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 의사, 교주님이라 불렀다” 재벌 2세는 왜 헤어나지 못했나

입력 2020.06.02 (17:02) 수정 2020.06.0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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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인사들을 상대로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원장의 재판에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나와 투약 사실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오늘(2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형외과 원장 김 모 씨와 총괄실장인 간호조무사 신 모 씨에 대한 네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습니다.

오늘 재판에는 이 병원에서 치료 외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지난달 27일 불구속기소 된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는데요.

■ 알레르기 치료에서 프로포폴 중독으로

채 전 대표는 2014년 햇빛 알레르기 치료 목적으로 해당 병원을 처음 방문한 뒤 반복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프로포폴에 중독됐다고 법정에서 증언했습니다.

또 10회 투약 패키지에 450만 원가량을 내고 시술을 받았으며 "정신이 몽롱해지고 한두 시간 정도 편하게 쉴 수 있어서" 투약을 받아왔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최초 방문 때부터 먼저 원장 김 씨에게 프로포폴 투약을 요구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는 "그런 건 아니었다"고 답했고, 프로포폴 투약의 위험성 등에 대해 제대로 고지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 원장을 '교주님'으로...뉘우치고 수사 적극 협조

채 전 대표는 평소 원장 김 씨를 '교주님'이라고 칭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에 대해 "김현수 원장이 혼자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병원이 돌아갔고, 친했기 때문에 농담 겸 교주라고 불렀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이 "원장 김 씨가 프로포폴을 가지고 본인을 좌지우지할 수 있어서 그런 게 아니냐"고 묻자 "그런 것보다는 병원을 좌지우지하니까 그렇게 불렀다"고 말했습니다.

채 전 대표는 수사 초기부터 '시술은 핑계이고 시술 없이 투약이 이뤄지기도 했다', '차명차트가 있다', '원장 김 씨가 허위 진술을 요구하기도 했다'며 적극적으로 진술했고, 병원 예약 내역이 기재된 다이어리 등도 수사기관에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검찰이 "본인의 죄책이 커질 수 있고, 세간의 안 좋은 인식이 따라다니고, 본인이 속한 기업의 이미지에도 안 좋은 영향이 있을 거 같은데 왜 수사에 성실히 임했느냐"고 묻자, 채 전 대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후회하고 반성하고 싶었다"고 답했습니다.

■ 여러 병원 전전...이런 날 오리라 걱정

반대신문에서 김 씨 측 변호인은 "해당 병원과 관련해 제보하면 불구속을 해주겠다든가 형을 가볍게 선처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겠다고 (검찰 측으로부터) 듣거나 기대해서 자수한 게 아니냐"고 물었는데, 채 전 대표는 "그런 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채 전 대표는 "저도 사람이라 구속이 무서웠는데 그것 때문에 자수한 것은 아니고, 솔직히 오랫동안 해당 병원을 포함해 다른 병원들에서도 프로포폴을 맞아서 이런 날이 올 거라고 걱정하고 있었다"며 "원장 김 씨에게 불리하게 진술한 것 없이 솔직하게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채 전 대표는 해당 병원 외에도 다른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한 상습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씨와 신 씨는 시술과 무관하게 여러 사람에게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하고, 해당 사실을 숨기기 위해 병원 직원과 지인들 명의로 투약 내역을 분산 기재해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장 김 씨 본인 역시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김 씨는 또 의사면허증이 없는 간호조무사 신 씨에게 레이저 시술 등을 지시해 의료법을 위반 혐의도 받습니다. 검찰은 병원 내 시술 대부분이 사실상 신 씨에 의해 이뤄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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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포폴 의사, 교주님이라 불렀다” 재벌 2세는 왜 헤어나지 못했나
    • 입력 2020-06-02 17:02:51
    • 수정2020-06-02 17:29:27
    취재K
재벌가 인사들을 상대로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원장의 재판에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나와 투약 사실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오늘(2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형외과 원장 김 모 씨와 총괄실장인 간호조무사 신 모 씨에 대한 네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습니다.

오늘 재판에는 이 병원에서 치료 외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지난달 27일 불구속기소 된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는데요.

■ 알레르기 치료에서 프로포폴 중독으로

채 전 대표는 2014년 햇빛 알레르기 치료 목적으로 해당 병원을 처음 방문한 뒤 반복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프로포폴에 중독됐다고 법정에서 증언했습니다.

또 10회 투약 패키지에 450만 원가량을 내고 시술을 받았으며 "정신이 몽롱해지고 한두 시간 정도 편하게 쉴 수 있어서" 투약을 받아왔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최초 방문 때부터 먼저 원장 김 씨에게 프로포폴 투약을 요구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는 "그런 건 아니었다"고 답했고, 프로포폴 투약의 위험성 등에 대해 제대로 고지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 원장을 '교주님'으로...뉘우치고 수사 적극 협조

채 전 대표는 평소 원장 김 씨를 '교주님'이라고 칭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에 대해 "김현수 원장이 혼자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병원이 돌아갔고, 친했기 때문에 농담 겸 교주라고 불렀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이 "원장 김 씨가 프로포폴을 가지고 본인을 좌지우지할 수 있어서 그런 게 아니냐"고 묻자 "그런 것보다는 병원을 좌지우지하니까 그렇게 불렀다"고 말했습니다.

채 전 대표는 수사 초기부터 '시술은 핑계이고 시술 없이 투약이 이뤄지기도 했다', '차명차트가 있다', '원장 김 씨가 허위 진술을 요구하기도 했다'며 적극적으로 진술했고, 병원 예약 내역이 기재된 다이어리 등도 수사기관에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검찰이 "본인의 죄책이 커질 수 있고, 세간의 안 좋은 인식이 따라다니고, 본인이 속한 기업의 이미지에도 안 좋은 영향이 있을 거 같은데 왜 수사에 성실히 임했느냐"고 묻자, 채 전 대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후회하고 반성하고 싶었다"고 답했습니다.

■ 여러 병원 전전...이런 날 오리라 걱정

반대신문에서 김 씨 측 변호인은 "해당 병원과 관련해 제보하면 불구속을 해주겠다든가 형을 가볍게 선처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겠다고 (검찰 측으로부터) 듣거나 기대해서 자수한 게 아니냐"고 물었는데, 채 전 대표는 "그런 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채 전 대표는 "저도 사람이라 구속이 무서웠는데 그것 때문에 자수한 것은 아니고, 솔직히 오랫동안 해당 병원을 포함해 다른 병원들에서도 프로포폴을 맞아서 이런 날이 올 거라고 걱정하고 있었다"며 "원장 김 씨에게 불리하게 진술한 것 없이 솔직하게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채 전 대표는 해당 병원 외에도 다른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한 상습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씨와 신 씨는 시술과 무관하게 여러 사람에게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하고, 해당 사실을 숨기기 위해 병원 직원과 지인들 명의로 투약 내역을 분산 기재해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장 김 씨 본인 역시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김 씨는 또 의사면허증이 없는 간호조무사 신 씨에게 레이저 시술 등을 지시해 의료법을 위반 혐의도 받습니다. 검찰은 병원 내 시술 대부분이 사실상 신 씨에 의해 이뤄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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