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발표 내용만 보도”…전두환정권 ‘보도지침’ 원본 공개

입력 2020.06.08 (11:17) 수정 2020.06.0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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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권이 언론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보도지침' 원본 사료가 공개됐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오늘(8일) 오전 서울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에서 기증식을 열고, 당시 작성된 보도지침을 공개했습니다. 보도지침은 전두환 정권의 문화공보부 홍보정책실이 작성해 언론사에 전달한 보도 가이드 라인입니다.

민언련은 "제5공화국의 문화공보부 홍보정책실은 언론사의 협조를 명분으로 했으나, 실제로는 언론사 편집국과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도지침 사료를 보면, 전두환 정권은 '가(可), 불가(不可), 절대(일체) 불가' 등으로 지시하며, 보도 여부는 물론 보도 방향과 내용, 형식까지 구체적으로 결정해 언론사에 전달했습니다.

보도 불가 사례로 1985년 11월 미국의 정보자문기관에서 발표한 '한국 군부의 집권 가능성 20%'에 대해 일체 불가한 건이 있습니다. 1985년 11월 '학생의 날 연합시위'에 대해서도 보도 불가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신 학생의 날 기념 학생대축전은 보도 '가(可)' 결정을 내렸습니다.

또, 1986넌 7월 경찰이 여대생을 성고문한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발표한 내용만 보도할 것', '사건의 명칭을 성추행이라고 하지 말고, 성모욕행위'라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당시 검찰이 성고문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는데, 이 사건의 성격을 대해 '혁명을 위해 성을 도구화'로, '변호인단의 반론을 담지 말 것' 등을 지시했습니다.

반대로 전두환 정권은 이미지 개선을 위해 1986년 4월 19일 '대통령 집무실 목민심서가 눈길을 끈다고 쓸 것'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584건의 보도지침 사료는 월간 '말'지의 임상택 전 상무가 1988년부터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던 것을 민언련을 통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기증됐습니다. 1985년 10월 19일부터 1986년 8월 8일까지 문화공보부 홍보정책실에서 전화로 한국일보 간부에게 전달한 것 중 당시 한국일보 김주언 기자가 편집국에서 빼 내온 것들입니다.

이같은 내용은 1986년 9월 월간 '말'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씁니다. 이 폭로로 신홍범 민언련 실행위원과 한국일보 김주언 기자, '말'의 김태홍 편집인이 국가보안법상 국가기밀누설죄, 외교상 기밀누적죄 등을 적용받아 구속기소됐습니다. 9년 후인 1995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지선 이사장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소장한 귀중한 사료를 사업회에 기증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보도지침은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독재체제를 공고히 하고자 한 전두환 정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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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발표 내용만 보도”…전두환정권 ‘보도지침’ 원본 공개
    • 입력 2020-06-08 11:17:47
    • 수정2020-06-08 11:18:03
    사회
전두환 정권이 언론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보도지침' 원본 사료가 공개됐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오늘(8일) 오전 서울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에서 기증식을 열고, 당시 작성된 보도지침을 공개했습니다. 보도지침은 전두환 정권의 문화공보부 홍보정책실이 작성해 언론사에 전달한 보도 가이드 라인입니다.

민언련은 "제5공화국의 문화공보부 홍보정책실은 언론사의 협조를 명분으로 했으나, 실제로는 언론사 편집국과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도지침 사료를 보면, 전두환 정권은 '가(可), 불가(不可), 절대(일체) 불가' 등으로 지시하며, 보도 여부는 물론 보도 방향과 내용, 형식까지 구체적으로 결정해 언론사에 전달했습니다.

보도 불가 사례로 1985년 11월 미국의 정보자문기관에서 발표한 '한국 군부의 집권 가능성 20%'에 대해 일체 불가한 건이 있습니다. 1985년 11월 '학생의 날 연합시위'에 대해서도 보도 불가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신 학생의 날 기념 학생대축전은 보도 '가(可)' 결정을 내렸습니다.

또, 1986넌 7월 경찰이 여대생을 성고문한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발표한 내용만 보도할 것', '사건의 명칭을 성추행이라고 하지 말고, 성모욕행위'라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당시 검찰이 성고문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는데, 이 사건의 성격을 대해 '혁명을 위해 성을 도구화'로, '변호인단의 반론을 담지 말 것' 등을 지시했습니다.

반대로 전두환 정권은 이미지 개선을 위해 1986년 4월 19일 '대통령 집무실 목민심서가 눈길을 끈다고 쓸 것'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584건의 보도지침 사료는 월간 '말'지의 임상택 전 상무가 1988년부터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던 것을 민언련을 통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기증됐습니다. 1985년 10월 19일부터 1986년 8월 8일까지 문화공보부 홍보정책실에서 전화로 한국일보 간부에게 전달한 것 중 당시 한국일보 김주언 기자가 편집국에서 빼 내온 것들입니다.

이같은 내용은 1986년 9월 월간 '말'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씁니다. 이 폭로로 신홍범 민언련 실행위원과 한국일보 김주언 기자, '말'의 김태홍 편집인이 국가보안법상 국가기밀누설죄, 외교상 기밀누적죄 등을 적용받아 구속기소됐습니다. 9년 후인 1995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지선 이사장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소장한 귀중한 사료를 사업회에 기증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보도지침은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독재체제를 공고히 하고자 한 전두환 정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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