로 지나가기만 해도 두려웠다"면서 "다시 예전처럼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묻지마_폭행 수만 건 공유…"여성 노린 묻지마 범죄"

김 씨는 지난 28일 용의자의 인상착의와 자신이 겪은 사건의 경위를 SNS에 올렸습니다. 지인들이 공분하며 김 씨의 게시물을 공유하기 시작했고, 이 중 일부는 트위터 등에서 수만 회 이상 공유되기도 했습니다.

SNS에서 진행되고 있는 해시태그 ‘#서울역묻지마폭행’ 운동 (출처 : 트위터)SNS에서 진행되고 있는 해시태그 ‘#서울역묻지마폭행’ 운동 (출처 : 트위터)

1일 오후 현재 해시태그 '#서울역묻지마폭행'이 달린 수백 개의 게시물은 각각 적게는 천 회에서 많게는 수 만 회 이상 공유됐습니다. 이용자들은 김 씨가 겪은 일이 불특정 여성을 향한 '여성 혐오' 범죄라며 공분했습니다. 김 씨의 가족은 직접 트위터 계정을 개설하고, 용의자에 관한 제보를 받고 누리꾼들과 수사상황을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김 씨는 "해시태그 운동이 진행되면서 모르는 사람에게서 무릎을 차이거나, 목을 졸리는 등 묻지마 폭행을 당한 여성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성 혐오성 범죄와 묻지마 폭행과도 같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들이 연대를 통해 근절돼 나가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일주일째 용의자 신원파악 못 해…철도경찰대 "CCTV 확보"

이번 사건은 국토부 산하 철도특별사법경찰대가 수사 중입니다. 철도경찰대는 사건 직후 김 씨에게 "폭행을 당한 장소가, 서울역 내 CCTV 사각지대라 수사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1일 사건 피해자인 김 씨(왼쪽)가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KBS 취재진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1일 사건 피해자인 김 씨(왼쪽)가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KBS 취재진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씨는 "서울역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역 중 하나인데 CCTV 사각지대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면서 "대낮에 폭행을 당했는데 그걸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시간이 흐를수록 용의자가 도주한 것은 아닌지, 어디선가 보복범죄를 계획하고 있지는 않을지 불안이 커진다"며 더딘 수사상황에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 동안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철도경찰대는 "사건 발생 장소가 CCTV 사각지대인 것은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주변 CCTV 영상으로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확보해 현재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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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낮에 일어난 #묻지마_폭행…“광대뼈 함몰에 공황장애까지”
    • 입력 2020-06-01 19:38:25
    취재K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 내 일이 될 줄 몰랐어요. 제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대낮에 가만히 서 있던 여성을 한 남성이 주먹으로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30대 피해자 김 모 씨는 이 일로 이마가 1.5cm가량 찢어지고, 광대뼈가 함몰됐습니다. 김 씨는 내일(2일) 광대뼈 접합 수술을 받습니다. 김 씨는 병원으로부터 얼굴에 남은 흉터가 평생 지워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번 일로 직장에도 나가지 못하고, 불면증과 공황장애까지 얻게 됐다는 김 씨. KBS 취재진은 오늘(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김 씨를 만났습니다. 김 씨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는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며 취재진에게 사건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을 전했습니다.

■신원미상 남성 '묻지마 폭행'…"비슷한 인상착의만 봐도 두려워"

사건은 지난 26일 오후 1시 50분쯤 발생했습니다. 김 씨는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역으로 나오는 길에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과 어깨를 부딪쳤습니다. 김 씨는 "체격이 178~180cm쯤 되어 보이는 건장한 남성이 갑자기 다가와 의도적으로 어깨를 부딪치더니 다짜고짜 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사건 직후 김 씨가 남긴 사진(왼쪽)과 함몰된 광대뼈 사진(오른쪽)
남성이 갑자기 욕을 한 뒤 김 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고 김 씨는 말합니다. "나보다 훨씬 체격이 큰 남성이 갑자기 가한 폭행이라 2m가량 날아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라고도 덧붙였습니다. 남성이 다시 주먹을 휘두르려 할 때, 정신이 든 김 씨는 힘껏 소리를 질렀고 남성은 서울역 15번 출구로 달아났습니다.

김 씨는 남성의 인상착의를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김 씨는 용의자가 "흰색 상의에 베이지색 면바지를 착용했고, 손질된 곱슬머리의 30대 초중반 정도의 남성"이었다고 전합니다. 김 씨는 "사건 이후 한동안 집에만 있다가 이틀 전 외출을 했는데, 비슷한 복장을 한 남성이 옆으로 지나가기만 해도 두려웠다"면서 "다시 예전처럼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묻지마_폭행 수만 건 공유…"여성 노린 묻지마 범죄"

김 씨는 지난 28일 용의자의 인상착의와 자신이 겪은 사건의 경위를 SNS에 올렸습니다. 지인들이 공분하며 김 씨의 게시물을 공유하기 시작했고, 이 중 일부는 트위터 등에서 수만 회 이상 공유되기도 했습니다.

SNS에서 진행되고 있는 해시태그 ‘#서울역묻지마폭행’ 운동 (출처 : 트위터)
1일 오후 현재 해시태그 '#서울역묻지마폭행'이 달린 수백 개의 게시물은 각각 적게는 천 회에서 많게는 수 만 회 이상 공유됐습니다. 이용자들은 김 씨가 겪은 일이 불특정 여성을 향한 '여성 혐오' 범죄라며 공분했습니다. 김 씨의 가족은 직접 트위터 계정을 개설하고, 용의자에 관한 제보를 받고 누리꾼들과 수사상황을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김 씨는 "해시태그 운동이 진행되면서 모르는 사람에게서 무릎을 차이거나, 목을 졸리는 등 묻지마 폭행을 당한 여성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성 혐오성 범죄와 묻지마 폭행과도 같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들이 연대를 통해 근절돼 나가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일주일째 용의자 신원파악 못 해…철도경찰대 "CCTV 확보"

이번 사건은 국토부 산하 철도특별사법경찰대가 수사 중입니다. 철도경찰대는 사건 직후 김 씨에게 "폭행을 당한 장소가, 서울역 내 CCTV 사각지대라 수사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1일 사건 피해자인 김 씨(왼쪽)가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KBS 취재진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씨는 "서울역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역 중 하나인데 CCTV 사각지대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면서 "대낮에 폭행을 당했는데 그걸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시간이 흐를수록 용의자가 도주한 것은 아닌지, 어디선가 보복범죄를 계획하고 있지는 않을지 불안이 커진다"며 더딘 수사상황에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 동안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철도경찰대는 "사건 발생 장소가 CCTV 사각지대인 것은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주변 CCTV 영상으로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확보해 현재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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