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비리’ 연루자 해고했는데 “부정채용 아냐” 뒤집은 법원…왜?

입력 2020.06.05 (14:42) 수정 2020.06.0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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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이맘 때쯤, 적지 않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온 수서고속철 운영사 SR의 채용비리 사건. SR이 지원자들의 점수를 조작해 전·현직 간부의 자녀를 대거 부정 채용했다는 경찰 수사 결과가 발표됐었습니다.

그 이후 사회의 뜨거운 관심은 거둬졌고 주요 책임자에 대한 대법원 판결도 확정됐지만, 사건 관계자 가운데는 아직까지도 민사·행정소송으로 법정 다툼을 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최근 관련 소송 가운데 주목할 만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부정 채용자로 분류돼 SR이 해고한 두 사람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부정 채용자가 아니다"라며 부당 해고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 "내 딸 잘 부탁해" 청탁은 있었다

A 씨는 2016년 5월 SR 공개채용에서 역무원으로 합격했습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일했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철도회사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었죠.

그런데 경찰 조사 결과, A 씨의 아버지가 채용 과정에서 과거 코레일 동료이자 SR 영업본부장이던 박 모 씨(2019년 11월 대법원에서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확정)에게 청탁 전화를 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A 씨의 아버지는 "내 딸이 신입 역무원 분야에 지원하려고 하니, 잘 챙겨달라"라고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 씨의 입사지원서 출력물에서는 "부-코레일-○○○-65년생, 모-◇◇◇-회사원-72년생, 영업본부장님"이라고 적힌 메모가 발견됐습니다. 또 서류전형 평가표 중 A 씨의 비고란에는 영업본부장을 뜻하는 "영"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검찰은 A 씨가 원래 평가대로라면 탈락했어야 했는데, A 씨 아버지의 부탁을 받은 영업본부장 박 씨가 SR 면접심사평가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탈락한 A를 합격시켜라."라고 지시해 결과가 번복됐다며 박 씨를 기소했습니다.

한편 SR은 2018년 6월 서울지방경찰청장 명의로 작성된 "부정 채용 대상자" 명단을 통보받았습니다. 이에 SR은 그 달에 A 씨를 직위 해제했고, 6개월 뒤 열린 인사위원회에서는 A 씨가 참석한 가운데 A 씨에 대한 직권 면직이 의결됐습니다. "채용결격사유가 발견됐거나 사기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사실이 발견됐을 때"를 직권면직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SR 인사규정에 따른 결정이었습니다. 이렇게 SR은 채용 2년 반 만인 2018년 12월, A 씨를 해고했습니다.


■ 청탁과 채용의 인과 관계

A 씨는 해고된 지 3개월 뒤,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 해고를 당했다"며 구제신청을 했습니다. 여기서는 A 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A 씨의 재심 신청을 살펴본 중앙노동위원회는 A 씨가 부당 해고를 당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SR이 이 결정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법원 역시 A 씨에 대한 해고는 부당 해고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 아버지의 청탁 전화를 받은 영업본부장 박 씨가 직원 채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점은 인정했습니다. 또 A 씨 아버지와 박 씨 사이에 친분 관계가 있었고, A 씨 아버지가 실제 딸의 채용과 관련된 청탁을 했다고도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인과 관계였습니다. 아버지의 청탁으로 인해 딸이 합격했다는 점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요. 재판부는 영업본부장 박 씨가 면접위원들에게 A 씨의 합격을 지시했다는 검찰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고, A 씨가 이 같은 지시에 의해 합격했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A 씨는 SR 인사규정상 "사기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자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 불합격자로 분류된 적 없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우선 당시 채용 과정에서 작성된 "면접전형 결과보고" 문건을 들었습니다. 문건 내용을 보면, A 씨는 합격자 수와 여성 합격자 비율 조정(당시 합격자 중 여성 비율을 20% 이하로 조정하자는 논의가 최종 합격자 선발 회의에서 있었음)에 관계없이 '합격자'로 기재돼 있었습니다. 또 A 씨의 순위보다 뒤쪽에도 여성 합격자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A 씨가 탈락 대상이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과는 배치됩니다.

영업본부장 박 씨에 대한 형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면접위원들의 말도 재판부 판단의 근거가 됐습니다. 면접위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A 씨는 최초 합격자 명단에 포함돼 있었고, 2차 면접 후에는 합격인원 25명 가운데 18번째 순위로 합격권에 있긴 했지만 나이가 어리고 여자라는 이유로 조정 대상에 포함할지가 논의됐는데, 불합격으로 결론이 모아지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당시 면접위원 중 한 명이었던 인사노무팀장은 박 씨에 대한 형사 재판에서 "A 씨가 면접에서 합격 점수에 미달해 탈락했다"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말이 서류의 내용과 상반되고 그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전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수사 결과가 사실과 달랐다는 뜻입니다.

■ "영업본부장님" 메모 흔적으로는 부족

그렇다면 A 씨의 입사지원서와 서류전형 평가표에 적혀있던 수상쩍은 메모("영업본부장님", "영)는 어찌된 일일까요?

재판부는 이 메모에 대해, 영업본부장 박 씨가 어떤 방식으로든 A 씨의 채용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을 개연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는 맞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 메모만으로 박 씨가 (불합격으로 결정된) A 씨를 합격시키라고 지시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면접위원은 영업본부장 박 씨가 "원래 27명을 뽑기로 했는데 왜 원래대로 안 뽑느냐" "A는 면접 점수가 좋은데 왜 빠지느냐"라고 면접위원들에게 문의한 적이 있다는 증언도 내놨는데요.

재판부는 이에 대해 영업본부장으로서는 당초 채용계획을 왜 변경했는지, 면접 점수가 높은 A 씨를 왜 탈락시켰는지 물어볼 수 있다고 여겨지고, 이를 두고 A 씨를 채용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또 SR이 재판 과정에서 A 씨가 포함되지 않은 '면접합격자 명단'을 제출한 적이 없고, SR이 제출한 모든 증거를 고려하더라도 A 씨가 부정 채용됐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며 SR이 A 씨를 부당 해고했다고 판단했습니다.

■ '79점→81점' 올라간 점수, 사연 들여다보니

억울한 부정 채용 분류자, 또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2016년 10월 SR에 역무매니저로 입사했다가, A 씨처럼 부정 채용자로 분류돼 2018년 12월 해고된 B 씨도 부당 해고를 당했다고 판단했습니다.

B 씨는 SR 공개채용에 관여된 사람들과 밀접한 관계도 없었고, 본인이나 다른 사람이 SR에 채용을 청탁한 사실도 없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문제가 된 것은 B 씨의 면접 평균점수가 영업본부장의 지시로 79점에서 81점으로 올라간 부분이었는데요. 당시 합격기준이 80점이었는데, B 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점수를 부당하게 올려준 것 아니냐는 의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영업본부장 사건의 형사 재판에서 밝혀진 여러 사실관계들을 놓고 볼 때, 이 같은 의심은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초 B 씨가 지원했던 역무매니저 분야의 채용 예정 인원은 3명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면접위원들은 다른 분야(여객 분야) 지원자 중 우수한 지원자가 많다는 이유로 이 분야의 채용 인원을 기존 3명에서 6명으로 늘리고자 했습니다. 이에 면접위원들은 전체 채용 인원 조정을 위해, B 씨가 지원한 역무매니저 분야의 채용 인원을 기존 3명에서 1명으로 줄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여객 분야 합격자 6명 가운데 1명이 입사를 포기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에 면접위원들은 여객 분야에서 5명만 선발하고 B 씨가 지원한 역무매니저 분야의 채용 인원을 다시 1명에서 2명으로 늘렸습니다. 당시 역무매니저 분야 면접에 응시한 지원자는 3명이었는데, B 씨는 79점으로 2등을 한 상태였지요. 결국 최종 채용 인원이 2명으로 늘어나면서 합격 2순위였던 B 씨도 채용됐다는 게 법원 판단입니다. '부정 합격'과는 다소 거리가 먼 얘기입니다.

영업본부장 박 씨는 수사기관 조사 과정에서 B 씨의 점수 변경과 관련해, B 씨의 채용이 결정된 상황에서 "(B 씨의) 면접 점수가 79점으로 합격 기준 80점에 미치지 못해서, 이 점수를 합격 기준에 맞게 변경해 합격시키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차순위자를 합격시키는 과정에서 B 씨의 점수를 기준에 맞게 조정했다는 차원입니다.

재판부는 이렇게 면접위원들의 권한에 의해 부여된 점수(81점)가 허위라고 보기도 어렵고, 점수가 바뀌는 과정에 B 씨가 관여했다는 증거도 확인된 바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B 씨의 면접전형 점수가 SR 채용절차상의 합격자 선정기준에 미달했다고 볼 수 없다"며, B 씨에 대한 해고는 정당한 근거가 없는 '부당 해고'라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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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용 비리’ 연루자 해고했는데 “부정채용 아냐” 뒤집은 법원…왜?
    • 입력 2020-06-05 14:42:47
    • 수정2020-06-05 15:40:53
    취재K
2년 전 이맘 때쯤, 적지 않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온 수서고속철 운영사 SR의 채용비리 사건. SR이 지원자들의 점수를 조작해 전·현직 간부의 자녀를 대거 부정 채용했다는 경찰 수사 결과가 발표됐었습니다.

그 이후 사회의 뜨거운 관심은 거둬졌고 주요 책임자에 대한 대법원 판결도 확정됐지만, 사건 관계자 가운데는 아직까지도 민사·행정소송으로 법정 다툼을 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최근 관련 소송 가운데 주목할 만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부정 채용자로 분류돼 SR이 해고한 두 사람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부정 채용자가 아니다"라며 부당 해고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 "내 딸 잘 부탁해" 청탁은 있었다

A 씨는 2016년 5월 SR 공개채용에서 역무원으로 합격했습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일했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철도회사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었죠.

그런데 경찰 조사 결과, A 씨의 아버지가 채용 과정에서 과거 코레일 동료이자 SR 영업본부장이던 박 모 씨(2019년 11월 대법원에서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확정)에게 청탁 전화를 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A 씨의 아버지는 "내 딸이 신입 역무원 분야에 지원하려고 하니, 잘 챙겨달라"라고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 씨의 입사지원서 출력물에서는 "부-코레일-○○○-65년생, 모-◇◇◇-회사원-72년생, 영업본부장님"이라고 적힌 메모가 발견됐습니다. 또 서류전형 평가표 중 A 씨의 비고란에는 영업본부장을 뜻하는 "영"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검찰은 A 씨가 원래 평가대로라면 탈락했어야 했는데, A 씨 아버지의 부탁을 받은 영업본부장 박 씨가 SR 면접심사평가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탈락한 A를 합격시켜라."라고 지시해 결과가 번복됐다며 박 씨를 기소했습니다.

한편 SR은 2018년 6월 서울지방경찰청장 명의로 작성된 "부정 채용 대상자" 명단을 통보받았습니다. 이에 SR은 그 달에 A 씨를 직위 해제했고, 6개월 뒤 열린 인사위원회에서는 A 씨가 참석한 가운데 A 씨에 대한 직권 면직이 의결됐습니다. "채용결격사유가 발견됐거나 사기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사실이 발견됐을 때"를 직권면직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SR 인사규정에 따른 결정이었습니다. 이렇게 SR은 채용 2년 반 만인 2018년 12월, A 씨를 해고했습니다.


■ 청탁과 채용의 인과 관계

A 씨는 해고된 지 3개월 뒤,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 해고를 당했다"며 구제신청을 했습니다. 여기서는 A 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A 씨의 재심 신청을 살펴본 중앙노동위원회는 A 씨가 부당 해고를 당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SR이 이 결정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법원 역시 A 씨에 대한 해고는 부당 해고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 아버지의 청탁 전화를 받은 영업본부장 박 씨가 직원 채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점은 인정했습니다. 또 A 씨 아버지와 박 씨 사이에 친분 관계가 있었고, A 씨 아버지가 실제 딸의 채용과 관련된 청탁을 했다고도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인과 관계였습니다. 아버지의 청탁으로 인해 딸이 합격했다는 점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요. 재판부는 영업본부장 박 씨가 면접위원들에게 A 씨의 합격을 지시했다는 검찰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고, A 씨가 이 같은 지시에 의해 합격했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A 씨는 SR 인사규정상 "사기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자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 불합격자로 분류된 적 없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우선 당시 채용 과정에서 작성된 "면접전형 결과보고" 문건을 들었습니다. 문건 내용을 보면, A 씨는 합격자 수와 여성 합격자 비율 조정(당시 합격자 중 여성 비율을 20% 이하로 조정하자는 논의가 최종 합격자 선발 회의에서 있었음)에 관계없이 '합격자'로 기재돼 있었습니다. 또 A 씨의 순위보다 뒤쪽에도 여성 합격자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A 씨가 탈락 대상이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과는 배치됩니다.

영업본부장 박 씨에 대한 형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면접위원들의 말도 재판부 판단의 근거가 됐습니다. 면접위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A 씨는 최초 합격자 명단에 포함돼 있었고, 2차 면접 후에는 합격인원 25명 가운데 18번째 순위로 합격권에 있긴 했지만 나이가 어리고 여자라는 이유로 조정 대상에 포함할지가 논의됐는데, 불합격으로 결론이 모아지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당시 면접위원 중 한 명이었던 인사노무팀장은 박 씨에 대한 형사 재판에서 "A 씨가 면접에서 합격 점수에 미달해 탈락했다"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말이 서류의 내용과 상반되고 그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전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수사 결과가 사실과 달랐다는 뜻입니다.

■ "영업본부장님" 메모 흔적으로는 부족

그렇다면 A 씨의 입사지원서와 서류전형 평가표에 적혀있던 수상쩍은 메모("영업본부장님", "영)는 어찌된 일일까요?

재판부는 이 메모에 대해, 영업본부장 박 씨가 어떤 방식으로든 A 씨의 채용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을 개연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는 맞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 메모만으로 박 씨가 (불합격으로 결정된) A 씨를 합격시키라고 지시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면접위원은 영업본부장 박 씨가 "원래 27명을 뽑기로 했는데 왜 원래대로 안 뽑느냐" "A는 면접 점수가 좋은데 왜 빠지느냐"라고 면접위원들에게 문의한 적이 있다는 증언도 내놨는데요.

재판부는 이에 대해 영업본부장으로서는 당초 채용계획을 왜 변경했는지, 면접 점수가 높은 A 씨를 왜 탈락시켰는지 물어볼 수 있다고 여겨지고, 이를 두고 A 씨를 채용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또 SR이 재판 과정에서 A 씨가 포함되지 않은 '면접합격자 명단'을 제출한 적이 없고, SR이 제출한 모든 증거를 고려하더라도 A 씨가 부정 채용됐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며 SR이 A 씨를 부당 해고했다고 판단했습니다.

■ '79점→81점' 올라간 점수, 사연 들여다보니

억울한 부정 채용 분류자, 또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2016년 10월 SR에 역무매니저로 입사했다가, A 씨처럼 부정 채용자로 분류돼 2018년 12월 해고된 B 씨도 부당 해고를 당했다고 판단했습니다.

B 씨는 SR 공개채용에 관여된 사람들과 밀접한 관계도 없었고, 본인이나 다른 사람이 SR에 채용을 청탁한 사실도 없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문제가 된 것은 B 씨의 면접 평균점수가 영업본부장의 지시로 79점에서 81점으로 올라간 부분이었는데요. 당시 합격기준이 80점이었는데, B 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점수를 부당하게 올려준 것 아니냐는 의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영업본부장 사건의 형사 재판에서 밝혀진 여러 사실관계들을 놓고 볼 때, 이 같은 의심은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초 B 씨가 지원했던 역무매니저 분야의 채용 예정 인원은 3명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면접위원들은 다른 분야(여객 분야) 지원자 중 우수한 지원자가 많다는 이유로 이 분야의 채용 인원을 기존 3명에서 6명으로 늘리고자 했습니다. 이에 면접위원들은 전체 채용 인원 조정을 위해, B 씨가 지원한 역무매니저 분야의 채용 인원을 기존 3명에서 1명으로 줄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여객 분야 합격자 6명 가운데 1명이 입사를 포기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에 면접위원들은 여객 분야에서 5명만 선발하고 B 씨가 지원한 역무매니저 분야의 채용 인원을 다시 1명에서 2명으로 늘렸습니다. 당시 역무매니저 분야 면접에 응시한 지원자는 3명이었는데, B 씨는 79점으로 2등을 한 상태였지요. 결국 최종 채용 인원이 2명으로 늘어나면서 합격 2순위였던 B 씨도 채용됐다는 게 법원 판단입니다. '부정 합격'과는 다소 거리가 먼 얘기입니다.

영업본부장 박 씨는 수사기관 조사 과정에서 B 씨의 점수 변경과 관련해, B 씨의 채용이 결정된 상황에서 "(B 씨의) 면접 점수가 79점으로 합격 기준 80점에 미치지 못해서, 이 점수를 합격 기준에 맞게 변경해 합격시키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차순위자를 합격시키는 과정에서 B 씨의 점수를 기준에 맞게 조정했다는 차원입니다.

재판부는 이렇게 면접위원들의 권한에 의해 부여된 점수(81점)가 허위라고 보기도 어렵고, 점수가 바뀌는 과정에 B 씨가 관여했다는 증거도 확인된 바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B 씨의 면접전형 점수가 SR 채용절차상의 합격자 선정기준에 미달했다고 볼 수 없다"며, B 씨에 대한 해고는 정당한 근거가 없는 '부당 해고'라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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