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가방에 갇혀 그 고통을…

입력 2020.06.0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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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30cm, 몸무게 23kg 영양 상태도 나빴다."

7시간 가방에 갇혔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이송7시간 가방에 갇혔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이송

여행용 가방 안에 갇혀 있던 9살 어린이 A 군의 키는 130cm 정도였다고 의료진은 말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또래보다 큰 편이었습니다.

가로 40cm, 세로 60cm의 가방에 몸을 완전히 반으로 접어 들어갔다는 건데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상상조차 안 됩니다. 몸무게는 23kg으로 상당히 말랐고 영양 상태가 나빠 보였다고 합니다.

아이의 상태로 봤을 때 학대는 장기간 이어졌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아이를 가방에 가둔 의붓어머니는 태연하게 외출까지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가방에 소변을 봤다는 이유로 다른 가방으로 들어가게 했고요.

7시간 정도가 지난 뒤 아이가 너무 조용해 가방을 열어보니 의식을 잃어 119에 신고했다고 진술했습니다. A 군은 병원에 옮겨져 사흘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다 끝내 숨졌습니다.

"가방에 갇힌 아이가 온라인 수업?"…의붓어머니는 거짓말 일삼아

경찰은 아이가 가방 안에 있던 시간을 6월 1일 오후 12시부터 7시까지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일 학교에서 오후 2시 30분까지 진행한 온라인 수업에는 참석한 거로 돼 있습니다.

경찰은 의붓어머니가 아이 휴대전화로 출석체크를 대신 했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는데요. 학교의 대응은 어땠을까요? 학교에서는 지난해 10월, 등교한 A 군의 몸에서 멍을 발견해 의붓어머니에게 연락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넘어져서 그랬다"는 말을 듣고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습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최근 한 달 사이 전화로 모니터링을 했지만 "잘 돌보고 있다"는 말만 믿었습니다. 경찰에 신고가 되자 의붓어머니는 관련 기관에 거짓말을 하고, 몸에 상처가 나지 않는 방법을 찾다 가방에 가두는 학대 방법을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친아버지 학대 여부도 조사

친아버지와 의붓어머니는 지난해 1월부터 함께 살았습니다. 친부는 주중에는 다른 지역에 있는 직장을 다니느라 집에 없는 시간이 많았다고 합니다. 경찰에서는 "1년에 4차례 정도 훈육 차원에서 옷걸이로 손바닥을 때렸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A 군의 몸에서 발견된 여러 흉터와 멍 자국, 담뱃불로 지진 듯한 자국을 근거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상당 부분 학대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고 친아버지를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A 군이 다녔던 초등학교에 마련된 추모공간.A 군이 다녔던 초등학교에 마련된 추모공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던 A 군, 추모의 발길 이어져

심지어 친아버지로부터도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A 군, 오늘(5일) 학교에 추모 공간이 마련됐습니다. 교사와 학부모 수십 명이 찾아와 애도의 뜻을 표했습니다.

한 학부모는 "마스크를 조금만 써도 숨이 차는데 그 가방 안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무섭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학부모는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수업을 하다 보니 학대 사실을 모르고 넘어가는 다른 사례도 있을 수 있다"며 불안감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청와대 온라인 국민청원에는 의붓어머니의 신상을 공개하고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와 많은 사람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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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 막히는 가방에 갇혀 그 고통을…
    • 입력 2020-06-05 17:48:12
    취재K
"키 130cm, 몸무게 23kg 영양 상태도 나빴다."

7시간 가방에 갇혔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이송
여행용 가방 안에 갇혀 있던 9살 어린이 A 군의 키는 130cm 정도였다고 의료진은 말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또래보다 큰 편이었습니다.

가로 40cm, 세로 60cm의 가방에 몸을 완전히 반으로 접어 들어갔다는 건데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상상조차 안 됩니다. 몸무게는 23kg으로 상당히 말랐고 영양 상태가 나빠 보였다고 합니다.

아이의 상태로 봤을 때 학대는 장기간 이어졌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아이를 가방에 가둔 의붓어머니는 태연하게 외출까지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가방에 소변을 봤다는 이유로 다른 가방으로 들어가게 했고요.

7시간 정도가 지난 뒤 아이가 너무 조용해 가방을 열어보니 의식을 잃어 119에 신고했다고 진술했습니다. A 군은 병원에 옮겨져 사흘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다 끝내 숨졌습니다.

"가방에 갇힌 아이가 온라인 수업?"…의붓어머니는 거짓말 일삼아

경찰은 아이가 가방 안에 있던 시간을 6월 1일 오후 12시부터 7시까지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일 학교에서 오후 2시 30분까지 진행한 온라인 수업에는 참석한 거로 돼 있습니다.

경찰은 의붓어머니가 아이 휴대전화로 출석체크를 대신 했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는데요. 학교의 대응은 어땠을까요? 학교에서는 지난해 10월, 등교한 A 군의 몸에서 멍을 발견해 의붓어머니에게 연락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넘어져서 그랬다"는 말을 듣고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습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최근 한 달 사이 전화로 모니터링을 했지만 "잘 돌보고 있다"는 말만 믿었습니다. 경찰에 신고가 되자 의붓어머니는 관련 기관에 거짓말을 하고, 몸에 상처가 나지 않는 방법을 찾다 가방에 가두는 학대 방법을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친아버지 학대 여부도 조사

친아버지와 의붓어머니는 지난해 1월부터 함께 살았습니다. 친부는 주중에는 다른 지역에 있는 직장을 다니느라 집에 없는 시간이 많았다고 합니다. 경찰에서는 "1년에 4차례 정도 훈육 차원에서 옷걸이로 손바닥을 때렸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A 군의 몸에서 발견된 여러 흉터와 멍 자국, 담뱃불로 지진 듯한 자국을 근거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상당 부분 학대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고 친아버지를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A 군이 다녔던 초등학교에 마련된 추모공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던 A 군, 추모의 발길 이어져

심지어 친아버지로부터도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A 군, 오늘(5일) 학교에 추모 공간이 마련됐습니다. 교사와 학부모 수십 명이 찾아와 애도의 뜻을 표했습니다.

한 학부모는 "마스크를 조금만 써도 숨이 차는데 그 가방 안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무섭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학부모는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수업을 하다 보니 학대 사실을 모르고 넘어가는 다른 사례도 있을 수 있다"며 불안감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청와대 온라인 국민청원에는 의붓어머니의 신상을 공개하고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와 많은 사람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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