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 택시 음주운전…단속은 ‘사각’

입력 2020.06.0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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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가 시속 140㎞ 이상 달리며 난폭 운전을 해요."

지난 2일 새벽 부산경찰청 112상황실로 신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부산 광안대교 시설물을 들이받은 뒤 택시가 과속으로 도주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신고자는 택시 운전사의 음주운전을 의심했습니다.


경찰의 추격전…택시 버리고 도주하다 검거

경찰은 신고를 받은 즉시 주변에 있던 순찰차를 총동원해 택시의 예상 도주로에 배치했습니다.

10여 분 뒤 경찰이 공유하는 무전망으로 택시의 위치가 파악됩니다. 순찰차가 도착한 곳은 사고를 내고 달아난 곳과 멀지 않는 부산의 한 아파트 앞 도로.

택시 운전사는 순찰차를 보자마자, 택시를 버려두고 도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 입구 바리케이드를 넘어 단지 안으로 달아났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지는 못했습니다. 택시 운전사는 30m가량을 뒤쫓아 온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검거 당시 경찰이 택시 운전사의 음주 여부를 측정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0.08% 이상) 수준이었습니다.

영업 중인데도 음주 상태서 택시를 몬 운전사

음주 운전을 한 건 법인 택시 운전사였습니다. 그것도 영업 중이었습니다. 음주 운전 당시 손님을 태우고 있지 않았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영업 중인 법인 택시의 운전사가 어떻게 음주 상태로 운전대를 잡을 수 있을까. 해당 법인 택시 업체에 물었더니 운전사가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같은 택시 업체에서 일하는 한 운전사는 취재진에 "회사에서 단 한 번도 음주 측정을 한 적이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다른 택시 운전사도 "영업을 위해 회사에서 택시를 몰고 나가는 경우보다 집에서 바로 일을 시작하는 날이 많아 사실상 음주 측정을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승객의 안전까지 위협하는데…단속은 '사각'

지난 4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개정됐습니다. 이 법에 따라 법인 택시 업체나 버스 회사들은 영업 전 반드시 운전사들을 대상으로 음주 측정을 해야 합니다.

운행 전에 음주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사가 음주 사고를 내면 사업자는 최대 180일 이상 영업이 정지되고, 최대 1천만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택시 운전사들의 증언처럼 운수 업계에서는 아직 음주 측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이 음주 단속을 할 때도 택시의 경우 관행적으로 그냥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취재에 응한 택시 운전사들은 '설마'하는 생각 때문에 음주 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술에 취해 운전대를 잡는 택시 운전사들, 정말로 극히 드문 일일까요?

최근 5년간 전국의 택시 운전사가 낸 음주사고는 486건으로 830여 명이 다치고 240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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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험천만’ 택시 음주운전…단속은 ‘사각’
    • 입력 2020-06-03 15:46:33
    취재K
"택시가 시속 140㎞ 이상 달리며 난폭 운전을 해요."

지난 2일 새벽 부산경찰청 112상황실로 신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부산 광안대교 시설물을 들이받은 뒤 택시가 과속으로 도주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신고자는 택시 운전사의 음주운전을 의심했습니다.


경찰의 추격전…택시 버리고 도주하다 검거

경찰은 신고를 받은 즉시 주변에 있던 순찰차를 총동원해 택시의 예상 도주로에 배치했습니다.

10여 분 뒤 경찰이 공유하는 무전망으로 택시의 위치가 파악됩니다. 순찰차가 도착한 곳은 사고를 내고 달아난 곳과 멀지 않는 부산의 한 아파트 앞 도로.

택시 운전사는 순찰차를 보자마자, 택시를 버려두고 도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 입구 바리케이드를 넘어 단지 안으로 달아났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지는 못했습니다. 택시 운전사는 30m가량을 뒤쫓아 온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검거 당시 경찰이 택시 운전사의 음주 여부를 측정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0.08% 이상) 수준이었습니다.

영업 중인데도 음주 상태서 택시를 몬 운전사

음주 운전을 한 건 법인 택시 운전사였습니다. 그것도 영업 중이었습니다. 음주 운전 당시 손님을 태우고 있지 않았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영업 중인 법인 택시의 운전사가 어떻게 음주 상태로 운전대를 잡을 수 있을까. 해당 법인 택시 업체에 물었더니 운전사가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같은 택시 업체에서 일하는 한 운전사는 취재진에 "회사에서 단 한 번도 음주 측정을 한 적이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다른 택시 운전사도 "영업을 위해 회사에서 택시를 몰고 나가는 경우보다 집에서 바로 일을 시작하는 날이 많아 사실상 음주 측정을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승객의 안전까지 위협하는데…단속은 '사각'

지난 4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개정됐습니다. 이 법에 따라 법인 택시 업체나 버스 회사들은 영업 전 반드시 운전사들을 대상으로 음주 측정을 해야 합니다.

운행 전에 음주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사가 음주 사고를 내면 사업자는 최대 180일 이상 영업이 정지되고, 최대 1천만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택시 운전사들의 증언처럼 운수 업계에서는 아직 음주 측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이 음주 단속을 할 때도 택시의 경우 관행적으로 그냥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취재에 응한 택시 운전사들은 '설마'하는 생각 때문에 음주 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술에 취해 운전대를 잡는 택시 운전사들, 정말로 극히 드문 일일까요?

최근 5년간 전국의 택시 운전사가 낸 음주사고는 486건으로 830여 명이 다치고 240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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