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I can’t breathe!” 점화…되풀이되는 인종차별에 코로나19까지

입력 2020.06.0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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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an't breathe!(숨을 쉴 수가 없어요!)".

5월 25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숨져가며 한 말이 미 전역을 뒤덮고 있습니다.

사건에 분노한 사람들이 플로이드의 말을 구호로 외치며 일주일째 시위를 이어가고 있고, 항의 움직임은 어느새 140개 도시로 번져 나갔습니다.

시위와 함께 곳곳에서 방화와 약탈이 일어나자 진압을 위해 군 병력이 투입되는가 하면 40개 도시는 야간 통행금지령까지 내려졌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도 막심한데 시위까지 이어지면서 미국에서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입니다.

■ 2014년에도 "I can't breathe"

에릭 가너 사망 당시 영상에릭 가너 사망 당시 영상

미국이 흑인 차별이란 부당함으로 들끓는 것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2014년 7월 17일 미국 뉴욕 길거리에서 낱개 담배를 팔고 있다는 혐의로 한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관의 목조르기에 쓰러집니다.

43살의 에릭 가너란 남성은 약 30초 동안 "I can't breathe"를 십여 차례 힘겹게 내뱉다 결국 의식을 잃었습니다.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경찰은 흑인 남성은 길거리에 내버려뒀고 에릭 가너는 그렇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최근 일어난 플로이드의 죽음을 보며 많은 미국인은 에릭 가너를 떠올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유사한 사건이었습니다.

백인 경찰의 흑인에 대한 무리한 공권력 행사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지만, 해당 가해 경찰관은 뉴욕 대배심에서 결국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또 사건 발생 5년이 지나서야 파면됐습니다.

에릭 가너가 숨져가며 내뱉은 "I can't breathe"는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는 의미로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 구호에 널리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모자를 뒤집어썼을 뿐…손들며 항복해도"

흑인 희생자 모음 CNN흑인 희생자 모음 CNN

미국에서 들길처럼 번지고 있는 시위와 관련해 CNN 방송은 미국이 인종 차별 시위에 있어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며 최근에 일어난 주요 사건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2012년 2월 플로리다 주에서는 자원봉사 방범 대장이 쏜 총에 맞아 17살 흑인 소년 마틴 트레이본이 숨졌습니다.

사건 당시 마틴은 짙은 색 모자 티의 모자를 뒤집어쓰고 있었을 뿐 비무장에 범죄로 비칠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마바는 "내가 마틴이 됐었을 수도 있다."라며 마틴을 애도해 미국 사회 만연한 인종 차별 의식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2014년에는 에릭 가너 외에도 백인 경찰의 과잉 대응에 흑인 여러 명이 희생됐습니다.

특히 11월 9일 미주리주 퍼거슨 시에서는 18살 흑인 소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찰에게 총 6발을 맞았습니다.

마이클은 흉기를 소지하지도 않았고 당시 항복의 의미로 손을 들어 보이며 "Hands up! Don't Shoot!(손을 들었으니 쏘지 마세요!)"라고 외쳤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부검 결과 뒤에서 쏜 총알도 발견됐고 시신이 한동안 도로에 방치된 모습이 찍혀 SNS로 퍼져 나가 미 전역에서 항의 시위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코로나19 피해도 인종 차별"

미국 흑인 코로나19 희생미국 흑인 코로나19 희생

전 세계에서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미국에서는 인종에 따라 피해 양상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의료 기술과 시설이 발달했음에도 확진자는 180만을 넘었고 사망자도 10만 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코로나19 피해가 인종별로 최종 취합되지는 않았지만 흑인 인구 비율이 높은 루이지애나주에서는 코로나19 사망자의 70%가 흑인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다른 지역도 확진자 가운데 흑인 비율이 백인의 두 배가 넘는다는 미 현지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빈곤하고 열악한 환경에 처한 흑인들이 백인에 비해 큰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유행병 피해도 피부 색깔에 따라 다르다는 불만이 흑인 사회에 퍼진 가운데 백인 경찰에 희생된 흑인까지 나오면서 시위가 한층 격렬해 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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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돋보기] “I can’t breathe!” 점화…되풀이되는 인종차별에 코로나19까지
    • 입력 2020-06-01 19:45:22
    글로벌 돋보기
"I can't breathe!(숨을 쉴 수가 없어요!)".

5월 25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숨져가며 한 말이 미 전역을 뒤덮고 있습니다.

사건에 분노한 사람들이 플로이드의 말을 구호로 외치며 일주일째 시위를 이어가고 있고, 항의 움직임은 어느새 140개 도시로 번져 나갔습니다.

시위와 함께 곳곳에서 방화와 약탈이 일어나자 진압을 위해 군 병력이 투입되는가 하면 40개 도시는 야간 통행금지령까지 내려졌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도 막심한데 시위까지 이어지면서 미국에서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입니다.

■ 2014년에도 "I can't breathe"

에릭 가너 사망 당시 영상
미국이 흑인 차별이란 부당함으로 들끓는 것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2014년 7월 17일 미국 뉴욕 길거리에서 낱개 담배를 팔고 있다는 혐의로 한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관의 목조르기에 쓰러집니다.

43살의 에릭 가너란 남성은 약 30초 동안 "I can't breathe"를 십여 차례 힘겹게 내뱉다 결국 의식을 잃었습니다.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경찰은 흑인 남성은 길거리에 내버려뒀고 에릭 가너는 그렇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최근 일어난 플로이드의 죽음을 보며 많은 미국인은 에릭 가너를 떠올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유사한 사건이었습니다.

백인 경찰의 흑인에 대한 무리한 공권력 행사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지만, 해당 가해 경찰관은 뉴욕 대배심에서 결국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또 사건 발생 5년이 지나서야 파면됐습니다.

에릭 가너가 숨져가며 내뱉은 "I can't breathe"는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는 의미로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 구호에 널리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모자를 뒤집어썼을 뿐…손들며 항복해도"

흑인 희생자 모음 CNN
미국에서 들길처럼 번지고 있는 시위와 관련해 CNN 방송은 미국이 인종 차별 시위에 있어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며 최근에 일어난 주요 사건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2012년 2월 플로리다 주에서는 자원봉사 방범 대장이 쏜 총에 맞아 17살 흑인 소년 마틴 트레이본이 숨졌습니다.

사건 당시 마틴은 짙은 색 모자 티의 모자를 뒤집어쓰고 있었을 뿐 비무장에 범죄로 비칠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마바는 "내가 마틴이 됐었을 수도 있다."라며 마틴을 애도해 미국 사회 만연한 인종 차별 의식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2014년에는 에릭 가너 외에도 백인 경찰의 과잉 대응에 흑인 여러 명이 희생됐습니다.

특히 11월 9일 미주리주 퍼거슨 시에서는 18살 흑인 소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찰에게 총 6발을 맞았습니다.

마이클은 흉기를 소지하지도 않았고 당시 항복의 의미로 손을 들어 보이며 "Hands up! Don't Shoot!(손을 들었으니 쏘지 마세요!)"라고 외쳤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부검 결과 뒤에서 쏜 총알도 발견됐고 시신이 한동안 도로에 방치된 모습이 찍혀 SNS로 퍼져 나가 미 전역에서 항의 시위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코로나19 피해도 인종 차별"

미국 흑인 코로나19 희생
전 세계에서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미국에서는 인종에 따라 피해 양상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의료 기술과 시설이 발달했음에도 확진자는 180만을 넘었고 사망자도 10만 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코로나19 피해가 인종별로 최종 취합되지는 않았지만 흑인 인구 비율이 높은 루이지애나주에서는 코로나19 사망자의 70%가 흑인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다른 지역도 확진자 가운데 흑인 비율이 백인의 두 배가 넘는다는 미 현지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빈곤하고 열악한 환경에 처한 흑인들이 백인에 비해 큰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유행병 피해도 피부 색깔에 따라 다르다는 불만이 흑인 사회에 퍼진 가운데 백인 경찰에 희생된 흑인까지 나오면서 시위가 한층 격렬해 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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