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인 DMZ 대성동마을, 구석기 때도 사람 살았다

입력 2020.06.0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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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에 있는 대성동 마을은 남한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유일한 민간 마을입니다. 군사분계선에서 400m밖에 안 떨어져 있고, 북한 선전 마을인 기정동 마을과는 불과 800m 거리를 두고 마주하고 있는 남한 최전방 마을입니다.

1953년 정전협정 당시 원주민과 그 후손만이 거주할 수 있게 했고, 지금까지도 접근이 어렵다 보니 베일에 싸인 마을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현재 200명 가까운 주민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데요. 수만 년 전 구석기 시대부터 이곳에서 사람이 산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구석기시대 사냥 도구 '뗀석기' 발견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대성동 마을 남쪽 구릉 일대에서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구석기시대 석기를 비롯한 다양한 시대별 유물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를 중심으로 구성된 비무장지대 실태조사단이 착수한 'DMZ 문화·자연유산 종합실태조사'의 첫 성과인 셈입니다.

이번에 확인된 유물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구석기시대 뗀석기 2점입니다. 사냥하거나 물건에 구멍을 낼 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찌르개 한 점과, 날을 세운 석기인 찍개류의 깨진 조각으로 추정됩니다. 석기가 수습된 지역은 주변 일대보다 높은 구릉 꼭대기 쪽인데요. 연구소 측은 이 지역에서 규암 석재가 다수 확인돼 추가 조사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성동 마을에서 수습한 구석기시대 뗀석기대성동 마을에서 수습한 구석기시대 뗀석기

특히 뗀석기는 앞서 2004년 개성공업지구 문화유적 남북 공동조사 때도 한 점이 발견됐는데요. 이듬해 북한의 대표적인 고고학 학술지인 《조선고고연구》 2005년 2호에 사진이 수록되며, 남북 고고학계가 모두 주목한 바 있습니다.

2004년 개성공업지구 남북 공동조사 당시 발견된 뗀석기2004년 개성공업지구 남북 공동조사 당시 발견된 뗀석기

연구소 측은 "임진강 유역에서 적지 않은 구석기시대 유적이 조사된 바 있고 특히, 대성동 마을과 북측의 기정동 마을은 서로 마주 보고 있어 앞으로 남북공동 조사가 이뤄지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흙으로 만든 성터 확인…통일신라~조선 유물도 발견

마을 서쪽에서는 흙을 쌓아 만든 성터인 태성(台城)이 비교적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동서 방향에 문지(門址, 성문이 있었던 자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서문지와 외곽 둘레에서는 고려·조선 시대 토기와 기와 조각이 수습됐고, 시기가 이른 유물도 발견됐습니다.

남쪽 구릉에서 상감청자 조각과 전돌 등 여러 시대 유물이 발견됐다.남쪽 구릉에서 상감청자 조각과 전돌 등 여러 시대 유물이 발견됐다.

구석기 유물이 발견된 남쪽 구릉 일대에서는 또 고려 시대 일휘문(日暉文, 원형 돌기 문양) 막새, 상감청자 조각, 전돌, 용두(龍頭) 장식 조각 등을 포함해 통일신라부터 조선 시대까지의 유물이 확인됐습니다. 연구소 측은 이 남쪽 구릉은 마을 주변 일대에서 가장 높은 지대로 태성을 경계로 하는 중심지역에 해당해, 중요한 권위 있는 건물이 자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쪽에서는 돌을 돌출시켜 쌓은 방어시설인 치(雉)도 발견됐는데요. 조사단은 이 지역의 경우 접근이 어려워, 지상 라이다(LiDAR, 근적외선 레이저로 대상물의 물리적 특성을 측정하는 첨단장비)를 이용해 확인했습니다.

이번 실태조사는 세계유산 등재를 비롯한 DMZ 국제평화지대화를 위한 노력의 하나로 추진되는 겁니다. 대성동 마을에서 첫발을 뗀 실태조사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태봉 철원성, 고성 최동북단 감시초소(GP) 등과 대암산·대우산 천연보호구역, 건봉산·향로봉 천연보호구역 등 총 40여 곳을 대상으로 내년 5월까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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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일에 싸인 DMZ 대성동마을, 구석기 때도 사람 살았다
    • 입력 2020-06-09 14:31:54
    취재K
경기도 파주에 있는 대성동 마을은 남한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유일한 민간 마을입니다. 군사분계선에서 400m밖에 안 떨어져 있고, 북한 선전 마을인 기정동 마을과는 불과 800m 거리를 두고 마주하고 있는 남한 최전방 마을입니다.

1953년 정전협정 당시 원주민과 그 후손만이 거주할 수 있게 했고, 지금까지도 접근이 어렵다 보니 베일에 싸인 마을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현재 200명 가까운 주민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데요. 수만 년 전 구석기 시대부터 이곳에서 사람이 산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구석기시대 사냥 도구 '뗀석기' 발견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대성동 마을 남쪽 구릉 일대에서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구석기시대 석기를 비롯한 다양한 시대별 유물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를 중심으로 구성된 비무장지대 실태조사단이 착수한 'DMZ 문화·자연유산 종합실태조사'의 첫 성과인 셈입니다.

이번에 확인된 유물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구석기시대 뗀석기 2점입니다. 사냥하거나 물건에 구멍을 낼 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찌르개 한 점과, 날을 세운 석기인 찍개류의 깨진 조각으로 추정됩니다. 석기가 수습된 지역은 주변 일대보다 높은 구릉 꼭대기 쪽인데요. 연구소 측은 이 지역에서 규암 석재가 다수 확인돼 추가 조사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성동 마을에서 수습한 구석기시대 뗀석기
특히 뗀석기는 앞서 2004년 개성공업지구 문화유적 남북 공동조사 때도 한 점이 발견됐는데요. 이듬해 북한의 대표적인 고고학 학술지인 《조선고고연구》 2005년 2호에 사진이 수록되며, 남북 고고학계가 모두 주목한 바 있습니다.

2004년 개성공업지구 남북 공동조사 당시 발견된 뗀석기
연구소 측은 "임진강 유역에서 적지 않은 구석기시대 유적이 조사된 바 있고 특히, 대성동 마을과 북측의 기정동 마을은 서로 마주 보고 있어 앞으로 남북공동 조사가 이뤄지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흙으로 만든 성터 확인…통일신라~조선 유물도 발견

마을 서쪽에서는 흙을 쌓아 만든 성터인 태성(台城)이 비교적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동서 방향에 문지(門址, 성문이 있었던 자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서문지와 외곽 둘레에서는 고려·조선 시대 토기와 기와 조각이 수습됐고, 시기가 이른 유물도 발견됐습니다.

남쪽 구릉에서 상감청자 조각과 전돌 등 여러 시대 유물이 발견됐다.
구석기 유물이 발견된 남쪽 구릉 일대에서는 또 고려 시대 일휘문(日暉文, 원형 돌기 문양) 막새, 상감청자 조각, 전돌, 용두(龍頭) 장식 조각 등을 포함해 통일신라부터 조선 시대까지의 유물이 확인됐습니다. 연구소 측은 이 남쪽 구릉은 마을 주변 일대에서 가장 높은 지대로 태성을 경계로 하는 중심지역에 해당해, 중요한 권위 있는 건물이 자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쪽에서는 돌을 돌출시켜 쌓은 방어시설인 치(雉)도 발견됐는데요. 조사단은 이 지역의 경우 접근이 어려워, 지상 라이다(LiDAR, 근적외선 레이저로 대상물의 물리적 특성을 측정하는 첨단장비)를 이용해 확인했습니다.

이번 실태조사는 세계유산 등재를 비롯한 DMZ 국제평화지대화를 위한 노력의 하나로 추진되는 겁니다. 대성동 마을에서 첫발을 뗀 실태조사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태봉 철원성, 고성 최동북단 감시초소(GP) 등과 대암산·대우산 천연보호구역, 건봉산·향로봉 천연보호구역 등 총 40여 곳을 대상으로 내년 5월까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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