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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순간] 코로나 시대에 대처하는 오케스트라의 자세
입력 2020.06.04 (07:00) 취재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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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순간] 코로나 시대에 대처하는 오케스트라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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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 중계된 서울시향의 모차르트…반응은 '성공적'

모차르트 교향곡 39번은 그의 최후의 3대 교향곡 가운데 첫 번째 작품입니다. 비장하고 강렬한 에너지로 꽉 찬 40번, 41번과 달리, 화려한 색채와 약동하는 리듬이 특징인 39번은 그래서 모차르트 판 '백조의 노래'로 불리기도 합니다. 백조는 평소에 울지 않다가 죽기 직전 딱 한 번 아름답게 운다고 해서 붙여진 별칭입니다.

모차르트가 이 곡을 쓴 1788년은 그에게 불운이 겹친 시기였습니다. 태어난 지 1년도 안 된 딸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데다, 야심작이었던 오페라 '돈 조반니'의 흥행 부진으로 경제적 어려움마저 겪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39번 교향곡의 3악장 '미뉴에트'의 선율은 그의 처지와 정반대로, 삶을 긍정하는 발랄하고 낙관적인 기운으로 가득합니다.

서울시향은 바로 이 곡을 지난달 29일 '온라인 콘서트'에서 연주했습니다. 지난 2월 취임한 예술감독 오스모 벤스케가 모처럼 지휘봉을 잡았는데, 애초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을 지휘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공연이 온라인 중계로 변경되면서, 단원 간 거리 두기를 위해 소편성으로도 연주가 가능한 모차르트로 곡목을 급히 바꿨습니다.

관악기 주자를 제외한 단원들과 지휘자가 마스크를 쓴 채 텅 빈 객석 앞에서 연주했지만, 다양한 카메라의 시선과 지미집을 활용한 역동적인 촬영으로 여느 중계와 다른 색다른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관객이 있었다면 불가능한 촬영이었죠.

온라인 생중계 당시 실시간 채팅에는 '카메라 구도가 다양해서 지루하지 않다'거나 '카메라 구도가 신선했다'는 반응이 잇따랐습니다. 마스크를 쓸 수 없는 관악기 주자들 사이로 투명 방음판을 설치하고, 모든 단원이 최소 1.5m씩 떨어져 앉은 무대도 신선한 풍경이었습니다. 황급히 온라인으로 대체한 이날 공연, 일단 반응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잇단 '무관중 × 온라인' 공연…코로나 시대 新경향

서울시향의 '온라인 실험'은 국내 음악계에 모범 사례가 됐습니다. 사실 지난달 초 연휴를 기점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안정되면서 국내 공연계는 5월 말부터 6월 사이, 시즌 재개를 알리는 야심 찬 무대를 준비해 왔습니다. 하지만 서울 이태원 발 감염 확산을 시작으로 코로나19 확진 상황이 급속히 악화하고, 서울과 경기에서 다중이용시설 이용이 다시 제한되면서 공연도 줄줄이 취소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향이 애초 계획한 공연을 취소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대체하자, 다른 오케스트라들도 같은 시도에 나섰습니다. 코리안심포니는 애초 어제(3일) 열기로 한 공연 '낭만의 해석'을 무관중 온라인 공연으로 변경했습니다. 곡목도 대편성인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만프레드'에서 모차르트 40번 교향곡으로 바꿨습니다.

코리안심포니 관계자는 "워낙 무대가 그리웠기 때문에 공연을 취소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전환한 것"이라며 "3월부터 실내악 공연을 온라인으로 진행해왔고, 악단의 레퍼토리가 풍부하기 때문에 준비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온라인 공연이 청중의 감상 경험을 확장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비대면 공연에 역량을 더 쏟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군포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같은날 예정된 정기연주회를 온라인 녹화 공연으로 변경하는 등 국내 오케스트라의 온라인 실험은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입니다.


온라인 공연의 원조는 '베를린 필'…"지금, 음악이 어느 때보다 필요"

이런 온라인 중계의 원조는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입니다. 2002년부터 2018년까지 베를린 필의 음악감독을 역임한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스마트폰이 보급되기도 전인 2008년 아예 온라인상에 '디지털 콘서트홀'을 개설해, 매 시즌 40여 편에 이르는 공연을 스트리밍 해왔습니다. 소니(Sony)와 손잡고 실황 음향에 최적화된 음질과 초고화질 영상으로 세계 최정상급 연주자들의 공연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 지난해 말 기준 유료 회원이 3만 5천 명을 넘었습니다.

베를린 필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 3월 이 디지털 콘서트홀을 한 달간 무료로 개방했습니다. 래틀은 온라인으로 중계된 무관중 공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의 말은 음악가들이 왜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관객과 만나고자 하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해줍니다.

"우리가 서로 떨어져 있는 지금, 음악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 [음악의 순간] 코로나 시대에 대처하는 오케스트라의 자세
    • 입력 2020.06.04 (07:00)
    취재K
[음악의 순간] 코로나 시대에 대처하는 오케스트라의 자세
온라인으로 중계된 서울시향의 모차르트…반응은 '성공적'

모차르트 교향곡 39번은 그의 최후의 3대 교향곡 가운데 첫 번째 작품입니다. 비장하고 강렬한 에너지로 꽉 찬 40번, 41번과 달리, 화려한 색채와 약동하는 리듬이 특징인 39번은 그래서 모차르트 판 '백조의 노래'로 불리기도 합니다. 백조는 평소에 울지 않다가 죽기 직전 딱 한 번 아름답게 운다고 해서 붙여진 별칭입니다.

모차르트가 이 곡을 쓴 1788년은 그에게 불운이 겹친 시기였습니다. 태어난 지 1년도 안 된 딸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데다, 야심작이었던 오페라 '돈 조반니'의 흥행 부진으로 경제적 어려움마저 겪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39번 교향곡의 3악장 '미뉴에트'의 선율은 그의 처지와 정반대로, 삶을 긍정하는 발랄하고 낙관적인 기운으로 가득합니다.

서울시향은 바로 이 곡을 지난달 29일 '온라인 콘서트'에서 연주했습니다. 지난 2월 취임한 예술감독 오스모 벤스케가 모처럼 지휘봉을 잡았는데, 애초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을 지휘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공연이 온라인 중계로 변경되면서, 단원 간 거리 두기를 위해 소편성으로도 연주가 가능한 모차르트로 곡목을 급히 바꿨습니다.

관악기 주자를 제외한 단원들과 지휘자가 마스크를 쓴 채 텅 빈 객석 앞에서 연주했지만, 다양한 카메라의 시선과 지미집을 활용한 역동적인 촬영으로 여느 중계와 다른 색다른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관객이 있었다면 불가능한 촬영이었죠.

온라인 생중계 당시 실시간 채팅에는 '카메라 구도가 다양해서 지루하지 않다'거나 '카메라 구도가 신선했다'는 반응이 잇따랐습니다. 마스크를 쓸 수 없는 관악기 주자들 사이로 투명 방음판을 설치하고, 모든 단원이 최소 1.5m씩 떨어져 앉은 무대도 신선한 풍경이었습니다. 황급히 온라인으로 대체한 이날 공연, 일단 반응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잇단 '무관중 × 온라인' 공연…코로나 시대 新경향

서울시향의 '온라인 실험'은 국내 음악계에 모범 사례가 됐습니다. 사실 지난달 초 연휴를 기점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안정되면서 국내 공연계는 5월 말부터 6월 사이, 시즌 재개를 알리는 야심 찬 무대를 준비해 왔습니다. 하지만 서울 이태원 발 감염 확산을 시작으로 코로나19 확진 상황이 급속히 악화하고, 서울과 경기에서 다중이용시설 이용이 다시 제한되면서 공연도 줄줄이 취소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향이 애초 계획한 공연을 취소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대체하자, 다른 오케스트라들도 같은 시도에 나섰습니다. 코리안심포니는 애초 어제(3일) 열기로 한 공연 '낭만의 해석'을 무관중 온라인 공연으로 변경했습니다. 곡목도 대편성인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만프레드'에서 모차르트 40번 교향곡으로 바꿨습니다.

코리안심포니 관계자는 "워낙 무대가 그리웠기 때문에 공연을 취소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전환한 것"이라며 "3월부터 실내악 공연을 온라인으로 진행해왔고, 악단의 레퍼토리가 풍부하기 때문에 준비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온라인 공연이 청중의 감상 경험을 확장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비대면 공연에 역량을 더 쏟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군포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같은날 예정된 정기연주회를 온라인 녹화 공연으로 변경하는 등 국내 오케스트라의 온라인 실험은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입니다.


온라인 공연의 원조는 '베를린 필'…"지금, 음악이 어느 때보다 필요"

이런 온라인 중계의 원조는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입니다. 2002년부터 2018년까지 베를린 필의 음악감독을 역임한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스마트폰이 보급되기도 전인 2008년 아예 온라인상에 '디지털 콘서트홀'을 개설해, 매 시즌 40여 편에 이르는 공연을 스트리밍 해왔습니다. 소니(Sony)와 손잡고 실황 음향에 최적화된 음질과 초고화질 영상으로 세계 최정상급 연주자들의 공연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 지난해 말 기준 유료 회원이 3만 5천 명을 넘었습니다.

베를린 필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 3월 이 디지털 콘서트홀을 한 달간 무료로 개방했습니다. 래틀은 온라인으로 중계된 무관중 공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의 말은 음악가들이 왜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관객과 만나고자 하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해줍니다.

"우리가 서로 떨어져 있는 지금, 음악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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