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7] 간판만 도매시장…대구 수산물 전국서 가장 비싼 이유는?

입력 2020.06.02 (20:08) 수정 2020.06.02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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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국 6대 중앙도매시장 가운데 하나가 대구 농수산물 도매시장입니다.

그런데 이곳의 수산물 가격이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지은 기자가 불법과 편법이 판치는 대구 도매시장의 실태를 파헤쳐 봤습니다.

[리포트]

연간 천억 원대의 거래가 이뤄지는 대구 수산물 도매시장.

서울 노량진과 가락시장, 부산 국제시장 등 전국 5개 중앙 도매시장과 수산물 도매가격을 비교해 봤습니다.

가장 대중적인 품목 3가지의 2년 치 가격입니다.

5대 도매시장 평균가격보다 대구는 고등어 61%, 갈치 36%, 오징어 3.6% 더 비쌉니다.

[시장 상인/음성변조 : "다른 시장 같은 경우는 7~8% 마진을 본다면, 대구 수산물도매시장 같은 경우에는 마진을 10% 이상을 (봅니다.)"]

현행법상 중앙도매시장에서 도매시장법인이 챙기는 중간 이윤, 즉 위탁수수료는 거래금액의 6%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가격 안정을 위한 장치입니다.

그런데 대구 도매시장만 전국 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유일하게 이런 법적 규제를 받지 않습니다.

대구시가 지난 2008년 법률과는 별도로 조례를 만들어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을 합친 '시장도매인'을 도입하고 경매과정을 생략한 겁니다.

[대구시 관계자/음성변조 : "수산은 이미 위판장에서 경매받으면서 가격 결정되는데 다시 여기 와가지고 경매하는 건 경매를 두 번 하는 거기 때문에 안 맞거든요. (비싸져서요?) 그렇죠."]

대구시의 취지와 달리 경매가 생략되자 산지 출하자와 시장도매인 간 가격 결정과정이 불투명해졌습니다.

[시장 상인/음성변조 : "시장도매인은 경매랑 달라가지고 저희가 얼마에 팔든지 그런 규제가 없습니다. 10만 원에 사서 12만 원에 팔아도 특별한 규제가 없습니다."]

중앙도매시장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가격이 제멋대로 매겨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대구 도매시장에서만 나타나는 기형적인 구조 때문입니다.

경매에 참여해 수산물을 낙찰받고, 이를 소매상이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중도매인이 외형상 사라진 겁니다.

이들은 사실상 독자영업을 하면서도 형식상 시장도매인의 영업직원으로 등록됐습니다.

이렇게 된 건 대구시가 시장도매인 제도를 도입한 2008년으로 거슬러 갑니다.

당시 도매시장법인을 시장도매인으로 지정하면서 중도매인들을 의무 고용하도록 했습니다.

시장도매인 제도에서 중도매인이 존재하면 불법이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도매인은 시장도매인과 고용계약을 맺지 않으면 영업할 수 없는 구조가 돼 시장도매인의 권한이 막강해졌습니다.

[시장도매인 영업직원/음성변조 : "장사를 하려면 엉터리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하고 월세를 최저 5백만 원에서 최대 천5백만 원까지 내면서…."]

KBS는 지난해 기준 한 시장도매인에 등록된 영업직원 17명을 전수조사했습니다.

이들이 임대료와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지난 한 해 19억 8천만 원을 시장도매인 업체에 건넨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런 돈거래는 모두 불법입니다.

사실상 중도매인인 이들은 시장도매인의 법정의무인 산지나 거래처의 수산물 수집을 대신하기도 했습니다.

이것 역시 불법입니다.

[시장도매인 영업직원/음성변조 : "시장도매인제를 하면은 회사에서 물건을 다 구입을 해야 해요. 지금 거꾸로 된 거예요. 그걸 안하시고 우리 돈으로 우리가 물건을 사게 해요. 돈이 없으니까. 능력이 없으니까."]

투명한 경매수수료 대신 임의로 매기는 금전 거래가 유통 비용을 끌어올리고,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넘어가는 셈입니다.

시장도매인 측도 잘못된 관행을 일부 시인합니다.

[시장도매인 관계자/음성변조 : "수산물이 하도 종류가 많다 보니까 완벽하게 관리를 못하다 보니까 조금 느슨하게 한 걸 가지고…. 어떻든 불법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서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 과정…."]

만연한 불탈법에도 관리 감독기관인 대구시는 손을 놓고 있습니다.

[대구시 시장 관리사무소 관계자/음성변조 :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 부분이라서 불법하고 있는지는 잘 들여다보기가 힘들기는 해요. 안에서 특별히 말이 없는 한 발견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요."]

오히려 도매시장 관리 감독을 전담하는 관리사무소 공무원들이 퇴직 후 시장도매인 대표로 재취업해 유착 의혹을 자초하기도 했습니다.

[시장도매인 관계자/음성변조 : "문제가 생기면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거죠. 선배 공무원이니까. 그 사람들이 인물이 잘나거나 수완이 있어서 데리고 오는 게 아니고."]

해양수산부는 이미 지난해 6월, 도매시장법인과 경매상장 없이 운영되는 중앙도매시장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며 대구시에 개선명령을 내렸습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음성변조 : "시장도매인제만 운영하면 법에 저촉됩니다. 그래서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중앙도매시장 지위를 유지하려면 도매법인을 운영하라고."]

이에 대해 대구시는 도매시장법인을 운영하기엔 시설이 좁다며 개선대책을 지금껏 미루는 상황.

그러는 동안 시민들은 중앙도매시장이라는 간판과 어울리지 않는 비싼 수산물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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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02 20:08:37
    • 수정2020-06-02 20:59:12
    뉴스7(대구)
[앵커] 전국 6대 중앙도매시장 가운데 하나가 대구 농수산물 도매시장입니다. 그런데 이곳의 수산물 가격이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지은 기자가 불법과 편법이 판치는 대구 도매시장의 실태를 파헤쳐 봤습니다. [리포트] 연간 천억 원대의 거래가 이뤄지는 대구 수산물 도매시장. 서울 노량진과 가락시장, 부산 국제시장 등 전국 5개 중앙 도매시장과 수산물 도매가격을 비교해 봤습니다. 가장 대중적인 품목 3가지의 2년 치 가격입니다. 5대 도매시장 평균가격보다 대구는 고등어 61%, 갈치 36%, 오징어 3.6% 더 비쌉니다. [시장 상인/음성변조 : "다른 시장 같은 경우는 7~8% 마진을 본다면, 대구 수산물도매시장 같은 경우에는 마진을 10% 이상을 (봅니다.)"] 현행법상 중앙도매시장에서 도매시장법인이 챙기는 중간 이윤, 즉 위탁수수료는 거래금액의 6%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가격 안정을 위한 장치입니다. 그런데 대구 도매시장만 전국 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유일하게 이런 법적 규제를 받지 않습니다. 대구시가 지난 2008년 법률과는 별도로 조례를 만들어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을 합친 '시장도매인'을 도입하고 경매과정을 생략한 겁니다. [대구시 관계자/음성변조 : "수산은 이미 위판장에서 경매받으면서 가격 결정되는데 다시 여기 와가지고 경매하는 건 경매를 두 번 하는 거기 때문에 안 맞거든요. (비싸져서요?) 그렇죠."] 대구시의 취지와 달리 경매가 생략되자 산지 출하자와 시장도매인 간 가격 결정과정이 불투명해졌습니다. [시장 상인/음성변조 : "시장도매인은 경매랑 달라가지고 저희가 얼마에 팔든지 그런 규제가 없습니다. 10만 원에 사서 12만 원에 팔아도 특별한 규제가 없습니다."] 중앙도매시장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가격이 제멋대로 매겨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대구 도매시장에서만 나타나는 기형적인 구조 때문입니다. 경매에 참여해 수산물을 낙찰받고, 이를 소매상이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중도매인이 외형상 사라진 겁니다. 이들은 사실상 독자영업을 하면서도 형식상 시장도매인의 영업직원으로 등록됐습니다. 이렇게 된 건 대구시가 시장도매인 제도를 도입한 2008년으로 거슬러 갑니다. 당시 도매시장법인을 시장도매인으로 지정하면서 중도매인들을 의무 고용하도록 했습니다. 시장도매인 제도에서 중도매인이 존재하면 불법이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도매인은 시장도매인과 고용계약을 맺지 않으면 영업할 수 없는 구조가 돼 시장도매인의 권한이 막강해졌습니다. [시장도매인 영업직원/음성변조 : "장사를 하려면 엉터리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하고 월세를 최저 5백만 원에서 최대 천5백만 원까지 내면서…."] KBS는 지난해 기준 한 시장도매인에 등록된 영업직원 17명을 전수조사했습니다. 이들이 임대료와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지난 한 해 19억 8천만 원을 시장도매인 업체에 건넨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런 돈거래는 모두 불법입니다. 사실상 중도매인인 이들은 시장도매인의 법정의무인 산지나 거래처의 수산물 수집을 대신하기도 했습니다. 이것 역시 불법입니다. [시장도매인 영업직원/음성변조 : "시장도매인제를 하면은 회사에서 물건을 다 구입을 해야 해요. 지금 거꾸로 된 거예요. 그걸 안하시고 우리 돈으로 우리가 물건을 사게 해요. 돈이 없으니까. 능력이 없으니까."] 투명한 경매수수료 대신 임의로 매기는 금전 거래가 유통 비용을 끌어올리고,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넘어가는 셈입니다. 시장도매인 측도 잘못된 관행을 일부 시인합니다. [시장도매인 관계자/음성변조 : "수산물이 하도 종류가 많다 보니까 완벽하게 관리를 못하다 보니까 조금 느슨하게 한 걸 가지고…. 어떻든 불법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서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 과정…."] 만연한 불탈법에도 관리 감독기관인 대구시는 손을 놓고 있습니다. [대구시 시장 관리사무소 관계자/음성변조 :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 부분이라서 불법하고 있는지는 잘 들여다보기가 힘들기는 해요. 안에서 특별히 말이 없는 한 발견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요."] 오히려 도매시장 관리 감독을 전담하는 관리사무소 공무원들이 퇴직 후 시장도매인 대표로 재취업해 유착 의혹을 자초하기도 했습니다. [시장도매인 관계자/음성변조 : "문제가 생기면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거죠. 선배 공무원이니까. 그 사람들이 인물이 잘나거나 수완이 있어서 데리고 오는 게 아니고."] 해양수산부는 이미 지난해 6월, 도매시장법인과 경매상장 없이 운영되는 중앙도매시장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며 대구시에 개선명령을 내렸습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음성변조 : "시장도매인제만 운영하면 법에 저촉됩니다. 그래서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중앙도매시장 지위를 유지하려면 도매법인을 운영하라고."] 이에 대해 대구시는 도매시장법인을 운영하기엔 시설이 좁다며 개선대책을 지금껏 미루는 상황. 그러는 동안 시민들은 중앙도매시장이라는 간판과 어울리지 않는 비싼 수산물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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