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서 한 달 새 75차례 지진…“대지진 전조는 아냐”

입력 2020.06.0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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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측 이후 40여 년 동안 지진 한번 없던 곳이 한동안 지진으로 들썩였습니다. 한 달 새 75차례 지진이 잇따른 전남 해남 지역 얘기입니다. '간척지가 문제다, 저수지가 문제다.' 원인에 대해서 말도 많았죠. 이곳 지진에 원인에 대한 1차 분석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42년 동안 지진 없던 해남에 한 달 새 75차례 지진

해남 지역에 처음 지진이 발생한 건 지난 4월 26일입니다. 이날 규모 1.8의 지진이 발생했는데요. 해남 지역은 1978년 지진 관측 이후 단 한 차례도 지진이 발생한 기록이 없던 곳입니다.

[연관기사] 지진 없던 해남서 9일 새 53차례 ‘흔들’…대형 지진 전조?

그런데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죠. 이 지진을 시작으로 규모 2 안팎의 지진이 잇따르더니 지난달 3일에는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지진으로 해남 등 전남 일대에는 진동을 느꼈다는 제보가 잇따르기도 했습니다.

급기야 이 지진이 발생한 다음날(5월 4일) 기상청과 학계는 인근 지역에 임시 지진 관측계를 설치했습니다. 이후 여진을 정밀하게 관측하면, 지진을 일으킨 단층의 규모와 위치 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 26일부터 5월 30일까지 관측된 해남 지역 지진. 4월 26일부터 5월 7일까지 73차례의 지진이 집중됐고, 이후 5월 9일과 23일에 각각 한 차례씩 발생했다.지난 4월 26일부터 5월 30일까지 관측된 해남 지역 지진. 4월 26일부터 5월 7일까지 73차례의 지진이 집중됐고, 이후 5월 9일과 23일에 각각 한 차례씩 발생했다.

실제로 그 뒤로도 여진이 잇따라 지난 4월 26일부터 5월 23일까지 한 달이 안 되는 기간에 이 지역에는 모두 75차례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약 500m 범위에 진원 밀집…"단층 규모 크지 않아"

그동안의 관측과 이를 정밀 분석한 결과가 오늘(2일) 발표됐습니다. 기상청은 '지진전문가 회의'를 열고 분석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분석 결과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임시 관측소를 통해 확인된 진원의 위치입니다. 기상청과 학계는 진원을 정밀 분석한 결과, 진원이 깊이 20km 부근의 약 500m 이내의 작은 범위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해남 지진의 진앙 분포도. 해남군청에서 서북서쪽으로 21km 떨어진 지역에 동남동-서북서 방향으로 약 500m 범위 내 분포해남 지진의 진앙 분포도. 해남군청에서 서북서쪽으로 21km 떨어진 지역에 동남동-서북서 방향으로 약 500m 범위 내 분포

또 규모 2.0 이상의 지진에 대해 단층 운동을 분석한 결과,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을 일으킨 단층이 동남동-서북서 또는 북북동-남남서 방향의 주향이동 단층(수평 방향으로 이동하는 단층)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두 가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보면 해남 지역의 지진을 일으킨 단층은 규모가 크지 않고, 단층의 특징은 기존의 한반도에 지진을 일으킨 다른 단층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게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대지진 전조 아냐…간척 사업·저수지 영향 가능성도 적어"

지진이 잇따른 뒤 인근 주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점은 '과연 더 큰 지진이 발생할 수도 있느냐'였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이 의견을 내놨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지진의 전조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 근거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앞서 설명해 드린 것처럼 이번 지진을 일으킨 단층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겁니다. 지진은 단층의 크기에 비례해 규모가 커집니다. 그런데 이번 정밀 관측을 통해 조사된 단층의 규모는 500m 정도로 추정돼 더 큰 지진을 일으키기는 어렵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입니다.

두 번째 근거는 2013년 보령 해역, 2019년 백령도 주변 등에서 이번 지진과 유사한 연속 지진이 발생한 바 있지만, 해당 지역에서 대규모 지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과거 사례입니다.

세 번째는 이번 지진의 진원 깊이가 20km 정도로, 일반적인 국내 지진의 진원 깊이인 10km 안팎보다 깊어 지표로 전달되는 지진 에너지가 그만큼 작을 거라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진원의 깊이가 깊을수록 지표로 전달되는 에너지는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국민이 우려하는 수준의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해남 지진의 진원 분포도. 깊이 20km 부근에 집중적으로 분포해남 지진의 진원 분포도. 깊이 20km 부근에 집중적으로 분포

진원의 깊이가 확인되면서 그동안의 몇 가지 의혹도 일부 해소됐습니다. 간척 사업이나 저수지 등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인데요.

서장원 기상청 지진화산정책과장은 "해외 사례 등을 보면 지표면의 변화가 영향을 주는 한계는 지하 3km 정도로 분석되는데 이번 지진의 진원 깊이는 20km로 깊어 지표 변화가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습니다.

하필 왜 지금? 더 큰 단층 없을까?...추가 연구 필요

일차적인 분석은 나왔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점도 많습니다. 40여 년간 지진이 없던 곳에서 왜 하필 이 시점에 지진이 났을까, 주변 지역에 더 큰 단층이 존재하지는 않을까 등입니다.

전문가들은 지진의 명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지질 조사 등 하부 단층 구조 파악 연구가 필요하며, 단기간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지진들에 관해서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경주, 포항 사례를 비롯해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국내 어느 지역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신속한 지진정보 제공을 위해 지진 관측망을 늘리고, 지진 조기경보를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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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남서 한 달 새 75차례 지진…“대지진 전조는 아냐”
    • 입력 2020-06-02 15:41:56
    취재K
관측 이후 40여 년 동안 지진 한번 없던 곳이 한동안 지진으로 들썩였습니다. 한 달 새 75차례 지진이 잇따른 전남 해남 지역 얘기입니다. '간척지가 문제다, 저수지가 문제다.' 원인에 대해서 말도 많았죠. 이곳 지진에 원인에 대한 1차 분석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42년 동안 지진 없던 해남에 한 달 새 75차례 지진

해남 지역에 처음 지진이 발생한 건 지난 4월 26일입니다. 이날 규모 1.8의 지진이 발생했는데요. 해남 지역은 1978년 지진 관측 이후 단 한 차례도 지진이 발생한 기록이 없던 곳입니다.

[연관기사] 지진 없던 해남서 9일 새 53차례 ‘흔들’…대형 지진 전조?

그런데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죠. 이 지진을 시작으로 규모 2 안팎의 지진이 잇따르더니 지난달 3일에는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지진으로 해남 등 전남 일대에는 진동을 느꼈다는 제보가 잇따르기도 했습니다.

급기야 이 지진이 발생한 다음날(5월 4일) 기상청과 학계는 인근 지역에 임시 지진 관측계를 설치했습니다. 이후 여진을 정밀하게 관측하면, 지진을 일으킨 단층의 규모와 위치 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 26일부터 5월 30일까지 관측된 해남 지역 지진. 4월 26일부터 5월 7일까지 73차례의 지진이 집중됐고, 이후 5월 9일과 23일에 각각 한 차례씩 발생했다.
실제로 그 뒤로도 여진이 잇따라 지난 4월 26일부터 5월 23일까지 한 달이 안 되는 기간에 이 지역에는 모두 75차례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약 500m 범위에 진원 밀집…"단층 규모 크지 않아"

그동안의 관측과 이를 정밀 분석한 결과가 오늘(2일) 발표됐습니다. 기상청은 '지진전문가 회의'를 열고 분석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분석 결과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임시 관측소를 통해 확인된 진원의 위치입니다. 기상청과 학계는 진원을 정밀 분석한 결과, 진원이 깊이 20km 부근의 약 500m 이내의 작은 범위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해남 지진의 진앙 분포도. 해남군청에서 서북서쪽으로 21km 떨어진 지역에 동남동-서북서 방향으로 약 500m 범위 내 분포
또 규모 2.0 이상의 지진에 대해 단층 운동을 분석한 결과,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을 일으킨 단층이 동남동-서북서 또는 북북동-남남서 방향의 주향이동 단층(수평 방향으로 이동하는 단층)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두 가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보면 해남 지역의 지진을 일으킨 단층은 규모가 크지 않고, 단층의 특징은 기존의 한반도에 지진을 일으킨 다른 단층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게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대지진 전조 아냐…간척 사업·저수지 영향 가능성도 적어"

지진이 잇따른 뒤 인근 주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점은 '과연 더 큰 지진이 발생할 수도 있느냐'였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이 의견을 내놨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지진의 전조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 근거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앞서 설명해 드린 것처럼 이번 지진을 일으킨 단층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겁니다. 지진은 단층의 크기에 비례해 규모가 커집니다. 그런데 이번 정밀 관측을 통해 조사된 단층의 규모는 500m 정도로 추정돼 더 큰 지진을 일으키기는 어렵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입니다.

두 번째 근거는 2013년 보령 해역, 2019년 백령도 주변 등에서 이번 지진과 유사한 연속 지진이 발생한 바 있지만, 해당 지역에서 대규모 지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과거 사례입니다.

세 번째는 이번 지진의 진원 깊이가 20km 정도로, 일반적인 국내 지진의 진원 깊이인 10km 안팎보다 깊어 지표로 전달되는 지진 에너지가 그만큼 작을 거라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진원의 깊이가 깊을수록 지표로 전달되는 에너지는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국민이 우려하는 수준의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해남 지진의 진원 분포도. 깊이 20km 부근에 집중적으로 분포
진원의 깊이가 확인되면서 그동안의 몇 가지 의혹도 일부 해소됐습니다. 간척 사업이나 저수지 등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인데요.

서장원 기상청 지진화산정책과장은 "해외 사례 등을 보면 지표면의 변화가 영향을 주는 한계는 지하 3km 정도로 분석되는데 이번 지진의 진원 깊이는 20km로 깊어 지표 변화가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습니다.

하필 왜 지금? 더 큰 단층 없을까?...추가 연구 필요

일차적인 분석은 나왔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점도 많습니다. 40여 년간 지진이 없던 곳에서 왜 하필 이 시점에 지진이 났을까, 주변 지역에 더 큰 단층이 존재하지는 않을까 등입니다.

전문가들은 지진의 명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지질 조사 등 하부 단층 구조 파악 연구가 필요하며, 단기간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지진들에 관해서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경주, 포항 사례를 비롯해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국내 어느 지역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신속한 지진정보 제공을 위해 지진 관측망을 늘리고, 지진 조기경보를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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