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반발→남북통신선 차단…북한의 다음 카드는?

입력 2020.06.09 (13:45) 수정 2020.06.0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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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북전단 속 김정은 위원장은?...'최고 존엄' 겨냥

북한은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이른바 '삐라'에 여러 차례 강력히 반발해 왔습니다. 실제로 삐라에는 북한의 최고 존엄을 겨냥한 노골적인 비판이 담겨 있습니다.

대북전단은 김정남 피살사건을 언급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형님을 살해한 악마’, ‘인간 백정’이라고 표현하거나 백두혈통을 중시하는 북한 최고지도부를 사실은 ‘후지산 혈통’이라고 비꼬는 내용이 담겨 있다.대북전단은 김정남 피살사건을 언급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형님을 살해한 악마’, ‘인간 백정’이라고 표현하거나 백두혈통을 중시하는 북한 최고지도부를 사실은 ‘후지산 혈통’이라고 비꼬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북전단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해마다 10대 소녀 300여 명을 기쁨조로 선발한다는 내용이 등장한다대북전단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해마다 10대 소녀 300여 명을 기쁨조로 선발한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대북전단을 띄우면 평양까지는 못 가고 보통 접경지에 떨어집니다. 대부분 전단에 북한 돈을 넣어서 보내기 때문에 주민들이 떨어진 전단에 몰려들고, 내용도 읽게 되겠죠. 대북전단이 뜨는 날은 죽어있던 접경지 장마당이 살아난다는 말도 들려옵니다.

■북한, 모든 남북통신선 차단...남북 '불통' 시대 진입

이렇게 아픈 부분을 건드리는 대북 전단을 문제 삼은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오늘 정오부터 남북간 통신연락 채널을 완전히 차단·폐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오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비롯해 함정 간 국제상선 공통망(핫라인) 등 남북간 연락 채널에 북측이 응답하지 않으면서 모두 먹통이 됐습니다.

통상 연락사무소는 특별한 현안이 없더라도 평일 오전 9시와 오후 5시 두 차례에 걸쳐 업무 개시와 마감 통화가 이뤄져 왔습니다. 북한은 오전에 이어 정오에 시도한 우리측 통화도 받지 않았습니다.

군 통신선은 남북 군사당국이 지난 2018년에 복구한 이후 오전 9시와 오후 4시 상태 점검 목적의 통화를 해왔습니다.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은 판문점 선언과 남북장성급 군사회담 합의를 통해 서해지구는 2018년 7월에, 동해지구는 그 다음 달인 8월에 차례로 복구됐습니다. 동해지구는 2010년 11월 산불로 끊어진 뒤 8년여 만에, 서해지구는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함께 단절된 이후 2년여만의 복구인데 오늘 북한이 응답하지 않은 건 복구 이후 처음입니다.

북한이 끊겠다고 한 연락선은 또 있습니다. 남북간 통신시험연락선과 청와대와 노동당 사이의 직통통신 연락선입니다. 청와대로 연결된 선은 역사상 처음으로 마련된 남북 정상의 직접 소통 채널로 1차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2018년 4월 20일 개통됐습니다.

시험 연락선은 일종의 '기계실' 개념입니다. 남북의 기술자들이 연결을 확인하는 선으로 매일 오전 9시 통화가 이뤄지는데 북한이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끊겠다고 한 통신선은 모두 4개고, 북한이 언급하지 않은 통신선이 2개 더 있습니다. 판문점 연락채널이 있는데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생긴 이후로 이곳으로 통합된 것으로 전해졌고, 우리 국정원과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통전부) 사이의 핫라인도 있는데 이 선이 살아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통일부 "남북통신선은 소통 위한 기본 수단…유지돼야"

정부는 "남북 간 통신선은 소통을 위한 기본 수단이므로 남북간 합의에 따라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연락을 안 받겠다고 하는데 우리 측은 계속 시도할 것이냐'는 질문에 "정부의 기본 입장은 남북간 통신선이 소통 기본수단이고 남북간 기본 합의에 의해 개설된 만큼 합의 준수 차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단 오후에 통화 시도를 해본 뒤 결과에 따라 적절한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방적으로 선을 끊은 북한을 향한 비판이나 평가 없이 '우리가 무엇을 하겠다.' 수준의 정제된 입장입니다.

군 통신선 단절에 대해 국방부도 말을 아꼈습니다. 정례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일관되게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北 김여정·김영철, '대남사업→대적사업' 전환 지시

어제 북한은 공동 연락 사무소의 오전 통화에는 응하지 않았지만, 오후에는 응했습니다. 군 통신선은 오전 오후 정상 가동됐습니다. 하지만 오늘 오전엔 모든 통화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조선중앙통신은 대남부서 사업부서들의 회의에서 김여정 제1부부장과 김영철 부위원장이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4일 김여정 제1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전단 살포를 비난하면서 남한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하지 않을 시 연락사무소 폐쇄, 개성공업지구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다음날 내놓은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에선 압박이 수위가 더 높아집니다. "대북 전단을 규제하는 법안이 채택돼 실행될 때까지 우리도 접경지역에서 남측이 골머리가 아파할 일판을 벌려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라며 "우리도 남측이 몹시 피로해할 일판을 준비하고 있으며 앞으로 시달리게 해주려고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남측=적' 규정한 北…군사 도발 나서나?

연일 남한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내는 북한을 두고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의도적으로 긴장 관계를 조성해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의도라고 평가했습니다. 과거에도 남북관계 경색국면 조성의 첫 단계가 연락기능의 차단이었다는 것이죠. 개성공단 폐쇄, 미사일 시험발사 등의 도발은 남한의 반응과 상황을 봐가며 추가로 쓸 수 있는 카드로 남겨놓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아주대 정대진 교수 역시 북한이 내세운 3가지 조치인 연락사무소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수, 군사합의 파기 중 1단계를 실행에 옮겼다며 다음 조치인 개성공단 완전철수를 위한 자산 몰수도 임박한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벼랑끝 전술을 다시 꺼내 든 북한이 말을 넘어 군사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교수는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한다는 부분에 주목하면서 최악의 경우 군사적 대결 상황까지 고려한 결정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경남대학교 김동엽 교수 또한 북한이 군사적 행보를 준비해 놓은 상태라고 보고 있습니다. 삐라에 직접 고사포를 쏠 수도 있겠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고,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그냥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까지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군사분계선이 명확한 육상이나 공중이 아니라 6월이 꽃게잡이 철이라는 점에서 서해 해상에서 북한의 어떠한 조치가 나올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짚었습니다.

대북 전단에 대한 불만인지, 또는 대북 전단에 더해 '하노이 노딜' 이후 진전이 없는 남북관계, 북미 관계에 대한 불만까지 더해진 것인지, 아니면 연이은 대북제재에 코로나19까지 겹친 어려운 상황에서 책임을 남한으로 돌리기 위함인지, 북한이 긴장을 조성하고 나선 이유에 대한 분석은 여러 맥락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통적인 전망이자 우려는 북한이 다음 수순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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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북전단’ 반발→남북통신선 차단…북한의 다음 카드는?
    • 입력 2020-06-09 13:45:53
    • 수정2020-06-09 16:13:45
    취재K
■ 대북전단 속 김정은 위원장은?...'최고 존엄' 겨냥

북한은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이른바 '삐라'에 여러 차례 강력히 반발해 왔습니다. 실제로 삐라에는 북한의 최고 존엄을 겨냥한 노골적인 비판이 담겨 있습니다.

대북전단은 김정남 피살사건을 언급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형님을 살해한 악마’, ‘인간 백정’이라고 표현하거나 백두혈통을 중시하는 북한 최고지도부를 사실은 ‘후지산 혈통’이라고 비꼬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북전단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해마다 10대 소녀 300여 명을 기쁨조로 선발한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대북전단을 띄우면 평양까지는 못 가고 보통 접경지에 떨어집니다. 대부분 전단에 북한 돈을 넣어서 보내기 때문에 주민들이 떨어진 전단에 몰려들고, 내용도 읽게 되겠죠. 대북전단이 뜨는 날은 죽어있던 접경지 장마당이 살아난다는 말도 들려옵니다.

■북한, 모든 남북통신선 차단...남북 '불통' 시대 진입

이렇게 아픈 부분을 건드리는 대북 전단을 문제 삼은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오늘 정오부터 남북간 통신연락 채널을 완전히 차단·폐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오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비롯해 함정 간 국제상선 공통망(핫라인) 등 남북간 연락 채널에 북측이 응답하지 않으면서 모두 먹통이 됐습니다.

통상 연락사무소는 특별한 현안이 없더라도 평일 오전 9시와 오후 5시 두 차례에 걸쳐 업무 개시와 마감 통화가 이뤄져 왔습니다. 북한은 오전에 이어 정오에 시도한 우리측 통화도 받지 않았습니다.

군 통신선은 남북 군사당국이 지난 2018년에 복구한 이후 오전 9시와 오후 4시 상태 점검 목적의 통화를 해왔습니다.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은 판문점 선언과 남북장성급 군사회담 합의를 통해 서해지구는 2018년 7월에, 동해지구는 그 다음 달인 8월에 차례로 복구됐습니다. 동해지구는 2010년 11월 산불로 끊어진 뒤 8년여 만에, 서해지구는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함께 단절된 이후 2년여만의 복구인데 오늘 북한이 응답하지 않은 건 복구 이후 처음입니다.

북한이 끊겠다고 한 연락선은 또 있습니다. 남북간 통신시험연락선과 청와대와 노동당 사이의 직통통신 연락선입니다. 청와대로 연결된 선은 역사상 처음으로 마련된 남북 정상의 직접 소통 채널로 1차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2018년 4월 20일 개통됐습니다.

시험 연락선은 일종의 '기계실' 개념입니다. 남북의 기술자들이 연결을 확인하는 선으로 매일 오전 9시 통화가 이뤄지는데 북한이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끊겠다고 한 통신선은 모두 4개고, 북한이 언급하지 않은 통신선이 2개 더 있습니다. 판문점 연락채널이 있는데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생긴 이후로 이곳으로 통합된 것으로 전해졌고, 우리 국정원과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통전부) 사이의 핫라인도 있는데 이 선이 살아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통일부 "남북통신선은 소통 위한 기본 수단…유지돼야"

정부는 "남북 간 통신선은 소통을 위한 기본 수단이므로 남북간 합의에 따라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연락을 안 받겠다고 하는데 우리 측은 계속 시도할 것이냐'는 질문에 "정부의 기본 입장은 남북간 통신선이 소통 기본수단이고 남북간 기본 합의에 의해 개설된 만큼 합의 준수 차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단 오후에 통화 시도를 해본 뒤 결과에 따라 적절한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방적으로 선을 끊은 북한을 향한 비판이나 평가 없이 '우리가 무엇을 하겠다.' 수준의 정제된 입장입니다.

군 통신선 단절에 대해 국방부도 말을 아꼈습니다. 정례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일관되게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北 김여정·김영철, '대남사업→대적사업' 전환 지시

어제 북한은 공동 연락 사무소의 오전 통화에는 응하지 않았지만, 오후에는 응했습니다. 군 통신선은 오전 오후 정상 가동됐습니다. 하지만 오늘 오전엔 모든 통화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조선중앙통신은 대남부서 사업부서들의 회의에서 김여정 제1부부장과 김영철 부위원장이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4일 김여정 제1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전단 살포를 비난하면서 남한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하지 않을 시 연락사무소 폐쇄, 개성공업지구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다음날 내놓은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에선 압박이 수위가 더 높아집니다. "대북 전단을 규제하는 법안이 채택돼 실행될 때까지 우리도 접경지역에서 남측이 골머리가 아파할 일판을 벌려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라며 "우리도 남측이 몹시 피로해할 일판을 준비하고 있으며 앞으로 시달리게 해주려고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남측=적' 규정한 北…군사 도발 나서나?

연일 남한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내는 북한을 두고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의도적으로 긴장 관계를 조성해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의도라고 평가했습니다. 과거에도 남북관계 경색국면 조성의 첫 단계가 연락기능의 차단이었다는 것이죠. 개성공단 폐쇄, 미사일 시험발사 등의 도발은 남한의 반응과 상황을 봐가며 추가로 쓸 수 있는 카드로 남겨놓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아주대 정대진 교수 역시 북한이 내세운 3가지 조치인 연락사무소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수, 군사합의 파기 중 1단계를 실행에 옮겼다며 다음 조치인 개성공단 완전철수를 위한 자산 몰수도 임박한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벼랑끝 전술을 다시 꺼내 든 북한이 말을 넘어 군사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교수는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한다는 부분에 주목하면서 최악의 경우 군사적 대결 상황까지 고려한 결정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경남대학교 김동엽 교수 또한 북한이 군사적 행보를 준비해 놓은 상태라고 보고 있습니다. 삐라에 직접 고사포를 쏠 수도 있겠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고,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그냥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까지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군사분계선이 명확한 육상이나 공중이 아니라 6월이 꽃게잡이 철이라는 점에서 서해 해상에서 북한의 어떠한 조치가 나올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짚었습니다.

대북 전단에 대한 불만인지, 또는 대북 전단에 더해 '하노이 노딜' 이후 진전이 없는 남북관계, 북미 관계에 대한 불만까지 더해진 것인지, 아니면 연이은 대북제재에 코로나19까지 겹친 어려운 상황에서 책임을 남한으로 돌리기 위함인지, 북한이 긴장을 조성하고 나선 이유에 대한 분석은 여러 맥락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통적인 전망이자 우려는 북한이 다음 수순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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