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고살지마] 아이가 갑자기 뛰어들었어도 징역형? 논란의 민식이법

입력 2020.06.03 (17:07) 수정 2020.06.1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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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민식이법(개정 특정범죄 가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촉발했던 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교통사고 가해 운전자에게 최근 금고 2년이 선고됐습니다. 집행 유예없는 실형입니다. 교통사고 과실 치사의 경우 초범이면 집행유예가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 정도면 '중한 형벌'이라는 게 변호사들의 얘기입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이 운전자에게 불리한 면과 유리한 면을 설명했습니다.

불리한 점은 "피해자 형제가 함께 사고를 당했다. 형은 숨졌고, 동생도 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후유증이 염려된다. 부모의 고통이 심하고, 엄벌을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유리한 점은 "초범이고, 차량이 시속 22.5km~23.6km로 빠르지 않았다. 피해자 형제의 과실이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운전자에 대해 금고 5년을 구형했습니다. 이 사건은 민식이법이 만들어지기 전 사건이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업무상 과실치사)가 적용되는데, 이례적으로 법정 최고형을 구형한 것입니다. 스쿨존 사고에 대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제 진짜가 왔습니다.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된 민식이법입니다. 그런데도 스쿨존 교통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전북 전주에서는 스쿨존 내 첫 어린이 사망사고가 발생했죠. 운전자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이 운전자에 대한 중한 처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고 과정에서 차량이 불법 유턴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경우 민식이법이 규정한 '어린이 안전에 유의할 의무'를 어긴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운전자 과실이 명백하고 중한 경우 민식이법을 적용해 엄벌하는 것에 반대할 사람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운전자 잘못이 미미하고, 피해 아동이 갑자기 뛰어든 경우까지 민식이법을 적용해 강한 처벌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자칫 스쿨존 내에서 실수로 사고를 냈다가 공무원, 교사 등은 직장을 잃게 될 것이라는 걱정의 글들이 계속 올라옵니다. 내비게이션에는 스쿨존을 우회할 수 있는 기능들이 속속 탑재되고 있고 손해보험사들은 불안 심리에 편승해 운전자 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민식이법을 개정 혹은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폐지 요구에 많은 사람이 동의했고, 여론이 들끓자 결국 정부가 해명까지 내놨습니다.


자 그렇다면 민식이법은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는, 과도한 법률일까요.

윤창호법하고 비교를 해보겠습니다.


윤창호법은 2018년 만취 상태 운전자에 의해 교통사고로 숨진 고려대생 윤창호 씨(당시 카투사 복무 중)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법이죠. 사회적 해악이 큰 음주 운전 사고에 대한 엄단 필요성에서 탄생한 법입니다. 사망사고 시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합니다. 상해의 경우도 강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민식이법의 형량을 보면 윤창호법과 거의 같습니다. 사망사고의 경우 완전히 같고 상해의 경우 징역 형량은 같고 벌금 하한만 약간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민식이법 500만 원 이상, 윤창호법 1000만 원 이상)


이런 사실을 두고 민식이법 처벌이 과하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큰 음주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과, 설사 규정속도를 준수해도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라는 모호한 의무를 위반해 사고를 내면 처벌받는 민식이법의 형량이 똑 같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를 보면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길에 뛰어든 어린이 때문에 발생한 사고가 적지 않습니다. 어른 운전자 과실은 경미한 반면, 어린이 잘못이 큰 경우입니다. 운전자의 잘못이 크고 명백한 경우라면 몰라도 이렇게 어린이 잘못이 큰 사고의 경우 민식이법으로 운전자에게만 모든 책임을 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는 비판은 분명 일리가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이제 시행 두 달 된 민식이법을 없애거나 폐지해야 할까요.

오늘 <속고살지마>에서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민식이법을 다뤄봅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라고요?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민식이법 개정이나 폐지 주장은 성급하십니다.

민식이법 폐지 주장의 근저에는 큰 오해가 자리 잡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운전자 과실이 없어도 스쿨존에서 13세 미만의 어린이를 칠 경우 무조건 처벌받을 것이라는 오해입니다.

민식이법을 풍자하는 내용의 스쿨존 게임민식이법을 풍자하는 내용의 스쿨존 게임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충분히 안전 운전 의무를 다해서 조심조심 운전했는데. 갑자기 어린이가 튀어나와 사고가 났다면 민식이법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법은 과실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죄를 묻지 않습니다.

최근 일명 민식이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스쿨존 내에서 어린이를 피해서 운전하는 게임인데. 단계가 올라갈수록 어려워집니다.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와 사고를 예방하기는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민식이법을 풍자하는 게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게임의 4, 5단계 같은 상황에서의 사고라면 운전자 처벌은 안 될 것입니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사고에까지 운전자에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됩니다.

물론 걱정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찰의 교통사고 처리를 보면 차(車)대 사람 사고에서 웬만하면 차의 잘못이 작게라도 있다고 보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차가 위험한 만큼 운전자에게 무거운 주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고 영상이 없는 상황에서 교통사고 당사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해서 사고를 처리해야 했기 때문에 양 당사자 간 잘못을 100대 0으로 처리하는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블랙박스가 일반화되고, 곳곳에 CCTV가 설치되면서 당사자 간 잘잘못을 정확히 판별할 수 있게 됐죠. 더구나 민식이법 처럼 강한 처벌이 예상되는 법을 적용할 때는 더더욱 당사자가 과실을 정확히 판별해야 합니다. 스쿨존에서 사고 시 어린이 안전에 유의해야 하는 의무를 다했는지를 엄밀히 판별해 다하지 않았다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고, 반대로 의무를 다했음에도 예측할 수 없는 어린이 행동 특성상 불가피하게 사고가 났다면 면책도 필요한 것입니다.

최근 민갑룡 경찰청장과 행정안전부 김계조 재난안전관리본부장도 이런 점을 감안해 과실 여부를 엄밀히 따져서 처벌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진짜 그래야 합니다.

그리고 설사 '어린이 안전 유의 의무'를 위반해 사고를 낸 점이 인정돼 처벌받더라 위반의 정도나 상대편 과실 등을 종합해서 형량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강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는 좀 지나쳐 보입니다. 최종적으로 판단할 법원도 깊이 고민할 것으로 보이고요.

민식이법이 강한 처벌을 담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만, 이는 사람보다 차가 우선인 한국의 교통 문화 속에서, 한해 1만 건 이상 발생하는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자는 사회적 합의 속에 탄생한 것입니다.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 안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자는 여론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탄생해 이제 시행 2달 된 민식이법, 아직 처벌사례도 전무한 민식이법에 대한 과도한 우려와 공격보다는 민식이법이 지향하는 어린이 안전에 좀 더 유의하는 게 바람직한 태도 아닐까요. 민식이법에는 스쿨존 사고에 대한 강한 처벌을 규정한 특가법도 있지만, 스쿨존 내 신호등 및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 같은 당장 필요한 조치가 담긴 도로교통법 개정도 포함돼 있습니다.

오늘 <속고살지마>에서는 이번 경주 스쿨존 사고도 깊이 있게 분석해봅니다.

최근 경주의 한 스쿨존에서 발생한 어린이 자전거 추돌 사고, 자전거를 뒤에서 추돌한 다른 아이의 엄마가 고의로 부딪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많은 상태입니다.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 변호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고의성이 인정될 여지도 있어 보입니다. 사고를 낸 엄마가 자신의 아이가 맞았다는 사실에 매우 흥분한 상태였고, 자전거를 추돌한 뒤 급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4초(거리로는 약 5m) 정도 갔다는 점, 사고 직후 차에서 내려 다친 아이의 상태를 살피지 않고 자신의 딸을 때린 사실을 추궁했다는 피해자 누나의 증언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만일 고의가 인정된다면 이건 민식이법 적용 대상은 아닙니다. 민식이법은 '어린이 안전 주의 의무'를 위반해 사고를 내는 과실범의 영역입니다. 사고를 낸 엄마가 자전거 탄 아이를 다치게 할 의도가 있다면 형법상 특수상해죄가 성립합니다. (꼭 다치게 할 의도까지 아니라도 다칠 수도 있겠다는 정도의 고의, 즉 미필적 고의가 있어도 죄는 성립합니다)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이 규정돼 있습니다.

조심 운전하시고, 꼭 <속고살지마> 시청해주세요. 생생한 영상과 자세한 분석이 담겨 있습니다. (속고살지마 구독하러가기: https://bit.ly/2UGOJ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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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고살지마] 아이가 갑자기 뛰어들었어도 징역형? 논란의 민식이법
    • 입력 2020-06-03 17:07:13
    • 수정2020-06-12 13:42:52
    속고살지마
일명 민식이법(개정 특정범죄 가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촉발했던 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교통사고 가해 운전자에게 최근 금고 2년이 선고됐습니다. 집행 유예없는 실형입니다. 교통사고 과실 치사의 경우 초범이면 집행유예가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 정도면 '중한 형벌'이라는 게 변호사들의 얘기입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이 운전자에게 불리한 면과 유리한 면을 설명했습니다. 불리한 점은 "피해자 형제가 함께 사고를 당했다. 형은 숨졌고, 동생도 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후유증이 염려된다. 부모의 고통이 심하고, 엄벌을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유리한 점은 "초범이고, 차량이 시속 22.5km~23.6km로 빠르지 않았다. 피해자 형제의 과실이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운전자에 대해 금고 5년을 구형했습니다. 이 사건은 민식이법이 만들어지기 전 사건이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업무상 과실치사)가 적용되는데, 이례적으로 법정 최고형을 구형한 것입니다. 스쿨존 사고에 대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제 진짜가 왔습니다.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된 민식이법입니다. 그런데도 스쿨존 교통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전북 전주에서는 스쿨존 내 첫 어린이 사망사고가 발생했죠. 운전자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이 운전자에 대한 중한 처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고 과정에서 차량이 불법 유턴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경우 민식이법이 규정한 '어린이 안전에 유의할 의무'를 어긴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운전자 과실이 명백하고 중한 경우 민식이법을 적용해 엄벌하는 것에 반대할 사람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운전자 잘못이 미미하고, 피해 아동이 갑자기 뛰어든 경우까지 민식이법을 적용해 강한 처벌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자칫 스쿨존 내에서 실수로 사고를 냈다가 공무원, 교사 등은 직장을 잃게 될 것이라는 걱정의 글들이 계속 올라옵니다. 내비게이션에는 스쿨존을 우회할 수 있는 기능들이 속속 탑재되고 있고 손해보험사들은 불안 심리에 편승해 운전자 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민식이법을 개정 혹은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폐지 요구에 많은 사람이 동의했고, 여론이 들끓자 결국 정부가 해명까지 내놨습니다. 자 그렇다면 민식이법은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는, 과도한 법률일까요. 윤창호법하고 비교를 해보겠습니다. 윤창호법은 2018년 만취 상태 운전자에 의해 교통사고로 숨진 고려대생 윤창호 씨(당시 카투사 복무 중)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법이죠. 사회적 해악이 큰 음주 운전 사고에 대한 엄단 필요성에서 탄생한 법입니다. 사망사고 시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합니다. 상해의 경우도 강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민식이법의 형량을 보면 윤창호법과 거의 같습니다. 사망사고의 경우 완전히 같고 상해의 경우 징역 형량은 같고 벌금 하한만 약간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민식이법 500만 원 이상, 윤창호법 1000만 원 이상)
이런 사실을 두고 민식이법 처벌이 과하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큰 음주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과, 설사 규정속도를 준수해도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라는 모호한 의무를 위반해 사고를 내면 처벌받는 민식이법의 형량이 똑 같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를 보면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길에 뛰어든 어린이 때문에 발생한 사고가 적지 않습니다. 어른 운전자 과실은 경미한 반면, 어린이 잘못이 큰 경우입니다. 운전자의 잘못이 크고 명백한 경우라면 몰라도 이렇게 어린이 잘못이 큰 사고의 경우 민식이법으로 운전자에게만 모든 책임을 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는 비판은 분명 일리가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이제 시행 두 달 된 민식이법을 없애거나 폐지해야 할까요. 오늘 <속고살지마>에서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민식이법을 다뤄봅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라고요?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민식이법 개정이나 폐지 주장은 성급하십니다. 민식이법 폐지 주장의 근저에는 큰 오해가 자리 잡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운전자 과실이 없어도 스쿨존에서 13세 미만의 어린이를 칠 경우 무조건 처벌받을 것이라는 오해입니다. 민식이법을 풍자하는 내용의 스쿨존 게임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충분히 안전 운전 의무를 다해서 조심조심 운전했는데. 갑자기 어린이가 튀어나와 사고가 났다면 민식이법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법은 과실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죄를 묻지 않습니다. 최근 일명 민식이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스쿨존 내에서 어린이를 피해서 운전하는 게임인데. 단계가 올라갈수록 어려워집니다.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와 사고를 예방하기는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민식이법을 풍자하는 게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게임의 4, 5단계 같은 상황에서의 사고라면 운전자 처벌은 안 될 것입니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사고에까지 운전자에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됩니다. 물론 걱정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찰의 교통사고 처리를 보면 차(車)대 사람 사고에서 웬만하면 차의 잘못이 작게라도 있다고 보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차가 위험한 만큼 운전자에게 무거운 주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고 영상이 없는 상황에서 교통사고 당사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해서 사고를 처리해야 했기 때문에 양 당사자 간 잘못을 100대 0으로 처리하는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블랙박스가 일반화되고, 곳곳에 CCTV가 설치되면서 당사자 간 잘잘못을 정확히 판별할 수 있게 됐죠. 더구나 민식이법 처럼 강한 처벌이 예상되는 법을 적용할 때는 더더욱 당사자가 과실을 정확히 판별해야 합니다. 스쿨존에서 사고 시 어린이 안전에 유의해야 하는 의무를 다했는지를 엄밀히 판별해 다하지 않았다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고, 반대로 의무를 다했음에도 예측할 수 없는 어린이 행동 특성상 불가피하게 사고가 났다면 면책도 필요한 것입니다. 최근 민갑룡 경찰청장과 행정안전부 김계조 재난안전관리본부장도 이런 점을 감안해 과실 여부를 엄밀히 따져서 처벌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진짜 그래야 합니다. 그리고 설사 '어린이 안전 유의 의무'를 위반해 사고를 낸 점이 인정돼 처벌받더라 위반의 정도나 상대편 과실 등을 종합해서 형량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강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는 좀 지나쳐 보입니다. 최종적으로 판단할 법원도 깊이 고민할 것으로 보이고요. 민식이법이 강한 처벌을 담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만, 이는 사람보다 차가 우선인 한국의 교통 문화 속에서, 한해 1만 건 이상 발생하는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자는 사회적 합의 속에 탄생한 것입니다.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 안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자는 여론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탄생해 이제 시행 2달 된 민식이법, 아직 처벌사례도 전무한 민식이법에 대한 과도한 우려와 공격보다는 민식이법이 지향하는 어린이 안전에 좀 더 유의하는 게 바람직한 태도 아닐까요. 민식이법에는 스쿨존 사고에 대한 강한 처벌을 규정한 특가법도 있지만, 스쿨존 내 신호등 및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 같은 당장 필요한 조치가 담긴 도로교통법 개정도 포함돼 있습니다. 오늘 <속고살지마>에서는 이번 경주 스쿨존 사고도 깊이 있게 분석해봅니다. 최근 경주의 한 스쿨존에서 발생한 어린이 자전거 추돌 사고, 자전거를 뒤에서 추돌한 다른 아이의 엄마가 고의로 부딪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많은 상태입니다.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 변호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고의성이 인정될 여지도 있어 보입니다. 사고를 낸 엄마가 자신의 아이가 맞았다는 사실에 매우 흥분한 상태였고, 자전거를 추돌한 뒤 급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4초(거리로는 약 5m) 정도 갔다는 점, 사고 직후 차에서 내려 다친 아이의 상태를 살피지 않고 자신의 딸을 때린 사실을 추궁했다는 피해자 누나의 증언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만일 고의가 인정된다면 이건 민식이법 적용 대상은 아닙니다. 민식이법은 '어린이 안전 주의 의무'를 위반해 사고를 내는 과실범의 영역입니다. 사고를 낸 엄마가 자전거 탄 아이를 다치게 할 의도가 있다면 형법상 특수상해죄가 성립합니다. (꼭 다치게 할 의도까지 아니라도 다칠 수도 있겠다는 정도의 고의, 즉 미필적 고의가 있어도 죄는 성립합니다)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이 규정돼 있습니다. 조심 운전하시고, 꼭 <속고살지마> 시청해주세요. 생생한 영상과 자세한 분석이 담겨 있습니다. (속고살지마 구독하러가기: https://bit.ly/2UGOJ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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