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요새화된 워싱턴 DC…전국 시위는 평화롭게

입력 2020.06.03 (21:32) 수정 2020.06.0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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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엔 흑인 남성 사망에 대한 항의 시위가 번지고 있는 미국으로 가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대응 방침에도 시위는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수도 워싱턴 DC에는 주 방위군 뿐 아니라, 인근에 현역 육군까지 배치돼있다고 하는데요.

백악관 앞에 나가 있는 서지영 특파원 연결해보겠습니다.

지금 뒤로 보이는게 울타리 같은데... 시위대의 접근을 막기 위한 건가?

[기자]

네, 제가 서 있는 곳은 백악관 건물과 2미터 정도 떨어진 라파예트 공원 앞인데요.

시위대의 광장 접근을 막기 위해 백악관을 둘러싼 2.5미터 높이의 쇠울타리가 설치됐습니다.

지금은 한산한 모습이지만요, 백악관 주변엔 여전히 병력이 곳곳에 배치돼 있고, 항의 시위도 밤늦게까지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충돌이 난무했던 그 전날과는 달리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됐습니다.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백악관 주변은 경계가 한층 강화됐습니다.

워싱턴 DC 인근에는 육군 병력 천 6백명이 배치됐고, 주 방위군은 물론 연방수사국과 마약단속국까지 동원됐습니다.

백악관으로 향하는 도로는 군용 트럭으로 막아섰습니다.

[마약단속국 관계자 : "(마약단속국에서 나오셨군요. 시위 때문에 동원되신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도로를 통제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철제 울타리로 둘러싸인 백악관은 마치 요새를 방불케 합니다.

삼엄한 경비 태세에도 불구하고 오후 들어 시위대 규모는 점점 늘어났습니다.

["손들어! 쏘지 마세요."]

백악관 앞에서 시작된 시위는 링컨 기념관, 미 의회로 확대됐습니다.

일부 시위대들은 트럼프 호텔을 지나가며 경찰에 욕설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조지 플로이드! 조지 플로이드!"]

하나 둘 씩 무릎을 꿇는 사람들, 두 손을 들며 대치중인 경찰을 향한 외침은 공권력은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손을 이렇게 든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공격 의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평화로운 시위를 하겠다는 뜻이자 경찰의 강경진압에 항의하는 이중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도 바로 이런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폴/워싱턴 D.C. 거주 : "우리는 평화 시위를 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거리 시위를 위해서죠. 우리는 평화를 위해 손을 들지만, 공권력은 여전히 우리에게 총을 쏘고 있습니다. 그건 옳지 않습니다."]

그러나 군대까지 동원해 진압하겠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대응 방침은 시위대를 더 자극하고 있습니다.

[드니스/워싱턴 D.C. 거주 : "그들은 평화로운 시위대와 미디어를 향해 최루탄을 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모르겠어요. 경찰들은 분명히 부끄러워 하고 있을 겁니다."]

야간통행금지령이 내려졌지만 시위대는 밤늦게까지 항의 집회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군용 헬기가 출현하고 최루탄까지 발사했던 전날에 비해 대체로 평화롭게 마무리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교회에 이어 이번에는 세인트 폴 2세 국립 성지를 방문하는 등 지지층을 겨냥한 종교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종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 속에, 월턴 그레고리 워싱턴 대주교는 가톨릭 시설이 오용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비판했습니다.

워싱턴에서 KBS 뉴스 서지영입니다.

[앵커]

다시 현장 연결해 취재 뒷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시위대 직접 만나봤잖아요? 뭐라고 하던가?

[기자]

대부분 20대 청년들이었구요.

백인, 아시아인, 흑인 등 인종도 다양했습니다.

여기 나온 이유를 물어보니 이번 기회를 통해 뿌리 깊게 내재된 인종차별과 불공정을 없애고 싶어서라고 답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약탈 시위대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앵커]

전국적으로 시위가 번지고 있는 상황인데 다른 곳은 어떻습니까?

[기자]

뉴욕시의 경우 토요일까지 통금을 연장하기로 했는데요.

70여 년 만에 가장 강력한 제한 조치입니다.

LA 카운티도 저녁 6시부터 12시간 통금에 들어가는 등 40곳 이상 도시에서 야간 통금령이 내려진 상태입니다.

플로이드 씨가 사망한 지난달 25일 이후 항의 시위로 지금까지 7천여 명이 체포됐습니다.

사망자도 다수 나왔습니다.

다만, 경찰이 시위대와 공감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폭력은 서서히 잦아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4차례의 플로이드 씨의 추모식이 남아있는데요.

8일 공식 추모식, 9일에는 비공개 장례식을 변곡점으로 시위의 향배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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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요새화된 워싱턴 DC…전국 시위는 평화롭게
    • 입력 2020-06-03 21:37:23
    • 수정2020-06-03 21:50:44
    뉴스 9
[앵커]

이번엔 흑인 남성 사망에 대한 항의 시위가 번지고 있는 미국으로 가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대응 방침에도 시위는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수도 워싱턴 DC에는 주 방위군 뿐 아니라, 인근에 현역 육군까지 배치돼있다고 하는데요.

백악관 앞에 나가 있는 서지영 특파원 연결해보겠습니다.

지금 뒤로 보이는게 울타리 같은데... 시위대의 접근을 막기 위한 건가?

[기자]

네, 제가 서 있는 곳은 백악관 건물과 2미터 정도 떨어진 라파예트 공원 앞인데요.

시위대의 광장 접근을 막기 위해 백악관을 둘러싼 2.5미터 높이의 쇠울타리가 설치됐습니다.

지금은 한산한 모습이지만요, 백악관 주변엔 여전히 병력이 곳곳에 배치돼 있고, 항의 시위도 밤늦게까지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충돌이 난무했던 그 전날과는 달리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됐습니다.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백악관 주변은 경계가 한층 강화됐습니다.

워싱턴 DC 인근에는 육군 병력 천 6백명이 배치됐고, 주 방위군은 물론 연방수사국과 마약단속국까지 동원됐습니다.

백악관으로 향하는 도로는 군용 트럭으로 막아섰습니다.

[마약단속국 관계자 : "(마약단속국에서 나오셨군요. 시위 때문에 동원되신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도로를 통제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철제 울타리로 둘러싸인 백악관은 마치 요새를 방불케 합니다.

삼엄한 경비 태세에도 불구하고 오후 들어 시위대 규모는 점점 늘어났습니다.

["손들어! 쏘지 마세요."]

백악관 앞에서 시작된 시위는 링컨 기념관, 미 의회로 확대됐습니다.

일부 시위대들은 트럼프 호텔을 지나가며 경찰에 욕설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조지 플로이드! 조지 플로이드!"]

하나 둘 씩 무릎을 꿇는 사람들, 두 손을 들며 대치중인 경찰을 향한 외침은 공권력은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손을 이렇게 든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공격 의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평화로운 시위를 하겠다는 뜻이자 경찰의 강경진압에 항의하는 이중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도 바로 이런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폴/워싱턴 D.C. 거주 : "우리는 평화 시위를 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거리 시위를 위해서죠. 우리는 평화를 위해 손을 들지만, 공권력은 여전히 우리에게 총을 쏘고 있습니다. 그건 옳지 않습니다."]

그러나 군대까지 동원해 진압하겠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대응 방침은 시위대를 더 자극하고 있습니다.

[드니스/워싱턴 D.C. 거주 : "그들은 평화로운 시위대와 미디어를 향해 최루탄을 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모르겠어요. 경찰들은 분명히 부끄러워 하고 있을 겁니다."]

야간통행금지령이 내려졌지만 시위대는 밤늦게까지 항의 집회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군용 헬기가 출현하고 최루탄까지 발사했던 전날에 비해 대체로 평화롭게 마무리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교회에 이어 이번에는 세인트 폴 2세 국립 성지를 방문하는 등 지지층을 겨냥한 종교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종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 속에, 월턴 그레고리 워싱턴 대주교는 가톨릭 시설이 오용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비판했습니다.

워싱턴에서 KBS 뉴스 서지영입니다.

[앵커]

다시 현장 연결해 취재 뒷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시위대 직접 만나봤잖아요? 뭐라고 하던가?

[기자]

대부분 20대 청년들이었구요.

백인, 아시아인, 흑인 등 인종도 다양했습니다.

여기 나온 이유를 물어보니 이번 기회를 통해 뿌리 깊게 내재된 인종차별과 불공정을 없애고 싶어서라고 답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약탈 시위대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앵커]

전국적으로 시위가 번지고 있는 상황인데 다른 곳은 어떻습니까?

[기자]

뉴욕시의 경우 토요일까지 통금을 연장하기로 했는데요.

70여 년 만에 가장 강력한 제한 조치입니다.

LA 카운티도 저녁 6시부터 12시간 통금에 들어가는 등 40곳 이상 도시에서 야간 통금령이 내려진 상태입니다.

플로이드 씨가 사망한 지난달 25일 이후 항의 시위로 지금까지 7천여 명이 체포됐습니다.

사망자도 다수 나왔습니다.

다만, 경찰이 시위대와 공감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폭력은 서서히 잦아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4차례의 플로이드 씨의 추모식이 남아있는데요.

8일 공식 추모식, 9일에는 비공개 장례식을 변곡점으로 시위의 향배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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