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 부른 ‘택배 트럭 사기’…재판 받으면서도 버젓이 영업?

입력 2020.06.01 (21:39) 수정 2020.06.0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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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인터뷰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상황을 '죽음의 계곡'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든든한 버팀목이 있어야, 그 무시무시한 계곡을 건널 수 있을 텐데 당장 급한 사람들이 끌어다 쓴 버팀목은 은행 대출이었습니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 2월부터 석 달간 기업과 개인이 은행에서 새로 빌린 돈은 75조 원 늘었는데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배 가량 많습니다.

대기업, 중소기업, 개인 할 것 없이 모두 은행 문을 두드렸는데 특히 늘어난 중소기업 대출의 절반 이상은 개인사업자인 자영업자들이 받았습니다.

문제는 당장 급한 사람들이 은행 빚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 겠죠.

마음은 급하고, 경기는 여전히 바닥인데 지금부터 전해드리는 이 소식도 다급한 사람들의 속사정을 악용한 범죄 중 하납니다.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택배 트럭을 비싸게 판매한 사기 사건 KBS가 집중 보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피해자 중 한 명이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었는데요.

그런데 이 피해자에게 트럭을 판 업체에 가보니 이번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일당 중 한 명이 아직도 임원으로 재직중이었습니다.

정재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초 원룸에 살던 30대 여성 서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외부 침입 흔적이 없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원룸에서 함께 발견된 4장의 종이입니다.

고인의 억울한 사연이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말에 1,600만 원 대출까지 받아 트럭을 샀다, 의류 배송 일을 할 수 있다더니 한 달을 더 기다리라고 하더니 당장 일을 하려면 생수통을 배달해야 한다고 말이 바뀌었다, 그래서 계약을 취소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살려고 찾아갔는데 감당할 수 없는 것을 넘겨받았다며 서 씨는 한탄했습니다.

['택배 사기' 피해자 언니 : "일하려고 하는 사람들한테 이런 일은 좀 안 생겼으면 좋겠어요. 살려고 하는 일인데 죽음으로 오면 안 되잖아요."]

서 씨에게 택배 트럭을 판 업체를 찾아갔습니다.

업체 이사 김 모 씨는 계약 담당자가 한 일이라고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김○○/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계약(담당)자랑 계약을 한 거고. 계약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저희는 알 수도 없었고…. 그분한테 어떻게 설명을 했는지 어떻게 된 건지 물어보는 게 낫지…."]

그런데 김 씨는 앞서 KBS가 보도한 택배 사기 사건으로 기소됐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기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비슷한 방식으로 택배 트럭을 팔고 있는 김 씨.

이번 서 씨 일과도 택배 트럭 사기와도 무관하다고 주장합니다.

[김○○/'택배 사기' 피고인/음성변조 : "서○○라는 분은 얼굴도 못 봤어요. 저희는 그래서 문제가 될 만한 계약들 웬만하면 하지 말자, 저도 이것 때문에 조사받고 있고…."]

김 씨 등 일당 4명이 택배 사기로 가로챈 금액은 무려 118억 원으로 피해자만 1,894명이나 되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KBS 보도 뒤 관련 제보가 이어지고 있어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정재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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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단적 선택 부른 ‘택배 트럭 사기’…재판 받으면서도 버젓이 영업?
    • 입력 2020-06-01 21:42:09
    • 수정2020-06-01 22: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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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인터뷰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상황을 '죽음의 계곡'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든든한 버팀목이 있어야, 그 무시무시한 계곡을 건널 수 있을 텐데 당장 급한 사람들이 끌어다 쓴 버팀목은 은행 대출이었습니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 2월부터 석 달간 기업과 개인이 은행에서 새로 빌린 돈은 75조 원 늘었는데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배 가량 많습니다.

대기업, 중소기업, 개인 할 것 없이 모두 은행 문을 두드렸는데 특히 늘어난 중소기업 대출의 절반 이상은 개인사업자인 자영업자들이 받았습니다.

문제는 당장 급한 사람들이 은행 빚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 겠죠.

마음은 급하고, 경기는 여전히 바닥인데 지금부터 전해드리는 이 소식도 다급한 사람들의 속사정을 악용한 범죄 중 하납니다.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택배 트럭을 비싸게 판매한 사기 사건 KBS가 집중 보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피해자 중 한 명이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었는데요.

그런데 이 피해자에게 트럭을 판 업체에 가보니 이번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일당 중 한 명이 아직도 임원으로 재직중이었습니다.

정재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초 원룸에 살던 30대 여성 서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외부 침입 흔적이 없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원룸에서 함께 발견된 4장의 종이입니다.

고인의 억울한 사연이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말에 1,600만 원 대출까지 받아 트럭을 샀다, 의류 배송 일을 할 수 있다더니 한 달을 더 기다리라고 하더니 당장 일을 하려면 생수통을 배달해야 한다고 말이 바뀌었다, 그래서 계약을 취소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살려고 찾아갔는데 감당할 수 없는 것을 넘겨받았다며 서 씨는 한탄했습니다.

['택배 사기' 피해자 언니 : "일하려고 하는 사람들한테 이런 일은 좀 안 생겼으면 좋겠어요. 살려고 하는 일인데 죽음으로 오면 안 되잖아요."]

서 씨에게 택배 트럭을 판 업체를 찾아갔습니다.

업체 이사 김 모 씨는 계약 담당자가 한 일이라고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김○○/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계약(담당)자랑 계약을 한 거고. 계약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저희는 알 수도 없었고…. 그분한테 어떻게 설명을 했는지 어떻게 된 건지 물어보는 게 낫지…."]

그런데 김 씨는 앞서 KBS가 보도한 택배 사기 사건으로 기소됐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기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비슷한 방식으로 택배 트럭을 팔고 있는 김 씨.

이번 서 씨 일과도 택배 트럭 사기와도 무관하다고 주장합니다.

[김○○/'택배 사기' 피고인/음성변조 : "서○○라는 분은 얼굴도 못 봤어요. 저희는 그래서 문제가 될 만한 계약들 웬만하면 하지 말자, 저도 이것 때문에 조사받고 있고…."]

김 씨 등 일당 4명이 택배 사기로 가로챈 금액은 무려 118억 원으로 피해자만 1,894명이나 되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KBS 보도 뒤 관련 제보가 이어지고 있어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정재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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